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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 ‘무시무시한 두 언니’ 배수아와 이상은

세계를 상상하는 즐거움 - 배미주, 배수아, 나비드,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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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느 별에서 왔니, 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에 투영된 지구는, 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보통의 지구인에겐 그것이 때론 궁금하다. 여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감수성으로 우리 곁을 찾은 작가와 뮤지션이 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마음에 투영된 지구는, 이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보통의 지구인에겐 그것이 때론 궁금하다. 여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감수성으로 우리 곁을 찾은 작가와 뮤지션이 있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염려와 거침없이 지구 밖으로 뻗어 가는 상상력으로 우리에게 지적 유희를 안겨주는 작가와 뮤지션도 있다. 그들을 만났다.

지난 6월30일 서울 홍대부근 상상마당. 유월의 마지막을 수놓은 북콘서트에 초대된 그들, 이 지구별에서 함께 어울렸고, 방방 뛰었다. 누구와 함께였냐고? 『올빼미의 없음』(배수아)과 『싱커』(배미주)였고, 자의식 충만 뮤지션들로서 열네 번째 앨범 로 찾아온 이상은과 한국의 딕시칙스, 여성 듀오 나비드였다.


볼매 듀오, 나비드 & 디스토피아적 상상력, 배미주

새 앨범으로 돌아온 나비드

첫 번째 음악손님은 나비드. 지난해 6월 1집 앨범 <하루>를 낸 뒤 1년 만에 새 앨범 <Tell me the World>로 돌아온 그들의 첫 무대다. 허, 그런데 앨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Tell me the World’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물음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란다. 자의식 충만 모던록 듀오, 자칭 ‘볼매(볼수록 매력 있는) 그룹’인 나비드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어떻게 하면 (음악적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해서, 자켓은 물론 작사?작곡을 직접 하면서 참여도를 높였다. 우리의 색깔을 좀 더 전하고 싶었다. 이라크 전쟁이나 천안함 사건, 자연재해 등을 접하면서 우리 노래를 들었을 때 단편적 사랑뿐 아니라, 인류에 대한 사랑 등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모티브를 잡았다.”

앨범의 콘셉트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지금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정의에 대한 물음을 대중과 자신들에게 던지고 있다.’

첫 곡으로 「소울 메이트」를 들려준다. 그리곤 자신한다. “여러분에게도 소울 메이트가 있나요. 음악으로 여러분과 소울 메이트가 되고 싶어서 첫 곡으로 골랐어요. 아직 저희를 잘 모르시겠지만 끝날 때면 저희 이름을 확 기억하실 거예요.(웃음)”

이어 첫 이야기손님도 등장한다. “상상은 할 수 있지만 가 볼 수 없는 곳. 가상으로 만들 수 있지만 살아 볼 수는 없는 곳, 미래사회를 상상력으로 불러낸 소설, 『싱커』”의 배미주 작가. 22세기, 지하에 있는 가상의 인공도시인 시안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꾸민 이 소설은 지난해 창비 청소년문학상에서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광을 안은 바 있다.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이 소설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배 작가 스스로도 딱히 꼬집긴 어렵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미지에서 시작된 것인지, 신문이나 책에서 출발한 것인지, 어디서 시작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단다. “다만, SF를 쓰는 사람의 눈으로 모든 일상이나 세계를 바라보면 모든 것에 다 아이디어 있다.”

나비드는 『싱커』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 <아바타> 생각도 살짝 났지만 분명 달랐다. 특히, 환경, 경제, 청소년 문제 등 우리의 현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혹은, “책을 보면서 되게 많은 상상을 했는데, 두려웠다.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겠다 싶어서. 사실 40~50년 전만해도 지금의 영상통화를 생각지도 못했지 않나. 이 책을 통해 미래는 어떤 세계일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싱커』의 배미주 작가(왼쪽에서 두 번째)

많은 이들이 <아바타>를 얘기했다. 배 작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아바타>를 비교하는 질문을 인터뷰할 때마다 받는다. (웃음) 나는 인식을 못 했는데, 수정고를 넘기고 <아바타>를 봤는데, 재밌게 봤다. 큰일 났다, 그런 생각은 안 들었다. 왜냐면, <아바타>『싱커』든, 가상현실은 SF역사에서 보편적인 설정이기 때문이다. 또 <아바타>는 파란색 외계인, 『싱커』는 아마존 동물과 접속한다.”

