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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영회]‘매직 아워’의 순간, 당신을 초대합니다 - <마법사들> 특별상영 + 감독&출연배우들과의 대화

내가 경험한 매직 아워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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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일군의 마법사들이 만든 매직 아워가 있었거든. 매직 아워를 경험한 마법사들이 펼친 95분. 지난 8일, ‘YES블로거의 특별한 만남’으로 대학로 창조아트홀에서 열린 <마법사들> 특별 상영회였어. 감독과 출연 배우들과의 대화까지 곁들인.

알지? 누구에게나 ‘마법’의 순간이 있어. 모든 사람에게 말이야. 차이가 있다면 그런 거지.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야.

응, 그렇담 어떡하면 알아차릴 수 있을까. 그 마법의 순간은, 어떻게 문을 두드릴까.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있다고 알아차릴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마음이라면 알아차릴까? 그 순간, 경험하고 싶어. 알려줄 수 있어?

아마도 그 순간은,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다가올 거야. 정해진 건 없어.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매직 아워(Magic Hour)’야. 해가 넘어가서 사라졌지만, 아직은 밝은 빛이 약간 남아 있는 순간 말이야. 어떻게 보면 하루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순간이지. 밤이 됐지만, 아직 낮이 남아 있는 순간.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시간이잖아. 물론 어둠이 빛보다 열성이거나 나쁜 거라고 말할 생각은 없어.

그렇담, 이런 건가? 세계의 끝이라고, 아니 절망의 나락인 것 같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은 시간? 지금 당장 어려워도 결코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을 위해, 삶을 견딜 수 있는 그런 것 말이야. 인생을 완결 짓는 순간은 늘 ‘지금’이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과거도 넉넉하게 보듬을 수 있는 지금이라면, 그것도 매직 아워가 될 수 있겠지? 슬픈 일을 겪고, 각자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다시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것…….

아, 너도 그 얘길 하고 싶은 거야? 그들이 함께 나눈 매직 아워의 시간? 나도 마침 너와 그 얘길 나누고 싶었는데. 우리, 통한 거야? 그런 거야? 하하. 우리도 이렇게 통한 이 시간을, 매직 아워라고 호명해도 되겠네. 작고 사소해도 좋아. 네 마음과 내 마음이, 캄캄한 어둠을 뚫고 한줄기 빛처럼 공명하는 순간이, 어찌 기쁘지 않겠어. 흐~

빙고~ 너와 내가 아니더라도, 마음과 마음은 애초 밤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그러다 서로를 알게 되면서, 밤과 낮이 수시로 교차하는 거지. 그러다 영원히 밤이 되기도 하지만, 밝은 빛이 쨍하고 들어오면서 아직 낮으로 남을 수 있는 매직 아워를 경험할 수도 있겠네. 그치?

좋아, 매직 아워. 한번 경험해볼까? 내가 아는, 일군의 마법사들이 만든 매직 아워가 있었거든. 매직 아워를 경험한 마법사들이 펼친 95분. 지난 8일, ‘YES블로거의 특별한 만남’으로 대학로 창조아트홀에서 열린 <마법사들> 특별 상영회였어. 감독과 출연 배우들과의 대화까지 곁들인. 내가 경험한 매직 아워는 말이지…….

아, 잠깐잠깐. <마법사들>? 음, 혹시 해리 포터 얘기? 우리 머글과 다른 DNA를 갖고 태어난 호그와트의 마법 소년! 부엉이가 주는 입학 원서를 받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런던 킹크로스 역의 9? 승강장에서 호그와트 급행열차를 타고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서 펼치는 마법을 얘기한다면, 난 사양하겠어.

헐~ 그럴 리가 있나. 우선, 듣고 경험해 봐. 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매직 아워는 어떤 것이었는지. 음악을 매개로, 사람을 매개로, 시간을 빚어 만든 마법의 순간을……. 자, 함께 들어가 볼까?



