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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동안 살아있는 사람, 셰익스피어 -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안병대

400년 동안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무대가 세워져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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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따라붙는 단어는 ‘4대 비극’이다. 그런데 왜 비극일까? 저자는 자기 자신 또한 그가 만들어 낸 비극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400년 동안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무대가 세워져 있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그가 있다. 극장과 서점에서도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직접 드러내지 않았더라도, 그의 그림자와 체취가 아른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는 수없이 변주되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지난 3월 18일,『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를 만났다. 30년간 셰익스피어를 연구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앞서 르네상스 시대를 읽었다. “사회 변화란, 그 구성원들의 요구의 집합입니다. 이 강연도 과반수 이상이 원치 않는다면 지속할 수 없겠죠(청중 웃음). 하물며 한 나라의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르네상스 시대가 왜 왔습니까. 시대의 요구였죠. 휴머니즘이 탄생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문 연구의 핵심이자, 모든 예술작품의 모든 예술 작품의 본질입니다.” 영국에 르네상스가 도래하면서 연극의 시대가 열린다. 그리고 1564년 4월 23일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태어난다.

나는 사극을 볼 때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라는 구절을 다시 떠올린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계속해서 상기되어야 한다. 부끄러운 과거가 되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울을 부술 수는 없다. 무엇으로 자신을 비추어 보겠는가? 방향을 잃을 것이다. (p.52)



셰익스피어는 ‘인류의 극을 완성시켰다’는 찬사를 받는다. 그가 써낸 극 작품은 37편으로 사극 10편, 희극 13편, 비극 10편, 로맨스극 4편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장시 4편과 소네트 154편이 있다.

“100여 년 전 우리에게 다가온 셰익스피어는 그 이름의 부정확함만큼이나 정체성 역시 분명치 않았습니다. 초기 소개자들은 위대한 사상가, 철학자, 대문호 등으로 지칭하며 그를 성인 비슷한 존재로 떠받들었던 것이죠. 당시 셰익스피어 작품의 구절들은 우리 삶에 지혜를 주는 격언이나 경구, 나아가 식민 치하에 있던 우리 민족에게 독립의 지혜를 주는 명언으로 인용되었습니다. 그 시대의 한 지식인은 삶과 고뇌를 대변하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하는 햄릿의 독백 구절을 독립투쟁을 위해 ‘살가 죽을가 하난 것이 문제로다’라는 구호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셰익스피어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따라붙는 단어는 ‘4대 비극’이다. 그런데 왜 비극일까? 저자는 자기 자신 또한 그가 만들어 낸 비극에 사로잡혔다고 고백한다. “셰익스피어 이전에도 비극은 있었죠. 일찍이 그리스 작가들은 불가사의한 운명에 지배당한 인간이 겪는 시련과 고난을 비극에 담았습니다. 그들은 인간 스스로가 불행을 일으키는 약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운명이 인간의 행, 불행을 결정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찌할 수 없는 힘 탓에 인간이 파국을 겪는다는 이른바 ‘운명 비극’이 탄생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운명이라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일 뿐이죠. 한마디로 ‘운명이 운명’이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다릅니다. 인간의 파멸과 몰락이 무자비한 운명의 여신 탓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을 파국으로 이끄는 주요 원인은 인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성격 비극’이라고 칭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일으킨 파도와 폭풍에 휩쓸려 희생당합니다.” 한마디로 ‘성격이 운명’이다.


『햄릿』은 복수 수행과제를 부여안고 번민과 고뇌와 회의의 가득 찬 인물을 그려내고, 『오셀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의심과 질투의 화염 속에서 몸부림칩니다. 『리어 왕』은 오만과 허영과 판단 착오로 인한 배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죠. 『맥베스』는 양심의 송곳에 찔리며 처참하게 내적 고통을 겪습니다.”

이렇듯 셰익스피어 비극을 관통하는 화두는 인간은 무엇인가, 이다. 인간의 나약성과 이중성, 탐욕성을 이야기한다. “햄릿에서는 진실을, 오셀로에서는 사랑을, 리어왕을 통해서는 삶을, 맥베스에서는 양심이 화두”가 된다. 모두 인간의 것이다.

『햄릿』은 1601년 런던의 글로브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4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그를 만나고 있습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세상 천지에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이 연구되고 더 많은 무대에 올랐죠. 작품 『햄릿』과 인물 햄릿은 그림과 소설과 오페라와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습니다.”


저자가 첫 번째로 보여준 작품은 만화영화 <라이언 킹>이다. “사자 왕 무파사를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동생 스카의 이야기는 바로 어린이 버전의 『햄릿』입니다. 물론 원작에 약간의 변형을 더했죠. 조카인 심바가 성장해 아버지의 원수인 숙부를 물리치고 왕국을 되찾는 해피엔딩입니다. 그럼에도 『햄릿』이 영화의 주 모티브인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중국영화 <야연>도 햄릿을 모티브로 삼는다. 왜 ‘햄릿’일까? 저자는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수많은 등장인물 중 가장 의심이 많은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로서 ‘햄릿’의 매력”을 설명했다.

버나드: 거 누구냐?
프란시스코: 넌 누구냐? 서라, 이름을 대라.
(『햄릿』, 1막 1장 1-2행)


“‘이 세상 사람들을 둘로 나누면 무사와 광대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가끔 그 한 구절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 사람들을 들여다봅니다. 무사는 힘을 추구하죠. 인간과 세계를 지배하려 듭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승리를 갈망합니다. 권력과 돈과 지위를 좇으며, 지시하고 명령하고 행동하고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무사는 군사를 이끌고 전장으로 용감하게 달려갑니다. 승리의 깃발을 드높이며 전리품을 싣고 돌아오죠.”

“그러나 광대는 꽃잎을 뿌리고 박수를 치며 그 개선장군을 환영합니다. 그는 힘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앞에 나서기는 원치 않지만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권력과 돈과 지위를 차지하는 것 말고도 세상에는 할 일이 많다고 믿죠. 이렇게 사고하는 존재가 광대입니다. 무사는 전술에 능하나 광대는 전략에 능합니다. 무사 뒤에는 광대가 있습니다. ‘무사는 세상을 움직이나 광대는 무사를 움직입니다. 무사는 시대를 바꾸지만 광대는 역사를 바꿉니다.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은 무사이십니까, 광대이십니까?”

오셀로: 한 번 더, 또 한 번 더 키스를! 죽더라도 이대로 있어다오, 죽이고 사랑하리라. 한 번 더, 이제 마지막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것이 이처럼 치명적인 존재라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구나. 그러나 이 눈물은 무정한 눈물, 이 슬픔은 하늘의 슬픔. 하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벌을 주니까.
(『오셀로』, 5막 2장 17-22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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