이어진 『싱커』의 낭독. 주인공 아이들이 싱커 게임에 접속해서 낯선 동물의 감각을 경험하고, 레인메이커라는 인공 강우 시스템을 통해 처음으로 비를 처음 경험하는 대목이었다.

“문장이 따듯하고 유려한 한편,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배작가의 SF적 상상력은 어떻게 잉태된 것일까. “기존의 청소년 소설은 생활 소설이나 내적 성장소설이 주류를 이루는데, 난 어릴 때부터 『해저 2만리』『셜록 홈즈』 등의 장르소설을 좋아했다.” 배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관심과 흥미를 가진 것은, 새로운 것을 알게 해주고 정신적 모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본인도 그런 것을 쓰고 싶다. 또 지적이고 분석적인 시각뿐 아니라 경이감을 갖고 세계를 유쾌하고 발랄하게 바라보는 작품이 많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싱커』는 SF이면서도 청소년문학이다. 장르적으로 묘사하다가 혹 어려움이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으나, 후반부에 나온 한 폭력적인 부분에서 살짝 내적 검열을 받았다. 결정적인 장면은 넘어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웃음)”

인물에 대해서라면, 여자가 주인공인 것은 의도적이었다. 청소년소설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여서 자신의 소설에선 여자여야 한다고 굳히고 들어간 거다. 한편으로, 주인공이 ‘여자답지 못하다’는 주변의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그것 역시 고정관념. 아울러, ‘역진화’로 태어난 칸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소설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역진화임에도, 그 개념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서 역진화 이야기는 축소됐다. 자연적으로 칸 역할도 모호해졌고. 그러나 너무 아쉬워 마시라. 배 작가 왈, “다음에 역진화를 소재로 더 깊이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꿈 없는 편안함보다 꿈 있는 힘듦이 낫다”

미래를 다뤘다지만, 그 속에는 지금 시대가 연상될 수밖에 없는 단초들이 있다. 말하자면, 비판적 지성. “조지 오웰의 『1984』도 미래 소설이지만 현실을 담고 있다. 미래를 다루지만, 현재 현실의 모순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의 모순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극단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비드가 『싱커』의 일부를 낭독한다. 미마와 부건이 진짜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을 따라 읽은 뒤, 이어진 감상. “경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쌓는 지식의 경험도 포함되는데, 정말 경험 전후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는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싱커』를 통해 경험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다. 매일 보는 하늘, 태양이었지만, 이젠 새로운 느낌으로 경험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각을 통한 경험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싱커』의 마지막 장면이 그것을 묘사한다.

흰 눈이 작은 내 게의 발에 와 닿았다. 곰쥐가 소스라치는 감각을 미마도 똑같이 느꼈다. 공기는 시안의 시스템이 마비됐을 때보다 훨씬 차가웠다. …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희디흰 세계 위에서. 그 차가움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그 빛을 쬐는 동안 미마는 무언가가 변화하는 기운을 느꼈다…. 도전을 기다리는 세계가, 거기 있었다. 싱커들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었다.(pp.212~213)

어쩌면 해피엔딩, 혹은 또 다른 디스토피아의 시작? 혹시 『싱커』 후속편에 대한 암시? 나비드는 후속편이 나와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다. 신아마존으로 올라간 청소년들에게, 이것이 과연 행복한 일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도 많은 모험이 있을 것 같고, 어른들을 어떻게 끌어들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며. 싱커를 통해 동물과 접속했기 때문에 이전보다 동물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그것이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까지.