95분의 원 테이크 원 컷이 만드는 매직 아워, <마법사들>

난 자은(이승비). 기묘한 분장이라고? 음, 내가 좀 신분이 남달라서 그래. 그런데 왜 산장을 나풀나풀 떠도느냐고? 무슨~ 일일까요~ ‘마법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뭔가, 신비롭지 않아? 뭔가 몽환적인 것도 같고. 그치? 나 말고, 여기 이 산장 카페(마법사들)의 두 남자와 한 여자. 나와 함께 한 밴드 멤버야. 자은인 기타리스트였고, 재성(정웅인)은 드러머이자, 내 애인이었고. 지금은 이 카페, ‘마법사들’의 주인이지.

명수(장현성), 곧 아르헨티나로 이민 갈 계획을 세운 베이시스트. 곧 말할 하영(강경헌)의 애인이었고, 그 좋아하던 음악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남자. 쉽게 말할게. 사랑도 음악도 실패한 루~저. 하하, 농담 농담. 하영은, 뭐랄까. 나의 마지막에 대한 죄의식 때문에 스스로 더 이상 노래하길 멈춘 보컬. 마음이 아파. 그 감미롭고 파워풀한 목소리로 우리 밴드를 빛내 줬던 그녀임을 감안하면.

그래, 3년 전이었어. 난 세상에 작별을 고했어. 술을 마셨고, 약도 좀 했지만, 글쎄.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밴드 멤버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거지. 그들 옆에서 떠돌지만, 그들은 날 감지하지 못해. 난 그들을 느낄 수 있는데도 말이지. 재성과 명수는 왜 저렇게 술을 마시니. 내 얘기도 참 많이 하네. 하긴 오늘이, 바로 나의 3주기가 되는 날이야. 3년 만에 모여 여기서 날 추모하려고 하는 거지.

과거와 현재가 헷갈리지? 1층과 2층으로 분절된 공간을 통해 시간까지 분절한 덕분이야. 원 샷 원 킬, 아니 ‘원 테이크 원 컷’으로 우리의 이야길 들려주길 원한 감독(송일곤)의 영화적 실험이라서 그래. 꼭 마법 같지 않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니. 연극적인 요소가 강한 건, 그래서일 거야. 아, 예기치 않은 손님도 있네. 스노보드를 찾으러 온 승려(김학선). 화두를 풀고 하산하는 길이라지? 이 승려가 아마 나의 3주기 추모와 남은 이들의 새 출발에 대한 증인이 되겠지.

영화평론가 김지미가 그랬지. “죽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추억을 나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자은이는 나머지 세 명의 밴드 멤버들에게 선물을 준 셈이겠지? 아, 물론 농담이야. 당연히 알아. 나 없는 그들이 버티고 견딘 3년의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남은 자가 감내해야 할 슬픔이 얼마나 가혹한지. 무정한 세월이었을 거야. 그들에겐.

지금 그들이 끄집어내는 내 얘기가, 우리들의 시절이 더욱 빛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거야. 많이많이 아쉬울 거야. 나도 그런데, 그들이야 오죽하겠어. 내가 남긴 기억 때문에, 훌쩍 그렇게 가 버린 나 때문에 그들이 가졌을 죄책감 때문에. 그러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사랑에 취해, 음악에 취해, 마법에 취해, “돌아보면 네가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내 좋은 애인과 친구들을 말이야…….

감독이 그랬다지? “영화란 ‘빛과 사운드를 이용해 시간을 조각하는 작업’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 마법사들에는 빛과 사운드, 시간이 마법처럼 직조돼 있지. 느낄 수 있지? 후고 디아즈의 탱고 선율도 멋지고, 카페의 조명은 빛과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네. 유후~ 무엇보다 밴드 멤버들이 날 위해 부르는 「실비아」, 당신을 마법으로 인도할 우리들의 선율.

궁금하다고? 그럼 날 느껴 봐. 그것이 바로, 매직 아워야. 해가 넘어가서 사라졌지만, 밝은 빛이 남아 있는 순간 말이야. 내가 죽어서 사라졌지만, 아직 그들의 마음에 내가 남아 있는 순간. 아름답고 신비한 순간이지. 나는 비록, 그들 곁에 없지만, 그들과 함께 있어.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 그렇게 내가 그들과 함께 한순간 울려 퍼지는 우리 밴드의 음악, 바로 「실비아」. 음악이기에 가능한 시간들. 당신도 함께 그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 돼 줬으면 좋겠어.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감탄하는 시간, 그것이 우리의 매직 아워. 95분의 원 테이크 원 컷이 만드는 매직 아워. 그럼, 이 매직 아워를 만든 이들의 얘기도 들어볼까?

