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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 훨씬 좋은 이유 - 『일본의 걷고 싶은 길』 김남희

걷기(여행)를 사랑한다면, 아이러브 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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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다시 다가왔다. 걷기가 걸어왔다. 바야흐로, 올레길, 둘레길 등 숱한 길을 들먹이며 사람들이 걷기를 찾고 있다. 브르통의 말마따나,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고 있는 것일까.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도보여행가 김남희는 이런 말을 넌지시 건넨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숲이나 길, 혹은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고 해서
무질서한 세상이 지워주는 늘어만 가는 의무들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대개 자신을 한곳에 집중하기 위하여 에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 『걷기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김화영 옮김|현대문학 펴냄) 중에서 -



걷기. 근육과 관절로 발을 내딛고 끌어당기는 행위

『100인의 책마을』(은이후니 외 지음|리더스가이드 펴냄)에서 ‘은이후니’는 이렇게 예찬을 이었다. “…나는 산책이라는 일상적인 행위에 깃들어 있는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현대 문명의 가공할 만한 속도에 사로잡혀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우리의 삶과 생명과 사상을 회복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강력한 수단의 하나가 바로 산책이라는 사실을.”

그러니까, 산업혁명 이후였다. 앞선 농경사회까지도 모든 노동력의 근원이었던 걷기는, 퇴짜를 맞았다. ‘걷지 않아도’ 노동은물론 이동도 가능해졌다. 그것은 ‘혁명’이라 불렸지만, 걷기로서는 ‘퇴보’이자 ‘퇴행’이었다. 그 여파는 계속 됐다. 걷는다는 건, 불필요한 낭비로 치부됐다.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아니, 사실은 걷기가 사람을 소외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웬일인가. 걷기가 다시 다가왔다. 걷기가 걸어왔다. 바야흐로, 올레길, 둘레길 등 숱한 길을 들먹이며 사람들이 걷기를 찾고 있다. 브르통의 말마따나,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고 있는 것일까.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도보여행가 김남희는 이런 말을 넌지시 건넨다. “걷기는 풍경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여행이다. 걷기는 마음을 쓰게 하고, 마음을 열게 만들고, 대상에 다가가게 한다. 발자국으로 남기는 몸의 흔적이자 지구에게 건네는 온몸의 인사다.”

여행. 여기보다 어딘가에 나를 놓아주는 행위. 여행이 나를 변화시키리란 강박은 없어도 된다. 그저 즐김. 그러니까, 카르페디엠(Carpe Diem). 누군가의 말마따나, 나는 이제 어렴풋이 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꼼꼼한 ‘정보’나 빈틈없는 ‘일정’이 아니라 여행을 대하는 ‘자세’임을. 김남희는 내게 이런 말을 건넸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또한 그녀에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행을 한다는 건 매일매일 헤어지는 연습을 하는 것. 삶이 곧 이별에 다름 아님을 배워가는 것. 더 머물고 싶어도, 더 함께하고 싶어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는 것.”

걷는 여행. 김남희가 택한 것은 그것이었으리라. 2003년 집 나간 그녀는 아직도 많은 시간, 길 위에 있다. 걷고 여행한다. 아마도 그녀도, “간절함.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없을 정도에야 떠날 수 있”었으리라. 스스로에게 간절하기, 그리하여 상대방에서 간절함이 전달되기. 포기하지 않기. 간절하게 또 두려움 없이. 어설픈 걷는 사람, 헐렁한 여행자로서 말하건대, 제대로 걷고 여행하는 사람은 생태주의자 혹은 환경주의자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걷고 여행하는 것은 그렇다. 걷다보니, 여행하다보니, “우리 별 지구, 이 아름다운 행성에 폐를 덜 끼치는 인간으로 살려 하고,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인 나무를 다루는 목수라는 직업에 빠져 있다”는 사람, 김남희를 만났다. 지난 7월21일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지난 2년, 일본을 걷는 여행을 한 그녀. 『일본의 걷고 싶은 길』(김남희 지음|미래인 펴냄)을 내놨다. 출간 기념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행사장, 이런 타이틀이 붙어 있었다. “김남희가 반한 당신과 함께 일본의 걷고 싶은 길 : ‘풍경에 취해 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도대체 이런 길을 누가 만들었을까?’”

