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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단 6명! 펜더기타 헌정 받은 신중현

록의 대부, 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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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대학로에 자리한 작은 극장에는 여느 공연장과 달리 중장년층이 속속 들어찬다. 그것도 대부분 정장을 입고 머리가 희뿌연 남성들.


평일 저녁, 대학로에 자리한 작은 극장에는 여느 공연장과 달리 중장년층이 속속 들어찬다. 그것도 대부분 정장을 입고 머리가 희뿌연 남성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서울은 물론, 진주에서 지리산에서 차를 잡아타고 이 작은 무대에서 마련되는 공연을 보러 온 열혈 팬들이 많다. 도대체 누가 무대에 오르기에, 공연장을 가장 찾지 않는 부류에 속하는 중년 남성들이 제 발로 극장을 찾는단 말인가? 주인공은 바로 한국 록의 대부, 살아 있는 한국 록의 전설, 그 음악성을 인정받아 세계에서 여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미국 펜더사의 기타를 헌정 받은, 올해 나이 72살의 신중현 씨다.

“공연은 힘들어요. 밴드나 오케스트라 있으면 편한데, 라이브 공연을 혼자 한다는 게 객석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무대에서는 두 배로 힘들거든요. 이렇게 한 달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하지만 다들 좋아하시니까, 저도 용기를 갖죠.”

공연이 끝난 뒤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평일 공연은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지라, 매번 야식이 된다. 신중현 씨는 12월 10일부터 2011년 1월 15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대학로 가든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90분 동안 진행되지만, 세션도 게스트도 따로 없다. 무대는 오로지 그의 음악과, 록과 함께 했던 그의 삶만으로 채워진다. 젊은 층에서도 쉽게 진행할 수 없는 소극장 한 달 공연. 기자 역시 체력적인 면에서 걱정했지만, 무대 위의 신중현 씨는 의외로 에너지가 넘쳤다.

“소극장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일대 일로 뮤지션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래서 굉장히 힘든 공연이지만 그만큼 값지니까요. 2006년에 은퇴했으니까 5년 정도 쉬었어요. 원래 무대 체질인 데다, 음악활동을 안 하니까 온 몸이 아프고 병이 오는 것 같더라고요. 힘들고 비록 늙었지만, 다시 무대에 서니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듯합니다.”

무대 위의 신중현 씨를 다시 만날 수 있는 행운은 그가 메고 있는 펜더기타 덕분이다. 미국의 기타전문회사 펜더(Fender)가 펜더를 널리 알리는 데 공헌한 뮤지션에게 기타를 헌정하고 있는데, 2009년 12월 15일 바로 신중현 씨에게 기타를 헌정했다. 신중현은 이를 기념해 다시 무대에 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펜더기타를 헌정 받은 뮤지션은 제프 백과 에릭 크랩튼을 비롯해 전 세계 단 6명. 아시아에서는 신중현 씨가 처음이다.

“이런 기타를 받고 가만있을 수는 없잖아요, 소리라도 내 봐야지(웃음). 사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뉴스에서나 보던 일이 저에게 일어난 거죠. 처음에는 굉장히 흥분했는데, 곧 부담이 크더라고요. 헌정 기타를 갖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질 자격이 되는가를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신중현은 그의 50여 년 음악인생을 담아 기타에 일부러 흠집을 냈다. ‘트리뷰트 투 신중현’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기타는 그렇게 스크래치가 있는 빈티지 풍의 검은색 바디와 단풍나무로 된 넥으로 구성됐다. 신중현 씨는 주면 주는 대로 받는 펜더에 맞춰 의상도 세트로 차려 입는다.

“기타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모델이 됐죠(웃음). 펜더에서 나오는 스트라토캐스터인데, 록 기타 플레이어들이 굉장히 선호하면서도 연주하기 어려운 기타예요. 솔직하다고 할까요? 주면 주는 대로 나오는, 소리가 아주 좋지만, 못 치면 제대로 안 나오는 기타죠. 그래서 이 기타로 제대로 연주를 해야 명단에 올라요.”

