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소통이 몇 해 전부터 신문지면과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된다. 특히 모든 연설의 핵심 키워드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소통이 중요해졌기 때문이고, 그만큼 소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8일, 여의도 사학연금재단 강당에서
『이 남자가 말하는 법』출간을 기념해 ‘소통’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저자는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국내 1호로 받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은성 KBS 아나운서. 현재 그는 <주말 뉴스광장>을 진행하며 삼성 경제연구소 SERI CEO와 여러 대학에서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기업체 등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대한 강의와 CEO, 임원 등을 대상으로 개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책에서 15년간의 경험이 담긴 소통의 핵심 전략을 담았다.
“소통은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2억 년간 생존해 온 악어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자신이 서식하는 호수로 들어오는 물길을 청소하는 일이라고 하죠. 그 물길이 막히는 순간 호수의 물이 썩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부터 생존이 시작됩니다. 즉 소통 능력이 그들의 생존 비결이었던 셈이죠.”
우리는 소통을 외치면서도 여전히 소통 불능의 현실을 살고 있다. 소통은 체득하는 것이지 구호나 캠페인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통 능력은 소통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알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 비로소 체득된다. 그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다.
저자는 소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자기 자신과의 소통’과 ‘상대를 향한 소통’. 나와의 소통이 원활할 때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저자가 체계화한 소통의 기본 구조를 살펴보자.
“‘자존감’은 나와의 소통이며, ‘공감적 이해력’과 ‘스피치’는 상대를 향한 소통입니다. 이 세 가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나와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겠죠. 내가 힘들고 고민에 빠져 있는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들릴 리 없습니다. 내가 화가 나 있는데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죠.”
또한 공감적 이해력 없이 자존감만 가지고 스피치를 한다면, 한 사람의
“일방적 외침이 될 뿐”이라고 말한다.
“말은 상대와 소통을 하기 위한 물꼬이므로 일방적 메시지는 상대의 마음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통은
“상대의 마음속에 파이프를 연결하는 과정”과도 같으며,
“이 파이프의 연결 없이 스피치해봐야 딴 곳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파이프 작업이 잘 되어 있을 때 메시지가 필요한 곳으로 정확히 흘러들어”간다. 저자가 언급한 파이프가 바로 공감적 이해력이고, 이 공감적 이해력은 관찰과 경청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자존감과 공감적 이해력은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다면, 즉 스피치를 하지 않는다면 소통은 없습니다. 오해만 있을 뿐이죠. 결국 소통은 자존감과 공감적 이해력, 스피치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 시작됩니다. 그래서 스피치를 정의할 때, ‘내가 가진 콘텐츠를 잘 표현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작업’이라고 말하죠.”
저자가 밝히는 5단계 소통 비법!
저자는 소통을 돕는 능력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공감력’과 ‘지식력’ 그리고 ‘언어구사력’과 ‘표현력’. 마지막으로 소통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상황통제력’이다.
1단계: 공감력
공감력은 소통의 기본이다. 다른 요인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공감력이 없으면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없”다. 1단계가 공감력인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길러야 하는 힘이라는 것.
저자는 공감력을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에서 찾았다.
“여우는 먼 여행에서 돌아온 두루미를 저녁식사에 초대했습니다. 여우는 두루미가 먹을 수 없는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대접했습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한 두루미가 이번에는 여우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죠. 그러고는 여우가 먹을 수 없도록 주둥이가 긴 병에 음식을 담아 내왔습니다. 결국 여우도 식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공감력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상대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는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경청과 관찰, 분석 등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나를 조정해 가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대의 싹이 퍼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이 공감의 힘이고 소통의 마법”이다.
2단계: 지식력
지식력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그것을 지식으로 만드는 힘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정보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정보를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이 뛰어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식력은 결국 말하려는 바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력은 “생각하고, 쓰고, 보고, 말하고, 듣고, 느끼는 육감을 사용”하면 높일 수 있다. 또한, 잘 조직된 구성은 지식을 돋보이게 만든다. 저자는 오래도록 회자되는 연설문을 소개했다. 시대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미국이다. 게티스버그에서 전투 중 사망한 장병들을 위한 묘비 봉헌식이 열렸다. 단상에 올라간 링컨은 272단어를 사용해 2분 만에 연설을 끝낸다.
