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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은 능력 있는 아이로 만들지만, 행복한 아이는 될 수 없어요” - 문경보『외로워서 그랬어요』

사춘기 우리 아이 마음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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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나이가 열일곱 살이면, 부모의 입장에서도 부모의 나이는 열일곱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 아이들처럼 부모들 역시 부모로서의 역할에 여전히 서툴고 실수와 어려움도 많습니다.

“아이 나이가 열일곱 살이면, 부모의 입장에서도 부모의 나이는 열일곱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춘기 아이들처럼 부모들 역시 부모로서의 역할에 여전히 서툴고 실수와 어려움도 많습니다. 아이들이 새롭게 변화할 때마다 그 상황은 부모에게도 늘 새로운 법.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알고, 아이와 제대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주제로 강연회를 마련했습니다. 내 아이가 왜 입을 다물어버렸을까? 우리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8월 27일, 홍대에 위치한 마포평생학습관 대강당. 이곳을 찾은 많은 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저자가 연단에 오르고 마이크를 잡자,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저자는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경우가 없다”며 웃음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상황에 따른 시각 차이부터 짚어나갔다. “똑같은 상황일지라도 어떻게 바라보고, 그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
여기에는 항상 견지해야 할 것이 있다. 사랑이다. “다른 말로는 예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로워서 그랬어요’의 다른 말은 ‘사랑 받고 싶어요’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 어머니의 사랑을 이야기하죠.”

저자는 ‘어머니의 사랑’을 잘 보여주고 있는 동화를 한 편 소개했다.『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라는 제목의 그림책.

“미국에서 잠을 재우기 위해 써진 동화인데, 굉장히 오래, 그리고 널리 회자가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가 자라서, 사랑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죠. 힘들지만, 사랑은 변함없이 이어진다는 것. 아이의 엄마가 부르고, 아이가 자라나 엄마에게 불러주는 노래의 가사는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I'll love you forever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Mommy) you'll be


‘부모는 따뜻한 존재이다’, ‘부모는 사랑스런 존재이다’ 저자는 혹시 이런 말들이 역겨운 분들은 없는가 물었다. 학교에서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를 쓰라고 했을 때, 편지를 쓰기 힘든 분 없었는지도 물었다. 놀랍게도 이런 말을 들으면 역겨운 기분이 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유를 찾아 한 단계 들어가면, 부모님께 서운한 것이 있는 것이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진짜로 사랑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저자는 간추려 답했다.


사춘기 우리 아이 마음 바라보기

사춘기를 한자어로 풀이해보면, ‘봄에 대한 계획을 세움’이다. 봄을 생각하는 때, 모든 게 불안하고 어렵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판과 판이 부딪쳐서 쓰나미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세대 간에 부딪치면 사람의 마음에는 화병이 생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죠. 부모와 자식 간의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상담실에는 간혹 문을 열자마자 바닥을 뒹굴면서 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3~4명이 있었죠. 5분에서 10분정도 지나면 울음을 그치고 나중에 올게요, 하고 오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웃음). 제가 그 아이를 위해서 하는 일은 종례시간에 아이가 늦을 수 있다는 것을 담임에게 알리는 것뿐이죠.”


저자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너의 등불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봐야죠. 굉장히 슬픈 일입니다. 부모는, 아프니까 부모이죠. 더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픕니다. 아이들은 자기 혼자 살기도 바쁩니다. 바라봐주셔야 합니다. 너무 개입하시면 안 된다. 사랑을 배우지 못하고 사랑을 베풀 수 없습니다. 먼저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어떤 존재일까? 뱃속에 있을 때, 아이는 신이 된다.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엄마를 발로 차기도 한다. ‘엄마!’ 한 마디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좋아한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각인’이 필요합니다. 외롭고, 추울 때 안아주는 존재가 엄마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죠. 우리의 엄마들은 눈을 마주치면서 젖을 먹이게 됩니다. 그리고 통상 이천 번의 넘어짐을 겪은 뒤에 걸음마를 하게 된다고 하죠.”

저자는 아이의 배변활동이 일 중독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은 남이 되라고 하는 것을 하면서 자라는 친구들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급하게 서두르다가는 정작 자신의 삶 속에서 자기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저자가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것이 ‘기다림’이다.



“지랄 총량의 법칙을 아시나요?”

“백일잔치와 사춘기도 비슷한 맥락이 있습니다. 백일은 세상과 인사하는 날이죠. 뱃속에서 260일을 지낸 후 100일이 지나면 딱 1년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는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로. 날 아껴주었던 부모님을 배신해야 하는 게 사춘기입니다. 답답하고 짜증나고 침묵해버리기 마련입니다. 믿을 만한 동료가 있어야 하고, 영웅이 필요합니다. 머리모양과 외모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외모로부터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이죠. 이 시기에 아이들은 정말 지켜 봐주어야 합니다.”

저자는 단점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장점은 능력 있는 아이로 만들지만, 행복한 아이로 만들 수는 없다”며, “행복은 관계에서 오는 것”임을 생각한다면 “자녀를 키울 때 유의해야 할 것은 장점이 아닌 단점을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단점이 아이를 살릴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아내를 잃어버리고, 남편을 잃어버립니다. 왜 일까요. 아들한테 신경 쓴 나머지 아내 혹은 남편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남편이 아이한테 무관심한 느낌이 들 때는, 이렇게 하세요. ‘이런 문제는 아빠한테 물어 봐줄래?’ 이렇게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둘이 같이 키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가장 좋은 건 상황만 허락된다면, 아이를 두고 부모가 자주 놀러 가야 합니다(청중 웃음).”

저자는 이 밖에도 사춘기 아이들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문제의 중요성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요컨대, 열등감은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의 장점을 보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하며, 게임이나 놀이 등에 중독이 되었다면 왜 중독이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개는 ‘외로워서’ 중독이 된다는 것. 부모와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자녀가 있다면? 일단 그쪽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나 좌절의 경험을 갖게 된다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절대 앞서서 가지 말라.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자식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지랄 총량의 법칙’을 설명했다. “사람의 평생에 걸쳐서 지랄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는 것. 오십대가 되어도 사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철들자 망령이라는 말도 있죠. 빨리 지랄하라고 하는 게 좋습니다(웃음). 그렇습니다. 농담과 잔소리의 차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앞에서 끌지 말고 뒤에서 함께 가라는 것이지요. 잔소리는 사실입니다. 농담은 웃게 만들죠.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아이가 뒤를 돌아봤을 때 뒤에서 지켜 봐주어야 합니다. 대장이 아닌 참모의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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