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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자연 요리를 통해 만나는 생명과 평화, 한 번 엿보실래요? - 『평화가 깃든 밥상』 문성희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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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통해 입맛을 다시고,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이 냄새. 어디서 나는 것일까요. 킁킁. 그 냄새를 맡아 발걸음을 뚜벅뚜벅. 아, 저기다. ‘평화가 깃든 밥상’에서 풍기는 이 냄새. 문을 두드렸어요. 도대체, 이 마음까지 사로잡는 냄새는 어디서 난 건가요?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마.”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이자 법관으로, 『미각의 생리학』(국내 출판명, 『브리야사바랭의 미식 예찬』)을 펴낸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 1755~1826)의 말입니다. 정말 그럴듯하죠? 당신에게도 묻고 싶어요. 당신이 뭘 먹는지 알려주세요. ^.^

브리야사바랭은 “먹을 수 있는 우주가 여러분 앞에 열려 있다”며, 인간의 미각 앞에 열려 있는 광대무변한 세상을 펼쳐줬습니다. 그는 음식을 통해 삶을 성찰합니다. 그에게, 미식은 맛에 대한 인간의 생체적 반응이라기보다, 사회, 문화, 예술이 주는 모든 기쁨들을 농축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제대로 음식을 먹고 있는 걸까요. 섭생을 통해 그 기쁨들을 누리고 있는 걸까요. 인정하기 싫지만, 집이든 음식점이든 우리는 어떤 불안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먹을거리의 문제는 그만큼 중요합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뭘 먹을 걸 갖고 요란을 떠누.’ 하며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먹을거리를 허투루 보는 것은 어쩌면 우리네 삶을 우습게 보는 것과 같은 것이 될지도 몰라요.

요즘 요리에도 차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제가, 냄새를 맡았습니다. 지난달 21일 일산의 양지마을에서 풍기는 좋은 냄새를. 코를 통해 입맛을 다시고, 마음까지 평화로워지는 이 냄새. 어디서 나는 것일까요. 킁킁. 그 냄새를 맡아 발걸음을 뚜벅뚜벅. 아, 저기다. ‘평화가 깃든 밥상’에서 풍기는 이 냄새. 문을 두드렸어요. 도대체, 이 마음까지 사로잡는 냄새는 어디서 난 건가요? 바로, 자연 요리 연구가 문성희 선생님의 자연 요리를 짓는 곳, ‘평화가 깃든 밥상(//cafe.daum.net/tableofpeace)’입니다.

자연 요리, 생명 음식이 뭐냐고요? 문 선생님이 지으신 책, 『평화가 깃든 밥상: 쉽고 소박한 문성희의 자연 요리』(문성희 지음/샨티 펴냄)에는 이렇게 언급돼 있네요. “재료의 풍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 이것이 자연 요리입니다. 그러다 보면 재료가 중요하다는 것, 달리 지지고 볶고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지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재료를 건들지 않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p.57) “음식 재료를 만들어낸 땅과 하늘, 그것들을 돌본 농부의 마음, 그것들이 부엌에 오기까지의 경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파동, 먹는 사람의 의식과 태도, 이 모든 것이 온전히 살아있는 음식이 제대로 된 생명 음식입니다.”(p.86)

음식이든 음료든, 먹을거리는 재료와 함께 그것을 짓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음식점이나 커피하우스(카페) 등을 찾으면, 직원 분들의 표정이나 몸짓, 분위기를 보곤 해요. 음식이나 음료도 아니요, 인테리어나 메뉴도 아니고. 왜냐고요? 저는 음식이나 음료가 단순히 재료에서만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생각진 않으니까요. 그것을 짓는 사람들(의 마음 혹은 품성)이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고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음식이나 음료가 맛있겠어요. 재료와 결합된 사람의 마음. 먹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포함해서요.

그래요.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께 건네는 건, 밥상머리, 즉 먹는 이야기랍니다. 그러면서도 사는 이야기이며, 우리가 발을 디딘 땅 이야기이고, 좋은 엄마?아빠, 좋은 여자 친구?남자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 맞아요. 그냥,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와 이야기도 나누고, 요리도 만들고, 맛있고 행복한 만남, 한 번 엿보실래요?