책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두 권으로 나뉜 이 여행기의 첫 권은 일본 최북단의 섬 홋카이도와 가장 큰 섬 혼슈를 찾아간 이야기다. 하지만 삿포로나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잘 알려진 곳보다는 덜 알려진 곳들을 찾고 싶었고, 도시보다는 자연과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을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p.6)

자, 김남희와 걸어보자. 그리고 떠나보자. 여행.
야구를 사랑한다면, 아이러브 베이스볼. 걷기(여행)를 사랑한다면, 아이러브 워킹.


여행은 곧, 만남!

시작은 ‘걷는 여행기’의 낭독이다. 일본에서 가장 좋았으며 사람들도 가장 좋아해주는 부분. 나무, 야쿠시마.

가만히 나무를 바라본다. 가까이 귀를 대면 깊고 푸른 나무의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이 나무가 살아온 수천 년의 시간을 생각해본다.… 내가 지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생명체는 나무다. 나무만큼 아름답고, 그래서 꼭 그만큼 슬픈 생명체가 있을까. 나무만큼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빛나는 존재가 있을까.… 다음 생에는 나무와 몸을 바꾸어 이 세상에 올 수 있을까.… 한 번도 닿지 못한, 뿌리로나 겨우 얽혀 있는 이웃 나무들을 향해 팔을 뻗은 채로. (『일본의 걷고 싶은 길』2 「신들의 세계를 허락 없이 기웃거리다 야쿠시마」 pp.24~30)

이야기를 꺼낸다. 김남희가 할 수 있는 얘기. 역시나 걷고 여행했던 길. 2003년 1월부터 세계 일주를 떠났다.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 안녕이었다. 또한 적금도, 안녕. 통장을 빠져나와 길에 뿌려진 화폐. 한국아, 잘 있거라. 그리고 7년. 여행하는 것이 일이 됐다. 아직도 묻는다. 여행이란 뭘까. 당신에게 여행은 무엇인가요.

한 독자의 대답. “여행은 일상이다. 최근에 전국 기차여행을 다녀왔는데, 일상과 여행이 같더라. 떨어진 것이 아니라 유대관계를 더 생각하게 되고, 여러 소중함도 생각하게 됐다. 따라서 여행은 일상 그 자체다.” 박수, 짝짝짝.

여행은, 고로 각자의 정의다. 당신의 여행은 온전히 당신만의 것이어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여야 한다. 그럼에도 김남희가 놓을 수 없는,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정의는, 신영복 선생님의 그것이다.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벗어나서 만난다. 무엇을?

첫째, 자신을 가장 뜨겁게 만난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모르는 면이 많다. 반복적인 삶을 살아갈 때, 나의 깊은 내면까지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것,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 예쁜 모습도 있고, 미운 모습도 있다. 나는 스스로 평등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여행하면서 수많은 편견이 있음도 발견했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을 하는 경우엔, 몰랐던 자신을 깊이 대면하게 되고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갖게 되더라.”

둘째, 타인을 만난다. “낯선 사람의 도움에 의지하게 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슬퍼하는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이전에는 몰랐던 한 존재가 무척 소중하고 절실한 한 사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셋째, 자연을 만난다. “인간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지, 유한한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히말라야, 아프리카 초원, 사하라 사막 등의 거대한 존재 앞에서 인간이 약한 존재임을, 그래서 인간이 위대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자연 속에 인간이 쌓아온 역사와 문화도 만난다. 이 거대하고 위대한 유적을 만든 인간과 같은 인류라는 사실에 뿌듯해한다.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에서 박해받는 난민을 볼 때는, 인류의 이름으로 파괴하고 무너트리는 것 앞에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김남희는 되묻는 척 확인한다. “이런 것들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당신은 여행하면서 무엇을 만났는가.


