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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철학 책을 읽어 보고 싶게 하는 ‘철학 책’이 있다!

『철학 VS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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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자의 이름이 목차에 늘어져 있다. 모든 것을 담기에 928페이지도 모자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지도 같은 거다. 지도가 꼭 그림으로 되란 법 있나. 이 두툼한 문자 지도를 가지고, 2,500년의 시간과 지구 반대편을 넘나드는 보물찾기다.

201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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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VS 철학
강신주 저 | 그린비

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넓이에 928페이지다. 우와, 일단 보기만 해도 좋다. 묵직한 질감도 좋다. 읽다가 잠이 온다고, 목 뒤에 베개처럼 베었다간, 대략 난감하겠다. 생각만 해도 목이 빳빳해져 온다. 강신주의 새 책, 『철학 vs 철학』 말이다. 받아 들고 한동안 그 외관에 잠시 감동하다가,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을 담겠다는 저자의 야심에 (이미) 뭉클해져 책장을 넘긴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자의 이름이 목차에 늘어져 있다. 모든 것을 담기에 928페이지도 모자란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지도 같은 거다. 지도가 꼭 그림으로 되란 법 있나. 이 두툼한 문자 지도를 가지고, 2,500년의 시간과 지구 반대편을 넘나드는 보물찾기다. 아니, 보물보다 더 귀한 생각 찾기!

‘수많은 사상을 한 권에 다 담으려다, 생각의 간만 보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자연히 풀렸다. 행여나 그럴까 봐, 행여나 짧은 행간 속에서 ‘벼락같은 말씀’의 자극을 놓쳐 버릴까 저자는 곳곳에 세심한 배려를 해 두었다. 각 장마다 내용을 정리한 ‘코멘터리’를 붙이고, 개념어 사전과 더 읽을 책 목록까지 보탰다.

무엇보다, 구성이 ‘극적’이다. 단순히 사상의 연대기를 나열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쟁점(이를테면, ‘인간에게 자유란 가능한가?’)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피력한 철학자들을 함께 만난다. 그 속에서 사상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기껏 키워 놨더니 제자가 스승을 내팽개쳐 버린 사연, 기껏 반론을 펼쳤는데 듣고 보니 동어 반복한 사연 등등의 (그들의 위엄을 생각해 보면, 혼자 낄낄거리게 하는) 사람 이야기가 있다. (생각을 세우고, 가르치고, 뒤집고 뒤집히는 사상 세계 속 질투와 배신 스토리가 빠질 수 없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 덕분에, 서양 사상 흐름에만 갇혀 쳇바퀴 돌고 있는 문제는 장자, 한비자 등 동양의 해결사가 출동해 또 다른 생각의 길을 튼다. 영리한 내비게이션처럼 생각의 방향을 일러 주는 저자의 문장이 낭랑하고 경쾌하다.

저자의 의도대로 ‘지적인 정수가 강렬하게 재구성’되었다. 자고로 하나의 생각은 다른 생각을 낳고, 한편 소멸시킨다. 흥미로운 것은 천재 같은 철학자들에게도 꼭 하나의 한계와 틈이 있었다는 거다. 그 틈에서 생각은 이어졌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천재가 아닌 우리들도(!) 그들의 사유를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을 (아주) 조금씩은 보탤 수 있게 된 셈이다. 책을 덮는 순간, 2,500년을 이어 온 생각의 바통(baton)이 당신에게 넘어온다! 단숨에 읽겠다고 무리한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그 어떤 책보다 긴~ 시간, 큰~ 즐거움을 보장한다. 게다가 보너스로, 그들의 원작을 읽고 싶게 하는 독서심(도전 정신!)도 듬뿍 불어넣어 준다. 이거 정말 매력 있지 않은가?

강신주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철학에서의 소통의 논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4년에 무위자연과 절대자유를 주창한 노자가 사실은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사상가의 원조라는 주장을 담은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철학을 우리 삶의 핵심적인 사건과 연결시켜 풀어 간 『철학, 삶을 만나다』, 전공 분야인 장자의 철학을 현실참여적인 실천철학으로 재해석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서양철학자와 문학가를 짝지어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한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을 펴냈다. 노장사상을 전공한 동양철학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해박한 그는 쉽게 읽히는 인문학을 지향하며 2007년에 출범한 출판기획집단 문사철(文史哲)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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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철학 VS 철학

<강신주> 저31,500원(10% + 5%)

현장에서 인문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책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 온 철학자 강신주의 신개념 철학사! 서양철학 혹은 동양철학에만 갇힌 기존 철학사의 틀을 벗어나 동서양 철학을 모두 망라했다. 56개의 주제에 대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철학자들을 대비시켜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철학 용어를 몰라도 차근차근 읽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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