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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직장인의 생로병사,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 『부러우면 지는 거다』 신여진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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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작가 16년 차, 할 줄 아는 게 ‘방송’밖에 없어서 ‘잡가(?)’라는 한 우물을 16년째 파고 있다는 신여진 작가. 지난해 뜻하지 않은 실직(?)으로 이직이나 전직을 꿈꾸다가 사고를 쳤다. 길을 묻고 싶어 만난 프리랜서들을 아예 한데 묶어 책을 내놨다.

“좋아하는 일을 하신다니 참 부럽네요.”
“아뇨,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이에요.”

- 영화 <카모메 식당> 중에서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꿀 발린 소리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풍기는 포스. 기실 덤덤한 것 같지만, 이건 튼실한 내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전 불가능. 그건 압도적인 사투와도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열락이 아니라,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무시나 외면이 아닌, 버티고 견디기.

아마, 군대에서부터였다. 귓구멍 빵꾸똥꾸 나도록 들었던 이 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아직도 통용되는 이 소리, 개소리에 헛소리다. 큰 틀에서 군대와 별다를 바 없는, 직장에서도 뻔질나게 횡행했다. 꼰대들이 지껄이는 개수작이다. 어떤 뜻인 줄 당신도 알겠지만, (군대 혹은 조직의 논리에) 복종하고 죽어 있으란 얘기다. 즉,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를 복무신조(직장신조) 맞춤형 인간으로 개조시키려는 그악한 무리들이 퍼뜨린 프레임이자 협박이다.

사실, 호모 루덴스의 성정에 따르자면,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가 맞는 말에 가깝다. 피할 수 없다고 궁지에 몰아넣고, 피를 뽑아 먹으려니, 저 말을 살짝 바꾸는 수밖에. 자본과 권력은 그렇게 얍삽한 혀 놀림으로 현실을 은폐, 엄폐하곤 한다. 군대에서도 직장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약자다.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친 울타리에서만 즐긴다. 피할 수 없다는 핑계로.

이런 게 싫은 사람, 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일종의 조직 부적응자. 하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 넓지가 않다. 프리랜서. 대표적인 타이틀인데, 간지 좀 나는 것 같다고? 음 글쎄, 어디에 갖다 붙여도 좋은데, 스펙트럼이 워낙 넓다 보니, 정체는 파고들어야 파악 가능하다. 프리랜서니 ‘1인 창조 기업’이니 하면서, 제법 괜찮은 것처럼 포장하지만, 따지면 그냥 개인 사업자다. 혼자 지지고 볶으면서 생존해야 하는.

대다수 사람들, 싫어하는 일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한다. 잘난 고관대작들이야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 비일비재하다. 무덤도 많고, 핑계도 많지만, 그게 대개의 현실이다. 그러니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사투를 벌여야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갈 거다. 물론 프리랜서라고 싫어하는 일을 마냥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하지 않을 수 있는, 돈벌이를 약간 포기하는 기회비용이 들지만, 조그만 권리가 있다. 어쩌면 자유라고도 말할 수 있는.


그것이 또한 프리랜서의 매력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것 때문에 프리랜서를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즐길 수 없다면 피한, 어떤 사람들도 있다. 누구 말마따나, 새로운 모럴을 창조하지 못하면 저항이든 혁명이든 아무 소용이 없는 법. 프리랜서는, 모든 프리랜서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모럴을 창조할 수 있고,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온 자리가 지난 2일 서울 홍대 부근의 한 클럽에서 열렸다. 콘셉트 하여, ‘생생한 프리랜서 생존기’인 『부러우면 지는 거다』(신여진 지음 | 부즈펌 펴냄)의 신여진 작가 초청 강연회. 프리랜서 작가 16년 차, 할 줄 아는 게 ‘방송’밖에 없어서 ‘잡가(?)’라는 한 우물을 16년째 파고 있다는 신여진 작가. 지난해 뜻하지 않은 실직(?)으로 이직이나 전직을 꿈꾸다가 사고를 쳤다. 길을 묻고 싶어 만난 프리랜서들을 아예 한데 묶어 책을 내놨다.

