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했던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애덤스 주연의 영화 <줄리&줄리아>. 요리 영화라고 불러도 좋을 이 영화, 사랑스럽고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줄리와 줄리아가 펼치는 요리 덕분이죠. 정확하게는, 요리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전설의 프렌치 쉐프가 된 줄리아(메릴 스트립)나 줄리아를 닮고 싶은 뉴욕의 요리 블로거 줄리(에이미 애덤스)가 그렇습니다.
뭣보다 그들은 요리(하는 것)를 즐깁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그들에게 요리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전업으로 요리를 다루는 직업군도 아니요, 요리로 이름을 알리겠다는 공명심에 불타지도 않습니다. 그저 요리할 수 있어서 좋은, 요리가 즐거운, 자신이 한 요리를 친구들과 나눠 먹는 기쁨을 누립니다. 좋아서 요리하든지, 요리하는 것이 좋든지, 제가 본 그들의 요리는 이랬습니다. 삶을 사랑하고 자존감을 확립하는, 자아 정체성을 실현하는 무엇. 요리의 힘!
사랑스럽고 부러웠습니다. 땅?바람?비?해 등 우주의 모든 기가 모아진 식재료는 물론, 그것에 땀과 노력으로 농사를 지어 준 농부에게 감사할 줄 알며, 요리하는 즐거움과 함께 먹는 즐거움도 아는 여자들이. “먹는 것이 곧 사람이다”(
『프랑스 스타일』 중에서)라는 말에도 한 표 던지지만, 요리하는 즐거움을 아는 줄리아와 줄리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 “요리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행복하다.”
지난 14일, 서울 상수역 부근의 카페 디디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아는, 음식을 나눠 먹는 즐거움을 아는, 요리사를 만났습니다.
『엄마의 음식노트』(강영자 지음 | 미나트 펴냄)의 저자를 만나 책에 얽힌 이야기부터 요리하는 즐거움, 유기농 농사를 통해 얻은 깨달음 등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른하면서도 환절기를 맞아 건강을 해치기 쉬운 이맘때, 내 몸에 어떤 음식이 들어가면 좋을지 한번 알아보세요. 당신의 봄이 더욱 환해질 겁니다.
일상이 묻어난 요리책
오랫동안 쌓아 둔 요리 레시피로 첫 책을 내셨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전 그러니까, 전업 주부죠. 전업 주부로 사십 년쯤 밥상을 차리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 와중에 메뉴나 레시피가 쌓였습니다. 나이가 한 육십이 되니까,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필요한 사진도 찍고, 레시피를 정리하고 컴퓨터 공부도 하면서, 몇 년 준비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사이트에 레시피를 올렸어요. 50여 회 하면서 한 회에 3~4종류씩 올려 200여 개 이상이 모이니, 그냥 두기가 아깝더라고요. 주변에서 책으로 만들라고 많이 얘기했어요. 실은 나 자신을 위해 정리하고 모은 건데, 그게 모아지니까 책을 낼 수가 있게 된 거예요. 뿌듯하고 그동안 친구들이 격려해 준 것이 고맙죠. 가족들도 응원해 줬고.”
저자로서 책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 주신다면.
“책에 나온 음식은, 우리 밭에서 지은 농작물로 요리를 했어요. 채소 위주로 했으며, 유기농 채소로 이렇게 요리를 해 먹으면 맛있다는 것을 알려 주죠. 그리고 요리도 계절별로 나눠 편집을 했어요. 그건 사이트에 요리 레시피를 올릴 때, 계절이 바뀌는 것에 따라, 그 계절에 맞는 음식을 올리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3년쯤 올렸는데, 그러다 보니 계절에 따라 (음식이) 대충 추려졌어요.”
그렇다면 어떤 요리를 올려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기준 같은 게 있으셨어요?
“고민보다는 그 주에 (집에서) 해 먹은 것을 올렸어요. 일부러 사이트에 올리기 위해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길어 올렸죠. 만약 밭에서 토마토를 땄다고 하면, 그 토마토로 이런 음식을 만들었고, 그걸 올렸죠. 그냥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좋더라고요. 봄에는 무슨 꽃피고 민들레 따서 뭐 했다, 처럼 일상이 묻어 나왔어요.”
호응도 꽤 좋았겠는데요?
“그렇게 올라간 레시피를 보고 친구들이, 그것 만들어 보고 이렇게 하니까 좋더라, 하면서 얘기를 해 줘요. 어떡하다 보니, 음식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가 되기도 했어요.”
