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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미국에선 16살도 창업하는데 한국은…?

“두뇌는 게으르다. 상식을 파괴하기 위해선 경험치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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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 년, 무에서 유를 만들고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한 눈 팔지 않고 근면·성실의 태도로 달려온 것이 아버지 세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 7월1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대강당. 『상식파괴자』(그레고리 번스 지음|정재승 감수|김정미 옮김/비즈니스맵 펴냄) 출간기념으로 전하진 대표(@hajinJ, www.hajin.com)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 주제는 ‘<상식파괴자>: 미래 인재의 조건’.

강연자인 전하진 대표 이력을 잠시 언급하자. 그는 한글과컴퓨터(한컴) 대표이사, 네띠앙 대표이사 등을 거쳐 현재 한미파슨스 e칩부문 대표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누구도 소프트웨어 수출을 생각하지 않을 때, 작지만 수출을 했고,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기업인.”

그랬던 그였기에 한컴의 대표이사로 발탁되면서 ‘급주목’ 받는 인물이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수렁에 빠진 한국경제, 당시 한컴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자금난에 시달렸지만,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조건부 2500만 달러 펀딩을 고사했고, 직원 월급은 밀려있었다. 전 대표는, 당시 해외진출 사례 발표를 위해 한국에 출장을 와 있었다. 그런데, 일이 어떻게 되려고 했는지, 얼떨결에 한컴을 맡게 됐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한컴은 살아났고, 스톡옵션을 받았던 그는 한때 500억원 가량의 스톡옵션 보유자로 크게 언론을 탔다.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그러다 ‘급전직’하고, 무너진 네띠앙을 맡아서 귀한 경험을 많이 했다. 말하자면, 그는 롤러코스터를 탄 벤처기업인이었다.

“어려워지고 나서 세상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우리 사회가 기업가라고 잘해주고 창업을 부추기지만, 얼마나 이해하고 배려하는가 보면, 아니다. 망하고 나서 내가 경험한 메시지를 전달하자, 고 생각했다. 실패한 벤처협회 부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장관, 국회의원을 쫓아다니며, 패자부활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다녔다. 작년에서야 빚을 청산했는데, 빚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메시지인지 알았다. 빚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다.(웃음)”

자, 이젠 본론으로. 전 대표는 미래의 가장 강력한 핵심 경쟁력을, ‘크리에이티브한 창조력’이라고 단언했다. “들을 때는 끄덕하는데, 어떻게 창조력 만들 거냐. 실패 두려워하지 말라는데, 어떻게 실패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거기에 대해 영감을 얻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시대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지난 60여 년, 무에서 유를 만들고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한 눈 팔지 않고 근면?성실의 태도로 달려온 것이 아버지 세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굉장히 압축 성장했는데, 문제는 근면?성실로,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 될 수 있느냐. 자녀들 키워보면 알 것이다. 아이들은 근면?성실 하지 않다. 지금 대통령은 새벽 같이 나와서 일한다는 데, 미래의 대한민국을 생각할 때 그게 바른 길이냐.” 근면?성실이 창조력을 보장하거나 담보하지 않는다는 명약관화한 이야기.

그리고 패러다임의 변화가 크게 일어났던 1998년.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됐고, 온라인 쇼핑몰이 급성장했다. “1990년대 이전, 인터넷이 나오기 전에는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가 없었다. 촛불 집회할 때, 배후가 있다고 잡아야 한다는 분들은, 아직 농경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이다. 200만년 이상을 이렇게 살다가, 20년 전부터 새로운 매체가 생기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는 그렇게 인류의 큰 변화 한 가운데 있다. 누가 파워를 갖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

벤처는 당시 한국 경제를 추동하는 힘이었다. 거품도 야기했지만. 전 대표는 당시 벤처에 뛰어든 사람들을 ‘훈련되지 않은 학도병’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10년 동안 벤처산업은 훌륭히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금은 정말 새로운 세대인 넷세대, 자아실현욕구가 강한 디지털 네이티브가 등장했다. 이젠 이들에게 아쉬워도 물려줘야 한다.”


2010년, 다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 “또 다른 혁명의 시작이다. 잡스 형님께서 모바일 시대를 인도하고 계신다.(웃음) 작년 12월 아이폰을 사면서, ‘아 또 세상이 바뀌는구나’하는 98년의 느낌을 받았다. 아침에 신문 안 본다. 업무 본다고 컴퓨터를 찾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시간이 비면 골치 아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골프를 치다가도, 화장실에 갔다가도 아이폰만 있으면 된다. 누구나 그걸 이야기했는데, 잡스가 위대한 점은 이걸 실현했다는 거다. 컴퓨터가 내 손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제 노트북도 없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일어나는 변화라면,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이하 SN)다. 전 대표는 SN이 인간관계를 새로운 방법으로 만들어주고 있고 평했다. SN을 통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관계망이 형성된다는 것. 한두 번의 이벤트가 아닌 매일 SN에 접속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된다.

“뉴스도 이젠 트위터 등으로 받아본다. 신문사들도 속보를 알리는 개념보다 검증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심층적으로. 왜냐.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앞으로 언론사는 저즈먼트(judgement)를 해야 한다. 그런 신뢰를 가져야 한다. 물론, 그런 신뢰를 못 갖추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전 대표가 말하는 ‘Power Shift’는 다음과 같다.
- 농경사회 -> 산업사회 -> 정보화 사회
- 땅, 노동력 -> 자본, 생산성 -> 창조적 부가가치

좌절하는 한국의 젊은이들

그렇다면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월드 베스트(World Best) 만들기? 전 대표 왈. “이젠 큰 게 아니다. 우리가 진짜 깊이 있게 뭔가 했을 때, 월드베스트는 과거보다 훨씬 쉽게 될 수 있다. 종로의 피맛골이 없어졌다. 그곳은 수십 년 삶의 애환이 묻어있는 공간이다. 이건 재생할 수가 없다. 근데 이걸 때려 부수고 없앴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이런 가치를 만들 수가 없다.”