그래서 전직했느냐고? 아니, 이제는 다시 방송으로 돌아가 아이돌들과 함께 뒹굴면서 현재 <청춘불패>와 <뮤직뱅크>의 작가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프닝부터 좀 다르다. <청춘불패>의 G7 아이돌들이 옥구슬 또르르 굴리면서, 방긋방긋 화사한 미소로 책 소개를 하는데. 어휴, 저 어리신 여신들의 소원을 안 들어주면 어쩔 것이여. 저 여신들을 동원할 수 있는 포스. 님 좀 짱인 듯. 님하, 부럽삼.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고 제아무리 말해 봤자, 부러운 건 부러운 거다. 좀 지면 어떠리.

각설하고, ‘얼굴은 송윤아, 목소리는 박경림’이라는 소개로 등장한 저자의 인사말로 프리랜서 생존 강연은 시작됐다. “방송 작가 16년 만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은 처음이다. 9가지 직업군을 다뤘다. 프리랜서에 관심이 있거나 활동하는 분들에게 좋을 것 같다. 프리랜서로 16년을 일하다 보니 느끼는 것은, 분명 프리랜서로 살 만한 성향의 사람이 있다는 거다. 오늘은 프리랜서를 하면 좋을 것 같은 성향을 알아보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 보겠다.”

그러니까, 프리랜서로 살고 싶은, 조직에 꼼짝없이 매인 몸보다는 느슨하게 풀린, 그렇다고 헐렁하게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프리랜서에 대한 적성 테스트 되겠다. 조직의 정규직보다 내 삶의 정규직이 되겠다며 이 앙 다물 수 있는 프리랜서를 향한 어떤 위로. “프리랜서는 나이, 경력, 전공 따위가 문제가 되지 않는 기회의 땅이다.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도전할 기회가 열려 있는 무한 가치의 땅이다. 때로는 억대도, 무일푼도 벌 수 있다. 하지만, 야생 정글만큼이나 살벌한 제로섬 게임의 현장이며 때로는 비굴하게, 때로는 비쿨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한다.”(p.7)

참, 커피 만들면서 생계형 글쓰기로 프리랜서계에 한발 걸치고 있는 입장으로서 말하건대, 프리랜서, 고생 끝에 오는 건 ‘낙’ 아닌 ‘병’인 경우, 부지기수다. 골병은 골병대로, 마음고생은 마음고생대로. 그래도 좋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세상과의 접점, 사회적 관계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권을 염두에 둔 ‘인맥’ 따위의 문어발적 관계 맺기에 몰두하라는 얘기, 아니다. 모름지기 프리랜서의 자존감 혹은 자부심, 있어야 하는 법. 여느 일개 조직원보다 사회적 인간으로서, 사회와 개인이 맺는 관계에 좀 더 섬세하게 촉수를 세우는 게 좋겠단 얘기다. 프리랜서가 살아갈 수 있는 것, 조직의 시혜보다는 사회로부터 받는 것이다. 대가의 크고 작고를 떠나, 좀 더 넓은 면에서 사회와 접점을 가질 수 있다. 물론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농담 같은 소리니, 닥본사(닥치고 본래 글 사수)!

나는 프리랜서로 살 수 있을까?

신 작가는 인간을 두 가지 성향으로 일부러 단순화해서 프리랜서형 인간의 적합도를 맞춰 볼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그가 제시한 프리랜서에 적합한 성향이다. 괄호는 상대적으로 덜 적합한 성향이라고 보면 되겠다.

- 골목대장형, “못 먹어도 고!”(참모형, “난 2인자가 좋아”)
- 롤러코스터처럼 스릴 있는 삶(회전목마처럼 안정된 삶)


누군가 내게 “안전하지만 무덤 같은 인생을 택할래? 아니면 불안하지만 설레는 인생을 선택할래?”라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설레는 프리랜서를 택할 것이다.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는 무한 창조, 발전의 직업 프리랜서.(p.7)


