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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식사 때 먹고 싶은 음식은? -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

이병우 요리사의 특별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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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마지막 만찬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싶은가?

호스피스에 요리사라니……?

만약 당신이 마지막 만찬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음식을 식탁에 올려놓고 싶은가?

당신은 어떤 음식을 떠올리게 될까? 평소에 즐겨 먹던 음식? 추억이 깃든 음식? 혹은 특별한 날 먹었던 음식? 음식은 기억된다. 하나의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날 함께 한 사람, 그날의 분위기, 풍경, 음식에 얽힌 사연 등이 결합되어 음식의 맛으로, 식사의 기분으로 두고두고 기억된다.

애플 케이크의 맛이 옛날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을 수는 없다. 할머니 댁에 딸린 커다란 정원에서 뛰어논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이모 집에서 먹었던 미트볼은 왜 그렇게도 맛있었을까? 이모의 음식 솜씨가 좋았던 것도 있지만, 마음씨 좋은 이모와 함께 먹어서가 아닐까? (p.51)

식사는 그저 무엇을 먹었느냐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먹었느냐의 문제다. 매 끼니가 기억되지 않겠지만, 누구나 식사의 추억을, 그리움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쓸쓸한 것이든. “그에게도 그런 음식이 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 곧바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그 음식에 대한 기대가 몇 배나 높아진다.” (p.52)


『내 생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독일의 호스피스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에 관한 이야기다. 호스피스에서 근무하는 이 쉐프는 환자들에게,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애플 케이크의 맛’을 재현하려고 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 살아있는 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맛을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찾아주려고 한다.

그에게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제대로 끼니도 먹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도대체 그 쉐프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는 “생명을 늘려줄 수는 없지만, 남은 생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는 있다.”(p.8)고 말한다.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는 요리사와 그가 만난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는다는 게 삶의 증거라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열심히 땀 흘리고 난 후에 배고픔을 느끼고,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럽게 침이 고이고, 눈앞에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맛을 보는 것. 이렇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식욕을 채울 만큼 양껏 먹을 수 있는 것. 이 모든 게 당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p.8)

이 요리사는 매일 아침 병실을 돌아다니며 환자에게 메뉴를 받는다. 지금의 한 끼 식사가 마지막 식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먹을 음식을 결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고민이 된다.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을 탐색하고, 함께 한 사람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쉐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느냐”(p.19)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딱 한 입을 맛보더라도, 자신의 추억과 기억을 맛본 사람들은 특별한 감회에 젖는다. 금세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제정신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휴가를 온 기분이에요.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마치 특급 호텔에 투숙한 것처럼 이곳에서 모든 즐거움을 누리고 있어요.”(p.37) 그곳에 묵던 한 환자의 말이다. 이게 바로 최고의 요리사 루프레히트 슈미트가 호스피스에서 근무하는 이유다.

내 생의 마지막 식사,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요?


작년 12월,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특별한 저녁 만찬이 열렸다. 롯데호털 이병우 총주방장이 특별한 사연을 가진 150명에게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만찬’을 선사하기로 한 것.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은 G20 정상회담 환영 만찬을 주도했고, 2010년 대한민국 조리명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만약 내 인생의 마지막 식사가 차려진다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지,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은지” 롯데호텔과 웅진지식하우스가 함께 사연을 모집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요리사의 특별한 만찬에 참석하고자 2,000여 명의 사연이 응모됐고, 이병우 요리사는 특별한 이야기를 골라, 그 속에 담긴 음식으로 오늘의 만찬 코스를 짰다.

“요리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 역시 이후에 루프레히트 슈미트처럼 봉사하고 싶다. 사람들이 응모한 사연을 봤는데, 정말 여러 가지 사연이 많았다. 정말 나에게도 뜻 깊은 일이다.

2010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는데, 같이 하고 싶었던 사람과 먹고 싶은 음식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이제껏 무엇이 제일 맛있었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되는데, 오늘 먹는 음식이 드시는 모든 분들에게 생애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기를 소망한다.”


사연이 담긴 요리로 짠 코스 메뉴


단상 앞으로 등장한 이병우 주방장은, “여러분 생애의 최고의 만찬을 위하여!”라는 건배사를 제안하고, 오늘의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사연 있는 메뉴는 이러하다. 사과 식초와 참기름 향의 낙지 숙회, 홍합 매생이 죽, 바다가재 볶음, 최상급 어린 양갈비 스테이크, 야채 비빔밤, 크리스마스 특선 디저트!

이렇게 꾸려진 각 코스마다 누군가의 사연이 담겨있다.

크리스마스에 태어난 동생이 멀리 떠난 한 독자의 사연. 엄마에게 드리려고 사둔 육회를 동생이 먹는 바람에, 투병생활을 하던 엄마가 그 육회를 입에 대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쉬운 마음에 동생에게 화를 많이 냈는데……. 그 동생도 44년간 짧은 시간, 먹고 싶은 음식을 충분히 다 먹지도 못하고 이곳을 떠났다. 에피타이저로 준비된 숙회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있다.

딸과 함께 참석한 주인공이 무대 위에 올라와 ‘그만큼 소중한 자리’라며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을 전해 모두가 뜨겁게 박수로 위로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이날에는 육회와 질감이 비슷한 낙지 숙회가 마련됐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식초의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낙지의 쫄깃한 질감이 한껏 풍성하게 느껴졌다.

이어 다른 독자들의 사연이 이어졌다. 엄마가 반대하는 연애를 하느라, 엄마 속을 썩이고 있어서,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신청한다는 사연. 사람들은 나를 장애인으로만 보지만, 나를 정말로 예뻐하는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를 신청한다는 사연,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받아, 결혼했다는 독자의 사연 등등이 오늘의 메뉴를 만들어냈다.

사연이 채택된 독자는 단상에 올라와 그날의 사연을 재치 있게 재연하기도 하고,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과시하기도 하며, 그들에게 소중했던 시간을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나눴다. 초대받은 독자들에게도, 이병우 요리사에게도 특별했던 저녁식사였다.

배, 콩, 베이컨 요리 세 번째 ‘버전’이 나왔을 때, 요리사는 비로소 부인의 추억에 정확히 ‘접촉’할 수 있었다. 그 부인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당신은 오늘 내게 크나큰 선물을 해줬어요.”라고. 그런 날 루프레히트는 아주 뿌듯한 기분으로 퇴근한다. “나는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존재해요. 누군가의 소망을 이루어주었다면 일을 잘한 거죠.” (p.49)



<사진으로 보는 그날의 만찬>

롯데호텔 크리스털 볼룸, 사연이 채택된 독자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참석했다.

식사 전, 영상으로 이병우 총주방장의 짧은 다큐멘터리가 소개됐다. 만찬을 준비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에서 그는 “언젠가 루프레히트처럼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석한 모든 이들을 위한 특별한 만찬이 준비되는 중.

이병우 총요리사가 무대 위로 등장해 즐겁고 설레는 소회를 밝혔다.

음식이 서빙되기 시작했다. 사과 식초와 참기름이 가미된 새콤 달콤 낙지 숙회

홍합 매생이 죽, 입안에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퍼지는 맛이 금세 몸을 따뜻하게 덥힌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바다가재 볶음

입안에서 살살 녹는 최상급 어린 양갈비 스테이크

상큼한 나물향이 감도는 야채 비빔밥

초콜릿과 딸기의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 크리스마스 특선 디저트

로비에는 책에 삽입된 삽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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