여행, 긍정의 힘을 배우다

그렇다면, 김남희 당신은, 지난 7년을 걸으면서 무엇을 얻었는가. “딱 한마디로 말할 수 있다. 긍정의 힘을 배웠다. 사실 나는 뼛속 깊이 염세주의자인데, 여행을 통해 조금씩 낙관을 배우고, 희망을 배우고, 감싸는 힘을 배웠다.”

그에게 다가온 긍정도 다양하다.

첫째, 자신을 긍정하게 됐다. “도시에서 살아가던 내 모습은 특별한 게 없었다.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소심하고 까탈스러운 면을 가진 평범한 도시여성이었는데, 여행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다른 면들이 발견했다. 타인의 고통에 눈물 흘리며 공감을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내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게 되더라. 내 안에 이런 예쁜 모습이 있는 게 놀라웠다.”

둘째, 타인에 대한 긍정도 따라왔다. “타인에 대해 너그러워지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더라. 나와 아무 상관없는 줄 알았던 아프리카와 중동 사람들을 마주쳤는데, 나의 삶과 연결된 이야기로 다가오더라. 지구라는 아름다운 별에서 지구의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타인의 존재를 긍정하게 됐다.”

셋째, 현재를 긍정하는 힘이 생겼다. “가장 좋아하는 말이 카르페 디엠이다. 그날을 잡아라, 현재를 즐기라, 는 말인데, 한국 사회에서 사는 건,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고 유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등학교 땐 대학을 위해, 대학 가면 스펙 쌓고 취업하려고, 취업하면 생존하고 살아가기 위해, 아이 낳으면 아이를 위해, 그 다음은 노후를 위해. 나 역시 그런 삶을 살다가 떠났다. 주변에서 걱정한다. 미래가 무섭지도 않냐, 뭘 믿고 떠나느냐. 사실 좀 무서웠는데, 여기서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해도 두렵긴 매한가지더라.”

그녀는 그래서 떠났다. 미래를 위한다는 핑계로 ‘지구촌 불안 동지’가 되느니, 불안 곧 마음의 ‘부란(腐爛, 썩고 문드러지다)’에 시달리느니, 미래의 불안을 거세했다. 화학적 거세도, 물리적 거세도 아닌, 마음속 불안의 거세. 맞잖나. 현재를 유보한다고, 미래를 위한답시고, 행복한가. 정말 그런가. 적금과 보험 꼬박 붓고, 주식 시세 챙기고, 부동산시세 보면 행복한가 말이다. 자신의 마음이 아닌 늘 다른 곳을 기웃거려야 하는 생활, 말이다.

그녀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가장 하고 싶고, 설레게 하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래. 그래, 결심했어.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일을 하다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미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믿기지 않지만, 그렇게 됐다. 아, 이전에 미래를 준비한다는 게 물질을 중심에 놓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돈 많은 사람이 가장 재밌고 행복한 여행을 하느냐. 내가 보니 아니더라. 돈 없는 내 여행이 더 재밌고 따뜻한 경험이 많더라. 적은 돈으로 더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겠구나, 다른 방식으로 살 수도 있겠구나, 이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와도 내 식대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그녀는 나와 남, 현재를 긍정하고 배우는데 7년이 흘렀다.

7년이 너무 길다고? 글쎄, 일단 해보고 얘기하자. 당신은 7년보다 더 짧은 시간이 걸릴 수도,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지구촌 불안 동지’ 탈피하기. 아,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Carpe Diem!!!


당신과 나, 우리의 좋은 여행


그렇다면, 좋은 여행은 어떤 것일까. 역시나 각자의 좋은 여행이 있겠다. 걷는 여행자 김남희에게 좋은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들어보자.