- 좋아한다면 All in. “강철 체력, 밤 도깨비”(9 To 6 “칼출근 칼퇴근이 좋다”)
- 직업이 필요하다. “일하는 것이 중요”(직장이 필요하다 “간판이 중요”)
- 콘텐츠에 자신 있다.(이력서에 자신 있다.)
- 로비스트: 남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일을 따낼 수 있는 사람(남한테 아쉬운 소리 No~!!)
- 열정 감성적: 간혹 남과 치열하게 부딪히고, 때론 이성적인 제어가 안 될 만큼 빠져드는 사람이 프리랜서에 어울린다.(냉정 이성적)
- 자기 관리: 출퇴근이 없는 대신 내 시간을 스스로 관리해야 해서 회사원보다 더 바쁘다.(다소의 통제가 편하다.)
-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 충만, “내 인생은 나의 것”: 남이 인정하건 아니건 그건 다음 문제. 프리랜서는 자부심, 자존심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를 북돋을 수밖에 없다.(겸손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프리랜서에 적합한 성향이라면, 어떤 프리랜서로 살아 볼까, 에 다음 방점이 찍힌다. 신 작가가 제시하는 유형별로 어울리는 프리랜서. 어떤 프리랜서가 좋을까.

우선 ‘글을 잘 쓰’는 유형이라면,
- 얼리어답터라면? “파워블로거가 적합하다. 아이폰이든 트위터든, 이것들을 유희의 도구로써가 아닌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면 파워블로거를 권유하고 싶다.”
- TV를 좋아하는가? “방송 작가를 알아봤으면 좋겠다.”
- 혼자서도 잘 노는가? “여행 작가를 해보면 어떨까.”


‘콘텐츠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
- 블로그에 올린다.
- 인맥을 찾아본다.
- 기고나 공채를 찾아본다.
- 유사 직장에 취업한다.
- 무작정 기다린다.


성공한 프리랜서는 무엇이 다를까


책에는 9개 프리랜서 직업이 나온다. 신 작가가 그들에게서 뽑아낸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찾았다.”
- 가슴에 불이 있는 사람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 주고,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뜨거운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한 사람들 : “이른바 ‘스펙’이 좋지 않음에도, 환경이 나쁘거나 나이가 많고 적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책에 등장한 모든 프리랜서에게 ‘성공’이나 ‘유명’의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다. 신 작가는 과정에도 무게를 뒀다. “책 판매 등에 유리한 유명 프리랜서로 내용을 채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프리랜서들을 만나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도전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끔 전공자도 아니고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조건에서 시작해서 열심히 뛴 사람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어, 그는 프리랜서가 갖추고 있어야 할 충분조건, ‘3C’를 제시했다.

- 콘텐츠(Contents): “재능도 될 수 있고, 자료나 경험도 될 수 있다.”
- 콘셉트(Concept): “내 콘셉트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성공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자기만의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 나도 작가로 봤을 때,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작가를 한다고 했을 때, 스스로 정한 콘셉트는 ‘소처럼 일하자’였다.(웃음) 섭외 등에서 악착같이 일하고, 목소리가 특이하니까, 인지도나 상품성을 알리자. 연예인 섭외 전화를 많이 하는데, (목소리 덕분에) 절대 안 잊는다.(웃음) 글 대신 아이디어로 승부하고자,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작가로 콘셉트를 설정했다.”
- 크리에이티브(Creative): “사람마다 염색체가 23개인데, 24번째는 본인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어야 한다.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면이 있다면 이를 부각해야 한다. 누구나 남보다 조금씩 우월한 인자를 갖고 있을 것이다.”

직장인의 생로병사,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

알다시피 직장 생활도, 삶과 마찬가지로 생로병사가 있다. 신 작가는 이런 단계를 제시했다.

- 2~3년: “커피?복사 심부름, 선배 시중이 많은 시기. ‘내가 이걸 하려고 여기 왔어?’라는 생각을 많이 할 즈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딴 곳에 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6~7년: “‘이 길이 내 길일까?’ ‘더 늦기 전에 나를 찾자’라며 파랑새 증후군이 찾아올 시기. 천직을 찾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한다. 어학연수나 배낭여행이 많은 시기.”
- 9~10년: “‘나도 여길 떠날 때가 됐나?’ ‘나도 한물갔다?’.”
- 13~15년: “‘더 늦기 전에 내가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자’ ‘상사 눈치 보지 말고 독립해 보자’ 고민이 많은 시기.”
-1~2년: “‘이 길이 아닌가…….’ 2~3년 차와 또 다른 고민이 있는 시기.”

