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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소박한 일본요리 한 그릇에 난 행복합니다 - 『소박한 한 그릇』 메이

담백하고 단 일본요리 한 그릇, 이 가을 당신이 행복해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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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좋아했지만, 직업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취미였다. 그런데, 김훈의 먹을거리에 대한 태도가 마음을 흔들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줄 수 있다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요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공원을 몇 바퀴 돌고 오니까 현관문을 열 때 집안에 국 냄새가 자욱했다. 냄새만으로도 냉잇국이란 걸 알아맞혔다. 아내는 기뻐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주었다. 기쁨과 눈물이 없이는 넘길 수 없는 국물이었다.” (김훈 『자전거 여행』 중에서)

요리를 좋아했지만, 직업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취미였다. 그런데, 김훈의 먹을거리에 대한 태도가 마음을 흔들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줄 수 있다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요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저널리즘 공부는 방향을 선회했다. 요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요리가 업이 됐다. 그것도 일본 요리에 방점을 찍었다.

『소박한 한 그릇』(메이 지음|나무 수 펴냄)은 그렇게 나왔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메이의 요리는 소박하다. 정갈하다. 담백하다. 서양식이 아닌 동양적인 것을 추구한다. 마음을 담은 요리를 나누기 위해 ‘출출닷컴’(www.choolchool.com)과 함께, 작은 키친 ‘리마인드 20’과 쿠킹 스튜디오 ‘May’s Table’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가정 요리의 마음을 담았다. 일본 다도의 정신, 일기일회(一期一會). 즉, 평생에 단 한 번의 만남, 누구를 만나던 지금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대접하라는 의미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지난 10월7일, 서울 부암동의 ‘리마인드20’에서 ‘소박한 한 그릇’ 쿠킹 클래스를 가졌다. 집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밑반찬을 중심으로 한 클래스. 그 현장에서 담백하고 정갈한 일본 요리의 레시피를 엿보고 맛 봤다. 좋다. 맛있다. 따라해 봐라. 당신도 할 수 있다.

간단한 일본요리, 재료에 신경 쓰자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숯은 물이 끓을 정도로, 차는 마시기 좋을 정도로, 이것이 다도의 가르침이자 일본 요리, 가정 요리의 마음이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며 요리를 만드는 엄마의 이런 마음이 가정 요리의 매력이다.”(p.221)

메이가 말하는 일본 음식의 특징은, 담백하고 달다. 우리 음식과 달리 파나 고춧가루는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일본인에게 한국의 맛, 하면 매운맛이 떠오르는데, 일본의 맛, 할 때 떠오르는 것이 단맛이다. 일본은 요리가 좀 달다. 그래서 이번에 먹는 건 좀 달다고 느낄 것이다. 집에서 하게 되면 자신의 입맛에 맞춰 조정하면 된다.”

이와 함께, 일본 음식은 계절감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체로 간단한 대신, 재료가 좋아야 한다. 야생, 자연의 맛을 중시하는 음식 전통 때문이다. 한국은 반면 그렇지 않다. 음식을 만들기 전 재료에 미리 해 놓는 간, 밑간이 중요하다. 다만 이럴 경우 야생의 거친 맛이 죽기도 한다. “될 수 있는 한 요리의 과정을 줄이는 게 원래 재료가 가진 맛을 살릴 수 있는 방법쳀다. 최소한의 간으로 재료를 살리는 것이 좋다.”

한국요리와 일본요리가 다른 점은 또 있다. 요리를 먹는 방법에서다. 일본 밥이나 국을 먹을 때, 그릇에 굽이 있다. 대개 들고 먹기 때문이다. 아울러 향이 중요한 것은 뚜껑이 있다. 눈으로도 그렇고, 향으로 요리를 즐기기 때문이다.

