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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엔 왜 여자 관객이 항상 많을까?

“2010년, 당신의 잊지 못할 순간은 언제였나요?” 채널예스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특별한 만남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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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칠월부터 십이월 이십이일 현재까지 제가 찾아간 현장은 스물다섯군데였어요. 행사에는 늘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비율로 나타내자면 칠 대 삼 정도가 되겠네요

☞채널예스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특별한 만남 ① 바로가기

■ 유재영 기자의 초대장

『사랑보다 나를 더 사랑하라』 피오나

2010년 11월 4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그 많던 남성 독자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올해 7월부터 12월 22일 현재까지 제가 찾아간 현장은 스물다섯군데였어요. 행사에는 늘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비율로 나타내자면 7대3 정도가 되겠네요. 이러한 차이가 강연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죠. 하지만 뚜렷하게 성비 불균형이 나타나는 자리라면, 현장을 담아야하는 필자로서 이따금 의식이 될 때가 있어요. 지난, 11월 4일 『사랑보다 나를 더 사랑하라』 피오나의 강연과 10월 22일 김영숙 작가가 진행했던 『그림수다』 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행사의 주제가 여성을 내세우고 있긴 했죠. (이런 행사일수록 남성의 참여가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성性에 대하여 파악하고 연구하며 이해해야하는 노력은 늘 필요하니까요.) 남성독자가 필자 외에 한 명뿐이었던 행사였습니다. 작가 강연회에 장점은 작가가 책에 담을 수 없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기도 하죠. 여성들만 있다면 가능할 파격적인 이야기를 괜스레 작가가 삼키는 것은 아닌지, 필자 스스로가 뾰족하게 튀어나온 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답니다.

남성들은 왜 이러한 행사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걸까요. 연말이면, 수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손에 이끌려서야 공연장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당신이 남성이고, 영혼의 짝궁을 찾길 원한다면 평소에 관심이 있던 분야나 작가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거예요. 모두와 같이 한 곳을 바라보면, 당신의 옆 자리에서 조용히 사랑의 싹이 틀지도 모르죠. 모든 행사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흐르거든요.

■ 롤러 기자의 그 만남

『느림과 비움의 미학』 장석주

2010년 6월 16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고전은 어렵다는 이유로 잘 읽지 않습니다. 더구나 장자라면 왠지 지루한 느낌부터 받는지라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죠. 한데 장석주 선생님의 『느림과 비움의 미학』이란 책을 읽고 선생님을 만나 장자에 대한 강연을 들은 후부터는 잘 모르고 재미없을 거라 생각했던 장자가 너무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아쉬운 것은 좀 더 넓은 곳에서 많은 분들과 같이 제대로 된 강연을 들었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을 강연이 끝나고 하게 되었지요. 그날도 나쁜 것만은 아니었으나 카페인지라 좀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고, 너무 편안한 자리에서 이야길 나누다보니 좀 산만했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알아야 할 좋은 깨달음이 장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기쁨이었던 강연이었어요.



『소현』 김인숙

2010년 4월 21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김인숙 작가를 만나는 날, 그동안 많은 작가를 만나왔지만 김인숙 작가를 만나는 일은 처음이었어요. 새로 나온 소설 『소현』은 그동안 역사이야기 중에서 제일 궁금하고 의문을 가졌던 세자여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소설도 그렇고 그날 작가님을 만나 소현 세자에 얽힌 이야기와 소설을 쓰게 된 동기를 들을 수 있어 매우 뜻 깊었던 날이었어요.

김인숙 작가님이 들려주는 인조와 소현세자 그리고 청국과 조선의 정치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그날 밤새도록 해도 모자랄 것 같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폭 빠져 조선 역사, 특히 인조와 소현세자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는 거죠. 우리 역사는 대충이라도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깊이 파면 팔수록 놀라운 일들이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김효정

2010년 3월 31일 강연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을 말하라면 단연코 ‘사막’이다. 라고 후기의 시작을 쓴 기억이 나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제가 머리로만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자신의 꿈을 이룬 김효정 풴을 만나는 일은 그래서 가슴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매번 꿈만 꾸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제게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니 원한다면 당장 행동으로 옮기라는 김효정 님의 말은 두고두고 제 맘을 건드리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사막 그??슬램은 언감생심, 내가 원하는 곳으로 여행이라도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행동파라면 부러워하지도 않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는 처지라 김효정 님의 사막 마라톤은 정말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지요. 이날 김효정 님의 강연을 듣고 돌아오면서 저는 한숨을 많이 쉬었습니다. 김효정 님이 말했죠. 열정에 질투를 느끼고 그 열정을 갖기 위해 레이싱을 시작한 것처럼 여러분도 가슴 속을 끓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하길 바란다고 그래요. 한숨을 내쉬긴 하지만 저 문장을 맘속에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저도 사막레이싱은 못하더라도 사막에서 밤을 새워보는 꿈은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어요.

