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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할 때, 애인이 나를 바라본다면… - 이병창 <아름다움에 눈을 뜰 때>

나는 그 사람에게 ‘욕망’일까? ‘아름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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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강의는 ‘18세와 통하는 철학: 철학과 한바탕 놀아보자’ 4강으로 ‘청소년이 아름다움에 눈을 뜰 때’를 주제로 아름다움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예스24가 함께한 고등학생을 위한 철학 및 사회과학 여름방학 특강. 각 4회씩으로 이루어진 이번 특강에서는 윤구병, 김교빈, 최종덕, 이병창 등 한국의 쟁쟁한 철학자들이 고등학교 1, 2학년 청소년에게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지혜의 길을 안내했다. 강연 마지막 날, 장충동에 위치한 우리함께 빌딩 1층 강의실을 찾았다.

이날 강의는 ‘18세와 통하는 철학: 철학과 한바탕 놀아보자’ 4강으로 ‘청소년이 아름다움에 눈을 뜰 때’를 주제로 아름다움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병창 전 동아대 철학과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먼저 아름다움과 욕망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인이 자신의 욕망에 대상이기도 하고, 애인의 아름다움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 그는 “욕망과 아름다움은 다른 것인지, 아니면 같은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이야기의 출발점에 해당 한다”고 언급했다.

“예술과 아름다움의 개념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소위 리얼리즘 계열의 흐름이며 또 다른 하나는 모더니즘에 속한 흐름입니다. 전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흐름이라면, 후자는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흐름에 가깝죠.”

중고등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쓰는 문제, 두 가지를 짚으라면 성적과 외모가 아닐까. 남학생은 ‘왜 키가 안 클까’, 여학생은 ‘왜 내 피부에는 뭐가 계속 나고 하얘지지 않을까’를 두고 한 번쯤은 고민하게 마련이다. 그는 외모를 꾸밀 때, 저마다 선택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외적인 기준에 의해 선택하는 분들이 많겠죠.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가진 것을 가지고 싶어한다거나 유행에 휩쓸려 외적인 기준을 정하기보다는 내적인 기준에 따르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가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렇게 선택의 기준에 관해 고민할 때, 그것을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리와 욕망의 차이점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그는 말한다. “진리와 아름다움은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욕망과 아름다움은 쉽게 구분하지 못하죠.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도 이것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리라는 말이 철학적이라면, ‘사실’로 대체해보자. “이 사실이라는 것은 어떤가요. 내가 믿는 것과 실제 사실, 즉 진리는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진리는 객관적이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여러분이 믿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사실이기 때문에 받아드리는 것이 있게 마련이죠. 주관적인 요소가 여기에서는 배제되어 있습니다. 싫고, 고통스럽고, 믿지 않더라도 사실은 사실이고 진리는 진리가 됩니다. 아름다움은 어떻습니까. 아름다움도 뭔가 객관적인 거 같죠. 하지만 내가 아름답다는 것을 느껴야만 합니다. 여기에는 주관적인 것이 개입됩니다. 자신의 느낌이 개입되지 않으면서 아름답다고 할 수가 없겠죠.”

그는 피카튼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피카소의 작품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이 볼 때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그럴 때도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적어도 피카소의 작품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하여 ‘진리는 객관적이고 아름다움은 주관적’이라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욕망이거나 아름다움이거나

“욕망과 아름다움은 어떤 관계일까요. 철학을 하려면 연애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욕망의 대상과 아름다움의 대상은 어떻게 다를까요. 구더기를 먹을 수 있습니까? 에스키모인들은 구더기를 먹는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구더기를 먹어서 즐거움, 쾌감을 얻을 수는 없겠죠. 자신에게 쾌감이나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도 주관적인 것이라는 건 앞서 확인했습니다. 아름다움과 욕망, 둘 다 주관적이며 자신이 판단하는 점에서 닮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보자.


이번에는 마르셀 뒤상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20세기 미술을 이야기할 때, 이 사람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발하고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변기모양의 작품이 있습니다. ‘샘’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죠. 이러한 형태의 변기를 문화권의 사람이 본다면 아름답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름다운 곡선을 지닌 샘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말이죠.” 그는 묻는다. 욕망의 대상이 어떻게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걸까.

“욕망과 아름다움의 차이는 바로, 쾌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어도 즐겁고, 쾌감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쾌감은 항상 ‘내’ 쾌감입니다. 욕망과 아름다움은 쾌감과 관련되어 있고, 따라서 주관적인 측면이 있죠. 칸트도 이 차이에 주목하며 고민을 했습니다. 칸트는 마침내 이렇게 구분했다고 합니다. ‘욕망은 뭔가 나의 활동과 관련된다. 반면 아름다움은 뭔가 관조적이고 그래서 나는 거리를 취한다.

꽃을 보라. 어떤 이는 꽃을 따고, 꽃을 따 먹기도 하고, 반면 어떤 사람은 꽃을 보면 아름다? 하고 다가가서 보고, 관조한다. 전자는 꽃을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고 후자는 꽃을 아름다움의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이라고 구분한다. 욕망은 지배하려고 하고 소유하려고 한다. 아름다움은 관조적이고 내버려두려고 한다.’”
그렇다. 아름다움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관조적이며 응시한다는 것이다.


뒤상의 작품도 칸트와 같은 생각을 깔고 시작한다. ‘샘’을 변기로 사용하면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바라보고 응시하면, 그것이 그 자체가 되도록 만들어줄 때, 그것은 아름다움이 된다. 미술관에 가져다 놓고 전시하면, 아름다움의 대상이 된다.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이 나를 바라봐준다면 아름다움으로 보는 것이며, 나를 지배하려고 하고 소유하려고 하면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죠. 욕망의 대상은 대체가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대상이 시들해지면 비슷한 다른 것을 욕망할 수 있습니다. 욕망의 특징은 끊임없이 대체하는 것이죠. 자신이 주체적으로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경우에는 꽃은 어디까지나 꽃이고 나비는 나비이다. 대상을 대상 그 자체로서 존중한다. 하나의 대상은 어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유일하고 일회적인 존재. 아름다움의 주체는 대상과 나 사이에서 대상이 주체이다. 아름다움에 매혹된다는 표현이 있다. 대상이 나를 지배한다는 것. 그런 맥락에서 아름다움은 모순적이기도 하다. 이런 것은 사랑이란 느낌과도 비슷하다.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 미의 기준은 끊임없이 바뀐다. 진리는 영원하지만 미의 기준은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특징이 있다. 그는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것이 항상 전제된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것도 쾌감”이며, “진리적 쾌감도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수학 문제를 풀었을 때의 쾌감 같은 것.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쾌감.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의 쾌감.

어떤 물건이 아름답다고 느꼈을 때의 쾌감은 강도가 세다. 아름다움의 쾌감은 자유로운 느낌도 섞여있다. 그는 “아름다움은 물질적인 쾌감보다는 정신적인 쾌감에 가깝다”고 말하며, “아름다움의 쾌감과 약동하는 생명력”과 비교했다. “아름다움의 쾌감은 내적으로 솟구치는 생명력과 같은 느낌”이며, 많은 이들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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