마법사들의 속삭임

감독 송일곤: 5년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지원한 <디지털 삼인삼색 2005>의 일환으로 시작했다. 디지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내가 잘 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보험 들고 직장 다니는 그런 친구가 아닌. 친구 중에 아끼는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 친구에 대한 만가(輓歌)로 만들었다.

대본을 빨리 썼고, 배우를 캐스팅했다. 절친이자 소울메이트인 장현성에게 부탁했고, 천재 배우라 부르는 이승비 씨에게도 부탁했다. 하고 싶었던 것이 원 테이크였다. 디지털로 뭔가를 표현할 때 시간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편집 없이 과거와 더 과거와 미래와 근 미래까지 시간을 조각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 테이크로 찍었다. 필름 시대라면 불가능했겠지만, 디지털이 나오면서 한 테이크에 찍는 것이 가능해졌다.

작업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매우 뛰어난 배우들과 리허설을 3주 했는데, 연극적인 베이스가 없으면 힘들었을 거다. 훌륭한 배우와 작업하는 게 즐거웠다.

배우 이승비: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봤다. 운 좋게 한국에서 공연하게 돼서 이틀 전 독일에서 왔다. 정말 기억하는 것은 사랑이 되는 것 같다. 이 영화, 아름답고 예쁜 추억의 조각인 것 같다. 뒤에서 보면서 울고 그랬다. 많이 와 주셔서 감사한다.

배우 장현성: 나를 포함해 93명이 왔다. 어떤 경로로 왔는지는 몰라도 4년 전에 만든 영화를 같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서 매우 즐겁다. 영화의 장점이 배급이고, 그것을 통해 파괴력이 생기는데, 92명의 관객이 4년 전의 영화를 감독, 배우와 함께 소곤소곤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참 반갑다.

마법사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마법처럼 이를 풀어낸 시간이 이어졌다.

찍으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송일곤, 이하 송) 힘든 게 없었다. 즐거웠다. 다만, 배우들과 촬영 감독이 힘들었을 거다. 무척 추운 날이었거든. 배우들은 연극을 다 한 분들이지만, 영화는 연극과 분명 다른 면이 있다. 영화는 카메라를 알아야 하고 조명도 받아야 하고, 동선도 정확해야 한다. 이 영화는, 촬영을 한 번에 해야 했다. 스테디캠으로 찍었는데, 무게가 25~30kg 나가는 것을 95분 동안 메고 다녀야 했다. 또 계속 움직이고 크레인도 타야 했고……. 굉장히 추운 날이었는데, 촬영 감독이 한 번 찍고 나면 움직이질 못했다. 콧물이 나와도 닦아줄 수도 없었고.(웃음) 모니터가 6~8개 있는데, 나는 기네스 맥주 캔을 두고 담배를 피우면서 최초의 관객이 돼서 굉장히 즐거웠다.

(이승비, 이하 승) 약간 고소공포증 있다. 크레인을 타고 발 두 개를 얹을 수 있는 곳에 올랐는데, 그게 2층 반 정도 높이인데, 무서워서 혼났다. 병 깨는 신이 나오는데, 진짜 병이었다. 두 번 정도 조감독이 가르쳐 줬는데, 의외로 잘 됐다. 스냅으로 돌려서 바로. (웃음) 처음에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다. 나머지는 다 좋았다. 연극하는 것처럼 촬영해서 되게 행복했던 작업이었다.

(장현성, 이하 장) 다른 건 없고, 너무 추워서 자꾸 술을 마시게 됐다. 96분 중의 60분이 넘어가면서 필름이 끊긴 부분이 있다.(웃음) 너무 추워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

(송) 비화인데, (남자 주인공 두 명이) 소변을 누는 신이 있다. 성기가 노출돼서 어떻게 감춰야 할지 그것 때문에 애먹었다.(웃음) 자세히 보면, 굉장히 아슬아슬하다.