첫째, 혼자 하는 여행. “왜 혼자냐. 우리는 여행 아닌 일상에서 너무도 많은 관계에 치여 산다.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을 줘야 한다. 관계가 발목을 잡아서 나를 쓰러트리고 절망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잖나. 관계 때문에 힘을 얻으면서도 지치고. 그 관계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자신을 더 깊이 만나서 이곳에서의 관계를 더 단단하고 뜨겁게 하는 것을 여행을 통해 얻어 올 수 있다.”

둘째, 느린 여행. “워낙 속도에 치여 살다보니, 우리는 새벽부터 밤까지 유격훈련 하듯 일정표를 짜서 돌아다닌다. 유럽에서 한 대학생을 만났는데, 춤이 인생의 의미라면서, 나이트클럽을 순례하고 있었다. 낮에는 유스호스텔이나 공원에서 자고, 저녁에 단장하고 밤새 춤추다 돌아오는 거지. 걔의 여행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대부분이 자신에게 별 의미도 없는데, 르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 사진 찍고, 봐야할 것을 찍는답시고 주마간산으로 훑잖나. 걔는 그런 데 안 가더라. 시간 지나고 누구 여행이 더 기억이 남겠나. 그래서 느리게 가야한다. 남들의 속도와 상관없이 천천히, 아무 것도 안 해도 되고,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그저 걷고 쉬고 또 자고. 어떤 방식이든, 자신을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셋째, 자기만의 테마를 가진 여행. 즉 주제와 스타일을 가진 여행. “우리의 여행은 대개 획일적이다. 한 군데가 유행하면 거기 가야한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길, 갔다 오면 자랑한다. 제주 올레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은 혼자 온 여성들이 전화기에 대고 자랑하는 것이다. 좋은 걸 친구와 나누는 건 좋지만, 휴대전화를 끄고 그냥 느리고 호젓하게, 천천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어떨까. 햇살에 내 몸을 맡기고 바람소리를 듣고. 문학소녀라면 소설 속 공간을 찾던가, 먹는 게 좋으면 미식가 여행을 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주제와 스타일을 가지면 그 여행이 더 좋지 않을까.”

넷째, 공정여행, 착한 여행, 윤리적 여행. “여행하는 사람은 여행지의 문화, 경제를 지키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익숙한 것을 포기할 줄 알면 된다. 레바논에 갔다. 서양 자본이 많이 침투해 있었다. TGIF, 스타벅스 등도 있는데,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마시면, 그 돈은 놀라울 정도로 그 지역 사람들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묵는 숙소는 누가 운영하는지, 내가 쓰는 돈이 이 사람들에게 가는 것인지, 그런 작은 고민을 하면 그 지역 사람들과 조금 더 소통하고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다섯째, 공부하고 준비하고 계획하는 여행.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100% 진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버마를 여행한다고 할 때, 정치상황을 알고 가는 여행자와 모르고 가는 여행자는 행동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벗어던질 줄도 아는 여행자도 있다. 책자에 없는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면서. (웃음) 여행이 우리를 스스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여행의 물살에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가이드북을 포기하고 모르는 동네를 낯선 사람을 만나 어울려 본다든지, 스스로를 뛰어들게 한다든지, 그것도 좋은 여행이다.”

여섯째, 기록하고 공유하는 여행. “세계 어디, 오지를 가도 꼭 세 가지가 있다. 중국 식당, 일본인 여행자, 한국인 선교사라고 얘기한다. 특히 일본인 여행자들은 기록의 문화가 특출하다. 기록하는 습관이 엄청나다. 일본인 배낭여행자 숙소에 가면, 이 숙소를 드나든 여행자들이 업데이트하는 방명록 노트가 있다. 이 동네에서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가게, 가이드북에는 안 나와 있지만 꼭 가볼만한 곳 등이 섬세한 지도와 함께 있다. 내가 만난 한 한국인은 이런 일본인 방명록을 보기 위해 일본어를 배웠다. 좋은 정보를 나만 갖고 있을 게 아니고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여행을 하게 한다면, 이것도 좋은 여행이 아닐까.”