“일본식 밥그릇인 자완은 한국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다. 손에 들고 먹어야 하니 가벼워야 하고 굽이 없으면 뜨거운 밥그릇을 들기 어렵기 때문에 굽이 있는 형태가 많다.… 국그릇? 밥그릇과 마찬가지로 손에 들고 먹기에 너무 가볍거나 얇으면 국을 마시기가 어렵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그릇에 입을 대고 후루룩 마시기 때문에 입이 닿는 부분도 깔끔해야 하고, 들기 편하게 굽도 있어야 한다.”(p.216)

이런 차이도 있다. 한정식집에 가거나 집에서 그릇을 보면 대개 세트로 돼 있다. 반면 일본은 음식을 세트에 담지 않는다. 요리마다 색깔이나 향, 맛이 다르므로, 각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에 담는다. “한국은 (그릇을) 풀세트로 사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다. (웃음)”

“…한 상에 올라오는 요리의 색과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요리에 맞는 그릇을 선택하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재미도 있다.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그릇을 즐길 수 있도록 각 요리에 따라 그릇을 선택하는 것이 푸드 스타일링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p.214)

요리를 살리는 일본식 밑반찬
(※ 1컵은 200ml, 1큰술은 15ml, 1작은술은 5ml)

1. 쑥갓사과나물
(재료 : 쑥갓 200g, 사과 1/4개, 호두 20g, 베이킹소다 조금, 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쑥갓사과나물에 대한 메이의 설명이다.

“쑥갓 줄기는 자르지 말고 통째로 줄기 부분부터 뜨거운 물에 넣는다. 잎사귀가 들어간 뒤 바로 꺼내는 것이 낫다. 데치자마자 찬물에서 열을 뺀 뒤 물기를 짜고 먹기 좋게 잘라준다. 너무 크면 먹기 불편하다. 2~3cm 크기로 잘라준다.”

쑥갓을 우선 마무리하면 나머지를 하나씩 다루고 버무리면 된다.

“사과는 껍질이 있는 상태가 훨씬 보기에 좋다. 호두나 견과류를 으깨면 기름이 나오니까, 칼로 다듬어준다. 설탕은 흰 설탕을 주로 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볼에 넣고 쑥갓, 사과, 호두, 설탕 등을 한꺼번에 무쳐준다. 만약 너무 달게 느껴진다면 조정을 해라.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① 호두는 물2컵에 소다를 조금 넣어준 다음 4분가량 삶아 껍질을 제거해준다.
② 껍질을 벗긴 호두는 곱게 갈아준 다음 간장과 설탕을 섞어준다.
③ 쑥갓은 데쳐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두고,
④ 사과는 가늘게 채 썰어둔다.
⑤ ③과④를 ②에 섞어준다.


2. 마늘쫑 미소무침
(재료 : 마늘쫑 200g, 아마세미소 2큰술, 설탕 1/3큰술, 미림 1큰술, 정종 1큰술, 다진깨 1큰술)

한국에서 된장에 많이 묻혀서 먹듯, 일본에서도 미소에 묻혀서 많이 먹는다. 이 미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냥 미소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재료, 색깔, 지방마다 다르다.

“…일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재료가 바로 미소라고 불리는 일본 된장이다. 한국의 된장은 콩으로 만들지만, 일본의 미소는 쌀과 콩, 보리를 이용해서 만들고 곰팡이의 일종인 황국균으로 발효시킨다. 재료와 발효균의 차이로 인해 한국 된장과 일본 된장은 맛과 풍미가 전혀 다르다. 미소의 종류는 쌀 미소, 보리 미소, 콩 미소로 나눈다.”(p.14)

“한국에서는 구매할 수 있는 건, 아카 미소, 시로 미소, 아와세 미소가 있다. 아와세 미소는 믹스한 것이다. 여러 미소를 섞어서 자기만의 미소를 만든다. 주방장들은 대개 자기만의 미소가 있다. 그렇게 여러 미소를 섞어서 자기만의 것으로 만든 게 아와세 미소다. 집에서 만들기 편하게 나온 것이 아와세 미소이기도 하다. 단 하나만 산다면 아와세 미소를 추천한다. 미소국을 끓일 때 가장 무난하고 맛있다.”

“아카 미소는 빨간 색이 도는 미소로 맛이 강해서 국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한다. 시로 미소는 색이 옅고 단맛이 나서 소스 등을 만들 때 사용하고 여러 가지 미소를 혼합해 가정집에 사용하기 좋은 아와세 미소는 미소 국을 만드는데 쓴다. 일본 가정 요리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면 아와세 미소 한 가지 정도만 구배해도 활용도가 충분하다.”(p.14)

우선 마늘쫑을 다룬다. 작은 사이즈로 잘라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넣고 열기를 뺀다. 이어 다진깨를 넣을 때 참고사항. “한국에서 옛날에 깨는 뿌리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한국에선 거의 모든 요리에 깨를 뿌린다. 깨는 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마구 뿌리지는 않는 것이 좋다. 역시 볼에 조물조물 묻혀주면 된다. 정종 대신 청하를 써도 되나, 와인은 쓰지 않는 게 좋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① 마늘쫑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데친 후 찬물에 헹궈준다.
② 분량의 재료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준다.