요즘 많은 요리책은 블로그를 통해 ‘발굴’되곤 하는데, 조금 다른 경우 같습니다. 책 표지부터 다른 요리책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는데, 다른 요리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려요.
“우선 ‘음식노트’라고 해서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도 사진을 찍어서 보여 줬어요. 요리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하면 보는 사람이 질리기 때문에 스텝을 가능한 한 간단하게 만들었어요. 재료도 쇠고기와 채소가 있다면, 쇠고기와 채소 양념하는 것을 따로 두고, 한번에 알아볼 수 있게끔 구성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친구들이 말하던데요.(웃음)”
동문?동창 사이트에 올라간 레시피를 본 친구들이 책을 내라고 부추긴 것이 동기가 된 거죠?
“그렇죠. 특별한 동기라기보다, 주변에서 책으로 만들라는 얘기를 많이 해서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가졌어요. 그동안 레시피 정리가 돼 있었고, 사진도 다 찍어 놨고, 책 내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누구든 요리책을 내려고 준비를 하면, 내고 싶을 때 낼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나이 먹은 엄마들도 집안에서 내려오는 비법이 있거나, 집안의 제사 차림이라도, 평상시 사진을 찍고 레시피를 만들어 놓으면, 그 비법을 자손대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요리를 위해 사진이나 컴퓨터 등을 배웠는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조그만 장난감 같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었는데, 만 장 가까이 찍다 보니, 전문가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먹음직스럽게 보일 수 있게 찍는 요령이 생겼어요. 따로 조명도 없고 부엌에서 요리하면서 그때그때 찍고, 금방 먹고 그랬지만, 혼자 요령을 익혔죠. 다른 요리책은 사진을 위해 전문가가 오고 조명도 설치하면서, 덜 익힌 사진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다른 요리책의 보여 주기 위한 것과는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컴퓨터도 초보부터 열심히 배웠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포토샵도 하고, 웹에디터로 홈페이지 편집도 할 수 있게 됐어요.”
바인더로 구성된 것도 독특한 아이디어입니다. 따로 필요한 레시피만 떼어 낼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든 레시피를 중간에 끼워 넣을 수도 있고요. 아들과 며느리가 준 아이디어라고 하셨던데요.
“며느리가 아들을 따라 외국에 가서 공부할 때, 이런 바인더를 선물해 줬어요. 책을 만들 때 참고하라고. 빈 바인더인데, 레시피를 적어 놓을 수 있는 바인더였어요. 보통 요리책은 펼쳐 놓으면 책장이 넘어가고 그러잖아요. 또 음식을 만드는데 요리책을 갖고 갔다가 물도 떨어지고 양념도 떨어지기도 하고. 그런 점을 생각할 때 지금처럼 하면 편리하고 좋을 것 같았어요.”
표지의 민화는 남편께서 그려 주셨다던데, 이래저래 이번 요리책 만들 때 가족들이 많이 도와주셨네요.
“제가 어쨌든 40년 동안 음식을 했는데, 남편이 잘 먹어 줘서 아직까지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아내 덕분에 잘 얻어먹는다. 어디서 이런 걸 얻어먹겠느냐. 아첨 섞인 말도 들었지만, 이번 책을 내면서 표지를 그려 달라고 얘기했어요. 책 표지에 그림 그리는 것을 책가도라고, 민화 중에 가장 그리기 섬세하고 어려워요. 남편이 음식을 몇 가지 집어넣으면서 그려 줬는데,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인쇄하고 디자인하는 분하고 얘기하는 동안, 그림이 됐어요. 남편은 원래 엔지니어 출신으로 40여 년 직장 생활을 끝낸 뒤 퇴직하고 민화를 그리면서 이모작을 시작했어요. 지금 10년이 넘었는데, 본인도 열심히 하고 성취감도 있고, 민화 협회 회장도 하고. 제가 보기에도 그림으로 바꿔서 훨씬 좋아요.”
“즐겁게 만들고 즐겁게 먹는다”
요리를 좋아하고 즐기신 것 같은데, 따로 배우진 않으셨어요?
“저는 본디 약학을 전공했습니다. 약학과를 졸업하고 제약 회사에 1년 동안 다녔는데, 회사를 다닐 게 아니라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보건 대학도 다시 다녔어요. 보건 영양을 전공했었죠.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보건 영양을 공부한 것이 생활에서 도움이 됐어요. 그 후 엔지니어 남편을 만나서 여수 공장에 가서 8년 동안 살다가 서울에 와서 아이들 키우고 그러면서 계속 요리를 했죠.”
