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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를 왜 박태환과 시합 시키나?” - 클럽에서 밤 새운 딸 데리러 가는 부모 『홀가분』 정혜신ㆍ이명수

당신이 늘 옳다, 는 심리적 지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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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하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를 뜻하는 이 단어는,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홀가분』의 제목으로 사용됐다.

부산행 승차권이 날아들었다. 내 고향으로 가는 버스다. 그것으로도 반가운데, 이 버스, 이름이 붙었다. ‘희망 버스’ 혹은 ‘희망의 무지개 버스’. 출발지는, 당신이 있는 곳. 목적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출발일은 7월9일 토요일이다. 유효기간은, 정리해고 철회되는 날까지. 이런 아름다운 버스가 있나.

짐작하겠지만, 부산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 중인 『소금꽃나무』 김진숙 씨(민주노총 지도위원)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을 만나러 가는 버스다. 해고로, 철거로, 사람들의 목숨을 앗는 시대. 삶은 위태롭게 흔들린다. 당장 내 직장, 내 집이 안전하다손, 이들을 외면할 권리는 없다. 엄혹한 시대는 어느 때, 당신에게 칼날을 들이댈지 모른다.

희망버스는 그런 의미다. ‘다시는 누구도 함부로 잘려 생의 벼랑에 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손을 뻗고자 달려간다. 자본과 자본에 포박된 정부의 ‘명박(命薄, 목숨을 천하게 여기다)’한 습속에 레드카드를 주기 위함이다. 지난달 하순, 한진중공업 노사가 합의를 봤다지만, 뭔가 석연찮다. 정리해고도 철회되지 않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벼랑 끝이다.

그러니까, 희망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그 고립에 손을 내밀어주기 위해서 가는 것이리라. 사회적 연대란, 버스를 타고서도 충분히 가능한 행위임을 증명하기 위함이리라. ‘명박(命薄)’이 지금의 시대정신이 아님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리라. 그래 어쩌면, 이것은 ‘홀가분’해지기 위한 행위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는 사회적 인간들의 홀가분 프로젝트.

언어분석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은 430여 개랍니다. 그것을 불쾌와 쾌(快)의 단어로 구분하면 7대3 정도의 비율이고요. 그중에서 사람들이 쾌(긍정)의 최고 상태로 꼽은 단어는, 다시 말해 쾌를 표현하는 단어 중 그 정도가 최고라고 꼽은 것은 ‘홀가분하다’는 말이었습니다.(p.78)

홀가분, 삼청동에 퍼지다

홀가분하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를 뜻하는 이 단어는,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홀가분』의 제목으로 사용됐다.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의 자본적 탐욕 앞에 퇴출, 해고, 실직, 철거 등을 일상다반사처럼 안고 살아가는 지금-여기의 사람들. 그들에게 정신분석 상담가 정혜신과 심리기획자 이명수가, 조곤조곤 말을 건넨다. 건강한 자기애를 가지길 바라는 두 사람의 속삭임이 꼭 엄마이자, 친구 같은 책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혜신 박사는 ‘희망버스’에 동참했거나 동참하지 않을까. 엄마의 다른 이름이라는 ‘정신분석’을 통해, 평택의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을 위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그녀였으니까. 2009년부터 쌍용차 해고노동자 15명이 자살 혹은 돌연사를 했다. 그녀는 14번째, 어머니는 자살하고 아버지는 돌연사하면서 아이들이 고아가 된, 고 임무창 조합원 가족의 이야길 듣고 평택을 갔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그녀의 심리적 구루, 이명수 심리기획자는 말한다. “(정혜신을) 당대 최고의 치유사라고 본다. (평택에서 그녀는) 다독거리고, 울고, 안아주고… 얼마나 힘들었겠나. 프로이트? 그런 건, 없다. (정혜신이) 엄마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게 치유의 본질이 아닐까.”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엄마 같은 치유사 정혜신 박사와 그녀의 심리적 구루, 이명수 심리기획자(마인드프리즘 대표)가 독자들과 만났다. 두 사람, 부부면서, 서로에게 깊이 소통하는 치유자다. 책은 두 사람이 양평 집과 서울 직장을 오가며 나눈 얘기를 담았다.

