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다 보면, 지칠 때가 있죠. 누구에게라도 ‘구해줘’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이요. 그때 내게 다가온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라고 고백했어요.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했지만, 결국 흔한 연애소설처럼 사소한 이유로 헤어지고 말았어요. ‘그 후에’, 다시 그 사랑의 소중함을 깨달았을 때,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은 거기, 없다. 이제……. ‘당신 없는 나는?’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냐고요? 기욤 뮈소의 소설 제목을 쭉 읊어보았습니다.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소설 제목이기도 하고요.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 작품들입니다. 이 책의 저자 기욤 뮈소가 지난 1월 12일 한국 독자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당신 없는 나는?』 출간 기념으로 열린 ‘저자와의 만남’ 행사였지요. 정말 많은 독자가 애정을 한 아름씩 안고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질의응답 중 한 독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의 소설 제목들이 그때마다 자신의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고요. 그러니까 저 위의 이야기에 혹시 공감 한 표 던진 분이라면, 당신도 기욤 뮈소를 좋아하는 분인지도 혹은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그날, 기욤 뮈소가 들려준 얘기를 전하고 싶어요. 그나저나, 저거 제 얘기냐고요? 글쎄요. 누구나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한 사람은 경찰, 한 사람은 도둑, 과연 가브리엘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이번 소설 『당신 없는 나는?』에서도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사랑과 죽음에 대해 기욤 뮈소는 말하고 있습니다. 장마다 화자를 달리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기욤 뮈소 특유의 이야기 방식은 여전하고요, 도둑이 유수의 미술관을 턴다는 설정에서도 알 수 있듯, 많은 그림과 음악들도 함께 독자를 찾아갈 겁니다. 여기에 그날 오갔던 아래의 질의응답을 더한다면. 그의 소설이 조금은 더 재미있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어두운 문제들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싶다
한국에 처음 방문한 소감이 어떤가요?
한국으로 초청받았을 때 기꺼이 응했습니다. 가끔 한국 기자 분이 프랑스에 직접 오셔서 저를 인터뷰하기도 합니다. 내 친한 친구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가 말하길, ‘한국에서 제가 정말 인기 많다.’라고 하더군요.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더욱 영광이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나의 삶, 나의 문학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프랑스에서 제 소설들이 영화적, 영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또 실제 영화화되기도 합니다. 저는 전통 문학, 영상 문학 사이에 있는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머니가 도서관에서 일하셔서,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고전을 섭렵하며 자랐습니다. 플로베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며 자랐고, TV, 드라마, 비디오게임, DVD 등을 접하며 성장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소설 속에 영향을 주고 녹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소설이 박진감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런 점을 독자들이 좋아해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회복 능력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누구나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결별, 신체적 위협 등이 그렇겠지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의 극복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를 죽이지 않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소설은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번역되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제가 다루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의 문화에서 관심을 둘 수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간 12,000통 메일을 받고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 고통, 연민, 사망, 열정 이러한 주제들이 20대의 한국인, 30대의 파리지앵, 60대 브라질 여성이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 기쁜 일입니다. 이렇게 전 세계 다양한 독자가 제 소설에 관심을 줘서 기쁩니다.
간단한 일화를 소개하자면, 제가 『그 후에』라는 첫 소설을 쓰고 나서, 많은 출판사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때 한결같이 제게 말하기를, ‘이 소설은 성공하지 못할 거다. 인기가 없을 거다. 소설에서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독자들은 죽음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식스 센스>를 보면서. 그 영화들이 죽음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유희적이고 초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어두운 얘기를 하더라도 비관적이지 않고,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면 얼마든지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르탱은 추락의 순간 가브리엘을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으며 아물지 않은 상처였고, 끝내 풀지 못한 수수께끼였다. 지난 시간, 늘 추억이 되고 고통이 된 여인이었다. 삶에는 아무리 애써도 벗어나지 못하는 고통이 있다.
마지막 순간, 마르탱은 스무 살 순수한 시절 가브리엘에게 썼던 편지를 떠올렸다.
