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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연회]글 잘 쓰는 법을 단기 속성으로 배워 보시렵니까? ‘포인트 라이팅’ - 『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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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도, 글쓰기는 그때와 지금 똑같이 어렵다.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블로그가 사이버 세상을 무섭도록 뒤덮고 있는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다. 어린아이의 욕망은 부모(타자)의 욕망 속에서 형성된다고 한 라캉의 말처럼 글쓰기의 욕망이 곳곳에서 자라난다.

첫 직장의 데스크는 빨간 사인펜을 엄청나게 소비해 댔다. 열 명 남짓한 여성지 기자들이 500쪽에 육박하는 분량을 메우기 위해 그야말로 써 갈겨서 제출하는 원고를 첨삭하여 새빨갛게 만들어 되돌려 주었다. 컴퓨터가 없던 시대였다. 편집장이 되돌려 준 원고를 살펴보면 긴 문장을 동강동강 내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름대로 멋 낸 수사는 다 삭제됐다. 정서하려 들면 어디까지가 고친 부분인지 구별해 내기가 힘들 정도였다. 화장실에 가서 울며,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멋있었던 편집장에게 마구 욕을 퍼부었던 날들이 적지 않다.

희한하게도, 글쓰기는 그때와 지금 똑같이 어렵다. 날이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블로그가 사이버 세상을 무섭도록 뒤덮고 있는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고,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다. 어린아이의 욕망은 부모(타자)의 욕망 속에서 형성된다고 한 라캉의 말처럼 글쓰기의 욕망이 곳곳에서 자라난다.

2월 24일 7시, 신촌 토즈 비즈 센터에는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이라는 부제를 단, 『글쓰기 훈련소』의 저자에게 한 수 배우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임정섭 저자는 <북데일리>라고 하는 책 뉴스 사이트의 대표이고, 이 사이트는 시민 기자들의 글을 위주로 움직인다. 그가 글쓰기를 가르치는 책을 낸 것은 이 사이트에서 매일 수백 건씩의 글을 첨삭하면서 얻은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고 한다.

글쓰기는 콩나물국이다

이날, 저자는 “노하우를 깨끗이 털어 보겠다, 여러분들의 글쓰기를 한 차원 도약시키겠다.”는 내용의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지극히 짧은 1회의 강연 시간 동안 글쓰기의 차원이 도약된다니 자못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점심조차 먹지 못한 상태에서 간식으로 때운 허기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어 저자는 글쓰기에 몰입해 지낸 10년 세월, 신문사 편집부 기자였던 시절을 소개했고, 새벽 5시에도 뭔가 머리에 떠오르면 이부자리에서 휴대폰 메모 기능을 이용해 엄청난 메모를 하는 자신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마 ‘글쓰기를 위한 베이스’, 즉 태도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었을 터이다.

그는 ‘뜬구름 잡는 글쓰기 강의’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책을 하루 한 쪽씩 베껴 쓰라거나 1만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라거나 하는 가이드들은 글쓰기를 더 요원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작가나 전문적 기고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긴 세월을 거북 걸음으로 갈 필요도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야 어느 세월에 글 한 번 써보겠느냐는 이야기로 이해됐다.

또, 자신의 의견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고도 했다. 의견으로 글 분량을 채우는 일은 그야말로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이라는 것이다. 초보자들은 의견보다는 정보를 모으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고, 감상보다는 요약을 해 버릇하는 것이 일정한 글쓰기 지점까지 갈 수 있는 요령이 된다. 이를테면 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의 해외 나들이 후 동반 입국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글을 쓴다고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생각해 정하는 것이다. 그런 뒤 세세한 관찰을 통해 보이는 정보를 모으고, 관련 정보도 모아 ‘묘사’하는 글쓰기부터 하라고 했다. 시시콜콜할 만큼. 보이지 않는 의견, 생각, 느낌으로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하는 일은 위험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피카소가 말하기를, ‘나는 미술 교사인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비둘기의 발만 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보이지 않는 것도 그리게 되었다.’라고 했다.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 뭔가를 그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라며, 저자는 수준을 넘어서는 글쓰기에 대한 환상을 깰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렇듯 정보를 모아서 글을 완성하는 것을 그는 요리에 비유했다. 재료를 사서(정보를 모아서), 손질하여(배열하여), 끓이는(묘사하는) 콩나물국(글).

