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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핵심은 농사 못 짓게 하는 것” - 『흐르는 강물처럼』 이상엽

“강은 소비해야 할 상품이 아닌 흘러야 할 모두의 생명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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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살리기’라는 타이틀은,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치졸하고 졸렬하며 명박한, 아니 명백한 농담이다.

‘4대강 사업’은 우리의 욕망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우리가 그동안 자연에 대해, 마을과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왔었는지를 돌아보는. 수경 스님은 그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4대강 문제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내용을 점검해보고, 과연 내가 생태 생명의 관점으로 볼 때 양심적으로 잘 살아왔는지 내밀하게 관조해 보시고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리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4대강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p.59)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흐르는 강물처럼』(글 송기역/사진 이상엽|레디앙 펴냄)은 그런 수경 스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그것으로 끌날 수는 없었다. 지난달 15일, 스승의 날, 이십 여명 남짓한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의 한 구간인 양평을 찾았다. 아마도 자연을 스승으로 삼은 사람들이 스승의 아픔을 그만 눈뜨고 볼 수 없어 나선 것이 아녔을까. 이날의 테마는 그래서, 이상엽 작가와 함께 하는 두물머리 탐사였다.

이 책은 실감의 책이고, 그 실감이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울린다는 의미에서 공명의 책이다. 무엇이 공명되는가. 슬픔이다. 그래서 이 책은 부득불 슬픔의 책이라는 정의를 하나 더 보태야 한다. (p.6)

4대강 사업부지로 지정된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팔당 유기농지’를 발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시간. 그러니까, 『흐르는 강물처럼』의 시작점에는 나온 이런 말.

옛날 내가 어렸을 때 부친께서 말씀하시길,
“너는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언젠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쓰거라.
그래야 우리가 겪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단다.” 하셨다.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흐르는 강물처럼』이 그랬듯, 이날 두물머리 탐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에 쓰여졌을 이야기를 대신해 나도 쓴다. 두물머리라는 스승이자 자연이 겪어야 했던 고초와 아픔을, 현정권 아래 우리가 겪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어설프게 쓴다. 아마, 탐사 참석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썼을 테니, 내 이야기는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두물머리 가는 길


양수역에서의 첫 만남. 두물머리로 향하기 전, 점심을 ‘육콩이네 순두부’에서 먹었다. 얼큰하고 담백한 순두부와 유기농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 정말 맛있었다. 무릇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은 사람 몸과 마음을 좋게 만드는 법이다.


이상엽 작가다. 가족들과 함께 이 자리를 찾았다. 잠깐 그에 대한 소개를 인용하자면. “이상엽은 포토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다. 1991년 〈사회평론 길〉에서 글을 쓰면서 사진을 시작했다. 1996년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중국과 시베리아,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며 사진과 글로 꽤 여러 편의 기록을 남겼다. 웹진 <이미지프레스> 대표로 일하며, 『이미지프레스 01, 여행하는 나무』를 기획했다. 네이버와 내셔널지오그래픽(한국판)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금은 <프레시안>에서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길을 나섰다. 두물머리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느릿느릿 천천히, 주변의 것과 눈을 마주하면서. 맞다. 천천히 걸으면 잘 보인다. 햇살의 미소도 볼 수 있다. 바람이 좋았다. 봄바람.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나무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마음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물 내음이 났고, 그것은 자연의 내음이었다. 오도카니 배가 멈추어 물위에 떠 있다. 그 배를 보자니, 영화 <클래식>이 생각났다. 조승우가 손예진을 태워, 강을 건너던 장면.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된 그때. 아마도 청둥오리였으리라. 유유자적 물위를 흐르고 있었다. 물론 수면 아래서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겠지만.


두물머리의 중심에 도달했다. 안내판을 보고서야 두물머리에 대한 뜻을 처음 알았다. 남한강, 북한강, 즉 한강의 두 물줄기는 양수리에서 하나로 합쳐진단다. 이 둘이 머리를 맞대어 두물머리라 불렀다고 한다. 과거 서울로 오가던 사람들이 주막집에서 목을 축이고, 말에 죽을 먹이며 잠시 쉬어가던 곳으로 예전에는 말죽거리라고도 불리었다.