(…) 눈을 감고 십 년 후의 우리를 상상해보면,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은 행복의 이미지가 떠올라. 태양, 아이들의 웃음, 사랑이 식을 줄 모르는 부부가 주고받는 눈길…….
바보 같은 소리 집어치워. 태양이 우리를 향해 환하게 빛을 뿌린 적은 없었어. 우린 잔뜩 먹구름이 껴 있다 잠시 갠 하늘 사이로 잠깐 동안 빛을 보았을 뿐이야. 강렬하지만 언제나 도망치려는 빛을…….
내가 삶에서 주로 보았던 건 고통과 암흑 그리고 두려움뿐이었어. (p.281)
어디서 소설의 영감을 얻습니까?
독자들이나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이야기 영감을 찾습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서 혹은 개인 경험에 의해서, 또 현실 세계에서 보는 것들을 픽션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아주 간단한 것에서 이야기의 시발점을 찾기도 합니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뒤에 앉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야기를 구상하기도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뒤에 앉은 커플이 싸우고 있으면 상상에 빠집니다. ‘저들은 왜 싸울까. 얼마나 오래 만났을까.’ 이렇게 다양한 상상을 하고, 이런 이야기의 조각들을 수첩에 메모합니다. 이런 수백 개의 메모를 ‘마이크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것들이 조합이 되면 진정한 이야기로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오늘 이화여자 대학교에 와보니 외관이 상당이 멋지더라고요.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공부하고, 식사하고 쇼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소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이를테면, 이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과 프랑스 학생의 러브 스토리를 구상한 거지요. 물론 제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소설화,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소설의 영감을 받는 것은 이 정도로 말씀드리면 되겠네요.
첫사랑의 열병, 한 번만 다가오는 게 아닐 것
기욤 뮈소의 이야기를 마치고, 낭송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석한 독자 가운데 한 분이 무대로 나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읽었습니다. 마르땡과 아키볼드가 다리 위에서 대치하다 물에 빠지는 장면(p.280)이었죠. 그에 답하듯 기욤 뮈소는 그 부분을 불어로 낭송해 주었답니다. 극적인 장면이어서인지, 불어 특유의 어감 때문인지, 오르내리는 그의 목소리 속에서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조금 더 어둡고 조금 더 긴장감이 도는 풍경이요. 낭송을 마치고, 다시 질의응답으로 그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없는 나는?』 속에 한국 여성 오문진이 등장하는데요. 어떻게 한국 여성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2년 전부터 한국 독자들이 메일도 많이 보내고, 한국 기자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한국 독자에게 소설을 통해서 인사하고 싶었습니다. 오문진을 여성적이면서도 ??한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인 마르땡을 사랑하기도 하죠. 언젠가는 한국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도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더 좋은 이야기를 상상해야 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아야겠죠.
이번 장편소설을 보면, 두 사람은 13년을 기다린 끝에 애틋한 사랑을 펼쳐나갑니다. 이런 이야기는 경험하지 않고는 쓰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도 이런 애틋한 연애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첫사랑의 경험은 좋든 싫든 향후에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첫사랑의 시련이 격렬하거나 파괴적이면 그 시련을 겪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첫 사랑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경험입니다. 독자들이 자신의 첫사랑과 헤어진 후에 십오 년, 이십 년 후에 첫사랑과 다시 만난 적이 있다는 사연을 보내온 적이 있습니다. 쉰 살이 돼서 청년기에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는 게 쉽지 않죠. 오늘날에는 통신 매체가 발달해서 과거 인연 찾는 일이 쉬워졌습니다. 제 인생의 첫 사랑이 마지막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자전적인 소설은 아니고요, 지금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제 첫사랑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죠.(좌중 웃음)
그리고 하나 덧붙일 것은, 첫사랑이 반드시 한 번만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열정을 구분해야 하는데, 첫사랑은, 처음이기 때문에 격렬하기 때문에 그것을 환희와 열정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는 거죠.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나중에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때에야 알게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한테 첫눈에 반한다는 건 어쩐지 이해하기 힘들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내 눈에만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네 엄마의 특별한 매력이 보였다고나 할까? 난 네 엄마조차도 모르고 있는 면을 보았으니까. 세월이 흐르면 네 엄마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내 눈에 훤히 들여다보였단다.”