“모두가 알고 계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말이 이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나왔죠. 이 짧은 연설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꼽히는 까닭은 물론 감동적인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조 덕분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3단 구조와 반복 기법으로 짧은 시간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죠.”
말하기의 구조를 단단하게 하기 위해선 다음 네 가지에 유의해야한다.
“첫째, 지식의 키워드를 정해야 한다. 둘째, 앞부분과 뒷부분을 강조한 구성이어야 한다. 셋째, 지식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성이어야 한다. 넷째,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아이디어, 즉 창의력이 더해져야한다.
3단계: 언어구사력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해도 말로 전달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저자는
“생활 속 훈련을 통해 언어구사력, 소위 ‘구라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구사력은 스피치의 엔진, 즉 소통이라는 차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다. 엔진의 크기, 마력이 클수록 차의 성능이 좋아지듯 언어구사력이 좋을수록 자기 표현이 더 원활해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엔진을 움직이는 휘발유는 물론 콘텐츠이며, 지식력을 통해 생산된 콘텐츠라는 휘발유를 제때 공급할 때 좋은 스피치”를 할 수 있다.
저자는 언어구사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네 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첫째는 이야기를 많이 해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 셋째는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가지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넷째는 생활 속에서 늘 말하기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4단계: 표현력
표현력은
“말뿐만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 때로는 침묵으로 자신의 의사를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며,
“언어와 비언어가 통합되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단계”이다.
“표현력은 자신의 특징이나 매력, 생각을 극대화해 드러내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소통은 이런 표현력이 있을 때 보다 원활해지죠. 또한 표현은 제대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해야 합니다. 메시지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전하는 상황과 맥락, 관계가 더 중요합니다. 즉 표현력이란 상황에 맞게 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내는가가 핵심이 됩니다.”
이러한 표현력은 언어와 비언어적 요소를 조화시킬 때 극대화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언어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쓴다. 따라서
“언어와 비언어적인 요소가 생활 속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어로는 제한된 표현밖에 할 수 없지만 비언어를 사용하면 다양하고 수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가 이성의 영역이라면 비언어는 본능의 영역이어서 보다 본질적이고 진정성 있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는 정확히 말했다고 해도, 언어만으로는 느낌과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바로 여기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죠. 그러므로 언어의 한계를 비언어로 보완해야 합니다.”
5단계 상황통제력
상황통제력은 상황을 잘 파악하여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상황통제력이야말로 소통을 완성시키는 데 중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소통하는 상황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상대가 처한 상황, 말을 하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상황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상황통제력이란 상위인지(meta-cognition)의 개념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볼 때 처음 떠오른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데 몰두하는 것은 인지에 해당하고, 처음 생각한 공식이 맞는지 고민하고 그 문제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거나 전체 시험 기간 중 이 문제에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은 상위인지에 해당하죠.”
“당연하게도 발표 불안증(커뮤니케이션 불안)과 상위 인지는 반비례합니다. 떨린다는 것은 상황통제력이 없다는 증거가 ?죠.” 그렇다면 발표 불안증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해답은 바로 상황통제력에 있다.
발표 불안증이 있다면 지금 즉시 상황통제력을 키워라.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생활 속에서 상황통제력을 키우는 6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내용을 압축해 말하는 연습이다. 둘째는 모니터링이며, 셋째는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는 연습이다. 넷째는 연예 프로그램을 보며 스스로 MC가 되어보는 연습이고 다섯째는 남을 웃기는 연습이다. 마지막 여섯째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했는지 분석하는 연습이다.
“관계와 소통은 우리를 강하게 만듭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힘을 얻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사회, 조직, 가정의 소통 이전에 나의 소통의 힘, 소통력을 키워야 합니다. 사실 소통력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얻는 것이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죠. 쉽게 얻기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객관화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나의 진심과 관심이 상대에게 흘러들어 관계라는 강물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문제에 있어서, 온전한 소통이 결국 답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