한국 록의 대부답게 그는 공연 중간 중간 록의 계보를 들려줬다. 초등학교 때 6.25를 겪으며 어렵게 기타를 배우고 힘겹게 음악활동을 이어온 그는 무조건 영국이나 미국의 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인 록을 담아내고 싶었다.

“록은 세계 공통 장르예요. 하지만 거기에 자기 것을 얹는 게 정석이죠. 저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 가락이나 멋을 살려서 한국적인 흥이 담겨 있는 장단을 록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한국적이라고 해서 국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록에 그것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지금 미국에서 저의 음반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네들이 저의 음악을 인정한 거죠. 다 늙어서 죽기 직전에 알아준 것이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생각합니다.”

‘빗속의 여인’ ‘커피한잔’ ‘님은 먼 곳에’ ‘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익숙한 노래. 특히 공연에서는 영상과 함께 각 노래의 가사가 실리는데, 멜로디는 물론이고 그 노랫말이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듣고 봐도 손색이 없다.

“음악을 시작할 때 정석을 추구했어요. 음악은 불멸해야지 가다 없어지면 무의미하니까. 그래서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도를 갔죠. 특히 쉽고도 깊이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작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한 곡을 듣는 시간은 2~3분이니까 그 안에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으려면 테마가 있어야 하거든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테마가 살아 있으면 그 곡은 잊히지 않고 영원하죠. 제 노래가 간단한 것 같지만, 그 안에 다 들어 있어요.”

그의 자녀들인 신대철, 신윤철, 신석철 씨는 국내에서 내로라할 기타리스트. 젊은 세대는 그들의 음악을 들었고, 그렇게 자란 20대가 새로운 뮤지션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아들 3명이 음악을 한다고 나섰을 때 적극 권장했던 아버지이지만, 선배 뮤지션으로서 신중현 씨는 엄격했다.

“다들 아직 멀었죠. 저와 세대가 다르니까 그 세대에 맞는 걸 하는 데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는 욕심이 많아서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웃음). 다른 젊은 뮤지션들도 잘하고 있죠. 바람이 있다면 외국 것만 선호하지 말고 창의성을 좀 더 키웠으면 해요. 또 사회적으로 무대가 많이 마련돼서, 후배들이 자리를 잡고 록이라는 장르를 제대로 걸아갈 수 있었으면 싶어요.”

앞으로 신중현 씨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관록 있는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듯, 이제 그는 지난 음악들을 정리하며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완성하고 싶다.

“그동안 못했던 음악을 한 번 보여드리고 싶어요. 깊이 있는 음악을 하면 대중들의 접근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바라는 건 깊이를 알아줬으면 하는 거죠. 사진가들이 제 얼굴을 찍을 때 여러 주문을 하는데, 저는 ‘내 얼굴 찍을 생각 하지 말고 마음을 찍어라’라고 말합니다. 음악은 겉이 아닌 속으로 들을 때 진가가 나오거든요. 제 음악이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그 음악성은 굉장히 깊어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 그걸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남은 몫이겠죠. 대중이 몰라주면 시골 양지면에서 혼자 하는 수밖에 없어요(웃음).”

한국 록의 전설, 한국 록의 대부로 불리는 신중현 씨의 조촐한 무대와 겸손한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한창 때의 현란한 연주나 시원한 음색을 들을 수는 없지만, 존재감만으로도 감동이 전해지는 무대였다. 예전에 재즈피아니스트 신관웅 씨가 “손가락이 1cm만 더 길었어도 세계를 재패했을 텐데” 라며 웃던 모습이 생각나, 신중현 씨에게도 마지막으로 연주할 때 아쉬운 점이 있는지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잘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여자 팬들도 많고. 체격이나 생김 때문에도 음악을 더 열심히 했어요. 음악이 아니면 나를 바라볼 일이 없으니까, 음악에 더 심취할 수 있었죠.”

청년 시절 사진을 보면 잘 생기셨다 얘기했더니, “애써 위로할 필요 없어요.”라며 웃는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록의 대가 신중현. 어른께 이런 말을 하면 실례지만, 참 귀여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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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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