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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위험하다고? 천만에! - 『외로움이 외로움에게』김남희

늘 어딘가를 여행 중이거나, 여행을 준비 중인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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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이 좋다고, 오래 전부터 들어왔지만, 가볼 기회가 없었다. <1박 2일> 예능 프로에 나오기 한참 전부터, 부암동을 들락거리던 친구들이 이러저러한 소식으로 부암동 통신을 자처했지만...

김남희 저자와 함께 부암동을 오르다

나는 부암동이 처음이었다.

부암동이 좋다고, 오래 전부터 들어왔지만, 가볼 기회가 없었다. <1박 2일> 예능 프로에 나오기 한참 전부터, 부암동을 들락거리던 친구들이 이러저러한 소식으로 부암동 통신을 자처했지만, 막상 오늘에서야 부암동 골목길에 첫 발을 디딘 것이다. 김남희 저자와 함께.

새벽부터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쳤다. 그달 들어 가장 쌀쌀했던 주말. 다행스럽게도 집에서 부암동까지 나서는 동안 하늘은 개었고, 바람만 거칠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마치 드라마 속의 한 장면처럼, 아니 공포영화처럼 낙엽은 바람에 실려 휘몰아치고, 몇몇 사람들은 날아간 모자를 붙드느라 뛰어다녔다.


부암동은 3호선 경복궁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야 한다. 좁은 골목 탓에 차를 가져가도 불편할 듯 하고, 주차공간도 없다. 게다가 골목길은 어찌나 가파른지.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부암동 골목길? 바로 그랬다. 가파른 덕분에 나의 빠른 걸음도 절로 서행하게 되고, 차가 많지 않은 길을 두리번거리며 걷는 재미. 심지어 이렇게 험한 날씨에도 말이다!

한 곳에 모인 부암동 일일 여행자들 가운데, 김남희 저자의 빨간 머플러가 단연 눈에 띈다. 검은 코트에 부츠, 회색 니트 모자를 쓰고 등장한 김남희 저자님.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일본의 걷고 싶은 길』을 읽으며, 어쩐지 나홀로 여행자의 낭만과 고독이 물씬한 분이 아니실까 했더랬다,만 웬걸!

김남희 저자는 매력적인 미소와 더불어 부암동 골목을 지날 때마다 유쾌한 이야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까지 이끌었다. 나홀로 여행자가 지닌 것은 고독과 낭만이 아니라, 누구나 동행할 수 있을 만큼의 편안함과 친근함이라는 걸, 김남희 저자가 그날 보여주었다.


부암동, 지금 그대로가 좋아요


우리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갔다. 가는 길마다 김남희 저자의 코멘트가 붙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가 자전거를 타던 골목, 이선균의 집으로 나왔던 카페 ‘산모퉁이’, 정말 근사한 훈남이 운영하는, 하지만 자주 열지 않는다는 작은 꽃집, 부암동의 완소 골목가게까지. 김남희 저자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니, 잠잠한 풍경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흘러갔다.

우리는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 백사슬 계곡 쪽으로 향했다. 이 곳이 <1박 2일>에 소개된 이후, 골목마다 안내판이 생겨났다. “이 벤치는 3주 전엔 없었는데, 여행 다녀온 사이에 생겼어요!” 좁은 골목길, 눈 닿는 곳마다 세워둔 안내판과 벤치가 친절하다기보다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카페를 세우는 공사도 여기저기에서 한창이다. “이 곳에 더 이상 뭘 세울 공간이 없어요. 그게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최근에 멧돼지가 등장해서 소란스러웠던 적도 있었어요. 차라리 고맙게 생각되더라니 까요.(웃음)”

“여긴 제가 좋아하는 곳이에요.” 백사실 계곡에 도착하자 김남희 저자는 반갑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여기에 산 지 일 년 쯤 됐어요. 집구하려고 몇 달 명함 뿌리고 다니고, 6개월 동안 주말 내내 와서 방보고 다니고 했어요. 여기 여름, 가을엔 더 좋아요. 나무 울창할 때 와서 책 읽고, 차 마시면 그렇게 멋질 수가 없어요. 동네에 이런 곳이 있으니까 여행 가고 싶은 생각도 별로 들지 않고.(웃음) 분명 여러분 집 근처에도 이런 공간이 있을 거예요.” 이런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 매일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여행자의 노하우라고, 김남희 저자는 귀띔해 주었다.