40년 전 나는 여수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바람 많고, 낯설고, 말까지 설은 그곳에서 매일 하는 일이 장보기였는데 어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활기를 되찾고 후련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렇게 시작한 음식 만들기였는데 나이 들어가며 음식 노트를 어디에 두었는지 잃어버리기도 하고 어떻게 만들었던가 잊기도 해서 정리 해보고 싶었다.(p.6)
요리하는 철학이랄까, 요리 나눠 먹고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특별하게 철학이라고 할 것은 없어요. 즐겁게 만들고 음식은 사람 사이의 친교를 북돋는 것이니 즐겁게 먹고. 그게 우리 몸에 도움이 돼서 좋았던 거죠. 즐거운 마음으로 했어요. 친구를 위해 만들고, 이 계절에 어떤 메뉴가 좋을까 궁리하면서 만들고.
요리 대접도 즐거웠어요. 결혼해서 처음부터 한 게 손님 접대하는 거였으니까요. 당시 서른 넘은 총각이 여러 집을 다니면서 민폐를 끼쳤으니, 부인이 된 제가 그걸 갚기 위해 주말마다 손님을 초대해서 음식을 했어요. 신혼 초예요. 집에서 먹어 본 기억밖에 없어요. 요리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면서 음식 만드는 재미도 얻었고 손님과 즐겁게 나누는 법도 알았죠.
아들이 한 얘기가 있어요. 아들이 한번은 친구 집에 갔더니, 친구 엄마와 친구 아빠가 싸우더래요. 손님을 데려온다고.(웃음) 아들이 이상하게 생각했대요. 우리 엄마는 손님이 오면 신나고 행복해 하는데. 그런 면에서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힘들지 않아 했어요.”
유기농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
유기농 채소도 직접 가꾸고 재배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떠세요.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본격적으로는 6~7년 정도인데, 그전에는 (농사짓는) 맛을 몰랐어요. 금방 따서 먹는 것과 시장에서 사 와서 하루 이틀 지난 뒤 먹는 것은 달라요. 밭에서 오이를 뚝 따서 먹으면 맛이 달라요. 시간이 가면 비타민C가 파괴되고, 산화되고, 맛이 떨어지거든요. 금방 따서 먹는 맛의 매력이라고 할까요. 유기농은 퇴비를 줘서 키우는데, 화학비료를 줘서 키우면 웃자랍니다. 배추를 키울 때 (화학비료를 써서) 금방 단시간에 자라게 해서 김치로 담그면 물러요. 김장을 망치는 수가 있죠.”
음식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셨을 것 같아요.
“채소를 키우는데, 오이를 예로 들면, 벌레가 덤벼들어요. 농약을 안 주니까. 그런데 그 벌레는 꼭 오이 꼭지에만 매달립니다. 우리는 꼭지가 쓰다며 도려내고 먹는데, 벌레가 거기에 있는 건 영양소가 거기에 있다는 뜻이죠. 이런 걸 볼 때, 자연이, 생물들이, 채소 어느 부위에 필요한 영양소가 있는가를 안다는 거죠. 배추를 보면 벌레는 속에 노란 것은 안 먹고 파란 것만 먹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파란 것만 먹잖아요. 벌레에게 배워야 해요. 그러면 맛도 알게 되고, 채소를 어떻게 키워야겠는가 생각하게 되고, 어디에 영양가가 있는지도 알게 되죠.”
혹시 지금 채식주의자로 변신하신 건 아니시죠?
“(웃음) 네, 아니에요. 어렸을 때나 젊었을 때는 단백질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자라는 과정에서 고기도 먹고 육식을 해야 하지만, 노년으로 갈수록 몸을 유지하는 정도만 필요한 것 같아요. 그건 채소를 통해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그러니까, 늙어서는 ‘식생활 십계명’을 썼듯이 골고루 먹되, 채소 먹는 것을 늘리고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니고요. 사실 먹는 건 즐거움이잖아요. 건강을 위해서 고기 먹는 즐거움을 없앤다면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먹고 싶을 때는 먹되, 치우치지 않게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식생활 십계명(p.4)
1.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2.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3. 싱겁게 먹는다.
4. 골고루 먹는다.
5. 적게 만들어 남기지 않고 먹는다.
6. 채식을 늘인다.
7. 가공식품을 덜 먹는다.
8. 유기농 식품을 먹는다.
9. 화학조미료를 줄인다.
10. 우리 발효식품을 애용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요.