이것도 좋지만, 당신만의 좋은 여행도 찾아라. 최근 여행길에서 내가 어설프게 깨달은 것은 우정의 여행.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팁을 얻었던 여행. 우정의 길, 우정의 여행. 좋은 여행에는 우정이 함께 한다.


김남희의 여행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어서 사진과 함께 김남희의 여행 일부가 소개됐다.

이슬람 국가
그녀는 이슬람권 여행을 좋아한다. 가장 뜨겁고 따뜻하고 놀라운 경험을 선사해준 곳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에서 손님은 알라가 보낸 선물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에게 음식이나 잠자리 등 따뜻한 환대를 해 주는 사람이 많다. 중동에 가면 공주병 환자가 된다나 뭐래나. 청혼도 받았다지, 아마. 다처(多妻)를 지닌 일부(一夫)로부터.

파키스탄 북부 지역 훈자계곡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배경이다. 일본인 여행자들이 개척한 곳이란다. 3000m 고지에 인간이 있고, 천계인가 싶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 한 달 반을 머물면서 아무 것도 안 했단다. 훈자를 무척 좋아하는, 그래서 매년 찾아오는 한 한국인이 책을 갖다 놨다. 100여권의 한국 책이 있다는 정보. 살구나무 아래 돗자리를 깔고 책을 보고 음악 듣고 잠을 잔다면, 신선이 따로 있나. 그렇게 있다 보면, 동네 사람들이 와서 살구 씨를 내밀고 집에 가자고 손을 내민단다. 선계(仙界)를 경험하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

부탄
그녀에게 가장 재미있는 곳 중의 하나였다. 신기한 게 무척 많기 때문이라고. 티벳 문화가 강력하게 남아 있는 이곳은, 국민행복지수(주. 1인당 국민총행복지수(GNH-Gross National Happiness))를 처음 만든 나라다. 국왕이 국민들의 정신적 행복지수가 중요하다고 선언하면서 만들었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단다. 이런 실험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부탄을 찾는다.
현금자동인출기(ATM)나 신호등도 없다. 푸줏간도 없다. 세계에서 유일한 금연국. 유일하게 남자들의 복장규제가 있는 나라.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깨끗한 자연환경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국토의 65%는 산림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헌법으로 규정해 놓은 국가. 모든 건축물은 부탄 전통양식으로 지어져야 하고, 사석에서는 자유복장이 가능하나, 일 할 때는 전통복장을 입어야 한단다.
뭣보다 경제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적인 성장이라고 말한다니, 어째 이곳과는 정반대다. 다만, TV가 보급된 해가 1999년이었는데, 현재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란다. 어릴 때부터 개미 한 마리 죽이지 못하도록 교육을 받는데, TV를 통해 쏴 죽이는 장면 등을 접하고, 청소년들 가장 열광하는 것이 프로레슬링이어서 TV로 인한 문제가 크다고.
한반도 1/5 크기 수준인 부탄의 국왕은 스물아홉의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훈남. 그런데, 지난 2008년 입헌군주제를 시행했다. 국왕이 자발적으로 왕위를 내려놓으며 체제를 변화시킨 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곳. 그것도 국왕이 1년 동안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민주주의 입헌군주제로 바꿔야한다고 설득했다.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민주주의 필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옆의 인도나 네팔을 보니까, 만날 치고받는다며, 민주주의 그거, 불편한 물건 같다면서. 1년 동안 설득하고 모의선거 등을 치른 끝에 땅땅땅. 헌데, 한 정당의 공약이 왕정복구였을 정도로 부탄 왕실은 국민들 신뢰와 존경을 받는단다. 허허. 신뢰와 존경, 우리는 언제 그런 리더를 가져보나.
다만, 최근 본 한 서평. 쓰지 신이치가 쓴 『행복의 경제학』을 읽고 고개를 갸웃한 바를 쓴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에 대한 서평 기사 중 일부. “부탄이란 곳이 알고 보면 입국세만 하루 200달러(인도인 평균 월급의 서너 배에 해당)를 받아내는 고약한 나라인데, 그곳에서 (입국세만 4천 달러를 내고) 20일이나 체제하며 ‘행복 현장 탐방’ 운운이 도대체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다.”