이명수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심리학 지식을 일상생활에 접목해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을 심리기획자라고 명명했다. 회사에서 후배들과 그런 것을 공부한다. 그런 일환이 『홀가분』이다. 독자가 4만쯤 된다. 5년 전부터 썼는데, 고객을 대상으로 한 A/S같은 거였다. 이런 글을 통해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팁을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만든 서울 압구정의 심리카페, ‘홀가분’도 그런 일환의 하나다. 게임, 대화법 등을 통해 두 사람이 축적한 10년 동안의 노하우를 쉽게 풀어놓은 카페다. 정혜신 박사를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자.

“정신분석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 중에, 제일 잘 안 되는 분들이 심리학책을 많이 읽고 오는 분들이다. 상담이 어렵고, 자신의 진짜 마음과 감정을 대면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는 심리학책보다 소설책을 많이 추천한다. 자신과 관계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건 심리학책이 아닌 소설이나 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105편이 수록돼 있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두 가지다.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 즉 나에 대한 궁금증. 또 하나는 나라는 사람이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것이냐, 확인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것.”

홀가분하다. 그 두 가지를 통해, 사람은 홀가분해질 수 있다. 감정단어 430개 중 30%를 차지하는 쾌의 가장 으뜸인 단어. 참고로, 2위는 행복하다, 사랑스럽다, 기쁘다 등이고, 불쾌의 넘버원은, ‘참담하다’였단다. 사람은 누구나 가장 홀가분한 상태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 내가 누구인지 말하라면 명확하고 단순명료하게 말할 수 있었다. 허나, 산다는 건, 그런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게 힘들다는 동시에, 옳고 그름을 놓고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없이 홀가분에 가까운 상태에 가자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중적? 아니 사람은 다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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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는 한편, 스스로를 용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라며, 자신을 밀어낸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정혜신 박사가 하는 말이 있단다. “아니다, 사람은 다중적이어야 맞다. 한 얼굴로 살아갈 수 없다.”

계속 들어보자. “생각이 바뀌었다고 해라. 너는 이담에 뭐가 될래? 물었을 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 남녀 관계도 마찬가지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아야한다고 하는데, 변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해라. 생각이 바뀌었어. 그러면 된다. 부도덕하지 않다. 무지하게 홀가분하다. 행동도 자유로워진다.”

진료실. 사람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곤,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단다. 내가 너무 이중적인 거 아닌가요? 정 박사의 답은 명쾌하다. 아니다. 사람은 상호 모순되는 존재다. 여러 생각을 갖고 있다. 일관돼야 한다는 건 강박이다. 특히,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모습이 다르면 일관되지 못하다는 생각? 아니다.

“사람은 관계에 따라 다 달라진다. 한 여자가 남자친구와 5년을 사귀었는데, 씩씩하고 남자친구보다 주도적이었다. 그러다 헤어졌고,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기대고 싶어지고 여성스러워지고 싶었다더라. 자신에게 이런 부분이 있었나, 하고 깜짝 놀랐다. 그게 당연한 거다. 어머니에게 하는 것과, 여자친구에게 하는 게 다르다. 이중적이어서가 아니고 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많은 관계를 하다보면 자기도 알지 못한 다양한 모습을 발견한다. 여러 남자, 여러 여자를 만나다보면 느낄 수 있다. (웃음)”

두 부부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사람을 많이 사귀라고 얘기한다. 딸에게 이혼남도 사귀어보라는 얘기도 하고, 동거를 꼭 해보고 결혼하라는 말도 건넨다. 긴밀하고 친밀한 관계인 남녀관계. 그런 관계를 여러 사람과 맺다보면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자기 성찰이 상당부분 이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삶에서 아주 중요한 관계를 맺는 과정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다. 자, 일관돼야 한다는 강박, 벗어나자. 우리는 모두 다중이다.