여기, 이 사람들이 평화가 깃든 밥상을 찾은 이유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갔죠. 많은 분들이 자리를 잡고 계세요. 두런두런 먹는 이야기를 곁들여,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계시네요. 귀를 쫑긋, 살짝 엿들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과 그와 연관된 우리네 생명 등을 말씀하시네요.


얼마 전에 아기가 태어났는데, 부모로서 아이의 몸에 맞는 음식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아빠, 어영부영 먹는 것 고민 않고 아이 셋을 키우다가 우연히 자연요법과 유기농 식사를 하면서 애들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고선 제대로 자연 요리를 배우고 알리고 싶다는 엄마.

남편과 함께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문 선생님의 다큐멘터리를 본, 육식을 좋아하던 남편이 지난해 발이 붓고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을 갔더니 스님처럼 먹고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선, 자연 요리에 본격 관심을 갖게 됐다는 아내.

두 달 전 하던 일을 멈추고, 채식주의자처럼 살아가는 자신이 채식 요리를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식당을 가면 너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모습에서 저리 힘들게 만든 것을 우리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던,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요리를 하면서 손님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그런 식당에서 일하고픈 여성.

어릴 때부터 음식을 나눠주는 엄마를 보고 자랐고, 음식을 곧 사랑임을 아는, 결혼해서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러나 동생과 자취생활을 하면서 폭식 성향을 갖게 돼 건강이 나빠졌다는, 문 선생님을 역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선 엊그제 선생님의 꿈까지 꿨다는, “밥상이 생명의 근간”이라는 선생님 말씀이 자꾸 떠올라 이 자리에 왔다는 여성.

와, 각자 그렇게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더라고요. 사실, 여러분은 그렇지 않아요? 지금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잊을 만하면 뻥뻥 터져서 우리를 경악시키는 먹을거리 파동. 도대체 뭘 먹어야 하는 거지, 라는 고민을 안겨주는 시절이잖아요. 없어서 못 먹던 시절은 지났지만, 물론 아직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가 더 고민인 때죠.

아, 저는 누구냐고요? 공정 무역 커피에 관심을 두고, 커피를 만들고 짓는 사람이 되면서, 먹고 마시는 일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 사람이죠. 유기농?친환경 음식에 관심 많은 부모 어깨너머로 정보를 얻고, 내 몸을 어떻게 하면 자연에 좀 더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 막 고민을 시작한, 한때 이 험한 서울에서 살아남으려고 하이에나처럼 잡식남으로 아무거나 몸에 쑤셔 넣다가, 이제는 간혹 초식남 소리도 듣는, 초보 ‘커피쟁이’. 어떻게 하면 좀 더 좋고 맛있는 커피를 제공할까, 어떤 마음으로 커피와 음식을 제공하면 좋을까, 고민하는.

아, 잡설이 길었군요. 이제는 문 선생님과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음식을 함께 만들며 교감했는지 볼까요? 당신을 평화가 깃든 밥상으로 초대합니다. ^.~


몸과 영혼이 달라진 생식

문성희 선생님께서 어떻게 자연 요리에 귀의(?)하게 되셨는지 조곤조곤 말씀하십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지요. 어머니가 부산의 조방 앞에서 요리 학원을 하셨는데, 1남 4녀 중 맏딸이셨던 문 선생님께서 이를 물려받으셨대요. 1977년부터 운영한 요리 학원, 부산에서는 꽤나 유명했습니다. 방송도 자주 타고, 신문에 소개도 많이 되고. 하지만 선생님은 해가 갈수록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셨대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제가 하고 주는 것보다 더 많이 받는 직업이었지만, 그것이, 이 음식이, 과연 생명인가 하는 의문이 끊이질 않았어요.”