(장) 리허설할 때 계획은, 허리 정도에서 사이즈를 끊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날 진짜 맥주를 마셨다. 최대한 맥주를 마시고 최대한 참은 뒤, 소변발의 수압을 올려서 그게 필름에 잡힐 수 있도록 하면 실감 나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그렇게 찍은 게 있을 텐데, 그걸 안 써서…….(웃음)

연극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이 형식이 다른 형식에 대해 가지는 차별성이나 장점은 뭔가. 또 자은이라는 인물은 다른 시공간에 사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어떤 느낌으로 연기를 했는지. 아울러 장현성이 맡은 명수는 가장 현실감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

(송) 연극은 장치가 많고 무대가 오픈돼 있는데, 영화는 감독의 시점으로 제한돼서 보여 준다. 이 영화는, 굉장히 연극적이면서 영화적이고, 영화적이면서도 연극적이다. 그게 약점이자 장점이다. (연극과 영화는) 본질적이고 미학적인 측면이 다르다.

(승) 자은이는 결핍?소통의 부재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캐릭터다. 당시 나한테는 그런 부분이 많았다. (영화를) 찍을 때, 딱 자은이였다. 그래서 감독과 별 트러블 없이 쭉 갈 수 있었다.(웃음) 사람들은 열망하고 원할 때,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이 다른데, 자은이는 말하자면, 민폐 캐릭터다.(웃음) 그런데 밉지 않게, 연민이 갈 수 있게 표현된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영화를 찍을 때인) 2005년에 연예인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많았고, 나는 그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상태인지를. 그 시점에 도달했을 때는 이성이라곤 없다. 멍한 공간에 들어가서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쑥 빨려 들어가는 그런 거다. 자은이도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남은 사람들이 너무 아프잖나. 물론, 전에는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어진 상태다.(웃음)

(장) 베이시스트 명수. 배우 장현성. 자연인 장현성. 세 인물로 본다면 배우는, 자연인 장현성을 가운데 둔 여러 가지 얼굴이랄 수 있겠다. 자연인 장현성과 베이시스트 명수는 꽤 닮았다.

좋은 영화 보여줘서 고맙다. 처음 기획은 영화제 출품을 위해서였는데, 디지털과 한 번에 찍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던 건지. 인물에 포커싱이 맞춰진 것이 아니고 흐릿한 부분도 있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해서 흔들리거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 스님이 등장하는데 넣은 의도는. 이승비 씨는 해외에서 연극을 하는데, 현지 스태프이나 배우들과 일하면서 힘든 점이나 다른 점은 무엇이며, 지금 귀국했는데 어떤 작품 활동을 할 것인지.

(송) 처음에는 단편으로 대본을 썼다. 현장에서 첫 리허설로 리딩을 했는데, 그게 참 좋았다. (배우들이) 대충할 줄 알았더니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라 그런지……. 장현성이 먼저 피치를 올리고, 따라서 정웅인이 피치를 올리고 이승비도.(웃음) 첫 리딩을 하니 40~50분 정도 나왔다. 그 다음 주에 호주 갈 일이 있었고, 촬영을 빨리해야 했는데, PD에게 호주에 가서 몇 신을 더 써올 테니 3억을 구해 달라고 했다. 호주에서 돌아왔더니 (돈을) 구했더라. 그래서 장편을 찍었고, 영화제에선 딱 잘라서 (단편으로) 보여주고.