이명수 대표가 한 실험결과를 알려준다. “실험을 해보면, 나와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문화취향, 국적, 종교 등이 다른 사람과 연애하면 그 사람이 나를 더 사랑한다는 생각이 든다더라. 이렇게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 때는, 처음에는 서로 이렇게나 다른데, 나한테 인간적으로 끌리는 부분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말인즉슨, 남녀관계 등의 연인관계에서, 애정의 문제, 남녀의 문제로 놓고 보면 해석이 잘못 되거나 본질을 잘 못 보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는 거다. 관계의 본질에서 생각하기. 그것이 필요한 이유다.

약점 보완? 아니 장점 극대화


이 대표가 심리학을 하면서 강조하는 게 하나 있다. 약점 보완이 아닌 장점 극대화하기. 그는 ‘나는 우사인 볼트인데, 박태환과 수영 경기를 한다’는 예를 든다. 단점을 보완하는데, 너무 힘을 쏟는다는 얘기다. 특히 남자들이 여성들보다 심하단다.

“고쳐야 할 점 알아서 뭐할 거냐. 우리는 그걸 ‘개선 콤플렉스’라고 부른다. 뭔가 바꾸고 고칠 점만 찾으면서 평생 힘을 쓰는 거지. 부모, 선배, 동료들이 좀 더 세심했으면 좋겠다. 육상 잘 하는 선수를 왜 물에 던져 놓고 연습하라고 그러나. 개선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말고 자신의 강점을 강화하는데 힘 쏟으면 된다.”

정 박사가 이명수 대표의 머리 색깔을 예로 든다. 이 대표의 머리색깔은 은빛이다. “이명수 대표 머리 색깔, 괜찮지 않나? 염색했냐고 많이 묻는다. (검게) 염색을 안 한지 7년 됐는데, 20~30년을 염색했다. 요즘에는 되레 염색했냐고 묻는다. 남하고 비슷해지기 위해서 (검은 염색을) 했고, 지금 안 하니까, 내 것이 나왔다. 사람들이 외려 인상적인 모습으로 본다. 우리, 좀 그러면서 사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당신이 늘 옳다. 『홀가분』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책이 나온 뒤,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가장 인상적인 것이 ‘당신이 늘 옳다’였다. 이 대표의 말.

“얼마 전,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의 좋은 자리에 있는데, 삼심대 후반의 직장인이 와선 직장을 그만 두기로 했다더라. 어렸을 때부터 세계일주가 꿈이었는데, 더 나이를 먹거나, 지금 식으로 삶이 진행되면, 그 꿈을 이룰 수 없겠다는 조바심이 생기고, 회사를 그만뒀다더라. 눈이 초롱초롱해서 신나서 얘기하는데, 잘했다고, 했더니, 눈물이 글썽하며 울컥하더라. 지금까지 잘 했다고 한 사람이 내가 처음이었다고 했다더라.”

이 이야기에 울컥했다. 사람들은 말린다. 아니, 말리는 척을 한다. 나는 그걸 경험했다. ‘남들 보기에’ 버젓한 직장. 그러나 ‘남들 보기에’가 싫었다. 보는 것만큼 직장(직업)의 속살은 좋지도 않았고, 계속 하다간 죽을 것 같았다. 미쳤느냐, 며 말리는데, 글쎄, 나는 그만뒀다. 잘 했다는 말, 축하한다는 말, 거의 듣질 못했다. 그러니, 이 이야긴 내게도 울컥했다.