각 시기별로 신 작가는 이런 처방전을 내놓는다.

- 6~7년 차(20대 후~30대 초)
“직장인에게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닐까. 권하고 싶은 직업은 여행 작가이다. 이 책을 쓰기 전에 여행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글을 잘 쓰고 특별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몇 여행 작가를 만나보니 그렇지 않았다. 직장을 잠깐 그만두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전에 여행기를 많이 쓰더라. 질풍노도, 사춘기에 잠깐 방황하듯, 휴지기를 갖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 10년 차(30대 중반)
“고3, 즉 진로 결정 시기이다. 내 경우는 방송을 접을까 말까, 고민했다. 고3 때 진로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경우와 비슷하다. 『아웃라이어』를 보면, 한 분야의 장인이 되기 위해선 10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데, 직장 10년 차는 또 다른 일을 찾을 때가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에 족적을 그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10년 차쯤 됐을 때, 다른 곳에 가거나 다른 일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파서 샐룰라이터(샐러리맨 라이터)가 돼서 책을 내는 것도 고민해 보면 어떨까.”

- 13년 차(30대 후반)
“대학 졸업반, 취업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학 졸업은 했는데, 전공을 살릴지 다른 일을 할지 고민되는 시기. 나 같은 경우, 다른 직종으로 가야겠다는 고민을 많이 했다. 하던 일에서 잘리고, 나보다 어린 PD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한 번쯤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 마련해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궁금했고, 어떤 과정을 겪고 있는지 듣고 싶어서 책을 택했다.”

- 1~2년 차
“달인을 만나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다. 방송 작가도 2년 차쯤 되면 비전도 안 보이는 것 같고 월급도 오르는 것 같지도 않고 일은 죽어라 많고, 고민 많이 한다. 그래도 그런 고민보다 달인이나 선배를 만나서 노하우를 배운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본 것도 아니고, 안 해본 것도 아닌 시기니까. 몇 년이라도 그 분야의 장인이 될 만한 사람에게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직업 소개서가 아니다, 뜨거운 마음이다

9개의 프리랜서를 다뤘다고 직업 소개서라고 오해하는 분이 있단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누구나 인생에 대해, 직업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때가 온다. 그것은, 인지상정. 그때 다른 사람을 통해 힌트나 팁을 얻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저자가 책을 쓴 이유 중의 하나다.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는지, 나만 내 직업이 힘든지, 다른 사람도 나처럼 힘든지 등에 대해 얘기를 듣고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성공이나 과정에서 어떤 기회가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듣고 싶었다.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도 방황의 시간을 줄여 주고, ‘그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나도 이렇게 살아 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되고 싶었다. 깊이보다는 그 사람들의 뜨거웠던 마음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저자라고 다른 욕심이 없었을까. 누구나 자기 안에 속물은 있는 법. 억대로 버는 사람을 만나 억대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나 벌이가 없을까 해서 시작한 측면이 있었단다. “인생은 꿈과 삶의 선택 문제인 것 같다. 나도 이 일을 할 때 꿈 때문에 시작했음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삶은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꿈이 곧 삶이 되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제목이 『부러우면 지는 거다』인데, 살면서 ‘질투 파일(jealousy file)’ 하나쯤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러워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김연아를 키운 건, 아사다 마오가 아닐까. 라이벌이 나를 키운다. 후배들이 나보다 먼저 책을 쓴 것도 내겐 채찍질이 됐다. 이 책을 보고 부러운 분들이 있으면 부러워만 말고 지금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다.”

마무리가 그렇게 지어지면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방송 작가는, 새끼 작가부터 시작해서 올라간다고 들었다. 아까 파랑새 증후군도 얘기했는데, 서른 초반의 사람들이 방송 아카데미에 도전해서 새끼 작가로 시작하는 게 어떨지.