■ 김수영 기자의 그 만남

어떤 책이든 오랜 시간 이야기를 집약하여 한 권의 책을 낸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분야와 상관없이 비슷한 종류의 존경심이 생겼고, 자기 이야기를 할 줄 아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걸 매번 느꼈어요. 그 중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고, 머리를 반짝 깨워줄만한 이야기도 있었고,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이야기, 혹은 장면도 있었어요. 아래는 2010년에 저장된 몇 가지 기억들입니다.

2010 가장 낭만적인 순간 -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2010년 4월 10일 만남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한강 작가의 독자 만남 행사는, 연극 <오늘의 책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가 끝난 바로 그 무대 위에서 진행됐죠. 낭독이란 무엇인가, 경험한 현장이었어요. 현장에서도 한강 작가에게 ‘배우 같다’ ‘성우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특유의 서정적이고 맑은 목소리가 그녀의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를 읽을 때는 마치 활자 하나하나가 입체적으로 꿈틀거리는 듯한 감동이 전해졌거든요. 목소리와 자신의 문체가 잘 어울린 탓도 있을 테지만. 아, 낭독이라는 게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일이로구나, 감상에 푹 젖었던 시간.



2010 가장 따끔한 순간 -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2010년 3월 25일 만남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 직후 코엑스에서 독자 만남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9시 뉴스에서 얼굴을 비추던 김용철 변호사를 만난다는 흥분, 말없이 모여 앉는 사람? 사이에 돌던 묘한 긴장감이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 본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글만큼이나 장대한 정신적 기골을 갖춘 사람이었고, 그의 말투나 인상에서 풍기는 야생적인 느낌이 이제? 만났던 그 어떤 사람과도 다른 인상을 남겼어요.

그날은 어떤 폭로나 울분을 토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진짜 앎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자리였어요. 막연히 ‘이건 문제다’ ‘나쁘다’고 짐작에만 그치는 앎은 무용하고 힘이 없다는 것. 구체적으로 파헤치고, 고민하고, 나를 그리고 남을 설득할 정도의 지식이 되어야 아는 것이 힘이 된다는 것을 체감한 시간이었어요. (그러니까 삼성이 문제다, 나쁘다, 짐작만 하지 말고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어보면, 세계가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삼성 뿐 아니라 그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보란 듯이 벌어지고 보란 듯이 감춰지고 있는 문제들 역시,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적어도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절실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황홀한 순간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한창훈

2010년 10월 16일 만남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아무래도 서울을 떠나 가장 멀리 있었던 그 순간, 한창훈 작가님과 함께 한 거문도 여행이 아니었을까? 그냥 여행이 아니었어요. 직접 낚시를 해서 회를 떠먹는,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에 딱 어울리는 맛 기행이었죠. 갑판 위에 동동 떠서, 멀리 햇볕이 산 너머 소멸하는 풍경을 보던 순간, 깜깜한 바다 위에서 작은 전등불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호호 순간, 아침에 작가님의 집에서 라면으로 요기하고, 작별의 음악을 듣던 그 순간순간들……. 마치 그 책의 한 챕터에 실려 있던 이야기처럼 떠올라요. 여기 없는 것들을 경험한 시간,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기억입니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2010년 11월 27일 만남
▶그때 그 만남 다시 보기



적은 수의 독자와 함께 작가와 떠나는 나들이는 유난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요. 최근에 있었던 김남희 저자와 부암동 산책도 인상적이어요. 비가 오고 바람 부는 일쯤 우리의 만남에 문제가 되지 않았죠.

작가님이 열 명 남짓한 독자들을 인솔하며 여기 저기 소개를 시켜주고, 카페에서 둘러 앉아 수다를 떨 듯 暫야기를 나눌 땐, 급속한 친밀감과 더불어 아주 찐한 얘기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아, 그때의 온기. 어느 때보다 따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년에도 소중한 만남들을 기대하고 기다리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두근두근 뛰는 느낌! 그 경험이 책에서 볼 수 없는 작가와의 만남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책,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거기에 바로 두근거림이 있어요. 2011년에도 있을 예정이고요. 함께 두근거림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작가와의 만남, 이 곳에 한 줄 진심을 남겨주세요. (작가와의 만남 바로가기) 고마운 모든 분들께 미리 새해 인사를. 아듀 2010, 웰컴 2011, Happy new year!

☞채널예스 기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특별한 만남 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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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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