그런 의문이 마음을 계속 흔들고, 물론 한순간에 생식이나 자연 요리를 하게 된 것이 아니죠, 시간의 체적으로 생각이 씨앗이 되고 싹이 텄어요. 사찰 요리를 만났고, 대충 아무것이나 사 먹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셨대요. 생식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가고, 손이 가는. 문 선생님은 마음으로 외칩니다. ‘그래, 결심했어. 텃밭을 가꿔 내가 가꾸고 살아야겠다.’ 그러니까, 이 결정은 선생님을 둘러싼 모든 것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


『월든』 『오래된 미래』 헬렌 니어링 등이 총체적으로 작동하게 된 거죠. 자급자족하는 삶이 가장 문명적인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문명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버려야 할 때라고 판단한 거죠. 요리 요청이 오면 그걸 왜 하느냐고 그랬어요. (웃음) 말려서 먹고 날것으로 먹고. 김치를 정말 좋아해서 김치 없으면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없이도 먹게 됐고요. 신선한 것이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되니까, 요리 요청이 오면 되레 화가 나기도 하더라고요. (웃음)”

선생님은 책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이십여 년 넘도록 맛있고 화려한 요리를 만들고 멋진 요리상을 차리는 일에 몰두해 살아왔지만 이제는 다듬고 난도질하고 볶고 지지고 삶는 일을 최소화하려고 해요. 가장 맛있는 요리는 본래의 생명력과 색깔과 모양을 망가뜨리지 않고 먹는 것이고, 그런 음식을 찾기 위해서는 시장이 아니라 밭으로 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십 년 요리사라는 긴 터널을 지나 내가 찾은 ‘참맛’의 저장고는 하늘이 내려주신 ‘밭’이라는 밥상입니다. 이미 차려진 밥상이 있으니 손님이 많아도 내 할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p.26)

자연 친화적인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면서 먹는 방식도 완전 바뀌셨습니다. 몸과 영혼도 자연 달라졌겠죠? 이런 달라짐. “먹는 것이 단순해지면 생각이 단순해집니다. 생각이 단순해지면 불필요한 관계에도 휩쓸리지 않게 돼요. 그러면 시간이 느슨하게 흐를 것이고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충만한 에너지로 즐기면서 일할 수 있습니다.”(p.119) 문 선생님은 부산의 철마산 자락, 서너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손바닥만 한 마을에 둥지를 트셨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 없이 살면서 햇볕에 말린 생식과 손수 가꾼 채소를 먹고 사셨다죠.

행복하셨답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그곳에서. “햇볕과 바람에 말린 생식 재료들이 몸 세포의 좋지 못한 시스템을 변화시켜주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며 산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삶의 방식은 그 자체로 축복이며 희망이었습니다.”(p.65)

그러다 행복한 그곳을 떠나게 된 깨달음도 있었죠. “친구들이 가끔 오면 정말 좋다면서, 다시는 안 와요. (웃음) 그곳에서 몇 년을 원하던 삶을 살았는데, 어느 순간, 행복이 밖에 있는 건지, 안에 있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간혹 부산의 생협 모임을 했는데 그리 사는 게 성공하고 목표가 되는 양 비치는데, 다 그리 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결국 외적 요소에 의한 행복은 부서지기 쉬운 건데, 내 존재로서 내가 좋은 곳이라야 완전히 행복한 것이고, 자연에 의존하는 것도 내가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이제 그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딸의 교육 문제도 겹쳐, 선생님은 철마산에서 하산(?)을 하시고, 경기도 일산 양지 마을에 작은 가게를 얻어 자연 요리 교실을 꾸미며 다시 둥지를 트셨습니다. 역시나 행복을 느끼시는 듯합니다. “이 작은 가게의 네모진 창을 통해 손바닥만 한 하늘과 무성한 플라타너스 잎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번지곤 합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도 좋을 만큼 작은 것에서도 깊은 충족감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또한 즐겁습니다.”(p.38)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선생님은 다시 속세로 돌아오셨습니다. “(산속 생활을 한 이후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편치 않았는데, 더 이상 도망가지 말고 맛있는 것도 나눠 먹고 살자는 생각을 했어요. 책도 7년 전부터 출판사와 만들자고 했던 건데,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러면서 그만큼 발효가 된 거죠. 그전에 음식 만들기를 멈춰서 요리 책이 나오게 될지도 몰랐어요. (웃음) 책을 내고 나서는 무슨 조화인지, 이런 것이 우리에게 필요했구나, 갈증이 찼구나, 목말라 있구나, 위기를 느끼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어요. 이런 모임을 통해서도 절실히 (섭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요.”