에티오피아
그녀는 아프리카엔 다섯 달 정도 있었다. 가장 힘들고 슬프고 우울했단다. 그래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배우게 했던 곳이기도 하고. 처참한 가난과 흑백 차별,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어이없이 목숨을 잃는 아이들. 우울과 스트레스가 겹칠만했다. 그녀는 에티오피아에 한 달 정도 머물렀다. 말라리아에 걸리는 등 생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지금 가장 그립고 다시 가고픈 곳 중의 하나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
에티오피아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 커피를 마실 때, 신선한 풀을 바닥에 깔고 꽃잎을 덮고 숯불을 피워 커피를 볶고 빻아서 마신다. 이방인이 커피 세리머니에 초대받으면 상당히 후하고 극진하게 대접을 받는단다. 물론 그녀도 그런 대접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라 고역이었다는 후일담.

탄자니아
김남희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사랑한 나라. 첫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 킬리만자로 때문이다. 일반인이 전문적 기술이나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대륙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등반했단다. 재밌는 건, 한국인은 현지 가이드에게 이 말을 꼭 물어본단다. “킬리만자로에 표범이 살아요?” 가이드 왈, “한국인은 왜 그것만 물어요?” 참고로, 표범은 정상에 살지 않는다.
아울러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환경캠페인의 상징이다. 그녀는 여행하면서 환경주의자가 돼 가고 채식을 하는 등의 작은 실천을 하게 된 이유가, 날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민하고 실천을 결의하게 됐기 때문이란다.
탄자니아에서 가장 행복했던 경험은 사파리였다. 4박5일을 했는데, 19마리의 기린에게 둘러싸였던 풍경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있단다. 그래서 사파리 강추! 어떤 문명의 흔적도 없는 초원에서 야영하면서 해가 뜨고 지고, 별이 뜨고 지는 것을 겪고, 바오밥나무 아래 혼자 앉아 있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때가 벗겨져 나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 경험을 통해 인간의 오만을 깨달을 수 있다는 말씀. 약육강식, 적자생존, 무한경쟁, 지금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그것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인지. 그녀가 직접 들여다본 동물의 세계는 인간보다 더 공정한 게임의 법칙, 삶의 규칙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공정한 사회는 바로 그곳이었단다. 그녀가 경험한 자연계의 규칙은 놀라울 정도였다.
지금 여기의 통치자가 씨불대는 ‘공정’은, 조까라마이싱. 그녀 얘길 듣자면, 인간이라는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결코 낫지 않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짐승보다 못한 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봐라. 인간은 도통 멈추는 법을 모른다. 배부르다고 내려놓지 않고, 더 가지려고 안달이다. 더 많은 돈, 더 넓고 큰 집, 더 빠른 자동차. 미친 거지.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빌려 쓰는 거지. 빌리는 주제에 주인 노릇하려고 깝치고.

어쨌든, 나도 다시 걷고 싶어진다. 그 초원. 다시 보고 싶어진다. 그 별빛.
일부는 내려놨지만, 아직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있는 나는, 이 노랠 들으면서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다음 여행도 꿈꾼다. 「남쪽 끝 섬」(하찌와 TJ 노래).
“언젠가 그대와 둘이서/ 어딘가 남쪽 끝 섬에서/ 쨍쨍한 태양에 불타고/ 시원한 바람에 춤추고/ 야자나무 그늘 밑에서/ 뽀뽀하고 싶소 ♪… 얼음장수 아저씨 안녕/ 핑크색 구름 빙글빙글/ 빛나는 향기의 그대와/ 예쁜 포즈로 사진 한 컷/ 시계가 멈춘 낙원에서/ 눈을 감고 싶소 ♪”

아, 뽀뽀하고 싶다. 온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 생뽀뽀. 남쪽 끝 섬에서.


