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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이세요!

‘중국이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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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나라다. 월드컵 때, 일본이 8강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느낌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혼자 웃었는데, 그런 감정이 유독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강하다.

꿈이 있고,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이세요.

신촌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에 중국문화 카페 라오상하이가 있다. 『중국 읽어주는 남자』의 저자를 만나는 곳으로 안성맞춤이다. 손때 묻은 의자와 다탁, 온갖 찻잔과 중국의 향기가 묻어나는 인테리어가 푸근한 인상을 풍기는 곳이었다. 도자기 주전자에 우롱차가 담겨 참석자 모두에게 서비스됐다. 색깔이 독특한 떡도 곁들여져 나왔다. 먹을 것 때문인지 낯선 사람들과 마주 앉았는데도 불편하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중국과 일본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나라다. 월드컵 때, 일본이 8강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그렇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느낌에 대한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혼자 웃었는데, 그런 감정이 유독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강하다.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을 폄훼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리라. 그만큼 많이 얽혀 있고, 그렇게 지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중국을 잘 모른다. 제대로 된 앎 대신에 루머가 많다. ‘~카더라’ 식의 정보가 난무한다. 그래서야 중국과 무얼 하기가 쉽지 않을 터다. 중국을 배제하기란 불가능한 현실에서.

이 책을, 저자는 대한민국 30대를 염두에 두고 썼다고 했다. ‘앗, 나는?’ 하는 순간 저자가 책의 ‘맺는 글’을 인용해 주었다. “나는 삼십대를 단지 물리적인 나이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삼십대는 ‘아직 꿈이 있는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라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도 여전히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꿈 있는 사람들 중에 중국 진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는 만큼 보이는’ 길을 밝혀주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썼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이 뜨고 있으므로’.

책은 중문과를 졸업한 저자가 중국에서 석?박사를 따며 공부한 5년간의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쉽고 잘 읽힌다. 인문학자로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그저 에세이 읽듯이 읽을 수 있다. 책이 쉬웠던 데 비해, 오히려 현장에서 오고간 이야기들은 다소 묵직했는데, 아시아 유니온 등에 대한 견해들이 오갔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여겼다. 생각과 토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라는 반증이 아닐까?


서로를 싫어할 자유가 사라지는 시대에 바라보는 중국은?

중국 악기 얼후로 연주되는 중국 음악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이페이라는 이름을 지닌, 생각보다 젊은 여자 분이 나와서 아리랑과 구슬픈 음조의 중국가요, 중국 느낌이 그야말로 물씬한 중국 전통가요를 잇달아 세 곡 연주했다. 연주로 인해 중국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신촌 한가운데서 느끼는 중국, 중국 차, 중국 음악, 중국 이야기.

카페의 대표인 박주홍 씨가 차 이야기를 간단하게 들려주었다. 차의 역사가 오랜 만큼, 긴 차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이야기는 생각 외로 짧았다. 중국 차의 역사는 3,000년이며, 발효도에 따라 녹차(불발효), 백차(10퍼센트 발효), 홍차(85퍼센트 이상 발효), 청차(15~75퍼센트 발효), 흑차(후발효차), 황차(15퍼센트 발효)로 나뉜다는 것, 우리가 우롱차라고 하는 것은 청차를 이르는 것이며, 비싸기로 소문난 보이차는 후발효 차로서 20~30년 동안 발효를 하며 ‘세월을 두려워하지 않는’ 차로 알려져 있다는 것. “보이차를 마시는 것은 시간을 돈으로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는 말이 인상 깊었다. 시간을 돈으로 사다니, 그게 차 마시는 거라면 나쁘지 않다.^^