『싱커』를 낭독중인 배미주 작가

배 작가의 말은 그렇다. “꿈 없는 편안함보다 꿈 있는 힘든 세상이 낫지 않나.” 그렇다면 그가 진짜 그리고 있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 “낙천적인 성격이라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생기 넘치고 다채로우며 상호존중과 이해가 흐르는, 똘레랑스가 넘쳐흐르는데다 기술의 도움으로 많은 것이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인종차별이나 편협함, 고정관념 등이 인간 사회 답답하게 만드는데, 그것이 사라진 세상이랄까.”

영화화도 괜찮겠다. 그도 영상으로 표현되는 상상력을 염두에 뒀다. 다만, 영화화가 된다면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 할지는 자신도 모르겠단다. 그래도 영상미는 기본. 아마존의 다채로운 빛깔과 시안의 무채색, 빙하기의 흰 빛이 대비돼야 하고, 아이들의 액션도 부각돼야 하는 까닭이다. 역시나 문제는, 돈이다. 자본의 문제.

배 작가의 SF 혹은 장르소설에 대한 바람도 뒤따른다. “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장르도 우리나라에선 지식인 장르가 된다. SF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우리나라에선 마니아들이 읽는 책이 된다. 중요한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모험 혹은 SF소설을 많이 접하고 자라서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독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일단 내 책이 잘돼야 하고, (웃음) 다른 작가들이 SF를 쓸 때 정말 청소년들이 재밌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책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박수 소리에 탄력받아, 나비드의 음악이 분위기를 이었다. 2집 타이틀곡, 「고백」이 울려 퍼졌고, 마지막으로 「Not Ready to Make Nice (화해할 생각은 없어)」로 나비드의 색깔에 방점을 찍었다. 마지막 곡은 그러니까, 그래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딕시 칙스(Dixie Chicks)의 곡이다. “딕시 칙스처럼 음악으로써 우리를 좀 더 표현하면서 할 말은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그런데 딕시 칙스가 누구냐고?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인 게 부끄럽다.” 전쟁광 부시가 대통령으로 집권하던 시절의 이 한 마디로, 온갖 편견과 혐오에 맞서 싸워야했고, 고난을 겪어야 했던, 여성 3인조 밴드다. 나락에 떨어졌다가 재기하기까지 3년. 그러니까, 「Not Ready to Make Nice」는 그 고난의 시간과 혐오를 드러낸 사람들의 댓글에 대한 통쾌한 답글이다. 보통의 셀러브리티에서 의식 있는 아티스트로 변모한, 이 세계를 노래한 밴드.

리드싱어인 나탈리 메인즈는 좌석을 꽉 매운 영국의 셰퍼드 부시 엠파이어 공연장에서 이런 말을 ‘다시’ 던진다. “범죄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언제나 준비된 말은 없다. 헌데 나는 부시가 텍사스 출신인 게 ‘정말’ 부끄럽다.” 그들을 좀 더 알고 싶다면, 영화 <딕시 칙스: 셧업 앤 싱>을 봐도 좋겠다.

“앞 시대의 재키 로빈슨과 마찬가지로 메인즈와 딕시 칙스가 그토록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대중의 조롱에 대한 두려움, 심지어 살해위협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신념을 고수했기 때문이다.”(『상식파괴자』, p.115)


지구별 여행자, 배수아 & 이상은

<We are made of stardust>을 들고 온 이상은

두 번째 노래손님의 등장이다. 최근 신작 앨범 <We are made of stardust>을 들고 온 이상은. 영화음악가 이병훈, KAYIP(이우준, 콜드 플레이와 U2의 앨범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이노의 공연 세션)과 함께 뉴욕의 문래동(문래예술공단) 같은 동네의 스튜디오에서 이번 음악을 만들었다. 공식적인 소개를 살짝 엿보자면, “NEW YORK의 뮤직 시티 윌리엄스버그의 아파트와 허드슨 강가의 거대 유조 공장 스튜디오에서의 치열한 새로움을 향한 실험.”