Q&A


여행 중 현명하게 돈 쓰는 법이나 돈 쓰는 기준이 있다면.

“쓸 때 쓸 줄 아는 여행이 좋은 여행이다. 아끼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오로지 그곳 여행지에서만 경험이 가능한 일이 있는데, 그런 것은 비싸다. 가령, 탄자니아에서 사파리는 60~70만원, 킬리만자로는 100여만 원이 든다. 4박5일 여행에 그만한 돈이 드는데, 탄자니아 아니면 경험을 못하잖나. 젊을수록 이런 체험여행은 꼭 해봐야 한다. 그곳에서만 가능한 일들에는 투자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은 일에 투자한다면 좋겠다.”

질문이 많다. 대학시절 어떤 학생이었고 어떤 일을 했나. 처음으로 자신을 변화시킨 결정적인 여행의 시간이 있다면. 책으로 쓰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하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나. 세상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나.

“정말 많네. 제대로 말해야할 텐데. (웃음) 정치외교학과에 다녔다. 열심히 데모했다. 친구들이 다 운동권이었고,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하고 다녀야한다고 생각해서 거리에서 많은 시간 보냈다. 강의실에서 배운 건, 별로 없다. 가장 치열하게, 희망과 절망을 천국과 지옥처럼 오가며 살았던 시절이다.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공부는 못해도.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대사관 비서로 6년 동안 일했다. 사표 쓰고 세계 일주를 갔다.

결정적인 여행이라면, 대학 졸업 후 떠난 유럽여행이었다. 졸업 후 뭐하고 먹고 살지 몰랐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스펙은 없고 남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떠났다. 60일 넘게 혼자 다니면서 유럽의 자유분방함을 봤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게 긍정적으로만 보였다. 아, 인생에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구나. 내가 선택한 일을 재밌게 하면 되지 않을까. 유럽 여행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글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창간했을 때부터 글을 썼다. 당시 인생 최초의 위기였는데, 아무도 (오마이뉴스를) 모른다는 것에 혹해서 글을 썼다. (웃음) 겁 없이 내밀한 이야기를 마구 털어놨고, 공감해준 분들이 있었다. 세계 일주를 할 때 책 낼 계획은 없었는데, 연재해보자고 해서 연재하게 됐고, 책까지 이어졌다. 운이 좋았다.

여행을 하며 그 글을 통해 소통하고 싶은 꿈이 있다.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은, 1~2년 내 쓰지 신이치(『행복의 경제학』 저자)라는 문화인류학자와 한일을 함께 여행하고 한국인과 일본인이 본 한국과 일본 이야기다. 그 책을 쓸 거다. 나중에는 네이버에 쓰고 있는 ‘세계의 걷고 싶은 길’도.

미래의 삶은, 음, 꿈을 물어본 거라면 중남미대륙을 여행한 뒤 정착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가 그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의 속살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또 탈학교,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같은 제도권 바깥의 아이들과 함께 도보로 장거리 여행을 함으로써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꾸미는 게 꿈이다.”


여행가기 직전에 어떤 생각을 하나.

“내가 왜 이럴까. (웃음) 사실 돌아와 있으면 안락하잖나. 뜨거운 물도 펑펑 나오고. 특히 저예산으로 여행 다녀서,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 숙소에 머무는 게 꿈인 시절도 있었다. 왜 이 짓을 또 하는 거지, 하는 순간도 있다. 떠난 뒤 짧게는 사흘, 두 달까지도 겪어봤다. 쓸쓸하고 무섭고 낯선 여행을 해야 된다는 게 너무 두려운 거다. 그러나 그 이후 몸이 리듬 타고 혼자 노는 법에 익숙해진다. 안락함을 포기하고 다시 힘이 생겨서 신나게 여행하게 된다. (웃음)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책 쓰고 충전하고 나간다. 지금도 여행을 떠난 뒤 첫 사흘은 늘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다. 누구나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처음 일주일만 견뎌보라. 혹은 사흘만. 처음에 익숙해지지 않아도 신나는 순간이 밀려온다. 그 이후 여행이 나를 끌고 가는 순간이 온다.”