그런 뒤, 저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저자는 책에서 보이는 것처럼 균형 있는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중국에서 공?한 사람들이 지니기 쉬운 중국 편애 내지 중국 혐오가 보이지 않고, 좋은 건 좋다, 마음에 안 드는 건 또 그렇다고 얘기하는 사람이었다. 학자적인 고집이 엿보였고, 사람 좋은 것과는 별개로 깐깐해 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하며, 그 때문에 서로 싫어하거나 무시하고 지내왔다고 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잘 알아서 잘 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글로벌 시대이다. 어떤 한 나라를 싫어한다고 해서 내가 살기 편해지는 시대가 아니다. 지구인들은 이제 서로를 싫어할 자유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서로의 돈주머니, 즉 자신의 지갑이 모두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p.223)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조금은 충격이었다. 이를테면 ‘동북공정’이 알면서도 역사를 왜곡하는 정치적 전략이라고 여겼는데, 대다수 사람들이 진실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 그랬다. 심지어 다수의 학자들까지도. 개중에 왜곡임을 아는 학자들도 ‘돈’ 때문에 ‘아니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했다. 인민이 학자의 견해를 떠받쳐주는 시스템이 없고 오로지 공산당의 그늘에서만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심각한 건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먹고사는 일에만 신경 쓸 뿐 정치와 역사 그 어느 것에도 관심 없으며 변화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산당을 좋아하지 않지만 변화를 위한 대가를 치르는 일은 더더욱 싫어한다는 것.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물론 저자는 중국인에 비해 우리는 공격적이고 스피디하며 개척정신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건 상대적인 이야기요, 여전히 어느 부분에서 극도의 보수성과 이기심,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우리의 모습을 부정할 수는 없을 듯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조선족 대학생이 우리가 중국어로 말하지 않는 걸 불만이라고 여기며, 불과 550년 전에야 문자를 만든 게 부끄럽다고 하더라는 이야기 등 저자의 책 내용에는 크고 작은 충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제가 하는 이야기는 방편일 뿐입니다. 옳다고 할 수 없고, 일종의 지도인 셈이에요. 지도란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에 옮겨 놓은 것이어서 태생적으로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지도가 유용한 건 사실이지요. 이 책도 ‘쓸모 있음’ 정도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와 중국의 거리는 게으름과 일중독의 거리?

저자와의 만남을 위해 독자들이 올린 질문을 프린트해 온 저자는 그 중 몇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었다. 특히 저자 입장에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소개할 때는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이다. ‘중국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저도 궁금합니다.”라고 답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중국의 통사를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 읽을 만한 책 추천 정도예요. 사실 중국의 25사를 다 읽은 중국 역사학자도 별로 없고, 대륙학자들이 쓴 중국 역사책이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만의 백양이 저술한 『중국인사강』이 『맨얼굴의 중국사』라는 번역서로 나와 있어요. 진순신의 『중국의 역사』도 잘 읽힙니다.”

‘중국 무술이 신의 경지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 경찰이 오히려 태권도를 익히고 있다는 말로 대답을 가름했다. 그러면서, “문화는 국적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교는 이미 인도의 종교라기보다 중국 종교이며, 태권도나 PC방, 붕어빵, 대리운전 등은 중국에 편재하는 우리에게서 전해진 문화라고 했다. 어디가 먼저냐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에서만큼은.


“문화는 물질과 제도, 정신의 세 가지로 주로 구성되는데 물질은 선진국에서 보편화되면 받아들이는 나라에서는 여러 단계를 건너뛸 수 있는 이점을 가지는 게 특성입니다. 중국이 VTR을 건너뛰고 VCD, DVD로 바로 간 것이 그런 예입니다. 제도 면에서 중국은 낙후되어 있어요. 법치국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신 측면에서 보면 중국은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마치 ‘먹어보지 않은 음식’처럼, 민주주의가 피상적이며, 따라서 민주주의의 선물인 시민정신이 부재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때때로 매우 신랄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했다. 시민의식이 없는 중국에서 공중화장실은 절대로 깨끗해질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시민 공유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따끔한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갑갑하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죄는 느낌이 중국에 살다 한국에 오면 확연히 느껴진다고 했다. 연예인의 잇단 자살도 아마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중국이 지나치게 느긋하고 느슨하다면 한국은 너무 치열한 경쟁으로 사람을 몰아 부친다는 것이다. 중국이 게으르다고 욕먹는 그 지점이 한국에서는 ‘일중독에 빠진 인간미 없음’일 수 있다고.

저자의 단호한 태도에 호응이라도 하듯 독자 질문도 꽤 길게 이어졌다. 책 내용이 모두 경험에 의한 것이냐 하는 질문도 나왔고, 전술했듯이 아시아 유니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 중국의 분열에 대한 예측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저자는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일일이 피력했다. 책 내용은 경험에 더해 자료를 연구한 것도 있다고 했고, 아시아 유니온의 아이디어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중국은 분열과 통일의 역사이므로 언제가 됐든 분열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인들은 그걸 가장 우려한다는 것까지.

처음 책을 접할 때 그저 두루뭉수리, 재미있게 넘어간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다소 오해였다. 책도, 저자도 매우 확고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 다만 쉽게 잘 읽힐 뿐이다. 대다수 학자들은 학문이라는 것을 방패로 두루뭉술한 의견을 내놓는다. 특히 대중을 상대로 하는 책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데 박근형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책은 쉬운데 깐깐했고, 저자도 그랬다. 독특한 매력이다. 매우 신중히 해주는 저자의 사인을 받아들고 나오면서 책을 더 세밀히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국을 바라보는데 도움 될 내용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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