맞아요. 우리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이루고 있다.”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갈, 이 몸뚱이. “몸을 의복, 그릇이라고 하잖아요. 생명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생명이 될 때는 물질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생명이라고 할 때는, 생명 에너지와 물질이 합쳐진 거고, 죽음이라고 해서 세상은 끝나지 않고 흘러가지요. 가령, 파프리카 씨앗이 열매가 된다는 건, 햇빛, 바람, 물을 먹는 거예요. 틱낫한 스님도 말했잖아요. ‘오렌지 하나를 먹는 것은 우주를 먹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의 몸은 곧 자연입니다. 자연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죠. 내가 먹은 것으로 몸은 만들어집니다. 햇빛, 바람, 물…….”

선생님은 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꺼내시네요. 아, 반가운 책입니다. 커피 공부를 하면서 접했던 책. 물에도 마음이 있어서, 우리의 마음이 전달돼서, 물의 결정이 변화를 일으킨다는. “음식은 누가, 어떤 마음을 갖고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만들면 독이 될 수도 있어요. 바람, 햇볕, 물……. 돈도 들지 않는데, 왜 이런 것을 활용하지 않는지도 이상해요. 폭식을 하는 것은 악순환이에요. 그렇게 먹으면 생각 이전에 몸이 괴로워서 먹을 수가 없게 되는 거죠. 그것을 끊는 것은 내 의식입니다.”

아, 책에 쓰신 이 말씀과 같은 맥락이네요. “참으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은 단순한 영양을 넘어선 생명 에너지가 아닌가 합니다. 영양 많은 음식을 밖에서 돈 주고 사 먹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에너지 차원의 생명 음식은 돈으로 살 수 없지요. 배가 부르도록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도 식당 밥은 왠지 ‘허하다’고 하잖아요? 애정 결핍과 욕구 불만이 과잉 식욕을 불러오고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걸 다들 잘 알 거예요. 이게 다 생명 에너지가 부족한 음식을 먹은 후유증입니다. 이제 영양 분석에 주목할 때는 지났다고 봅니다. 영양을 영양이게 한 배경,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생명의 원천이 된 그 어떤 기운과 에너지를 읽고 느낄 때가 되었어요.”(p.162)


채식으로도 충분한 이유

아울러 섭생이 달라지면서 바뀐 변화, 나눠 먹는 것, 즉 서로 생명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의 소중함도 말씀하십니다. “몸 세포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산에 있을 때는 단식이나 생식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요즘 자연 요리를 하다 보니 같이 나눠 먹으면서 의식도 공유되는 것을 느껴요. 가능한 것은 나를 바꾸는 것이고, 불가능한 것은 남을 바꾸는 것입니다. 저도 제가 바뀌니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게 된 것 아니겠어요? 먹성을 바꾸니 세포가 편안해져서 화도 덜 내고 건강해지고 왕성해졌어요. 육식을 안 하니 열에너지가 부족하긴 해도, 지구력은 채식을 못 따라옵니다. 히말라야를 두 번 갔었는데, 날아다녔어요. 채식과 명상을 하는 내가 날아다니지 않으면 누가 채식을 먹겠어요? (웃음)”

아니, 고기, 즉 육식을 하지 않으면 힘이 떨어지지 않느냐고요? 문 선생님은 이를 ‘미신’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채식을 먹는 것이 내 몸에 좋고, 둘러보니 지구에도 좋아요. 먹성이 바뀌니 삶도 바뀌고 경제성도 있고, 주변도 깨끗해져요. 내가 잘 살면 세상에도 유익하구나, 하는 걸 실감해요.”

