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슨 수상록』의 저자이자 미국의 자연주의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독서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경우에,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의도이건, 그렇지 않건,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 책 읽기에 따른 고민도 뒤따른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내게 맞는 책 읽기는 어떤 것인지 등등. 독서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남에서 새로운 독서의 세계로 초대하는 자리가 열렸다.
『내 책은 하루 한 뼘씩 자란다』(양정훈 지음 | 헤리티지 펴냄) 출간 기념 강연회. 저자는 ‘서른 살까지 시간 관리의 개념을 몰라 방황하던 중 여러 책과 실전 경험을 통해 실전에 필요한 원리와 방법을 체득하고, 지금은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는 늦깎이 전문 코치로 활동 중’이라는 독서 코칭 전문가다.
책은 그런 그의 경험이 녹아 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의 정보를 나누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 토요일 저녁임에도, 많은 이들이 독서법과 독서 모임의 방법론을 찾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의 현장을 중계한다.
내게 맞는 독서법은 무엇인가
강연의 첫 주제로 제시된 것은 진정한 독서 활용법. 물론 독서 활용법도 공부처럼 왕도가 없다. 저자가 제시한 조언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끊임없이 적용하는 것.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50페이지 법칙이라고 있다. 스티브 레빈의 『전략적 책읽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어떤 사람은 50페이지만 읽고 별 내용이 없었다며 책을 덮기도 한다. 그래도 끝까지 읽는 사람이 있다. 내게 필요한 한 구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틀렸다고 할 수 있겠나? 물론 저자 입장에서는 50페이지 내에서 승부를 보려고 하기 때문에 앞의 내용을 최대한 재미있게 하려고 한다. 50페이지를 읽느냐, 그 이후까지도 읽느냐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속독법’과 ‘덮으며 읽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속독법도 장점이 있긴 하지만 만약 추리소설을 읽는다고 치자. 목차를 보고 250페이지 보고 범인을 찾았다. 그렇다면 제대로 읽은 걸까. 아마 추리 과정의 긴장감을 느끼고 저자가 전하고자 한 바를 취하진 못했을 거다. 덮으며 읽기는 멈추고 돌아보는(사유하는) 것이다.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하는데, 잘못된 것이라 볼 수 있겠나? 최근 입적하신 법정 스님은 자주 책장을 덮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하셨다. 모르는 구절이나 나의 관점을 트이게 하는 구절이 나오면 덮고 생각하는 거다. 덮으면서 읽는다는 건 속독법 관점에선 바람직하지 못하나,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책읽기 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에게 맞는 것을 적용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다양한 독서법을 자신에게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독서가 맞는 사람인지 고민하고, 실험을 하는 것. 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 내 인생 사용 매뉴얼은 내가 만들듯, 독서법도 그렇게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어 봐야 한다는 거다.
다른 사람의 추천은 어떨까.
“자신이 고르는 것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고민?배려해서 알려 주겠지만, 내가 골라서 매번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서점에 가서 책을 깔아놓고 대충 읽어 본다. 대부분 처음에는 많이 실패하지만, 그 실패 자체가 책을 고르는 힘이 된다. 하나하나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 기준은 어떤 유명 서평가의 기준보다 중요하다.”
한 권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나 정독하는 것이 좋나? 저자는 단 한 번도 이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저자가 자신의 책을 가장 많이 본다. 내보내는 사람은 고민할 수밖에 없잖아. 더 아이러니한 건, 내 책이 출판되면 정독을 많이 해서 잘 알 것 같지? 천만에. 내가 쓴 책인데도 나도 까먹는다. 하물며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럼에도 최대한 많이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나누기
그래서 필요한 것이 독서 모임이다. 저자는 우생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골턴(1822~1911)이 찾아 낸 대중의 지혜를 예로 들었다. 지방 장터에 간 골턴. 소의 몸무게를 맞추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대략 8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골턴은 대부분 소를 모르는 사람일 텐데, 어떻게 이를 맞추나 했단다. 800명의 평균 추정치가 1,197파운드(542.2kg)였다. 소의 실제 몸무게를 쟀다. 1,198파운드(542.6kg). 우습게 봤던 골턴이 크게 한 방 먹었다. 이를 학술지에 기고했다. 대중의 ‘집단 지혜’(Wisdom of Crowd)가 상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내용으로.
독서 모임은 그런 의미에서, 집단 지혜가 모이는 창구다.
“부끄럽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책을 읽었을 뿐이지, 좋은 책을 남들에게 추천하지는 않았다.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 익숙하다 보니, 나누지 않는 삶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폐쇄적인 방식으로 읽었던 거다. 그런데 모임을 해서 각자의 것을 나누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모임을 실제 적용해 봤다. 3년 전 일이다. 키워드가 딱 나왔다. (책을)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나눠 주는 것. 나한텐 그랬다. 나눠야 되니까, 그 책을 이해하지 않고는 나눌 수가 없더라. 나누기 위해 읽으니까, 어떻게 나눠야 재밌고 의미 있는지를 찾게 되고, 그게 다시 내게 도움이 되더라. 그렇게 모임을 하고 나눠 보라.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큰 행운을 가져다줄 거다. 그전까지 경험을 안 해보면 모른다. 그 사례는 책 안에도 있다.”
이어서 내가 알고 있는 독서 노하우를 나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주변의 생판 모르는 사람들 3~5명과 한 조를 이뤄 자신의 독서법을 알리고 다른 사람의 독서법을 듣는 시간이 주어졌다. 즐거이 자신의 독서법을 이야기하고 듣는 사람들.