3. 야끼쯔께
(재료 : 가지, 호박, 두부, 양파, 버섯 등등)
야끼는 굽는다는 뜻, 쯔께는 절인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절인 반찬은 그래서 ‘쯔께모노’라고 부른다. 야끼쯔께는 그러니까, 구워서 절인 것이다. 야채를 구워 쯔유를 만들어 절인 것.

“인터넷 등에 잘못된 정보가 많은데, 쯔유가 가다랑어맛 국물이라고 돼 있더라. 쯔유는 간장이다. 간장을 베이스로 뭔가를 더 첨가해서 만든 것이 쯔유다. 한국 간장을 사용하면 맛이 달라진다. 각국의 요리를 만들 때는, 되도록이면 그 나라의 간장을 써야 한다. 일본은 간장 맛이 무척 중요하다. 한국 간장을 쓰면 딱 차이가 난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요리에 간장을 자주 사용한다. 흔히 간장이라고 하면 대두, 밀, 소금 등으로 만든 양조간장을 말한다. 간장을 크게 분류하면 고이구치 쇼유, 우스구치 쇼유, 다마리 쇼유 등이 있고, 그 중 고이구치와 우스구치는 한국의 양조간장과 국간장이라고 할 수 있다.”(p.17)

야채를 구울 때는 취향에 따라 굽는 정도를 조절한다. 야채가 쯔유에 푹 잠길 정도로 넣는다. 넉넉히 만들어놓고 절였다가 먹으면 된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① 가지와 호박, 두부, 양파 등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②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①의 재료를 구워준다.
③ 쯔유에 재웠다 먹는다.

* 쯔유 만들기
(간장 1컵은 200ml 기준. 계량 큰술은 밥숟가락, 작은술은 티스푼.
재료 : 간장 3/4컵, 미림 1/2컵, 다시마 사방 10cm 1장, 물 1컵, 가쓰오부시 20~40g)

일본 요리에서 쯔유는 활용도가 꽤 높다. 다만 시중에서 쯔유는 비싼 편이다. 따라서 직접 만들면 좋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고. “다만, 선물을 줄 때는, 그 사람이 쯔유에 대해 잘 모른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레시피를 써줘야 한다.”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① 팬에 간장, 미림, 물, 다시마를 넣어 팔팔 끓으면 가쓰오부시를 넣어 2~3분간 약불에서 끓인 후 걸러준다.


이렇게 요리를 살리는 일본식 밑반찬으로 준비된 ‘소박한 한 그릇’이 준비됐다. 어렵지도 않고, 까다롭지도 않은 담백한 가정식이 준비됐다. 침이 고인다. 평소 일식(日食)이라고 알았던 요리가 얼마나 좁은 것이었던가. 물론 일식이라는 표현은 한국식이다. 일본에서는 화식(和食)이라고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일본 요리를 주로 일식(日食)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일본에서는 와쇼쿠(和食)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和’는 일본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글자로 ‘和’가 붙어 있는 것은 일본식 전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p.212)

요리 과정이 간소하고 원재료가 지닌 자연의 맛을 살린 음식을 음미했다. 꼭꼭 씹었다. 입안에서 퍼진다. 일본 요리가 지녔다는 달고 담백한 맛. 아, 이렇게 소박하게 먹어도 좋구나. 탐식보다 몸이 더 즐거워한다. 아마도 그건, 어떤 마음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러니까, 메이가 말한 요리의 본질.

“내 요리의 본질은 마음이다. 내가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이 요리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소박하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한 요리에 때로는 위로를 담고 때로는 정성을 담고 때로는 마음을 가득 담는다. 이 마음이 전해진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아마도,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쿠킹클래스에 참석해 함께 소박한 한 그릇을 먹은 이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으니까. 당신의 마음을 담아, 친구나 가족을 위해 소박한 한 그릇을 준비해도 되겠다. 행복해질 것이다. 아직 가을이 남았다. 가을 한 그릇,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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