두물머리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고 귀엽다. 저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제대로 된 사회에서 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자 의무일 텐데, 4대강 사업은 그것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오로지 이권과 이윤만 생각하는 자들의 만행이 아이들의 웃음마저 앗아가게 할 것이다. 자연 없이 인공적인 건축물만 가득한 공간.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다시 걷는다. 팔당 유기농지를 향한 걸음이다. 코로, 온몸으로 흡입하는 공기가 좋다.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내겐 자연이다. 새소리, 웃음소리, 바람소리, 개소리, 모든 소리가 또한 자연이다. 나는 지금 자연 안에 있다. 허나, 이 행복을 방해하는 건 역시나 4대강 사업이자 토건정권과 업자들이다.

어디에나 붙어 있는 4대강사업에 대한 유기농지의 저항. 나는 저렇게 익은 빨간 유기농딸기와 더 이상 만나지 못할까봐 겁이 났다. 내게서 딸기를 뺏어가지 마라, 외치고 싶다. 나는 딸기가 좋다. 그것도 유기농딸기가!

사람도 살리고 땅도 살리고 강도 살리는 길이었다. 유기농업이다. 팔당의 유기농업은 1978년 정농회 회원 정상묵?정상일 형제 부부, 한솔공동체를 꾸린 김병수 씨가 길을 열었다. 이들은 ‘이웃이며 형제인 소비자에게 농약 친 농산물을 판다는 것은 간접 살인’이라는 생각에서 유기농업을 시작했다. (p.43)


불복종 텃밭. 토건국가에 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 농민 서규섭 씨는 “농민은 농사짓는 게 싸우는 거죠”라고 말했다. 특히 ‘삽질은 밭에서’라는 문구가 특히 인상적이다.


많은 생명?농민단체들과 협동조합이 하나가 돼 외치고 있었다. “팔당유기농업의 붕괴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계유기농대회에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 국가적 행사에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경고(!)는 바로, 국가가 국가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시, 국민들도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당연한 행동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 전혜린의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국가가 다른 잘못한다면 국민은 저항해야 한다.

서규섭 씨의 이야기다. “유기농업을 왜 하는가? 그것은 명확하거든요. 농업 자체가 자연을 그대로 놔두지 않고 수탈하고 착취하는 것인데, 이것을 반성하면서 자연 그대로를 두며 생산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유기농업이 나왔어요.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탐욕과 정치적 야망에서 나온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최소한 유기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흔들리진 않겠다고 생각했거든요.”(p.87)


십자가다. 귀농한 최요왕 씨가 만들어 세웠다던 나무 십자가. 부디, 팔당 유기농지는 이번의 시련 앞에서도 꿋꿋이 이겨내고 살림의 땅으로 이어져야 한다.

두물머리 유기농지 끝자락 두 물이 만나는 곳에 농민 최요왕 씨가 만들어 세운 나무 십자가가 서 있다. 십자가는 고난을 극복한 팔당 지역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하다. 국가는 두물머리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지만, 농민들은 생명의 먹을거리를 만드는 살림의 땅으로 만들었다. (pp.44~45)

이어 향한 곳은 두물머리 다방. 다방 간판 한 번 기가 막히다. 원래는 미나리 밭이었단다. 이런 부대시설은 최근 생겨났는데, 그건 팔당 유기농지를 공원화 시키려는 정부와 토건회사의 협잡에 저항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리라.

이상엽 작가 왈. “여기에 2000년대 초반에 귀농해 있는 대학 동기동창이 2명 있는데, 끝까지 버티고 있다. 주변을 수변공원으로 만들겠다며 유기농지를 철거하려고 한다. 이 지역은 국유지인데, 양 수변에 유기물이 풍부해서 농사가 잘 되는 곳이다. 그런 곳을 4대강사업에 포함시켜서 없애려고 한다. 팔당 유기농지는 1970년대 이 땅에 처음 유기농의 씨앗을 뿌린 곳이다.”