채식의 ‘포스’를 엿볼까요? “수많은 종류의 곡물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채소와 열매, 씨앗, 뿌리가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영양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 ‘채식을 하니 어지러워’라는 친구에게 ‘어지러운 게 아니라 몸이 가벼워진 걸 거야. 잘 살펴봐. 가볍고 사뿐한 몸으로 변하는 과정의 느낌일 수도 있으니까. 무거운 몸이 진짜 몸인 줄 알고 살아와서 지금 그 기분이 좀 낯설게 느껴질 거야’라고 말하곤 합니다.”(p.35)


음식의 재료가 중요한 이유

그리하여, 이날의 메뉴는 채식 철판 요리입니다. 철판 요리는 알겠는데, 채식으로 채워진다? 고기가 빠진 철판 요리. 처음 접하는 메뉴입니다. 어떤 요리일까요. 잠깐 책을 보니, 이런 설명이 있네요. “음식 솜씨 없는 새댁, 일 년 내내 바쁜 직장인, 가족을 사랑하지만 일에 지쳐 가족에게 늘 미안한 아빠들, 외로움이 더 큰 싱글 남녀들을 위한 근사하고 맛있는, 무엇보다 만들기 쉬워 언제라도 즐길 수 있는 멋진 파티 요리.”(p.67)


음, 재료가 중요한 요리네요. “갖가지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 즉석에서 구워 먹는 요리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재료 선택이 중요합니다. 혹 텃밭이라도 가꾸어 신선한 푸성귀가 있으면 모두 사용해보세요. 그렇지 못하다면 가까운 유기농 식품 매장으로 가보세요. 유기농 채소가 비싸긴 해도 밖에서 사 먹는 요리보다는 저렴할 거예요. 맛도 훨씬 좋고요.”(p.67)

문 선생님께서는 “고기가 들어간 것보다 더 멋진 철판구이”라고 하시네요. 기대가 됩니다. 꿀꺽. 침이 고이고, 제 ‘아담의 사과’가 움직입니다. “굽고 먹으면 되는, 간단하면서 화려한 요리예요. 채식이 의외로 먹을 것이 많습니다. 한국 음식은 정확한 레시피보다는 경험이에요. 책에 의존하지 마시고 시도해 보세요. 누구나 처음은 있어요. 내가 처음이 되면 어떠리라는 생각으로 시도해 보시면 돼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자연의 것들. 저것들이 내 몸을 이룬다고 생각하니, 왠지 뿌듯해집니다. 내가 자연이 된 듯해서. “나는 자연이다.”라고 외치고 싶은 거 있죠? 문 선생님은 씨앗도 버리지 말 것을 권합니다. “요리 선생이 잘못하는 게 많은데, 깔끔하게 한다고 씨앗을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씨앗은 생명의 원천이에요. 몸에 당연히 좋은 거죠. 가능하면 씨앗도 버리지 말고 드세요.”

이 채식 철판 요리는, 육류 없이도 맛을 내기 위해 문 선생님의 고민이 깃든 것일 겁니다. “오랜 세월 요리 선생으로 살아온 나로서는 채소만으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맛의 기억 회로를 더듬어 육류와 생선, 가공품을 쓰지 않고도 그 맛을 찾아내려고 애씁니다.”(p.92)


불판 위에 오른 채소들을 보자니, 재료를 다시 눈여겨보게 됩니다. 두부, 가지, 애호박, 파프리카, 브로콜리, 사과, 양송이버섯,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감자, 고구마, 양배추, 떡, 도토리묵…….

그렇습니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재료 선별이겠죠? 분명히 문 선생님에 의해 엄선되고 선별됐을 재료들. 이 녀석들 빛깔도 좋고, 아주 알토란같습니다. 이 녀석들이 내 몸을 이룬다고 생각하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수십 년간 요리 수업을 해 온 내가 꼭 지키는 게 있다면 시장 보는 일을 다른 이에게 맡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 좋은 재료라는 게 신선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면 수확해서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유통 거리와 시간이 되도록 짧아야 한다는 걸 뜻하지요. 또 내가 먹을 재료를 가꾸는 농부의 얼굴을 알고 내가 먹을 식품을 만들고 파는 이의 사람됨을 안다는 게 아주 중요하게 여겨져요.”(pp.18~19)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읽은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어요. “그는 좋은 재료를 직접 구하지 않고 그저 전화통을 붙들고 배달받는 미슐랭 급 스타 요리사를 경멸했으며, 멀리서 수입한 재료를 자랑하는 요리사에게 호통을 쳤다. 공장화?기계화되는 재료의 역사를 슬퍼했으며, 돼지나 닭이 항생제와 호르몬의 늪에서 신음하는 걸 참지 못했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사료가 되고 있는 현실을 분노했으며, 항상 지역 어린이들이 무엇을 먹고 마셔야 하는지 가르치고 연구하느라 머리를 싸맸다. 그건 영양학자나 교육자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요리사는 아이들의 어머니처럼 먹이는 사람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이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슬로우푸드의 핵심 조직원이며, 떼라 마드레의 골수 운동원이었으니 당연한 처사였다.”(『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pp.284~285) 끄덕끄덕.