“그런 사랑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줄 알았어요.”
“몰라서 그렇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존재하는 사랑이란다.”
“엄마가 아빠를 받아들이기까지 왜 오 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을까요?”
아키볼드가 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사랑 받는다는 건 때로 두려움을 동반하는 것이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 인생에서 신은 간혹 나쁜 때를 골라 좋은 사람을 보내준단다.”(p.258)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 다음에 다시 태어난대도 본인으로 태어나고 싶은지요?
저는 사실, 죽으면 다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환생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갈라파고스 섬의 거대한 거북이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200년 정도 산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관망적이고 휴식하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딸 둘이 있습니다. 12월 폭설이 내리는 어느 날 외식을 하러 주차장에 가는데 “엄마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니콜이 바이올린 들고 나가는 장면이 생각나.” 하더라고요. 아이가 열 살이라 직접 읽지는 못해요. 제가 거의 읽어주거나 설명해 주거든요. 혹시 청소년을 위한 사랑 소설, 성장 소설을 쓸 생각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가진 많은 계획 중 하나가 훌륭한 아동 도서 쓰는 것입니다. 아동은 까다로운 독자층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열 살, 열한 살 때 소설책 많이 읽었습니다. 만약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야말로 작가로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읽는 것보다 소장에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웃음) 처음으로 작품 속으로 들어가 헤엄치듯 끝까지 읽어낸 소설이 『구해줘』였습니다. 작가님은 문학을 더욱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어 준 작가나 작품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답을 하자면, 제가 글을 쓰게 된 첫 번째 계기는, 15살 때 프랑스어 선생님이 개최한 소설 경시대회였습니다. ?인 학생들이 그 자리에서 소설을 써서 발표하면, 친구들이 점수를 매기는 겁니다, 거기서 제가 일등을 했습니다. 그때 제 상상력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경험을 했는데, 그 일로 인해,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에게 영감을 주는 소설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입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끊임없이 책 좀 읽으라고 하셨는데, 제가 그때 만화책밖에 읽지 않았거든요. 할머니 댁에 휴가를 간 적이 있는데, TV가 고장 나서 이 책밖에 읽을 게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가방에 그것밖에 넣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소설을 읽고 나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여러분에게 꼭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사랑의 열정에 대해 다룬 소설인데, 사랑의 우울, 암흑, 복수 등에 대해 말합니다. 최근 작가 스테파니 메이어가 『트와일라잇』 2권에서 이 소설을 언급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뛰어난 명작이므로 꼭 권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폭풍의 언덕』 은 19세기 중반, 영국 작은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는 영국 여성이 쓴 겁니다. 사랑을 해 보지도 않고, 남자를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쓴 글이 사랑과 열정에 대해 진정성 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꼭 경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자크가 『고리오 영감』을 쓸 때도, 그는 아버지의 나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부성애에 대해 잘 그려내고 있죠.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때 『구해줘』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작가 이름보다 소설 제목이 저를 불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새 소설이 나올 때마다, 제목이 내 인생과 맞물리는 경험을 했는데. 이번 소설 제목도 마음에 파고들어 옵니다. 이런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언급한 부분이 상당히 정확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의식중에 소설 제목을 골라내는지도 모르겠지만, 소설 제목들이 어떤 인물의 삶의 시퀀스와 일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나 소설 속 인물이 겪는 삶의 과정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해줘』 같은 경우, 소설 쓰기 전에도 이 제목을 생각했습니다. 어떤 경우는 쓰고 나서 결정하기도 하고, 여러 후보 중에 선택하기도 합니다. 편집자나 가족과 차를 마시면서 결정하기도 하는데, 최종적인 결정은 결국 제가 하는 거지요. 그리고 프랑스에서 많은 독자들이 사랑을 고백하면서, 상대방에게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소설을 전해주는 사례도 많다고 합니다.
