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독자가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출판사
지난 6월 15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되는 ‘2011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출판사로 문학동네가 꼽혔다. 대한출판협회가 지난 2월 24일부터 4월 8일까지 2,300명의 독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독자들은 문학동네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문학동네의 주소를 기억의 내비게이션에 넣어보자.
우선 무라카미 하루키, 파울로 코엘료 등 국내 독자들이 사랑하는 외국 소설가의 이름이 떠오른다. 2009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대한민국 출판계를 뒤흔들었고, 이 책은 ‘네티즌이 선정한 올해의 책’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어떤 독자는 한국의 대표작가라고 할 만한 김훈, 김영하, 조경란, 은희경 작가의 첫 소설이 문학동네의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을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들-히라노 게이치로, 코맥 매카시, 주노 디아스 혹은 김연수, 김중혁, 천명관, 백영옥 등 주목받는 작가들의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아마 한번쯤 사랑하는 작품을 문학동네 이름으로 만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 위 설문조사에서 문학동네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거다. 채널예스가 파주에 있는 문학동네의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었다. 6월의 출판사 탐방은 문학동네다.
좋은 작가를 먼저 알아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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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주 편집부장> | |
문학동네는 1993년에 창립되었다. 그간 문학동네에서 펴낸 다양한 책들을 돌아보면, 18년이라는 역사가 꽤나 짧게 느껴진다. 문학동네가 창간 후 무엇에 주력해왔는지 위의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짐작해볼 수 있다. 창립 이듬해인 1994년 겨울 계간지가 창간되었고, 같은해 문학동네소설상을 제정,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 이듬해 출간되었으며, 제1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조경란의
『식빵 굽는 시간』도 다음해 독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한국의 좋은 작가들과 이렇게 일찌감치 인연을 맺었고, 그들의 후속작을 함께 만들면서 신뢰를 쌓아온 셈.
“시간의 힘인 것 같다. 시간을 두고 한 권 두 권 함께 작업하다보니 애틋한 신뢰가 쌓였다. 작가가 원고를 주면,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 묻고 상의도 자주 한다. 작가마다 원고에 접근해야 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 각 작가에게 가장 어울리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국내1팀 조연주 편집부장은 말했다.
“또래 작가들이 많다. 김중혁, 김연수, 윤성희, 편혜영 등 지금은 젊은 작가의 대표주자인 작가들이 아직 신인이던 즈음, 문학동네에 입사했다. 나이는 그들보다 어리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던 것 같다. 김훈 선생님께 처음 단편 청탁을 드리러 갔는데, 그러시더라. ‘나도 신인이고 너도 신인이구나.’” 그 인연으로 조연주 편집부장은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의 여주인공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농담처럼 주인공 시켜달라고 한 얘기를 기억하셨다. 원고를 주시면서 ‘같이 컸다’는 말씀도 하시더라.(웃음)”문학동네는 지금도 국내외의 좋은 작가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눈을 밝히고 있다.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신인 발굴에 애쓰고 있고, 특히 올해 제2회를 맞은 ‘젊은작가상’을 통해서는, 이제 막 등단한 신인작가부터 등단 10년차인 젊은 작가들의 뛰어난 단편을 선정해 조명하고, 신인 평론가들의 재기발랄한 평론과 함께 수상작품집을 출간해서 독자에게 새로운 저자들을 알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2011년부터는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신설, 대학생들의 젊은 상상력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달 20일이 마감인 문학동네신인상에는 벌써 2,000여 편의 원고가 도착해 있다고. 향후 대한민국 대표 작가의 첫 글이 도착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파격적인 시집, 진짜 시를 전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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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편집차장> | |
최근 문학동네에서는 색다른 시선집이 출간되었다. 여느 시집과는 판형도 다르고 재질도 다르다. 훨씬 넓고 길어진 판형으로 시의 맥을 끊이지 않게 했고, 백지에 꿰맨 사철방식은 옛 서책처럼 만지는 만큼 손때가 묻는다. 온전히 시의 힘을 전달하기 위한 문학동네의 고민이다.
“이미 고정되어 버린 형태의 시집을 좀 더 참신하고 감각적으로 만들 순 없을까?” 기획을 맡은 김민정 편집차장은 ‘수류산방 중심’의 박상일 아트디렉터를 찾아갔다.
“시를 나보다 더 많이 읽어온 디자이너이며 모든 책을 다 읽고 재해석하여 디자인하는 분이라 신뢰가 있었다. 파격적인 이 시집을 받아 오던 날 하루 종일 끌어안고 잤다. 처음엔 두려웠으나 어느 순간 시집이 눈에 들어오더라.”‘괜찮긴 한데, 불편하다.’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아메바』를 쓴 최승호 시인이 책을 보고 이런 얘길 했다고.
“시는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는 것이며 불편한 것이어야 한다. 요즘 시들은 너무 빨리 읽혀버려서 내 머릿속에 오래 머무는 시가 거의 없었다. 결국 아주 불편하게 나를 견디게 하는 시가 남는다.” 이 얘기에 힘을 얻고, 보다 다양한 선택권을 주기 위해 특별판과 일반판이라는 두 가지 스타일의 시집을 동시에 출간했다.