내 영혼이 빛나는 음식

약간 익혀 먹는, 좋은 재료를 쓴 채식 철판 요리. 아, 안타깝네요. 이건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도저히 글로 설명되거나 표현할 수 없는 건데, 흑. 고기 없이도 철판 요리가 가능하다는 것, 저는 입으로 목격하고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화려함에 있어서도 육류 있는 철판 요리에 뒤지지 않고요, 음식 고유의 맛을 생각하며 먹게 되는 덤까지. 흠, 이렇게 말해볼까요? 요리 하나로, 내 영혼이 빛날 수 있는 날.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의 등장인물인 이탈리아의 슬로우푸드 시칠리아 지부 창립자이자, “요리사란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한 그릇의 요리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통제하고 감시하는 관찰자여야 한다”고 여기는 ‘파또리아 델레 또리’의 주방장인 쥬제뻬 바로네의 믿음. “온갖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 그런 음식을 먹으면 영혼이 파괴된다고 믿었다.”(『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p.130)

자연 요리가 익어갑니다. 향도 아주 근사하고요. 함께 만들고 음식을 맛보시는 분들 모두, 아주 맛있게 드십니다. 입가에 미소는 기본이요, 마음의 평화가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요리도 신선놀음인 줄은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감히 말하건대, 자연 요리, 도전할 만합니다. 정말 만만합니다. 재료만 잘 선별하시면, 자연의 요리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답니다. 문 선생님이 책에 쓰신 이 말씀, 실감 납니다. 제가 임상시험을 직접 해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음식, 그리고 마음 편한 이야기, 가슴을 적시는 부드러운 음악, 이러한 나눔이 때로는 삶에 좋은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p.68) 당신이 함께하지 못해서 약간 아쉬웠을 뿐이죠.

채식 자연 요리를 먹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문 선생님의 이 말씀으로 대신하고 싶어요. “나는 사람들이 ‘채식이 좋은 건 알지만 채식은 먹을 게 없더라’가 아니라 ‘이렇게 채소만으로도 온갖 종류의 요리를 만들 수 있네’, 나아가서는 ‘이렇게 맛있을 수도 있네’ ‘정말로 몸이 편하고 기분이 좋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지요. 건강하고 조화롭고 균형 잡힌 맛있는 채식이 있다는 걸 모든 이가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p.46)


“요리, 품성과 가치관이 좌우한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몸과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밥상 차리기’는 이렇게 즐겁고 흥겨우며, 평화가 가득합니다. 음식 차리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요리는 정말, 다른 무엇보다 멋진 일입니다. 특히나 자연과 내가 연결되고, 세계와 접촉하게 만드는. “생태 운동의 영성적 지도자 사티쉬 쿠마르는 생태적 삶을 살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로 ‘걷기’와 ‘요리’ 두 가지를 제안했습니다.”(p.26) “요리 역시 자연과 연결시켜주는 좋은 매개가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음식은 어디서 왔을까, 어떻게 길러졌을까 등을 생각하고 느끼면서 만드는 요리는 지구와 깊이 접촉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p.26)

아, 무엇보다 이것을 빼먹을 순 없죠. 문 선생님도 강조하신, 품성. 음식을 하는, 요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의 가치관과 품성의 문제. 제아무리 좋은 재료로 지은 요리라도, 결국 사람의 문제. 만들고 먹는 사람의. “음식 그 자체의 좋고 나쁨보다는 의식, 즉 음식을 대할 때의 감정과 생각과 태도가 몸과 마음에 더 크게 영향을 끼칩니다. 평화롭고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고기를 덜 먹고 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는 것 이상으로 건강한 기운의 순환을 위해 중요해요.”(p.86)