“내 이야길 나누고 다른 분의 이야길 들었다. 그러면 반은 가져간 거다. 다른 분 얘길 들으면서 혹시 뭐 잃은 분 있나? 다른 분 얘길 들으니 어떤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나하고 다르니까. 다름을 받아들였으니, 새로운 것이 들리는 거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저자는 다른 사람들이 얘기한 것을 기억하고, 얘기할 수 있다면 나머지 반도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독서 방식. 이게 키워드다. 내가 읽은 것을 정리하는 것은 쉽다. 다른 사람의 것을 얘기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 남한테 들은 얘기를 다른 남한테 전달해 주려면 어떡하나. 무엇을 나눠 줄 것인지 고민하면 된다. 이런 방법이 독서 활용법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던 방법이다. 4~5명 얘기할 때, 머릿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얘길 잘해야지, 하면 못 가져간다. 독서 모임은 그렇게, 상대방이 얘기할 때 열어 놓고 듣지 않으면 안 된다.”
독서 모임에서 중요한 사항. 저자는 일종의 비밀 결사대 모임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물론 외부와 꽁꽁 문을 닫고 음모(?)를 꾸미는 그런 비밀 결사대, 아니다. 코치는 모든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 모임원들은 비난하지 않고, 개인이 털어놓은 진심에 대해 이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상호 신뢰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독서를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아마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일 것이다. 어떡하면 독서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앙스트 블뤼테(Angstblute)’라는 말을 건넨다. 이듬해 죽을 것을 예감한 전나무가 생애 마지막으로 유난히 화려한 꽃을 피워 올리는 현상으로 불안 속에 핀 꽃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큰 변화가 온다고 직감했을 때, 온 에너지를 집중한다. 내 인생에서 정말 간절하게 변해야지,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만개는 없다. 간절함이 없는데, 지금 현상에서 어떻게 벗어나겠나.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할 때, 이것을 통해 나는 무엇을 취하고 싶은지, 간절하게 원하는 만큼 그 독서는 보여 준다. 어떤 사람 만개하고 누군가는 분개하지.(웃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히딩크와 스티브 잡스, 공통적인 단어를 언급했다. 그렇다, ‘헝그리’(Hungry). 히딩크는 “I'm hungry.” 스티브 잡스는 “Stay hungry, Stay foolish.” 이들의 헝그리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뜻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Hubris Index’(교만 지수)라고 있다. 과거의 멸망한 나라들은 기존 성공에 취해, ‘이 순간이 좋아, 만족해.’라고 하다가 그렇게 됐다.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은, 대부분 과거의 성공이 많다. 그건 곧,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지금 갈망을 원한다면 과거 성공이 큰 적이 될 수 있다. 그걸 버리지 않으면 피지도 못한 채 질 수 있다. 독서를 하고자 할 때는, 무엇이 내 독서를 갈망하게 하는가, 독서 갈망만큼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가,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는 것이 좋다.”
저자는 이에, 한자 성어를 인용했다. 우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과 행한 전략 경제 대화에서 인용한 맹자의 말. ‘山徑之蹊間 介然用之而成路 爲間不用 則茅塞之矣’(산에 난 조그만 오솔길도 갑자기 사람이 모여 이용하기 시작하면 큰길로 변한다. 그러나 잠시라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다시 풀로 가득 덮여 없어지고 만다.)
독서 모임을 진행할 때 주의할 점도 전했다. ‘蛇飮水成毒 牛飮水成乳’(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된다.)
“물은 물일 뿐이나, 내가 독사 같은 사람이라면 물은 독이 되고, 내가 소 같은 사람이면 물이 우유가 된다는 뜻이다. 독서 모임 할 때 자기 기준으로 책을 보는데, 좋은 책은 여러분 머릿속 기준이다. 다른 사람 거보고 ‘에이~’ 그러면 안 된다. ‘무엇을 뽑아내고 나눠 주려고 할까.’ 하는 마음이 자신의 인생을 우유로 만들 수 있다. 똑같은 사람은 한 번도 본 적 없다. 어떻게 모임 만들고 이끌지에 대한 관점만 있으면 젖이 흐르는 관계가 될 수 있다.”
책은 얼마나 읽어야 하나?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빠질 순 없다. 저자는 ‘얼마나’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바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 되는 일이나 강연을 봤을 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다. 오늘 만약 그랬다면, 서점에 가서 아무거나 골라 가는 길에 10~20페이지라도 읽어라. 그게 오늘의 변화다. 하려면, 오늘 바로 실행하는 게 가장 좋다. 필요한 것을 바로 그때그때 해보면 습관이 된다. 얼마나 절실함이 있느냐에 따라 책 읽는 양도 달라진다. 물론 나의 개인적 기준일 뿐이니 참고만 해라. 나는 밥을 먹는 날은 반드시 책을 읽는다. 그게 나 개인 철학이다. 기준점이 있으면 그 기준점을 지키면 된다.”
저자는 그리고 마무리에 들어갔다.
“나는 사람들에게 종종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친구는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 80% 이상의 사람이 ‘진정한 친구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이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본다. 동네 패스트푸드의 아르바이트생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인다. 왜냐면 그는 나와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을 보자. ‘진정한 친구란, 나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는 사람이다.’(앤디 앤드루스 『폰더씨의 실천하는 하루』 중) 전제로 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고, 본인에 대한 관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봄이 오고 있다. 오늘 이 순간, 봄이 온 그 순간, 즐기고 사랑해라. 2010년의 봄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까. 꽃잎이 하나씩 만개하는 이 순간, 지는 그 순간까지 즐기면서 독서 모임도 잘 이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