우뇌로,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요리에 이어 글쓰기가 빗대진 대상은 ‘과학’이었다. 저자는 둥근 테이블에 머그컵이 놓인 그림을 보여 주었다. 잘못된 곳을 찾아보라고 했는데, ‘못 찾겠다, 꾀꼬리~’ 노래를 부르고 있었더니, 컵의 밑바닥도 테이블처럼 둥글게 그려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컵 바닥 둘레가 직선이었다. 그런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게 좌뇌 때문이란다. 좌뇌는 기존의 관념이나 지식, 습관이 미리 판단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따라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글쓰기를 해야 할 초보자들은 ‘우뇌’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멋지게, 고급스럽게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초보적이고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좌뇌가 필요 이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기도 할 텐데, 이를 필자는 ‘즉물적인 글쓰기’를 하라는 말로 받아들였다. 저자는 ‘앉아 있는 사람의 인물화’를 그대로 따라 그리려면 그림을 거꾸로 놓아서 미리 인물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일을 방지하거나 더 나아가 조각조각 잘라 한 부분씩 그려 나가는 연습을 하면 된다고 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가 글쓰기의 첫 단계라는 사실은 매우 평범하고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사실은 많은 글쓰기 강사들이 이미 묘사하기를 먼저 시킨다. 관찰이 글쓰기의 중요한 덕목임은 말할 것도 없고, 고정관념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 없이 다 아는 부분이다. 그러나 잠깐만 방심해도 우리는 이미 지닌 생각에 비추어 사물을 주관화한다. 그 방심이 워낙 잦아서 저자의 지적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표현했다.

이런 과학적 트레이닝이 글쓰기를 발전시킨다면서, 저자는 우선 쓸 수 있는 것부터 쓴 다음 수사법을 써서 다듬을 것을 권했다. 저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를 보여 주면서 조목조목 묘사해 보기를 권했는데, 과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역시 글쓰기는 어렵다는 절감. 이 부분에서 저자가 준 팁 하나. 단문 쓰기부터 하라. 매우 당연한 말이다. 긴 문장을 잘 쓰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조금 덜 어렵다고 필자도 생각한다.

특허 받은 글쓰기 법, 포인트 라이팅

글쓰기에 대한 오해와 편견, 착각 그리고 실용적인 팁이 일필휘지로 글 쓰듯 풀려나온 다음 드디어 저자가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고 하는 글쓰기 법이 소개됐다. 글을 쓸 때 먼저 ‘포인트’(Point)를 정하고, ‘아웃라인’(Outline)을 짜서, ‘배경 정보’(Information)와 ‘뉴스’(News)를 넣고 난 후 ‘생각’(Thought)을 쓰는 단계별 글쓰기 방법이 그것이다. 이 순서대로 영문의 첫 글자들을 이으면 ‘POINT’가 된다. 소위 ‘포인트 라이팅’. 재미있고 외우기 쉬워서 얼른 적용해 보기가 참 편할 것 같은 글쓰기 방법이다. 제목도 그렇고 순서로도 그렇고, 이 중 포인트를 잡는 것, 포인트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먼저 되어야 함은 당연한데, 도대체 포인트가 뭘까?

저자의 책에서는 포인트를 이렇게 정의해 놓았다.

1. 글을 쓰려는 대상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
2. 주제를 가리키는 표지판 혹은 주제와 연결되는 버튼(때론 주제를 잡는 모티브)
3. 뉴스
4. 관점 혹은 초점(p.58)


말하자면 포인트는 ‘무엇에 중점을 두어 쓸 것인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저자가 이미 주제를 잡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힘듦에 반비례해 글쓰기 발전에 방해가 되는가를 누누이 강조한 터라, 포인트와 주제를 잘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싶었다. 하지만 포인트를 잡는 일이 썩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이 부분이야말로 트레이닝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포인트 잡기 트레이닝은 저자의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아니, 글쓰기를 위한 실질적 전략이라는 면에서 『글쓰기 훈련소』는 매우 유용해 보였다. 지루한 원론 강의는 배제됐고, 바로 대입해 쓸 수 있는 팁들이 그야말로 전략적으로 배치돼 있다.

이를테면, 저자가 현장에서 강조한 ‘중복을 피할 것’과 ‘것’의 반복에 대한 경계 등이다. 그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중 한 대목을 인용해 이를 예시로 보여 주었다.

A: 책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B: 책이란 모름지기 첫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위 문장보다 아래 문장이 더 잘 쓰는 글이라는 이야기. 강의 초반에 저자는 의견 쓰기를 경계하면서 같은 맥락에서 감상을 쓰는 데 집착하지 말고 차라리 요약하기를 권했다. 앞뒤 전후를 잘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했다. 섣불리 감동을 주겠다거나 작가의 영역에 해당하는 차원의 글쓰기를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심지어 유명 작가에게도 글쓰기는 녹록지 않은 일이므로. 은희경 작가가 그랬단다. “다른 소설가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초고는 절대 남에게 보여 주지 않아요. 초고는 너무 상투적이니까. 그걸 놓고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래서 겨우 한 편 만들어 내는 거죠.” 그러므로 초보자에서 작가에 이르는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공히 해당되는 금언은 이런 것일 거라 여겨진다. 고치기를 두려워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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