“여행,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 싶더라”


커피 한잔이 간절해지는 날씨, 백사실 계곡까지의 여정을 마치고, <산모퉁이> 카페로 되돌아왔다. 그곳에서 커피 잔에 양손 감싸고 따뜻하게, 김남희 저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간이 여행만큼이나 좋았다.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는 추위도 잊고, 오늘이 주말이란 것도 잊고 심지어 바로 앞에 놓인 커피향도 잊고 빠져들게 했다.

가보지 못한 곳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혹적인 법! 그보다 여행을 떠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아주 작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 이야기가 나를, 그리고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녀의 인생을 바꿔버린 그날의 용기가 지금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다. 이렇게 가슴이 뜨끈뜨끈해지는 만남은, 흔치않다. 커피를 그대로 마음에 부은 기분이랄까. 카페 안, 커피 향은 모락모락. 가슴은 뜨끈뜨끈. 아, 좋았다.

배낭을 꾸려 길 위에 오른 지도 어느새 8년째 접어든다. 길 위에서 내 눈을 끄는 것은 더 이상 이국적인 풍경이나 색다른 풍물이 아니다. 골목 귀퉁이 작은 집에서 저마다의 일상을 꾸려가는 사람들, 특별할 것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잠시 들여다보는 그들의 웃음과 눈물이 나를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p.11)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곳을 꼽자면?

“답하기 어렵지만, 이런 자리에서 늘 나오는 질문이다. 여행한 곳곳마다 좋은 추억이 있다. 그 순간의 기분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 여행하고 있는 곳을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꼽는 좋은 곳은 대부분 저개발국이다. 베스트5를 꼽자면, 네팔, 인도, 탄자니아, 부탄, 티베트 그 정도다.”

여행 시작하기 전에 안정적 직장을 갖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여행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떠날 마음을 먹었나?

“정말 세계 일주를 하고 싶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여름휴가를 한 달씩 주는 곳이었다. 그때마다 여행을 떠났는데, 그렇게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고민하면서 1년을 버티며 지냈다.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마다 그곳을 떠나기 싫어서 울곤 했다. ‘언젠가 오래 여행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직장이 마약같이 끊을 수 없는 게 있잖나. 계속 버티다가 2년 이상 늦어졌고, 그때는 만나고 있던 사람도 있어서 떠나기 어려웠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는 이기적 이유로 결혼도 박차고 나가서 준비한 건데, 어느새 안정적인 삶에 매몰되어 2년을 흘려보내고 있더라. 무서웠다. 지금 아니면 안 되겠다 싶었다.”

앞으로의 여행계획은 어떤가?

“1월말에 중남미 여행을 계획 중이다. 대륙에서 주마간산을 훑는 여행이다. 이 여행을 끝내면 당분간 장거리 여행은 없을 것 같다. 돌아와서 정착하지 않을까. 몇 년 안에 서울을 떠나 지방에 정착하는 게 꿈이다.”

다녀본 곳 중 사람이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어디였나?

“늘 좋은 사람을 만났고, 늘 베풂을 받았지만 가장 특별했던 곳이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언제나 100퍼센트 허가 받은 곳. 바로 티벳, 미얀마, 부탄이었다. 독실한 불교국가들이다. 사람들이 정말 좋았고, 그곳에서는 늘 도움과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세 나라들 모두 가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다.”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은 많지만, 글을 공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계기가 있다면?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다. 이혼을 하고 자유롭게 살겠다고 밖으로 나온 건데 처음에는 너무 암울했다. 6개월 동안 집에 틀어박혀 침잠했다. 원했던 삶이라, 바로 혼자가 되면 신이 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나를 내 이름 석자로 보지 않더라. 이혼녀로 보는 시선이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중에, ‘오마이뉴스’가 생겼다.