참고로, 뉴욕에서의 이번 작업은, 책으로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제목은 『이상은, 뉴욕에서』. 이상은의 등장과 함께 어쿠스틱 버전의 「Something in the air」가 울려 퍼진다. 또 한 사람의 이야기손님의 등장을 예고하는 음악이랄까. 그렇다. 『올빼미의 없음』의 배수아. 또 한 명의 지구별 여행자다. 그래서일까, 사회자는 이런 닭살 멘트도 날려주신다.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지금 모실 두 분에게 아마 하늘 냄새가 날 거다. 규정지을 수 없는 필력을 지닌 배수아 작가, 그리고 토탈 아티스트, 이상은. 무시무시한 언니 두 분을 모시고 북콘서트를 계속 진행하겠다.”

하늘 냄새. 문득 궁금해졌다. 지하 공연장에서 맡는 하늘 냄새는 어떤 것일까. 잡내가 끼이지 않은, 온전한 느낌으로 하늘을 만날 수 있을까. ‘소설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배 작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것은 하늘을 바라보고 내음을 맡을 수 있는 상태다. 만족하지 못한다면, 하늘 따윈 염두에 둘 수 없다.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상태를 즐긴다. 그런 가능성이 있으면 삶에 만족할 수 있다.”

이상은이라고 다르지 않다. “난 무척 긍정적이다. 모든 것에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다. 삶의 자세나 태도가 좀 더 좋아져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냥 막살았구나, 조금 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살 걸,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디든 떠날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는 그들에게선 여행자의 냄새가 난다. 하늘이 그래서 묻어 있는 것일까. 물론, 그들에게 여행은 특별한 일탈이 아니다. 배 작가가 베를린을 종종 찾는 것은, 그곳이 작업실이기 때문이다. 여행과 결부시킬 이유는 없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 이상은에게도 라디오를 진행하다가 잘리면 여행을 다니는 식으로 계속 그렇게 살아왔단다. 여행은 곧 일상, 그렇게 흘러가듯이.


배 작가는 과거, 이른바 ‘회사원 생활’을 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직장을 그만뒀고 전업 작가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1년 정도 외국에서 있을 기회가 생겼다. 베를린을 거의 절반 이상 우연으로 선택했고, 11개월을 살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사람은 한 번 누린 자유의 수위를 낮출 수가 없다. 직장을 그만뒀고 굶어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살아있다. (웃음) 8년 직장 생활을 했고, 그 와중에 소설가로 데뷔했지만, 피곤한 상태이기도 했고, 조만간 결론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올빼미의 없음』은 글이 쓰고 싶은 열망이 타올라서 나온 작품이다. 독일문학에 꽂혀, 3~4년 번역에 혼이 들렸던 배 작가가, 어느 순간 자신의 글이 쓰고 싶었단다. 그 열망이 와 닿았기 때문일까. 이상은에게 이 책은, 아름다우면서도 지적 우월감을 느끼게 만든 책이었다. “이런 명품 같은 소설이 있는 줄 몰랐다. 소설을 잘 안 읽는데, 이런 작품은 10~20년 후에도 남을 것 같고, 배 작가님은 오래오래 남을 소설을 쓰는 분이구나 싶었다.”


배수아의 체계, 이상은의 자유

이어진 낭독. 이상은의 목소리. 『올빼미의 없음』에서 주인공인 ‘나’는 아는 사람의 죽음을 접한 뒤 묻는다, 죽음.