선생님이 요리 학원을 그만두게 되신 것도 그 마음과 연결돼 있다죠. “요리 학원을 하면서 조리사 기능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강습이 점점 싫어졌는데, 그 까닭은 사십여 가지 음식 중 선택된 두 종류의 요리를 주어진 시간 안에 일정한 사이즈로 순서에 맞춰 만들어내면 합격이거든요. 여기에는 음식을 만지는 사람의 인성이나 요리사가 갖추어야 할 실제적이고도 기초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고려되지 않았어요.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말예요.”(p.163)

음식을 통해 사람의 의식이 깰 수도 있다는 것. 저는 이 자리를 통해 그것을 엿봤습니다. 영적?의식적으로 진화된 사람들은 분명 먹는 음식도 다를 겁니다. 음식을 통해 자연을 흡수하기 때문이겠죠. 문 선생님은 이렇게 강조하세요. “(요리는)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고 마음이고 사랑입니다. 내가 된다면, 평범한 엄마가 느끼고 할 수 있어요. 그건 보편적인 겁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온몸으로 자연 속에 서 보면 알 수 있어요.”

요리하는 영혼.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가 함께 떠오릅니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요리하건, 이탈리아에서 요리하건, 요리하는 것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내게 유전자처럼 심어준 건 요리하는 영혼이었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는 나의 재료로, 가장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먹는 요리를 만들라’는 요리의 삼박자를 깨우쳐주었다. 모양이나 장식으로 멋을 내는 줄만 알았던 서양요리, 이딸리아 요리의 진정한 승리는 이 삼박자에 있었다는 걸 그는 알려주었다.”(『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p.284)


당신은 뭘 드세요?

어릴 때, 편식이 나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젠 편식을 해야겠어요. 내가 살고, 자연이 살고,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한 그런 편식을. 물론, 제가 지껄인 수다를 채식을 해야 한다는 당위가 담긴 이야기로 오해하진 마세요.

문 선생님이 채식을 선택한 이유는 이래요. “채식을 할 건지 말 건지는 각자의 선택이며 각자의 삶의 방식이에요. 채식이 더 우월한 삶의 방식이라거나 채식만이 건강한 식사법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거니와 또 그렇게 말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죠. 이 세상엔 그 어떠한 것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고 살고 싶다는 것이고, 하나 더 든다면 자연에서 빌려온 이 몸을 자연에 깨끗이 되돌려주고 싶어서예요. 그리고 채식의 삶이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나누고 싶은 소망을 갖게 된 것이에요.”(p.35)


저만 해도 당장, 채식주의자로 전향(?)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채식 비중을 조금씩 더 늘리면서 제가 먹는 것에 더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제가 짓는 커피도, 더 좋은 마음과 영혼을 담을 수 있도록 할 거고요.

다시 물어볼게요. 당신은 뭘 먹으세요? 그리고, 앞으로 뭘 먹을 거죠? 당신을 알고 싶은, 제가 묻습니다. 당신과 나는, 이 지구에서 어떻게든 연결돼 있으니까요. 당신이 먹는 것이,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제게도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까요. 자, 제대로 된 음식 앞에서 손을 내밀어 보세요. 자연이 옵니다. 음식을 잘한다던, 음식 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 사람에게도, 이 이야길 들려주고 싶네요. 아, 그저 흘려들어도 좋을 만큼의 농담 같은 이야기인데, 연애와 소스는 천천히 해야 제 맛이랍니다. ^.~

참고로, 문 선생님의 자연 요리 교실 ‘평화가 깃든 밥상’은 내년 3월경 마스터 과정을 개설하신대요. 각 지역에서도 자연 요리를 접할 수 있도록, 자연 요리 전도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신다죠. 자연 요리에 관심 있으신 분은, 인터넷 카페 ‘문성희의 평화가 깃든 밥상’(//cafe.daum.net/tableofpeace)에 들어가 보시면 될 듯해요.

문 선생님께서 요리하실 때, 종종 바라보시며 마음을 돌아보곤 하신다는 이 문구, 전달합니다. “너희들이 요가 상태에 머무르면서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유익을 얻을 것이다. 너희들의 음식과 음료는 순수하고 소박하며 기품이 있어야 한다. 침묵 속에서 신의 사랑으로 만든 음식이 곧 마음을 만든다.”- 슈리마트(신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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