그때 한 지인이 ‘세상과 소통하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그땐 ‘오마이뉴스’가 크지 않을 때라,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나에게 하나의 소통창구였다. 아무도 안 볼 거라는 용기로 내 이야기를 털어놨고, 그러면서 내 글을 좋아한다는 사람 몇 명이 생겨났다. 아직까지 쓰는 일은 내 자신을 치유하고 들여다보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본다.

사실 여행 책은 사보기 아까운 책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행 책만큼은 꼭 사서 본다. ‘당신도 나처럼 힘들게 책 한권 써서 사는구나.’싶어서. 사서 보면 솔직히 가끔 돈 아깝다는 생각도 한다.(웃음) 내 책을 읽은 사람도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거다. 순전히 취향과 관계된 거라서. 이만큼 오게 된 것에 감사하고, 같이 하고 격려해주는 여러분 진짜 감사하다.(웃음)”



“카메라를 놓고 풍경이 되어 즐겨보라”


여행기록과 사진은 어떻게 관리하나?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기록한다. 그걸 틈날 때 마다 풀어서 노트에 쓰고, 책을 낼 때는 노트에 쓴 걸 노트북에 옮긴다. 전자책이 가까워지지 않은 것처럼, 노트북도 가까워지지 않는다.(웃음) 노트만 수십 권이다. 할머니가 되면 조카들에게 자랑해야지.

사진은 노트북이나 외장하드에 보관한다. 디지털 사진이라 잘 안 보게 된다. 아주 드물게 내가 찍힌 사진을 인화해서 앨범에 넣는다. 몇 줄의 글도 쓰고, 그런 일이 즐겁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진이 여행에 방해될 때가 많다.

난 찍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좋다. 찍기 시작하면 즐기지 못한다. 아예 카메라 놓고 주저앉아서 즐기던 그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피사체를 찍기보다는 그 일부가 되어 들어가는 일을 좋아한다. 다들 좋은 카메라로 찍느라 바쁜 모습들을 보게 된다. 가끔은 카메라를 놓고 놀아보는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은 이기적인 면이 있다. 관계 속에 부재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가족들 때문에 여행을 결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런 기대감과 기다림에 대한 부담감은 어떻게 떨쳐냈나?

“장거리 여행자를 만나면 서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웃음) 인생을 살면서 이기적일 필요도 있다고 본다. 삶의 어느 순간에는, 그물 같은 관계 속에서 벗어나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채우려면 그만큼 비우는 시간도 필요하다. 가끔 어쩌다 한번이라도 혼자 떠나는 여행을 꼭 해봐라.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거다. 이곳의 일상을 더 꾸리고 채우기 위한 것이다. 혼자 떠나서 나와 관계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지 않겠나.

나는 이기적이어서 떠날 수 있었다. 부모님이 원한 게 나의 행복이 아니냐고, 그들을 설득했다. 난 결혼은 행복하지 않았다. 여행할 때는 순간순간이 행복했고, 가장 나 자신다운 모습 같아서 즐거웠다. 그렇게 이해를 구했더니,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부모님께서 인정해 주셨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타인을 사랑하는 폭도 늘어난다.”


가장 미련이 남는 장소는 어디인가?

“어디든 다시 가고 싶다. 한 나라에서 몇 달을 머물러도 못간 곳이 있기 마련이니까. 또 어떤 날씨, 어떤 계절, 어떤 기분이냐에 따라 여행의 느낌이 다르다. 모든 곳을 다 다시가고 싶을 정도다. 좋은 장소는 여행자가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같다. 유일하게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도 있다. 이스라엘. 3주 정도 여행을 했는데, 우리가 배운 역사는 강자의 역사라는 걸 실감했다. 그곳에서 팔레스타인이 받고 있는 박해는 심각하다. 난민도 많이 만났다. 그 와중에도 내게 손 내밀고 도와주려는 사람은 100명 중 99명이 팔레스타인 사람이었다. 그곳의 철저한 차별과 억압을 보면서, 이 나라에 다시 평화가 온지 않는 한, 돌아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불행히도 여행 덕분에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이 많이 생겼다.”

