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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일까?”

G20 너머의 경제 내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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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에는 정화조 차량 운행을 중지시켰다는 소식에 트위터에서는 “G20이 뭔데 똥도 싸지 말라고?” “어떤 독재국가도 항문을 막은 적은 없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시민의 참여가 국격을 높입니다.”

11월 11일, 12일 양일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시는 국격 관리에 한창이다. 서울 시내 곳곳에 국격을 높이기 위해 제재해야 할 것들이 여기저기 명시되어 있다. 지난 10일에는 정화조 차량 운행을 중지시켰다는 소식에 트위터에서는 “G20이 뭔데 똥도 싸지 말라고?” “어떤 독재국가도 항문을 막은 적은 없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며칠 간의 눈 가리고 아웅 식 통제로 얼마나 국격이 상승할지도 모르겠거니와, 국격을 관리하는 방법이 예전 군사정권 시대를 떠올릴 만큼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회의 기간에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자제, G20에 관한 공식적인 토론을 금지, 삼성역, 강남역 무정차 및 택배 금지 등등의 통제에 언론과 시민들은 패러디로 대응하고 있다.

G20 기간 중 자제해달라는 공식 요청이 많아지자,
트위터에서는 ‘자제 패러디’가 이어졌다.


G20 포스터에 쥐를 그린 사람이 ‘국격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받은 사건이 화제가 됐다. 위는 한겨레 만평,
아래는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좌), 네티즌의 작품

월드컵 행사 못지않게 거대한 홍보로, 이제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사실만을 인지했을 뿐, 구체적으로 G20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부와 언론은 시종 G20을 통해 우리나라가 얻게 될 몇조 단위의 경제효과만을 외친다. 당장 우리나라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만 같은 이런 광고를 보고, 함께 가슴 설레며 G20을 기다리고 있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

분명히 64억 명을 대표하여, 모두가 잘사는 길을 도모하는 회의인데, 단 20개국의 정상들만 참여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회의장 근처에 벽을 높게 치고, 시민 그림자조차 얼씬대지 못하게 하는 지금의 행태는 진지한 관심보다는 불쾌감을 유발하기 쉽다. 불쾌감은 본질을 흐리기 십상이다. 찜찜할수록, 더 알아보고 이야기하고 토론해야 한다. 어쨌거나 우리가 같이 살 길을 모색하는 회의가 아니던가.

G20 너머의 경제 내다보기

찬성이든 반대든 국격 운운하는 기사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언론과 달리, 출판가는 차분하다. 근래 G20을 두고 쏟아져 나오는 책들은, G20에 관해 감정을 고양시키는 즉각적인 이야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경제에 접근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되풀이되는 경제위기에 대해 질문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책들 몇 권을 소개한다. G20 정상회의에 관해 직격탄을 날리진 않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회의의 결과와 함께 읽어보면, 당신의 이해를 돕기도 하고, 의문을 증폭시키기도 할 테다.

◆G20 더 알아보기

G20이란?
‘주요 20개국 모임’으로 G는 group의 약자다.

참여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선진 7개국과 한국을 포함한 12개의 신흥 경제국, EU가 참여한다.

G20의 시작은?
1974년 석유파동 대책 논의를 위해 선진 7개국의 G7이 형성. 국내총생산(GDP) 및 경제규모를 고려하여 그들이 나머지 국가를 선정하였다.

한국의 의장국 개최는?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빠른 대처능력과 급속한 도약으로 G20 참여국으로 선정되었고, 앞서 진행되었던 정상회의에서 한국 정상들의 수완이 높게 평가되어, 이번에 의장국으로 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다.

G20 논의사항은?
제5회 G20 정상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미래 전망을 예측, 대응하는 정책이 논의된다. 정책 공조와 관련된 기존의제와 우리나라가 새롭게 제시하는 개도국 개발 이슈가 다뤄질 예정이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세상은 불공평하지만, 별수 없다고? 들리는 대로 믿지 말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시장 자본주의의 환상을 걷고, 당연하다고 논의되는 것들에 의문을 갖는 태도다.

화두가 되고 있는 시장 자유와 규제에 관련해서도 일침을 날린다. 그는 시장은 결코 객관적이지 않으며, 시장의 자유는 보는 이의 견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시장의 규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치자. 그것은 그 규제를 통해 보호될 권리를 부정한다는 그의 정치적 견해 표명인 셈이다. “말도 안 되는 저임금”과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누구의 입장에서 결정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금방 짐작해볼 수 있다.

고로 결정되는 경제적 현안에 대해 무조건 따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제 상황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난해한 경제학의 문턱을 낮췄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다양한 사례와 비유를 통해 경제학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좀 더 나은 자본주의를 고민할 수 있게 돕는다.