이 대표의 얘기도 그렇다. 관성적으로 그런 얘길 한다는 거다. 습관적으로 말리는 행위. “사람의 무의식에는 본능적 건강성과 본능적 균형 감각이 작동하고 있다. 당신이 늘 옳다. 모든 사람에겐 무의식이 갖는 근원적 건강성이 있어서 모든 사람은 죽을 길이 아니라 사는 길로 끌리는 거다. 거기를 따르면 그 사람에게 잘 된 결정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그러니, 믿어라. 나는 임상실험 결과다. 죽지 않았고, 뭔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내가 지키기로 먹은 것을 지킬 수 있기만 바라고 있다. 내가 믿는 가치를 지키면서 나빠지지 않는 것. 죽는 것 아닌 살게 하는 방향으로 가게 만든 무의식의 방향성이 있었고, 두 사람을 통해 내 결정과 선택이 위안을 받은 느낌, 홀가분해진다.

당신이 늘 옳다


이 대표가 20년 이상 된 포커 멤버들과 밤을 샌 뒤, 아침에 들어와 자고 있었다. 눈을 떠 보니 깜깜했다. 커튼이 빛을 가렸고, 전화기도 이불에 덮여있었다. 행여나 깰 까봐, 정혜신 박사가 해놓은 조치다. 그 광경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뭐라고 할까. “아이고, 큰 벼슬하고 왔다. 밤새 도박하고 온 주제에…”

두 사람의 스물세 살, 큰 딸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와서 최근 토요일마다 클럽엘 간다. 부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요일 아침에 마중을 나간다. 클럽에서 밤을 보내고 온 딸을 데리러 가는 부모. 뭐라고 할까? “참, 이상한 부모야. 클럽 갔다 온 딸을 마중 나가다니…”

이 대표의 말은 단호하다. “그런 경우에도 옳아야 한다. 정 박사는 단 한 번도 내 결정에 대해 잘못됐다고 말한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결정도 많았는데, 언제든 옳다는 거지. 아이 셋 키울 동안,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안 된다고 한 적이 없다. 행동은 틀릴 수 있는데, 마음은 늘 옳은 거지. 내가 도박을 했든, 봉사활동을 했든, 그 마음은 내가 좋아서 한 거니 똑같은 거다. 그 마음은 옳은 거다.”

그들의 가훈은 ‘아님 말고, 다시 하면 된다’다. 평균 수명은 늘고 있고, 아이들의 삶은 아직 길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망설이지 말고 하라는 것. 잘못되면 어떤가. 다시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잘못되는 거 아니냐고? 아이 셋을 키운 부부는 잘못되지 않더라, 고 강조한다.

정 박사의 말이다. “행동과 마음이 다르다는데, 정신분석에서 ‘당신이 늘 옳다’는 헌법 1조와도 같은 전제다. 환자는 항상 옳다. 어떤 의미냐면, 도박을 하고, 클럽에 가서 밤을 새고 오고, 봉사활동을 하고 왔다는 게 행위는 달라도, 그 행위를 하는 마음은 옳다는 거다. 마음을 항상 존중해야 한다. 행위는 다음이다. 그렇게 하면, 어떤 결정을 했을 때, 잘될 수도 잘못될 수도 있지만, 여러 생각을 짚은 마음이 있었을 거 아니냐. 그걸 존중해야 한다.”

결론은 그렇다. 존중과 인정을 많이 받아본 사람이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옳다는 건, 그 사람의 마음, 그러니까, 마음이 항상 옳다는 것이다. 그것을 지지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역시 옳다는 것.

정 박사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상담할 때 헛소리나 망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얘기는 헛소리고 망상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이나 상처가 있을 수 있잖나. 그건 그 사람이 옳은 거다. 그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거지. 드러난 현상만 놓고 판단하고, 본질적인 마음에 대해 생채기를 내고, 그 생채기 때문에 엉뚱한 현상이나 행동 나오고. 이렇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지나 확인을 받고자 하는 것. 우리는 그런 경험이 본능적으로 필요하다. 식욕, 성욕만큼 필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심리적 공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것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


홀가분하게 묻고 답하다

치유자가 되기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나?