여행도 좋아하는 일이 되면 힘들지 않은가?

“존경하는 선배가 그런 얘기를 하더라. 여행을 좋아하면서 글을 쓰고 말 것인지, 그걸 일로 삼아 먹고 살 건지 선택할 순간이 올 거라고. 만약 후자라면 프로의식을 가져야 하고, 거기에는 하기 싫은 일도 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책을 쓰기 위해 떠난 여행은, 글 속에 드러난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이 책은 내 책 가운데 가장 안 팔린 책인데, 나는 이 책을 가장 사랑한다. 이 책은 몇 년간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를 정말 들려주고 싶어서 쓴 책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힘 때문에 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 수칙 잘 지키고, 여자 여행객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리자”


여행지 선택 기준은?

“자연이 아름답고, 치유가 되어주는 공간을 좋아한다.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그러다보니 저개발국에 주로 가게 된다. 정말 여기 먼저 떠나라. 너무나 빨리 망가지고 변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유헙은 몇 십 년 후에 떠나도 상관없잖나.(웃음) 개발도상국, 아시아 국가는 몰라볼 정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여행하고 싶다.”

그런 곳은 여자 혼자 떠나기 위험하지 않나?

“그럴 수 있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 하지 않은 일과 만남이다. 그걸 스스로 극복하고 견뎌가며 성장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변수가 많은 나라에서 그런 일을 많이 겪는 것 같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환대하고 도와주는 관습이 남아있어서 더 놀라운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나는 길을 물을 때는 노인이나 여자에게 묻고, 해가 진 이후에는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 숙소는 마을 근처로 잡는 등의 안전 수칙을 지킨다. 이런 안전수칙을 지킨다면, 오히려 여자라는 프리미엄을 누리며 여행할 수 있다.”


여행준비는 어떻게 하나?

“론니 플래닛을 주로 본다. 그보다는 여행지와 관련된 영화, 음악, 소설을 많이 찾아본다. 주변적인 것에서 관심을 넓혀가고 친근감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블로그나 구글 검색도 물론 하지만, 그런 정보는 획일적인 게 많다. 가장 좋은 정보는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듣는 정보일 거다. 옆 나라로 건너갈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여행자들이 많이 모이는 숙소나 카페에서 기다려보기도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다면?

“일본 홋카이도 작은 어촌 우라카와에 ‘베델의 집’이라는 곳이 있다. 정신장애인 치료 공동체인데,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편견, 차별 대환영’집회를 열고, ‘아무 문제없어요! 우린 다 괜찮답니다!’라고 외친다. “모두가 장애인이고 약하고 부끄러운 존재인데 왜 강한 척 합니까? 나의 장애도 소중하게 여겨야지.”라고 말하는 그들과 함께 있으면 누구나 가진 병이 드러난다. 그들과의 단 한번의 만남이 나를 뒤흔들었다. 완전히 반했고, 그때부터 ‘약함’이 나에게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우리 모두가 약한 존재가 아닌가. 보듬고 인정해주며 살아가자. 이렇게 약함에 대한 생각이 뒤바뀐 경험이었다.”

참 이상하다. 길 위에서 사람들은 어찌 그리 넓어지는 걸까. 가슴 어디에 그토록 빈 공간이 있어 타인의 슬픔을 제 몸에 깃들게 하는 걸까. 몸 어디에 그토록 따뜻한 온기가 있어 타인의 상처에 제 몸을 섞어 어루만져주는 걸까. 정말이지, 나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길 위에서 배웠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방 빼고 적금 깨 여행을 떠난 일이었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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