“시집은 재판 찍기가 정말 어려운데, 특별판은 전부 재판을 찍었다. 우리 판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할 생각이다. 시인들에게 종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종이의 여유를 맘대로 부릴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싶다.”3년 연속 퓰리처상 수상작 출간 -해외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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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나 편집부장> | |
“코맥 매카시의 『로드』는 오퍼를 내고 기다리는 중에 2007년 퓰리처상 수상이 결정되었다.” 2008년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2009
『올리브 키터리지』에 이어 올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인 2011년 수상작 『깡패단의 방문』(가제) 역시 퓰리처상 수상 전에 계약한 타이틀이다. 물론 출간된 작품들은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책을 선정하는 건 1차적으로 편집자들이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소설을 발견하는 편집자의 눈과 회사의 과감한 결정과 지원이 유효했던 일이었다.”고 해외팀 오영나 편집부장은 말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파울로 코엘료처럼 국내에 소개해 대단히 큰 성공을 거두고 사랑 받은 해외 작가들도 있지만, 아직 소개되지 않은 보물 같은 해외 작품들을 발굴하는 데에도 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낯설지만 매력적이라면 기꺼이 소개하려고 한다.” 그렇게 최근에 출간된 책은
『헬프』. 아마존에서 118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대작이지만, 60년대 미국 남부, 백인 사회 속 흑인가족 이야기가 국내에도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인간 보편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책이라는 확신이 들어 출간했고, 현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해외문학은 국내유명 저자가 나서서 소개를 하거나 찾아보지 않는 한 낯선 저자의 책을 쉽게 꺼내 들기 어렵다. 독자들이 놓쳤지만, 꼭 소개해주고 싶은 책을 편집자에게 부탁했다.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 작가는 터키에서 오르한 파묵과 같은 반열에 올라 있는 작가다. 서사가 강하고 플롯이 치밀하다. 이런 세계의 이야기가 있었나 놀라울 정도다. 번역하신 이난아 선생님도 극찬했고,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에 꼽을 만큼 좋은 작가?. 영국 작가 데이비드 미첼도 꼭 소개하고 싶다. 여행을 통해 만난 풍경에 상상을 결합해 이야기를 썼는데, 굉장히 플롯이 치밀하다. 편집자의 본분을 망각하게 할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프랑스의 필립 베송도 추천하고 싶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면서 섬세하다.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을 울린다. 프랑스에서는 필립 베송의 신작이 나오면 서점가가 떠들썩하다.”지원하고 투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문학동네는 출판계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필요하지만 시장이 없어서 혹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손을 대지 못하는 대형 프로젝트에도 계속 도전할 것이다.” <세계문학전집> <한국고전문학 전집> <키워드한국문화총서>가 그것이다. 이뿐 아니라 올 여름부터는 문학동네 학술총서와 인문학 시리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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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 강성민 대표> | |
신정민 기획 마케팅팀 차장은 문학동네 회사의 분위기를
“긴장 속의 자유로움”이라고 표현했다.
“책 만드는 일은 늘 긴장을 요구한다. 완벽주의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급, 계급을 떠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노력한다.” 모든 직원이 대표이사에게 1년에 한번은 이메일로 회사생활 전반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내게 하고, 회사는 이를 폭넓게 수용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문화비 지원과 휴가제도, 회사 버스 운행 등의 복지제도가 개선되고 더해졌다.
이렇게 완벽을 추구하되 자유롭고 자율적인 정책은 문학동네 임프린트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8개의 임프린트와 계열사를 대표해 만난 글항아리 강성민 대표도 임프린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 독립경영 시스템을 꼽았다.
신정민 차장은
“출판에 대한 열의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성과를 내고 그에 따라 자신의 출판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문학동네 임프린트만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51% 확보가 가능한 제도다. 2년 동안의 성과에 따라 계열사로 발전한다. 지원하고 투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글항아리와 달은 성과를 인정받아 임프린트에서 계열사가 되었고 북노마드, 이봄, 톨, 포레, 싱긋 등의 임프린트가 이런 과정을 통해 제각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출판의 다양성에 일조하는 일이라고 본다. 이것 역시 출판문화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지속할 계획이다.”
작가들이 추천하는 ‘내가 사랑하는 문학동네의 책’
『검은 꽃』 / 김영하 『검은 꽃』은 역사적 사실을 숏컷의 스냅 사진처럼 처리하면서 그 위로 莉별적인 사람들의 생을 판화처럼 떠오르게 서술해나간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어쩐지 빈 먼지바람이 가슴속을 스치고 지나간 듯하다.
- 황석영(소설가)
『비밀과 거짓말』 / 은희경 무척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또한 굉장히 유려하고 섬세한 문체 안에는 마치 철삿줄 같은 낭창낭창하고 질긴 특유의 힘이 숨어 있다.
- 임철우(소설가)
『잘가라 서커스』 / 천운영 천운영의 소설은 “연변의 사과배”처럼 “목마른 갈증이 뚝 떨어지게” 한다. 우리는 그의 소설을 읽어가며 문장에도 과육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이번 소설에서 “어째 이제 옴까?”라고 물을 때 그는 천생 사람을 사랑하는 작가이다.
-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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