전 대표는 특히 교육에 있어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크리에이티브한 인재는커녕 아이를 죽이는 교육. “왜 우리나라 부모는 똑같은 생각으로 똑같은 미션을 아이들에게 주는지 안타깝다. 우수한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 의사, 판사, 변호사, 검사, 교수, 공무원, 회계사, 변리사, 대기업직원, 공기업직원이 되는 사람들? 생각도 없는 세 살 때부터 아이에게 별의별 걸 다 배우게 하고, 이게 아이를 위한 건지, 부모를 위한 건지, 모르겠다. 자기 놀 시간을 짜서 아이를 학원에 돌리는 거야.(웃음) 내가 사는 동네는, 아이들이 어우러져 노는 걸 보니, 좋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대학입시설명회를 봐라. 아이들은 없고 엄마만 우글거린다.”

그는 학교를, 1등보다 못한 사람들을 양성하는 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등이 아닌 애들은 매일 혼나고, 열등감이 쌓인다. “그러고서 대학을 가니, 무슨 자신감으로 공부하겠나. 열등감만 있지. 강의 나가보면 안다. 좌절하고 있다. 열의가 없다. 그러면서도 개혁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왜 대학에 안 가도 된다는 얘길 안 하나. 대학 졸업하면 뭐해. 일자리가 없어. 그런데 우리나라 일자리가 진짜 없나. 좋은 대학에 강연을 가니, ‘3D에 종사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도 하더라. 그런데 3D가 뭐냐. 막말로, 김연아가 어릴 때부터 고생한 거 봐라. 그게 3D지. 박지성도 봐라. 발 봐라. 본인이 선택하는 게 다 3D다. 하기 싫다는 거다.”

그의 안타까움은 이런 거다. 도서관에 처박혀 있는 젊음. 울타리 안에서 안정된 직장만 바라는 젊음. 조련사 말만 들으면 고기를 얻어먹을 수 있고, 안정된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이것이야말로 마이너스라는 거다. 부모들? 말 잘 듣는 곰을 키우고 있을 뿐.


상식을 파괴하는 방법

아니, 그렇다면 어떻게 하란 얘기냐. 그는 『상식파괴자』를 통해 힌트를 얻었다. 뇌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를 돕고, 상식을 파괴하는데 있어 뇌과학적으로 작동하는 세 가지 메시지를 던져줬다.

- 지각
아는 만큼 판단한다.

- 두려움
미지, 실패, 조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 사회지능
익숙함과 평판으로 대중적 소통에 성공해야 한다.

그는 웹2.0으로 무장한 비즈엘리트의 예를 들었다. 오규석 대표(한국디지털미디어고 1학년)를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한국에 오 대표 같은 (이른 나이에 창업한) 사람이 있냐고 하니까, 없다더라. 미국은 지금 16살이 창업하고 있다. 그 뒤가 19살이고. 16살이 창업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무섭다. 세상을 뒤집는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는 거다. 19살은 타협하지만.(웃음) 어디서 뭘 배웠는지 모르지만, 내가 모르는 얘기를 참 많이 하더라.” 이어, J2M Soft 공동창업자인 방경민과 박종흡 대표,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누리엔 김태훈 대표 등을 언급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해, 전 대표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며 혁신을 통해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인재”라고 규정했다. 그의 인재상은, 비즈니스 하는 방법이 다르며, 글로벌 콤플렉스도 없고, 모바일시대의 주역이다. 즉, 다르게 생각하며, 생각하는 대로 사는 사람, 상식파괴자다.

“다르게 생각하는 것, 어렵다. 대개의 사람들은 상식파괴자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가진 상식의 틀을 깨지 않고서는 상식파괴자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마냥 어렵지 않다. 영화 끝나면 화장실에 줄을 서는데, 나는 거기 안 선다. 한층 위아래로 간다. 차가 막히면 골목으로 들어간다. 상상하면서. 강남 쪽은 거의 골목으로 다닌다. 한두 번의 경험으로 학습이 된 거지. 틀을 바꾼다는 게 해보면 가능하다.”

고로, 지각이란 두뇌에 의한 통계적 판단이다. 뇌를 활발하게 작동시켜야 하며 경험치를 높여야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뇌의 한계를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다르다. 사람이 보는 것을 내부 경험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머리가 쓰는 에너지가 많아서 머리만 돌려도 배가 고픈 거다. 에너지를 많이 써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기존의 것만 활용한다. 그게 보통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상식이 파괴되지 않는다. 두뇌는 게으르다. 상식을 파괴하기 위해선 경험치를 높여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이하, 상식파괴를 위한 전 대표의 조언이다.

- 지각상의 획기적인 발견은 단순히 사물을 응시하고 그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 획기적인 발견은 지각시스템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는 무언가와 대면했을 때 나온다.

   이때 두뇌가 새로운 범주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 미지,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라.
-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아라: 남과 비교가 아닌 자기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
- Small Win을 축적하라: 작은 목표로 나누어 실천하라.
- 배수의 진을 쳐라: 쓰레기통에서도 장미꽃은 핀다.
- Shutdown Plan을 수립하라: 계획된 실패는 미래를 위한 준비다.
- 사회지능을 높여라: 인간은 익숙한 것과 평판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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