(정혜신)“자기를 잘 들여다보면 된다. 자기 안에 어떤 치유적 요소가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를 잘 알고 들여다보면 누구나 그런 요소를 발견한다. 정신분석을 하는 사람들은 치유를 받아야 한다. 인품이나 성숙하다는 확인을 받은 적은 없는데, 상담은 내 인품의 치유거든.

정신분석(상담)을 받는데, 상담을 한 어느 날이었다. 레지던트여서 회진을 돌고 상담도 하는데, 내가 환자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안의 열등감, 인정욕구, 질투심이 너무나 많이 올라온 거지. 그런 것을 떠올리다보니 입원해 있는 환자나 나나 똑같구나.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사람을 이해하거나 포용하거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힘의 부활은 내가 바닥까지 내려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유치한 욕망 말하는 사람, 거슬리지 않는다. 나도 있었거든. 그래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


어떨 때 가장 홀가분한가? 처음으로 홀가분하다고 인지가 됐을 때는?

(정혜신) “항상 나는 홀가분하다. 거만한가? (웃음) 어떤 계기로 홀가분해졌다 이런 건 아니고, 내 홀가분의 근원은 이명수 대표다. 내가 가진 것을 굉?? 세심하게 봐주고, 북돋아준다. 그 전에 나도 홀가분하게 살았던 사람도 아니었다. 어린 시절 생각하면 다 잿빛이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그랬고, 그런 것 때문에 정신과를 선택한 측면도 있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적인 존재가 된 것들, 그런 게 누적이 됐다. 나는 대학 다닐 때, 굉장히 공격적인 여자였다. 그때 끊임없이 불편했는데, 함께 살면서 치유가 되면서 누적이 됐다. ”


(이명수) “스트레스가 없다는 사람을 보면, 옆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웃음) 내가 강조하는 건, ‘마더 테레사’에게도 ‘마더’가 필요하다는 거다. 정혜신 박사가 쌍용자동차 가서 엄마가 되고 오면, 어디 가서 엄마 같은 존재가 있어야 살아가는 거고. 집에선,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거다. 살다보면 나의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는데, 나에게 엄마가 필요하면 저 사람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단 걸 인정해야 한다. ”

아이의 감정코칭에 대한 책도 보고 배우는데, 다른 아이에겐 잘 공감되는데, 내 아이에겐 어렵다. 왜 그럴까?

(이명수) “우리 아이들, 잘 자랐다고 생각한다. 품성 가진 그대로 자라게 했으니까. 그런데, 나도 옛날엔 성격이 불같아서, 내 허벅지를 보면 멍이 들어 있다. 참고 견디느라고. (웃음) 큰 딸과 둘째 딸이 우리 부부가 훌륭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막내를 키우는 걸 보고 그랬다. 막내가 자폐에 가까웠다.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경우도 많았지만 무조건 기다려줬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열아홉이 되는 순간부터 특수한 관계의 남남이라고 공언했는데, 막내에게 유일하게 산을 사주겠다고 두 딸에게 얘기했고, 동의를 얻었다. 지금은 막내가 런던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공부도 셋 중에 가장 잘 하고, 박사를 하겠다고 한다. 두 딸이 막내 동생에 대해 기다려준 것에 대해 우리 부부가 훌륭하다고 말해준다. 실은, 굉장히 어려웠다. 기다리고 참아야 한다. 쉽지 않다. 이론으로 되는 게 아니다. ”


마음소풍의 현장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명수) “미국 일부 주의 법인데, ‘아임쏘리법’이라고 있다. 의료관련 법인데, 미국엔 의료분쟁이 많은데, 의료분쟁 비용이 높아지면서 나온 법이다. 수술했는데, 병이 악화되면 주저 없이 미안하다, 최선을 다했는데, 그리됐다고 말한다. 환자나 가족들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풀어지는 거다. 어떤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화가 줄면서 의료분쟁비용이 준 거다. 누군가 억울하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나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없나. 사람 마음을 헤아려줄 때는 억울한 마음이 들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사과를 잘 해야 한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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