그동안 유기농업을 권장하고 지원한 정부는 농민들을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 그리고 이 지역 일대를 수용해 제방을 쌓고,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위락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p.44)


팔당대책위 방춘배 국장의 팔당 유기농업에 대한 설명이다.
“유기농이 발원한 곳 중의 하나로, 대략 200여 농가가 팔당호 주변에서 유기농업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것을 재배한 농민이 누군지 알고, 농민들도 누가 먹는지 안다.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고 있는데, 지금 이곳을 몰아내려는 정부의 처사는 농민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다.”

방 국장에 의하면, 70년대 유기농업을 한 사람은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유기농업을 개척했다. 그렇게 어렵게 해서 국가적으로도 법적으로 근거를 만들어 30~40년 동안 민관이 함께 유기농을 확산하고 있던 상황까지 왔으나, 지금 정부는 4대강사업을 빌미로 이 공든 탑을 무너트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정보과 형사들이 정씨 형제 집으로 출근을 할 정도로 유기농에 대한 이해가 없었어요. 정부 정책에 반하니까 빨갱이라는 거죠. 그때는 증산 정책이 우선이라 화학 비료나 농약을 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와서 밭에 있는 작물을 밟아서 막 파헤쳤으니까요. 그런 수모와 손가락질을 당하며 유기농업을 개척했어요. (p.43)

“관에서 유기농민들을 공격하면서 농민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누구도 유기농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때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왔는데, 정부에서 국가하천을 점유해서 떼쓰는 사람들로 몰아가서 상처를 받았다.”

이곳 팔당 유기농민들은 2009년 6월 싸움이 시작됐는데, 초기부터 대안을 제시했다. 무조건 반대할 의사도 아니었다. 정부 안이 공익적이고 긍정적이었다면 충분히 협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 안은 그렇지 않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 제방을 쌓는다는 건, 이곳의 역사적?사회적 가치를 무너트리는 것 아니겠는가. 4대강사업의 핵심은 농사를 못 짓게 하겠다는 것이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도 농업에는 관심도 없고, 보도 역시 하지 않는다.”


유기농 딸기, 상추, 오이 등을 재배하는 임윤환 농부는, 이상엽 작가의 대학동기로 유기농의 장점으로 이런 점을 들었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알 수 있다! 즉, 먹을거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어서 좋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유기농이 암을 유발한다는, 제 얼굴에 침을 뱉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농민들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 여기 농민들은 2012년 말까지 하천 점용권이 있는고, 지난 1심에서 우리가 승소했는데도 경기도는 공사 강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합리적이고 공익적이라면 우리도 물러나야 하나, (경기도에) 항의하면 정권 차원의 사업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한결 같은 공무원들의 답변만 받는다.”


이상엽 작가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사진 잘 찍는 법을 비롯해 『흐르는 강물처럼』에 실린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이었다. 우선, 다큐 사진가인 그가 사회문제를 기록하는 행위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당대만이 아닌 미래의 반면교사로 삼기 위함이다.

“4대강사업 사진을 찍으면서 고민한 것이 있다. 사람들이 가진 불만 중의 하나는 사진이 아름답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파괴의 현장까지도 그랬다. 하나는 사진을 바라볼 때 파괴의 현장이 눈길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실패한 것이라고 봤다. 그만큼 독자를 잡아끄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진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원래 사람을 찍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4대강 사진을 찍으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인간은 표정, 리액션이 강렬해서 이미지화하기 쉬우나, 가만히 있는 자연을 찍는 것은 사람을 찍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자연을 충실하게 솔직하게 담아내느냐는 찍는 사람의 마음과 연관되더라. 4대강을 돌아다니면서 파괴의 현장을 찍을 것이냐, 사는 사람을 찍을 것이냐 등 숱한 경우의 수가 있다. 작년에 진보신당에서 일반인과 함께 하는 4대강 사업 답사를 갔는데, 8번을 함께 갔다.”


이상엽 작가가 분노를 보인 부분은 이런 것이다. 땅에 대한 사람에 대한 예의. “강의 둔치는 국유지 맞다. 그러나 그곳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사람과 땅에 대한 예의가 없다. 이곳의 땅은 그냥 불모의 땅이 아니다. 농사짓는 땅은 인간이 농사를 짓기 위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땅이다.”