스님은 초고를 썼을 때, 내가 하려고 했다. 연출할 때, 배우 얼굴을 봐야 하는데, 스님을 하면 앉아 있어야 해서. 스님은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이들의 작은 치유를 목격했으면 좋겠고, 보드를 찾으러 온 스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넣게 됐다. 내가 보드에 한참 빠져 있을 때라…….(웃음)

(승) 나는 유명 배우도 아니고, 연극이 정말 좋아서 했고, 영화는 아주 간혹 찍었다. 독일에 혼자 여행을 갔는데, 오디션 소식을 들었고, <행복의 잡지>라는 초연 작품이었다. 공주 역할이 나오는데, 그 역할로 오디션 본 건 아니었다. 친구가 독일어를 잘했는데, 그 친구가 번역을 해 줬다. 영어로 오디션을 봤다. 그런데 연출가가 겁도 없이 공주 역할을 준 거다. 오디션 때, 아리랑을 불렀고, <리타 길들이기>의 대사를 했다. (극에서) 실제로 아리랑도 부른다. 스태프들과 소통 등 다른 문제점은 없었다. 한국이 배우를 위하는 나라구나 싶더라. 독일엔 배우들이 매니저 없이 다니고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한다. 독일엔 분장술이 정말 아니다.(웃음) 손재주는 우리나라가 좋더라. 왼손으로 내가 해도 더 잘할 텐데.(웃음)

지금은 ‘연극열전3’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블랑쉬 역으로 캐스팅됐다. 배종옥 선배랑 더블 캐스팅 됐고, 오늘 처음 했다. 공연 많이 보러 와 달라.(웃음)

영화에서 장현성 씨를 보면 대개 지식인이다. 평범하게 묻혀 사는 지식인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보니 발랄해 보인다.(웃음) 송일곤 감독 영화는 대개 자연이 배경이 된다. 특별한 이유라도? 분장이나 장치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나.

(송) 장현성, 참 발랄하다. 얼굴이 각 지고 강해서 그런지, 그런 역을 많이 준다. 굉장히 다양한 역을 맡았다. 저주받은 지식인?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 가지고 있고 무척 근사한 인간이다.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분장은 밴드라서 각자의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나타나길 바랐다. 의상비는 거의 안 들었고,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은 무의식적이었던 것 같다. 도시를 떠난 어떤 곳에서 치유를 받는 느낌처럼, 내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지금 준비하는 영화는 서울에서 이뤄지는 영화다. 나이도 들고 그래서 이제는 솔직하게 정면 승부하는 영화를 하려고 한다.


(장) 송일곤 감독과 함께 있으면, 전혀 유식하지도 않고 저질이다. 둘이 앉아 음담패설을 하고 여자 얘기를 한다.(웃음) 한 기자에게 들었는데, 가장 치욕스러운 얘기가, 내가 유치장에 들어가 있으면, 노상방뇨로 들어왔는데도 정치범처럼 보인다는 얘기였다.(웃음) 송일곤 감독은 좋은 연출가이고 좋은 친구다. 오랜 시간 함께 꿍꿍이를 벌이고 있고, 사적인 고민이나 한국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있다. 작가와 배우로서 서로 기대고 혼내고 그런 시간이 좋다. 좋아하는 친구면서, 존경하는 친구다.

그동안 영화가 제주도, 아르헨티나, 쿠바 등 남국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것 같다. 혹은 이상향인가. 그리고 영화에 장현성 씨가 항상 나오는데, 페르소나인가.

성향인 것 같다. 동유럽에서 공부했지만, 남미에 대한 동경도 있다. 서울이 갖고 있는 빡빡함에서 벗어나고 싶고, 그런 쪽을 좋아한다. 탱고나 남미 음악도 좋아한다. 장현성 씨를 통해서 뭔가 특별한 메시지를 나타내는 것 일 수도 있는데, 그건 무의식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계에서 그런 관계도 부러웠다. 우리 둘의 성향이나 세계관이 비슷하다. 장현성 씨의 성향과 내가 세상을 보는 성향이 공통적인 게 많고, 내가 이 친구에게 기대는 것도 많다.

다른 영화들은 장면 전환이 있어서 상념을 정리할 수 있는데, 사실 오늘 굉장히 피곤했다. 이런 작업을 계속할 건지, 앞으로 무얼 준비하는지 알고 싶다.

피곤하게 했다면 죄송하다. 이런 식의 작업을 하기 쉽지 않고, 아까도 말했지만 특정 목적이 있었다. 영화의 어떤 측면을 강조한 거고. 지금, 아주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내년 박스오피스를 강타할 영화를 준비 중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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