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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만에 옷 갈아입고 분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어요!”

35개역으로 활약중인 멀티맨! 임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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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홍 씨를 처음 본 것이 2007년 <김종욱 찾기>였으니, 그가 멀티맨으로 처음 이름을 알릴 때였나 보다. 그 뒤 기자는 임기홍 씨가 나오는 작품은 주연배우가 누구인지 따지기 전에 멀티맨의 캐스팅 일정표를 살핀다.


“예전에도 1인 다역을 하는 배우들은 있었어요. 앙상블도 있고요. 아마 <김종욱찾기> 때부터 멀티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렇게 상도 주시고 여기저기에서 찾아주시니까 감사하죠. 정말 좋은데,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웃음).”

아니 무대 위에서의 능청스러움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부끄러움을 탄단 말인가. 임기홍 씨는 인기 비결을 묻자 ‘그런 게 어디 있느냐’며 손사래까지 쳤다.

“그냥 재밌게 하려고 하는데, 관객들도 좋아하시고 제작진들도 알아주셨어요. 멀티맨으로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배역을 즐기는 게 아닌가 싶어요. 순간순간 나와서 무대에 양념을 쳐야 하는데, 즐기지 못하면 다음 배역에서 탄력이 떨어지거든요.”

겸손하기 그지없지만 그는 모든 제작진이 탐내는 넘버원 멀티맨이다. 지금도 그는 35가지 인물로 분하고 있다. 헷갈리지는 않을까?

“현재 <톡식히어로>와 <김종욱찾기>를 같이 하고 있는데 톡식이 13개 역, 김종욱이 22개 역이니까 35역이네요(웃음). 다 했던 작품들이고, 워낙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실수한 적은 없어요. 어떤 분들은 ‘이 인물을 연기해야 할 때 다른 인물로 등장한 적은 없느냐’고 물어보시는데, 무대 뒤에는 분장팀이 있어서 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그런 실수는 없어요. 옷 입는 순서나 가발 쓰는 순서도 정해져 있는 걸요.”


<톡식히어로>는 멀티맨은 물론이고 주인공도 특수분장을 하기 때문에 무대 뒤가 가장 바쁜 공연으로 유명하다. 배우 5명이 5분에 1번꼴로 옷을 갈아입는다고 하는데, 멀티맨이야 오죽하겠는가. 옷 갈아입을 때 시간을 단축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건 10초 만에 옷 갈아입고 분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어요. 이제는 체계가 잡혀서 걱정 없는데 노하우는 몇 가지 있죠. 1. 큰 바지 안에는 작은 바지를 입고 있자. 2. 지퍼와 단추가 같이 있을 때는 하나는 풀어 놓는다 3. 상의를 바지 안에 넣어야 할 때는 상의를 먼저 입는다. 4. 옷을 입은 뒤 찍찍이는 분장팀에 맡기고 가발 먼저 쓴다. 가발 위치 잡아야 하니까.”

지난해 <톡식히어로>로 올해 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감사하죠. 제작발표회 때 어떤 분이 <김종욱찾기>는 멀티맨의 원조, <톡식히어로>는 멀티맨의 정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톡식보다 더 힘들면 공연 못할 것 같아요(웃음). 바쁜 건 기본이고 에너지가 배로 드는 것 같아요.”

관객들은 재밌고 배우들은 힘들어서 죽어나는 작품이라고 하던데.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계속 몰아가거든요. 공연 한 번 하고 나면 진이 빠지죠. 옷 갈아입는 것도 힘들고, 주인공 의상은 아예 겨울 파카예요(웃음). 그런데 배우들이 다들 신이 나서 연기해요. 신나지 않으면 너무 힘들어서 못 버틸 거예요. 소극장 뮤지컬이 좀 식상하다 싶은 분들은 <톡식히어로> 보시면 환기될 겁니다. 신나고 유쾌하고 기발하고, 음악도 라이브라서 생동감 있고요.”

어찌 보면 멀티맨은 어려운 소극장 제작환경 때문에 생겨난 배역인데, 재미와 기발함으로 승화해 이제는 공연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묘미로 만든 장본인이다. 자긍심도 대단할 텐데.

“그냥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저는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27살에 뒤늦게 배우가 됐어요. 서른 넘도록 제대로 돈도 못 받고 공연할 때도 많았는데, 아이처럼 따지지 않고 무작정 했던 것 같아요. 몸을 쓰는 연기든 노래든 생각 없이 다 시도해봤어요. 어쩌면 틀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도전할 수 있었고, 고정관념이 깨져서 무대 안팎에서도 더 좋게 봐주셨던 ? 같아요.”

한편으로는 멀티맨 이미지로 고정되는 데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남자배우들의 로망인 지킬이나 라다메스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그런 역할은 시켜주시지도 않겠지만 저도 할 마음 없어요, 재미가 없잖아요(웃음). 저는 ‘재밌게 살자’ 주의인데, 역할도 기발하고 통통 튀는 게 좋아요. 그래서 무언가 만들어갈 수 있는 창작 초연을 좋아하고, 공연보다는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연습시간을 더 좋아해요. 아직은 임기홍이 멀티맨을 가장 잘 한다고 생각하시니까 맡겨주시는 대로 재밌게 잘 하고 싶어요. 물론 멀티맨은 하나의 역할이니까, 다른 역할도 하고 싶죠. 연기의 폭을 좀 더 넓혀서 연극도 해보고 싶고요.”

뒤늦게 연기생활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았다.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은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무대에서든 무대 밖에서든 좋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즐거운 연기를 하고 싶고요. 하면서도 즐겁고 보면서도 즐거운. 즐겁다는 게 꼭 웃긴 걸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더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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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임기홍 씨를 처음 본 것이 2007년 <김종욱 찾기>였으니, 그가 멀티맨으로 처음 이름을 알릴 때였나 보다. 그 뒤 기자는 임기홍 씨가 나오는 작품은 주연배우가 누구인지 따지기 전에 멀티맨의 캐스팅 일정표를 살핀다. 주위에 보니 그런 관객들이 꽤 있더라. 그가 올해 뮤지컬어워즈 시상식에서 했던 말처럼 ‘임기홍이 웬만한 배우들을 모두 이긴 것’이다.

그렇게 찾아 들어선 <톡식히어로> 공연장에는 임기홍 씨 외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특별한 배우들이 득실거렸다. 마흔의 나이에 제대로 망가져 준 이석준 씨를 비롯해 육감적인 몸매로 무대를 장악한 정영주 씨 등이 ‘몬스터급 코미디 뮤지컬’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객석을 뒤흔들었다. 새로운 감각의 뮤지컬을 접하고 싶다면, <톡식히어로>가 10월 1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명품 배우들의 보기 힘든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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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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