“나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가 베르너에게 털어놓았다. 지금에야 비로소, 내 생애 처음으로, 나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보이지 않음, 그리고 그 단어, 없음…. 말해달라, 베르너, 죽음이란 어떠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가. 죽음과 함께 우리는 어디에 있게 되는 것인가. 죽은 자는, 우리가 사랑한 죽은 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게 되는 것인가.(pp.137~140)

죽음. 사회자 성기완은 씩씩하고 명쾌하다고 했다. 피할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피해가지 않고 답하기. 90년대와 비교할 때, 질문 내용은 바뀌었지만, 질문과 대답을 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단상. 배 작가의 우문현답. “21세기잖나. 덧붙인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

더불어, 자주 질문을 받는다는 ‘왜 독일인가’에 대한 답변. 어쩌면 우연, 혹은 운명. “회사에서 외국으로 1년을 나가면서 어느 나라든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영어를 쓰지 않는 나라에 가고 싶었다. 제2외국어를 프랑스어로 했는데, 프랑스 문학을 생각해보면 프랑스에 가고 싶지 않았다.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베니스)에서의 죽음』을 떠올렸는데, 나도 미스터리한 게 왜 베니스가 아닌 베를린으로 갔을까, 하는 거다.(웃음)”

배 작가의 소설은 이야기 중심이 아니다. 소설집 『올빼미의 없음』을 이루고 있는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영혼을 여행시켜야 한다. 그다음 이미지와 상징을 만든다.” 배수아의 체계다. 글쓰기의 왕도는 없다. 각자의 글쓰기가 있을 뿐. “여기 온 분들 중에 글 쓰는 분이나 글을 쓰고자 공부하는 분에게 기우에서 하는 얘기인데, 이론은 다 헛소리다. 쓰다 보니 결론으로 낸 방법론이지,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길을 간다.”

『올빼미의 없음』 소설집은, 「올빼미」라는 단편에서 비롯됐다. 모든 것의 시초. 처음, 올빼미는 문 같은 존재였다. 문을 통해 나갈 수 있는, 가시적인 출구 같은. 올빼미는 그렇게 다뤄졌다. 더 자세한 분석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각자 올빼미를 흡수할 것.

『올빼미의 없음』을 직접 낭독중인 배수아 작가

그리고 「올빼미」에서 배수아의 직접 낭독이 뽑아져 나왔다. 화자인 나와 노작가 간의 대화다. “내가 일생 동안 두려워한 건 혼자가 되는 것과 글을 쓰지 못하는 것, 이 두 가지였답니다, 하고 화면 속의 남자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우리는 극장에 앉아 있었다…. 당신의 말을 들을 수도 없어요. 그때부터는 해가 바뀌어도 날 찾아올 필요가 없어요. 난 마침내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된 것이고, 그리고 정말로 너무나 혼자가 되었을 테니까. 그래서 당신조차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일 테니까.”(pp.66~69)

참, 무서워하는 것이 별로 없음에도, 가스불을 유난히 무서워하여 집에 가스레인지가 없는 배 작가가 『올빼미의 없음』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가장 뒤에 배치된 (배치는 출판사에서 했단다.) 「밤이 염세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소설. 앞으로는, 여행에 대한 글을 많이 써보고 싶다는 것. 앞으로 나오는 책들은 그러한 이동의 상태를 많이 반영하지 않을까.

이상은은 여전히 자유롭다. 특별한 계획은 없음. ‘보헤미안’이라는 공식적인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그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 이상은의 다음 여행지를, 계획을 묻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으리라. 그의 영혼이 머무는 곳에 이상은은 자리할 것이며, 그곳에서 잉태된 음악을 우리는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열심히 살아야지. 음반 홍보도 많이 하면서.” 이상은답다. 그렇게 마무리하기 좋은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이상은의 노래. 「비밀의 화원」이 그렇고, 「어기어디어라」가 그렇다. 아름답다. 기분이 좋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새들은 걱정 없이/ 아름다운 태양 속으로 음표가 되어 나네 ♪/… 난 다시 태어난 것만 같아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질 거야 그대가 지켜보니/ 힘을 내야지 행복해져야지 뒤뜰에 핀 꽃들처럼♬/… 난 다시 꿈을 꾸게 되었어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 나의 초라한 마음을 받아준 순간부터 ♪ (「비밀의 화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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