책에 나온 일본의 자연이 인상적이었다. 다니면서 느낀 점과 올레길은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의 자연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우리나라 자연이 빠진다고 생각 안 했다. 스케일은 작지만 친근하고 정겹고 산 깊고 물 맑아서 우리 자연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에 가서 그 자부심이 상처 받았다. 일단 크기에서 비교가 안 된다. 생물의 다양성도 비교가 안 된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자연이 정말 광대하다.

(자연에 대해서라면) 지진의 혜택도 있더라. 3000미터 넘는 산이 많아서 풍경도 엄청 다양하고 산 속에 온천이 있고 유황연기 피어오르는 풍경도 있었다. 자연이 갖는 다양성보다 그 자연이 예뻐 보이게끔 하는 주변 환경이 더 부러웠다. 지금 우리는 난개발이 많고,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일본도 그런 시기를 겪었다더라. 우리보다 보전을 더 잘해왔고 지키고 있고, 부러운 것이 많았다. 자연의 다양성만큼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것은 사실이다.

올레길은 굉장히 좋아한다. 아직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다. 인기가 시들해지면 몇 년 후에 걸으려고. (웃음) 제주도는 틈만 나면 간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은 일본의 어느 섬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다. 참 아름답고 빼어난 섬이다.”


길에 대한 정의를 한다면. 또 좋은 길과 나쁜 길은 어떤 길인가.

“‘길이 없으면 만들고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라는 시가 있다. 누구든지 한 발 내디디면서 길이 시작되는 거 아닌가. 내가 걸은 길은 누군가 만든 길이었다. 그걸 따라서 갈 뿐이었다. 여행기는 또 누군가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곡선의 길, 흙의 길을 좋아한다. 반면 직선의 길, 포장된 길을 싫어한다. 무릎이 너무 아프고. 직선의 길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다운 건 곡선의 길이다. 인생은 직선으로 가야한다고 말하지만, 인생의 묘미는 돌아다니는 것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멈추고 돌아가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 떠나기도 하는, 그런 걸 허락하는 게 길이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평탄한 직선의 길이 성공이라고 우리 사회는 말하는데, 돌아갈수록 괜찮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도 재미있다. 발이 호흡하고 대지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길이 좋다.”


도시의 올레길 열기, 어떻게 생각하나. 또 여성 혼자 길 떠나는 것, 쉽지 않을 텐데, 그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도시나 마을 올레길, 대찬성이다. 다만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잊힌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길이 만들어져 있고, 지자체 등 온갖 군데서 관광차원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데, 우려가 될 정도다. 우리 마을에 오랫동안 다닌 길이 있고, 품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이어지는 게 아닐까.

나는 부암동에 산다. 그 동네는 많은 길을 품고 있는데, 계속 걸으면서 길을 지켜나갈 수 있다. 멀리 알려진 길을 찾아갈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길부터 걷는 것이 여행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돈 많이 들여서 유명한 곳을 가야하는 건 너무 전형적이다. 가까운 곳의 길을 목욕탕 가듯 편하게 갈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나도 두려움이 정말 많지만, 떠나보니 여자 혼자 떠나서 얻는 것이 훨씬 많다. 환대와 친절을 받을 수 있고, 공짜로 택시 버스 타는 것도 여자다. (웃음) 불리한 점도 있지만 유리한 점이 훨씬 많다. 친구 사귀기도 쉽고. 그 외 다양한 경험을 뜨겁고 진하게 할 수 있다. 두려움은 어디서나 있다. 약간의 두려움만 극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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