장마다 명언을 실었는데, 어디서 그 책을 읽으면서 발췌를 했는지요. 그런걸 보면 바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지. 어떻게 장면 장면에 어울리게 넣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이렇게 인용문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열다섯 살 때부터입니다. 인상적인 말을, 들고 다니는 수첩에 적거나 노트북에 저장해서 꽤 많은 자료를 모았어요. 지금은 독자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좋은 문구를 저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독자와 저 사이에 일종의 게임이 성립된 것이지요.(웃음) 그 장의 색채나 분위기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인용구를 찾아서 기재하는데, 그 문구를 보고 그 작가의 글을 찾아 읽고, 소개한 가수의 음악을 듣는다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문화 전달자의 역할도 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전의 교수라는 제 직업과도 연관이 있을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를 비하하지 않는 것
영화 제작자입니다. 기욤 씨 작품을 보면 항상 딸이 등장하고, 외국에서 볼 수 없던 동양적 사고가 돋보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작품에 꼭 쓰이는 이유 알고 싶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의향이 있는지, 작품 중에 한국과 잘 맞아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동양적 접근 방식, 혹은 불교적 접근 방식이 엿보인다고 지적해 주신 분이 여럿 있습니다. 도교, 불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든지, 윤회 등 두 번째 기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이 위?? 것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후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추천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이 겪은 최악의 하루를 다시 살면서 왜 자신이 미움을 받고, 살해되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스크린 위에서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교직 재직 중일 때, 소설처럼 어려운 환경 가진 청소년들을 카운슬러 하거나 보살핀 경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은 교사로 재직 중에 직접 만난 학생들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탄생한 겁니다. 겉으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삶에는 엄청난 영향을 주는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소설 끝에서 이 학생들은 어려움을 잘 극복하게 됩니다. 제가 교사로서 일을 하면서, 교육적인 측면에서 지도하기보다는 인간적 측면에서 학생들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수능을 본 고3입니다. 이제껏 가장 힘들었던 일은 대학의 높은 벽뿐이었는데, 앞으로 사회 나가면 더 힘든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게 될 청소년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주세요.
저는 청소년기 때 이렇다, 저렇다 조언하는 어른들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하는 조언들이 싫었는데(웃음) 저희 어머니가 늘 하시던, 간단한 말씀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끈기를 가지고, 비굴하게 살지 말고, 어려워도 포기하지 마라. 자기 능력을 믿고. 자신을 경멸해서는 안 된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 하나가 자기를 비하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옆에서 누가 ‘너 진짜 별거 아냐.’라고 말해도 자신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대학에서 미술 가르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개의 화랑을 돌아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다루는 예술은 문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아이팟, 몰스킨 등의 제품명이 나오는데, 이런 것은 현실의 생생함을 전달할 수 있지만 또 하나의 PPL이 아닌지,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소설에서 미술, 음악, 문학 언급하고 있는데, 예술은 문학만큼이나 제 활동 분야에서 비중을 갖는 분야입니다. 독자들이 소설 읽고, ‘’오디세이 미술관’에 다녀왔다.’라고 말합니다. 아키볼드가 그림을 훔친 곳이 거기니까요. ‘책 읽고 처음 미술관 가 봤다. 다시 가 봤다.’라고 얘기할 때 책을 쓰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도 그런 지적을 합니다. 일부 순수 문학은 브랜드의 언급을 기피합니다만, 어딜 가나 현실 속에서 브랜드가 없는 곳이 없고, 피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 브랜드는 소설이라는 작품을 현실 세계와 연계시키는 방법입니다. 초현실적인 작품을 독자들이 더 신뢰하게끔 하는 거죠. 이렇게 언급했다고, 해당 제품 회사에서 1유로도 보낸 적이 없습니다. 과자 한 박스 받은 적은 있지만, 그걸 뇌물이라고 하진 않으시겠죠.(웃음) 앞으로도 브랜드가 나오더라도 돈을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지막 마무리 인사를 해 주세요.
네. 오늘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간이었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