더불어 하천 속도가 느려지거나 흐르는 방향이 바뀌어 퇴적물이 쌓여 생기는 하중도(河中島)와 4대강 공사 사진 등을 보여준다. 밤섬도 하중도이고, 여의도 역시 하중도다. 그러나 한강에 하중도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을 쭉 펴서 직선화시킨 때문이다.

아름다운 밤섬을 폭파한 이유는 여의도 개발에 필요한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해서였다. 600여 명의 주민이 살아온 밤섬이 사라진 이후 4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냥 내버려둔’ 폐허 위에 토사가 서서히 쌓이면서 모래톱이 생겼다. 습지가 만들어지고 생태계가 회복된 밤섬은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 한강에 모래무지가 다시 등장한 것은 그네들의 서식처인 모래가 밤섬 등지에 쌓였기 때문이다.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밤섬을 잊고 있는 동안, 밤섬은 스스로를 치유하며 아름다운 섬으로 되살아났다. 자연 스스로의 치유를 두고 위정자들은, 자신들이 한강을 살려 냈다며 열띤 홍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한강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인공 섬 ‘플로팅 아일랜드’를 건설하고 있다. (p.32)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물고기의 모습이 애처롭고 안쓰럽다. 뭣보다 미안하다. 대구지역에서 죽은 물고기의 모습이란다. 섬유공장 때문에 수질이 안 좋아졌다가 섬유산업의 쇠퇴로 물이 약간 좋아졌으나, 달성보가 만들어지면서 물이 다시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강은 장기적으로 노력하면 살릴 수 있으나 지금의 4대강 시스템으로는 그것을 더욱 망가지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상엽 작가의 사진 찍기에 대한 팁.

1. 사진은 빛이 가장 중요하다. 해 뜨고, 지기 전 2시간이 사진찍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찍으면 사람 피부나 사물의 톤이 부드럽고 온화해진다.
2.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보는 것이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이다.
3. 사진의 힘은 찍는 사람의 감정(가슴)에서 나온다. 처음엔 이성적으로 접근해도 가슴으로 공감해야 좋은 사진이다.
4. 디지털카메라라고 많은 것을 찍지는 마라. 관찰하고 생각하다가 찍어라.
5. 자신이 선택한 장면이나 대상에 충분한 시간을 쏟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났다. 두물머리 다방을 나갔더니, 백안의 청년까지 포함된 사람들이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 나는 가만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강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다시 일깨워준 이상엽 작가의 말을 생각했다. “강은 소비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흘러야 할 모두의 생명이 아닌가요?”


강은 흘러야 한다. 그 당연한 것을 위해 제 발로 가서 제 눈으로 보고, 제 귀로 그곳의 생명과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주의자들이 우리에게 많은 소식을 알려주고 있다.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 소장은 이 책을 놓고, “우리 산하가 지금 격심하게 고통 받고 있으므로, 고통의 현장이 잘 담겨 있는 이 책을 서둘러 구입해 살피고 널리 퍼뜨리는 것은 이제부터 우리 의무”(p.11)라고 말했다.

이날 두물머리다방에는 지난 2월, 팔당 유기농민들이 하천점용허가 취소의 취소를 청구한 소송에서의 승소를 축하하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었다. 헌데, 이 행사가 끝난 며칠 뒤, 사건이 발생했다. 법치(法治)를 강조하던 정부, 정확하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판결을 무시하고 농지 강제수용에 나섰다. 양평군의 항소로 이 건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나 LH가 거부 농가 보상금 5억 원을 공탁했다.

우리 사회는 부동산 토목업자들의 노예가 된 사회입니다. 그런 시위가 가능한 것은 지역동동체가 붕괴됐기 때문이에요. 부동산 땅값에 의한 불로소득에 혈안이 돼 있는 우리 사회의 천박함이 농촌을 붕괴시킨 거예요. (p.97)

이런 시대, 우리는 유기농 삶을 살 수 있을까. 농약보다 더 독한 성분으로, 이름 모를 것들은 깡그리 쓸어버리려는 정부와 하수인들의 등살에. 과연 우리는? 책은 이렇게도 말한다.

700미터 지하에서 69일을 버티다 생환한 칠레 33인의 광부들처럼,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느낄 때까지 남는 것이 희망입니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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