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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지만, 실감 나지 않는 진실!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고개를 돌리는 죽음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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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모두가 당면한 명제를 두고, 철저하고 충분한 근거를 들어, 모두가 인정하고 싶지만, 고개를 돌리는 죽음의 존재를 직시하게 만든다.

201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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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저/김명남 역 | 문학동네

2010 세계작가축제에 초청된 주노 디아스,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말하는 자리에서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저녁 식사를 하면 3세대가 모이게 된다. 할머니-어머니-나. 이 3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 같다.” 대화를 조금만 나눠 보면, 각자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견뎌 온 시공간이 다르기에 우리는 같은 색깔, 비슷한 핏줄을 나눠 갖고도, 우리는 서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 살건, 우리는 모두 몸으로 견뎌 낸다. 생성된 몸은 결국 소멸한다. 그것만큼은 전 세대를 거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진리다.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굳이 주노 디아스 얘기를 꺼낸 까닭은, 여기, 구성원은 다르지만(아버지-나-딸), 3대라는 시?공간 차를 느끼며, 해석할 수 없는 인물 텍스트를 읽고자 하는 저자 때문이다. 물론 3대의 사상 세계를 두 팔 벌려 안아 내려는 주노 디아스의 작품과는 달리, 몸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저자 데이비드 실즈는 솔직하고도 숨김없이 감정을 드러낸다. 100세에 가까운 아버지, 천둥벌거숭이 10대 딸, 당신들의 노골적인 생명력이 부담스럽다고! 그러니까, 어차피 우리는 결국 죽는데 말이다(저자는 이 책을 ‘파괴적 논픽션’이라고까지 말했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그래서?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어떻게 죽음을 맞아들여야 하는지 차근차근 다정하게 설명해 주는 (지루한) 책이 아니다. 착한 미덕은 없지만, 유쾌한 미덕은 갖췄다. 죽음이라는, 모두가 당면한 명제를 두고, 철저하고 충분한 근거를 들어, 모두가 인정하고 싶지만, 고개를 돌리는 죽음의 존재를 직시하게 만든다.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로 나누어 우리의 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죽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잡지 뒤의 별자리, 이달의 운세보다 훨씬 와 닿고, 정확한 확률이 클 신체의 변화들을 열거하며, 당신 역시 그 과정 속에 있음을 인지시킨다. 이를테면, 이러한 것 까지도. “손아귀 힘은 30세까지는 증가하고, 40세가 넘으면 급격하게 약해진다. 65세가 넘으면 아래팔과 등의 근력이 줄어든다. 힘이 약해진다기보다 조정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50세가 넘으면 가령 오래 자동차 핸들을 돌리는 것 같은 힘쓰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다”거나 “대니얼 맥닐에 따르면 사람의 동공은 청년기에 최대 크기가 되는데 이것은 틀림없이 연인을 꾀는 미끼일 테고, 이후에는 60세가 될 때까지 서서히 줄어든다”.

이러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책이라고 이해한다면, (상당히 거친 성격일 것만 같은) 저자가 분노를 금치 못할 게다. 정보 사이사이에 꽂힌 명사들의 명언, 몸에 대한 촌철살인은 때로는 가혹하고, 때로는 위로를 준다. 뿐만 아니라, 유한한 몸에서 무한한 욕구를 발산하는 아버지와 딸의 내밀한 에피소드들은 여러 번 웃고, 몇 번이나 공감하게 만든다. 그들의 이야기를 심드렁하게 전달하지만, 저자의 글은 그들의 삶에 대한 애정 역시 숨기지 못한다.

미국의 철학자 니컬러스 머리는 말했다. “‘30세에 죽었으나 60세에 묻혔다’라고 묘비에 써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은 인생의 첫 30년은 삶을 사는 데 쓰이고, 이후 40년은 삶을 이해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다. 쇼펜하우어는 숫자를 역전시켜서 말했다. “인생의 첫 40년이 텍스트라면 나머지 30년은 그것에 대한 주석이다.” 루소는 뭐라고 했을까. 인생은 모두 같다. 10세에는 사탕에 휘둘리고, 20세에는 이성에, 30세에는 쾌락에, 40세에는 야망에, 50세에는 탐욕에 휘둘린다. 그 후에는 달리 남은 것이 없으니 지혜를 추구한다.” 누구라도 쉬이 부정할 수 없는 매력적인 명언들 앞에서 얻게 되는 것은 단순히 죽음을 인정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자꾸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는 말이다.


데이비드 실즈

브라운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오와 대학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여덟 권의 소설과 에세이를 썼다. 그중 『검은 행성Black Planet』은 전미비평가상 최종심에 올랐고, 『리모트Remote』로 PEN/레브슨 상을, 『죽은 언어들Dead Languages』로 PEN 신디케이티드 소설상을 받았다. 미국의 문예지 『컨정션Conjunctions』의 수석 편집자로 일하면서 『뉴욕타임스 매거진』 『하퍼스 매거진』 『예일 리뷰』 『빌리지 보이스』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했다. 현재는 시애틀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고 워싱턴 대학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예술적 에세이 l shinsia82
저자는 지적이며 유쾌한 글쓰기로 문화와 예술, 과학을 드나들며 인간의 생을 고찰한다. 미국의 에세이 특징대로 자신의 사적인 생활을 모두 드러내서 더 재밌게 읽힌다. 한국의 저자들은 솔직하지 않을 때가 많아서 난 외국책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물론 아닌 책도 많지만. 자신의 열등감을 그대로 드러낸 저자의 솔직한 글쓰기는 읽는 재미와 함께 몰랐던 인체와 인생의 숨겨진 사실과 진실도 대면하게 해 감동과 유익함까지 몰아준다.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은 책이다. 더보기
죽음에 대해 경쾌하게 논하다 l alien1213
사실 죽음이라는 주제때문에 어두운 분위기, 무거운 문체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초반부터 웃으면서 보게되다니.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자신의 가족들(아버지와 딸)에피소드/ 한때 저자의 로망이었던 농구를 이용하여 재치있게 풀어낸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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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저/<김명남> 역13,500원(10% + 5%)

『리모트Remote』 『죽은 언어들Dead Languages』 등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한 사실주의적 작품들로 '다큐멘터리 소설가'라는 별칭을 얻은 데이비드 실즈의 신작 에세이.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물리적 생존환경과 육체에 대한 생물학적 탐구를 펼치는 한편,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죽음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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