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강의실] 새로운 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법 - 『좋은 이별』 김형경
‘우리가 그토록 아픈 건 잘 이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형경 작가는 ‘자기 정체성을 잘 형성하는 법’을 오늘의 주제로 골랐다. 국어 교사 재직 시절, 같은 내용을 같은 말로 반복하는 시간이 싫었다는 작가는 책과 관련해 여러 강의를 하는 요즘에도 지역과 시간에 따라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신단다. 이제, “1시간 30분 동안 앉아 있을 준비는 되었나요?”로 시작되는 작가의 강연을 따라가 본다.
전국의 회원을 찾아, 작가가 간다! 일곱 번째 <책 읽는 강의실>은 바로, 부산대학교! 김형경 작가가 『좋은 이별』과 함께 독자들을 만났다. 부산대학교 제2도서관의 자리가 빼곡히 채우는 것으로, 독자들은 반가운 마음을 보여주었다. 김형경 작가 역시 “이 자리에 나오게 만든 내면의 어떤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라며 독자들을 반겼다.
김형경 작가는 ‘자기 정체성을 잘 형성하는 법’을 오늘의 주제로 골랐다. 국어 교사 재직 시절, 같은 내용을 같은 말로 반복하는 시간이 싫었다는 작가는 책과 관련해 여러 강의를 하는 요즘에도 지역과 시간에 따라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신단다. 이제, “1시간 30분 동안 앉아 있을 준비는 되었나요?”로 시작되는 작가의 강연을 따라가 본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좋은 이별’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 역시도 좋은 이별이 필요하다. 스무 살 이전의 자신의 모습은, 스스로 만들었다기보다는 부모의 영향으로 빚어낸 부분이 많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본래의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부모의 욕망과 나의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좋은 이별이란, 부모로 인해 형성된 자기 모습을 잘 떠나보내고 자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애도란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다. 성장기의 사랑(가족, 형제, 애착을 준 동물 혹은 대상)을 보살피지 않고 성장하면 성인 초기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일, 돈, 사랑의 문제가 그것인데, 이것은 충분히 애도하지 않아서이다. 2차대전 후 발생한 전쟁고아들이 1년 이내에 80%가 사망했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발달장애를 겪었다. 시설에서 보살핀다고 하나 정서적 교류의 대상이 없기에 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애착의 감정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리고 사랑이 왜곡되게 전달될 때도 상처를 받게 되며 내면에 자기 정체성이 전혀 형성되지 않는다. 보살피지 못한 상실감은 자기 발현의 기회를 잃게 한다.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그렇다면 정체성이란 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욕망에 따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이쪽에 재능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렇게 자율적으로 삶을 운영해나가는 능력”이다. “자기 삶 속에서 ‘나는 누구고, 사회와의 관계에서 나는 누구다,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하는 개념을 정립해나가는 것”이다. 문제를 알았으니, 구체적인 방법에 귀 기울여 보자. 올바른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저자는 다음의 네 가지 이야기를 전했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 읽어 보시라.
1. 부모로부터의 독립
좀 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청소년기에 부모의 말을 끝내주게 안 들었다. 끝내주게 반항했다. 이러한 행동은,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자기를 만들기 위한 최초의 적극적인 노력이 사춘기 때부터 시작돼요. 그때부터 부모랑 여행 가고 싶어 하지 않잖아요. 친구랑 어울리고 싶어 하고. 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에게 동일시해요. 더 자주 어울린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이 동일시한다는 거예요. 그들의 가치나 습관을 배우는 거죠.
그때는 당연히 부모로부터 멀어져요. 그때 부모도 자녀를 떠나 보내줘야 돼요. 자녀가 뭘 하겠다고 하면,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우리 부모님들은 ‘몇 시까지 들어와, 절대로 안 된다.’ 등등 간섭을 많이 하잖아요. 피 터지게 부모와 대립해서 자기가 원하는 걸 성취해낸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을 가만히 보면 청년기 때는 어려움을 좀 겪더라도 결국 원하는 걸 성취해 내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은, ‘부모의 말을 들으며 편하게 살 것인가, 거역해서 힘든 길을 갈 것인가.’ 하는 문제 사이에서, 대체로 편한 길을 선택하죠. 그런데 바로 그 대가를 훗날 삶의 공허함으로 치르게 되는 거예요.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부모와의 독립은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열정을 느낀다면 부모님에게 피 터지게 반항하더라도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것. 이때 부모를 설득할 수 있으면 좋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면 더 좋을 거예요.