과연 인터넷이 세탁기보다 세상을 바꾸었을까?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일까? 교육을 더 시킨다고 더 잘살게 되는 것일까?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결과를 나을까? 그는 명확하게 아니라고 답한다. 인터넷은 여가를 보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지만, 생산성으로 비교해봤을 때 세탁기와 전보에 턱없이 밀린다.

그는 과연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해주는 것과 우물을 파고, 세탁기를 넣어주는 것 어느 것이 중요한가 묻는다. 이렇게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경제 정책을 입안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책은, 이제껏 들리는 대로 믿었던 스물세 가지 정의에 의문을 제시한다. 그가 되묻는 23가지 질문은, 더 좋은 자본주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끝나지 않은 추락』
“기존의 경제모델, 이미 우리는 충분히 당했다.”


원제인 Free Fall은 자유낙하라는 의미로, 끝을 알 수 없는 경제의 자유낙하를 의미한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8년 미국발 위기의 원인, 경과, 현상, 대책,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그 역시 장하준 교수와 마찬가지로 시장의 자기조절능력을 불신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하며, 모기지 대출업체를 비롯, 각종 금융상품을 만들어낸 은행들, 이를 유통한 부시 정권의 금융완화정책을 따갑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실패를 경험한 기존의 경제 모델과 패러다임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차례 위기를 겪고 난자기 성찰적인 미국 경제학자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자기성찰적이다. 게다가 그가 논의하고 있는 금융시스템 개혁과 국제공조는 G20 정상회의 핵심의제와 맞물려 있다. 미국 자본주의를 분석하면서도,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들의 음모』
“열심히 벌어도 부자 되지 못하는 까닭이 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로버트 기요사키가 『부자들의 음모』를 폭로했다. 백만장자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기요사키는, ‘부자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을 제시한다. 부자들은 보통사람들에게 “열심히 모아 부지런히 저축하라” “좋은 학교에 가서 든든한 직장을 잡으라”고 말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속임수다. 돈을 많이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라고 부추기는 것.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하지 않는 것도 그들의 음보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규칙을 공유하며, 오늘도 보통사람을 현혹하고 있다.

1부에서는 이러한 ‘부자들의 계략’을 공개하고 2부에서는 구체적인 재테크 노하우를 담았다. 빚을 이용하는 법, 힘든 시기를 대비하는 법, 돈의 언어를 읽는 법 등이다. 모두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경제를, 돈을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음모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부자들의 계략을 숙지하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윤식, 배동철 『부의 전쟁』
“부의 전쟁 속 10년 후 한국,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전문 미래학자 최윤식, 배동철 씨는 10년간 미국과 유럽연합, 한?중?일 아시아 3개국이 생사를 건 부의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10년 후 한국에는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잃어버린 10년이란, 일본이 90년대 이후 장기적 침체 국면에 빠진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저자는 일본을 위기에 몰았던 원인이자 선진국들이 겪는 8가지 한계 상황을 제시하며 설명한다. 성장한계, 종신고용 붕괴, 저출산, 고령화, 재정적자 위기, 경제 성장률 저하,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뒤늦은 정책 등이다. 거기에 한국은 특수적인 문제인 격심한 사회분열과 남북통일 문제와도 부딪치고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해야 암담한 미래를 피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이럴수록 철저한 미래지도와 적합한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저자는 복지 축소와 세금 인상을 제안하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미래형 신산업, 로봇기술 혁신에 주력해 미래형 산업을 선점하라고 권고한다.

미래의 경제, 지혜롭게 내다보고 최선의 대안 나오길

1907년 이준 열사는 고종황제의 밀사로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했다.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해 일본에 의해 강제로 맺어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려고 하였으나, 그는 회의장에 입장하지도 못한 채 쫓겨 난다. 당시 대한제국의 외교권은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참석할 수 조자 없었던 것. 이준 열사는 울분을 못 이겨 분사(憤死)했다. 그런 과거를 가진 우리 나라가 이번 G20 정상회의의 개최국이 되었다니,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수출품 가격을 1%만 올려도 엄청난 수출 증대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신흥 경제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G20이 G200이 되는 날까지 도상국과 선진국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잘 이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 G20의 좁은 문에 입장도 못하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더불어 이런 국제적 규모의 큰 행사를 통해 진정한 리더쉽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 사람을 챙길 줄 아는 게 진짜 리더쉽이 아니던가. 국민들을 위하는 일인만큼, G20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국민들의 인정과 격려를 받으며 치른다면 얼마나 훈훈할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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