“방송 작가에 대한 꿈과 희망을 주면 좋겠는데, 사실 방송 작가는 30대에 시작하면 할 만한 게 없다. 다만 드라마 작가면 상관없겠다. 방송 작가는 보통 스물둘, 셋에서 시작하니까 서른이 넘으면 힘들다. 많아도 스물여덟 정도면 가능한 부분이 있다. 프로덕션에서 직원처럼 시작하면 다음에 일할 땐 초보들이 못하는 일을 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서른이 넘었다면 차라리 드라마 작가를 권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의 미래나 꿈을 정하는데, 두려움 있을 거다. 작가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걸 어떻게 용기로 바꾸게 됐나.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하고 싶었다. 앞뒤 생각 않고 무조건 방송 작가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아카데미에 나와 수업을 들었다. 된다, 안 된다는 생각도 없었다. 운이 좋아서, 뭐든 시키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스펙과 능력을 생각하고, 할 수 있는 것만 따지면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도 저돌적으로 살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저돌적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가고자 하는 길에 뭐가 필요하고, 뭘 해야 할지 아는 건 중요하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보고 있다. 내가 준비만 돼 있다면 길이 열릴 거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을 만큼 가슴 속에 ‘쿵’하는 강한 울림을 주는 순간과 사람, 그리고 말 한마디는 있다. 고등학교 시절 “넌 글을 쓰는 걸 좋아하니까 방송 작가를 한번 해봐. 내 친구 중에 드라마 작가가 있는데 아카데미라는 곳에 가면 작가가 될 수 있는가 보더라고.”라던 작은 엄마의 말 한마디가 있었기에 구체적으로 나는 작가라는 꿈을 갖고 도전할 수 있었다.(pp.6~7)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고민이다. 호기심도 열정도 많은데, 여행 작가에 관심이 가서 알아봤는데, 사업도 함께 해보고 싶고. 어떻게 해야 될지…….

“재주가 많은 사람들이 방황을 많이 하더라.(웃음) 할 줄 아는 게 많아서 그런 거다. 여행 작가가 하고 싶다면, 나 같으면, 일단 여행을 가서 콘텐츠를 갖고 와 책을 집필해 보겠다. 여행 책을 통해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이 책에 나온 오다나 씨(『미치도록 즐거워』)의 경우도 그렇잖나. 국회의원 비서관을 하다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프리카 설명회를 거쳐 책을 냈다. 지금 그녀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사람을 모집해 트럭 투어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다른 곳의 여행도 꿈꾸면서 비즈니스를 뻗치고 있다. 일단 뭔가를 시작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 뭐든 시작해서 완성하면 사업적으로 뻗어 나갈 수도 있고.”

16년 방송 작가를 하는 동안, 슬럼프를 경험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슬럼프, 많았다. 사실 어렸을 땐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난 잘 되는 사람인가 보다’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시청률이 안 나오고 프로마다 성공이 안 돼서 좌절감을 느끼고 일본을 6개월 동안 다녀오기도 했다. 다녀오니 남들이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었고, 다른 일을 할 만한 재주도 없고.(웃음)

가장 큰 슬럼프는 작년이었다. 더 이상 길이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직업을 옮기는 시점이 있다. 갑을 관계에서 보면, 갑이 나보다 많이 어릴 때 그렇다. 예전에는 시청률이 떨어지면 밤잠 못 자고 고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럴 수도 있지, 다 때가 있는 거야, 잘될 때도 아닐 때도 있지, 라고 생각하게 됐다. 작년에는 이직 고민도 많아서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생각한 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책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다른 기회를 찾아보자.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저자라는 이름으로 여러분을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내가 뭔가를 할 때, 남에게 내밀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원고를 내는 비결이 있다면.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대신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많이 내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책을 내기 전, 글을 잘 쓰는 사람만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책을 쓰면서, 나의 장단점을 활용했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으니, 에세이를 쓰지 말고, 방송 작가 경험 16년을 살려 구성력이 있는 책을 만들자고 했다. 필력보다는 콘셉트?기획력으로 설득하자고 접근했다. 글은 추리면서 다듬어졌다.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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