“시골 분들은 우리보고 그러세요. 자기네는 농사짓는 게 싫은데, 우리는 그 나이에 농사지으러 왔다고. 그런데 농작물들이 노동한 만큼, 노력한 만큼 예쁘게 잘 자라 주고 그러니까, 재미도 있어요. 생물과 교감도 나누고.(웃음) 지금 친구들은 종종 여행도 가고 그러는데, 농작물이 자라는 동안에는 못 가겠어요. 목말라 하고, 돌봐 줘야 하는데 여행을 갈 수가 없어요. 오이가 한창 자랄 때면 매일 따 줘야 하거든요. 아침에 괜찮겠다 싶어도 저녁에는 따 줘야 해요. 아이가 클 때, 오이 크듯 한다는 게 맞다는 것을 오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실감해요. 아침, 저녁이 다를 정도로 크거든요. 딸기 같은 경우 아침에 따고 오후에도 따야 해요. 햇빛이 좋을 때는요.”
그런 깨달음이 참 소중하겠는데요.
“벌레 같은 것도 휙 본다고 보이진 않아요. 한참을 들여다봐야 보여요. 조그맣고 그러니까. 한참 머물러 있어야 벌레도 잡아 줄 수 있어요.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지, 게네들도 잘 자라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여름에는 그래서 여행을 못 가요. 작물이 한창 자라고 그럴 때라서. 그래도 괜찮아요. 그걸 더 좋아하니까.”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 채소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햇볕을 받고 제철에 자란 채소, 금방 따서 먹는 채소들은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 있어서 본래의 달고 쓰고 맵고 시고 떫고 짠맛을 고루 갖추고 있기에 한번 맛 들이면 끊을 수가 없다.(p.6)
예년보다 조금 늦고, 쌀쌀하긴 했습니다만, 봄입니다. 어떤 제철 음식 추천하고 싶으세요?
“며칠 있으면 친구 여섯 명이 집에 오는데, 몇 가지 음식을 꼽아 봤어요. 집 근처에 쑥이 새로 돋아나서 그걸 캐서 우선 쑥된장국(p.33)을 하기로 정했어요. 두릅이 나오긴 조금 이르지만, 두릅 양배추쌈(p.23)도 괜찮을 것 같고요. 풋마늘 갑오징어 산적(p.48)도 좋습니다. 풋마늘이 있는 이때만 먹을 수 있거든요. 또 요맘때 갑오징어가 많이 잡혀서 연한 때고요. 전라도 음식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번은 전주 지역에 가셔서 한식 상을 먹었는데, 이게 올라왔던 적이 있었죠. 기름에 지지거나 살짝 찌면 연하면서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달짝지근해요. 마른 반찬으로는 멸치볶음도 생각해 놨고.
또 하나는, 비파부두(p.172)인데요, 겨울 목차에 나와 있긴 하지만, 지금 드셔도 괜찮습니다. 원래 중국 음식인데, 런던에 갔을 때 먹어 봤어요. 봄에 시금치와 나물 등을 올려서 먹으면 좋습니다.”
다음 요리책을 만들 생각도 있으세요?
“첫 판을 내고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반, 나머지 반은 필요한 분이 있으면 팔기로 했어요. 그러다가 재판도 찍었는데, 그때 맨 마지막 장에 레시피가 붙었어요. 이 책의 특징이라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첨가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다시 낸다면 추려서 다른 레시피를 첨가하고 표지도 약간 바꾸고 해서 낼 수가 있겠죠. 만일 다시 요리책을 낸다면 다른 시리즈를 낸다든지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리 전문가는 아니고, 집에서 엄마들이 밥상 차리는 수준인데, 그래서 이 책이 그런 것을 원하는 분, 엄마가 해 주는 게 그립다는 분에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요리책과 달리 보여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만든 것을 다루고, 특히 엄마가 해 주던 것을 썼어요. 엄마가 가르쳐 준 거지, 창작한 것은 별로 없어요. 좋은 것은 그렇게 대를 이어 내려오는 거잖아요. 요즘 퓨전 음식라고 창작 요리가 많지만, 저는 보수적이라 그런지, 옛날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쪼록 좋은 요리와 음식으로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시던 음식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고 어머니가 보고 싶다시던 말년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연어가 수만리를 헤엄쳐 태어난 강을 찾아 거슬러 오르는걸 보더라도 음식의 맛은 원초적 본능이듯,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난 아들딸들이 제일 그리워하는 음식은 엄마가 해주던 밥이다. 생각을 더듬어 만들어 봐도 그 맛이 아니라며 물어오는데 이 책이 엄마가 해주던 불고기, 잡채 맛을 그리워하는 젊은 세대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