2. 소유냐, 삶이냐
에리히 프롬 저서의 제목이죠. 현대인들은 애착의 감정을 놓지 못해서 사람을 소유하려고 해요. 그렇지 못하면, 사람의 대체물인 어떤 물질, 핸드백. 심지어 골프채 등등.(웃음) 이런 것이라도 소유하려고 해요. 물질을 무지 사랑해요. 이렇게 물질에 애착을 갖는 것은 결핍감을 보상받으려는 거예요. 우리는 소유하기 위해서 삶을 잃는다고 말해요. 에리히 프롬의 책 주제가 그거예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뭔가를 소유하다가 인생을 허비해요. 정말 자기다운 삶을 살고 싶으면, 그 소유의 열정을 내 삶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해요.
3. 자유로부터 도피
사람들이 왜 자유로부터 도피할까요. 외롭기 때문이에요.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은 어떤 조직을 필요로 해요. 인맥이나 라인을 형성하잖아요.(웃음) 자기가 만족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결코 인맥에 대해 얘기하지 않아요. 좋은 것이 외부에 있고, 나를 보호해줄 것이 외부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인맥을 필요로 해요.
‘오롯이 나 혼자서, 삶을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외로움을 느끼게 돼요. 당연한 거지만, 그 내면의 약함과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면, 누구 밑으로 자꾸 들어가는 거예요. 정말 자기가 되려면 그들을 떠나 혼자가 되어야죠. 소외감을 견뎌야죠. 자율성을 두려워하면 안 돼요.
4. 양가감정의 통합
자기를 실현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양가감정을 통합하는 거예요.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못난 점까지 꺼내서 통합해야 해요. 나의 못난 점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억압해놓은 부분도 있어요. 이성과 합리만을 중시하는 요즘의 사회가 억압한 감성과 직관의 세계. 이러한 것도 다 통합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 내야 돼요.
심리학자들이 ‘본래의 원형으로 돌아가라.’라고 하잖아요. 현대 사회가 만든 세련된 인간이기 전에 거친 인간의 원형이 있는 거예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인) 데미테르나 아르테미스 같은 인간의 원형을 살려내라는 말이에요.
삶을 왜 살아야 하는가. 스스로 그 삶의 개념을 찾고 정의해보자. 이를 위해서는 삶의 총체성을 이해해야 한다. 총체성, 쉽게 말해 그것은 우리 모두가,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다. 한 맥락으로 흐르고 있다는 거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총체성을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 등으로 구분했고, 카를 융은 전반기, 중년기, 노년기 등의 발달 이론으로 삶의 총체성을 이해하고자 했다. 김형경 작가는 총체성에 관한 여러 사람의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조셉 켐벨의 말이 와 닿는다고 말했다. “생은 영웅 신화의 플롯과 닮았다.” 영웅이 성장해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가족을 떠나 여행한다. 고난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룬다. 그리고 다시 가족과 부족에게 돌아와 성취한 것을 이야기로 또는 신화로 향유한다는 것. 참으로 근사한 말이다. 이 말을 내 삶의 면면에서 구체적으로 연결 지을 수 있다면, 그러니까 우리의 생이 영웅 신화의 플롯과 닮았다는 것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때 우리는 또 다른 자신과 또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되리라.
이어진 질의응답
책을 읽고 나서, 우리 어머니가 내가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하면 묵은 감정을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자기 자신을 다양하게 표현하세요. 『너무 사랑하는 여자들』 『독이 되는 부모』 등의 책을 권합니다. 읽고 쓰기를 반복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말들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때까지 계속 써보세요.
자살한 친구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권해줄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가 슬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해요.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고, 보여주세요. 그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해요. 울도록 두고, 우는 것 역시 이해해 주세요. 절대 판단이나 충고는 하지 말고요.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좋은 사랑의 표현을 알려 주세요.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것들이 스며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지배나 통제, 간섭 등이 있는데, 이런 것은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돼요. 그리고 사랑과 의존하는 행위는 구분해서, 의존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세진이의 성장, 결혼 등 뒷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세진이의 뒷이야기는 독자가 상상하는 데 맡기겠습니다.(웃음) 좋은 소설은 좀 불편하고 미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세우려다 보니 어머니와의 갈등이 있습니다.
그런 데에 죄의식을 가지지 않길 바랍니다. 부모님들은 잠깐 서운해 하시겠지만, 받아들이실 거예요.
사생활 정보가 없어서 작가분이 궁금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20~30대가 대부분인데 혹시 작가의 정신적 연령대가 그 즈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정신분석을 받기 전에는 글을 쓰면서도 막힌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분석 이후에는 원하는 만큼 글을 쓰고 있는데요. 20~30대가 주인공인 까닭은 문학적인 비밀인데,(웃음) 그때가 비로소 생을 탐구하는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김형경> 저10,800원(10% + 5%)
누군가를 잘 떠나보낸 후 삶은 더 풍부해지고 단단해진다 상실의 연속인 삶에서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인간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평생동안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며 살아간다. 하지만 역으로 삶은 이별과 상실의 연속이기도 하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헤어짐도 있는 법. 인간에게 영원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