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이런 뮤지컬이 나올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거다” - 뮤지컬 <영웅>의 연출가 윤호진 대표

같은 운명을 지녔으나 각기 처한 상황 앞에서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두 ‘영웅’의 이야기

1909년 10월 2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역에서는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한 사람이 쓰러졌다.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조선 병탄의 기초 공작을 수행한 조선 통감부의 초대 통감이자 추밀원 원장. 그러니까, 조선 입장에서 보자면, 조선 침략의 원흉. 하얼빈 역에선 피가 솟구쳤고,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일본의 상징이 스러졌다.

글ㆍ사진 | 김이준수

1909년 10월 26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역에서는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한 사람이 쓰러졌다.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조선 병탄의 기초 공작을 수행한 조선 통감부의 초대 통감이자 추밀원 원장. 그러니까, 조선 입장에서 보자면, 조선 침략의 원흉. 하얼빈 역에선 피가 솟구쳤고, 조선을 식민지화하려는 일본의 상징이 스러졌다.

총을 쏜 사람은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응칠이었다. 현장에서 즉시 붙잡힌 그는, “코레아 우라”(대한만세의 러시아어)라고 외쳤다. 대한의군 참모 중장으로 독립투쟁을 수행 중이었다. 우리는 그를 안중근 의사라고 부르고, 이날의 일을 ‘의거’라고 칭한다.

그는 뤼순 감옥에 수감됐고, 이듬해 3월 26일 사형 집행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끝까지 결기를 잃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한국의병의 참모 중장으로서 독립전쟁을 하여 이토를 죽였고 또 참모 중장으로서 계획한 것인데, 지금 이 법원 공판정에서 심문을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안중근 의사에 대한 공판에서)

‘안중근 의사 의거 100돌’을 맞았다. 안중근을 재조명하기 위한 각종 행사와 연구가 한창이다. 정부 차원을 비롯, 민간의 각 영역에서도 ‘안중근’은 화두다. 특히 동양 평화론을 주창한 평화주의자로서의 안중근이 적극 부각되고 있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한국을 비롯해 중국 다롄에서도 학술대회가 열리고,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열화당) 개정판 등의 책도 출간되고 있다.

한 일본인은 안 의사에 대해 “테러리스트 아닌 세계 의사”라며, 안중근 의사 의거 100돌(10월 26일)과 서거 100주기(2010년 3월 26일)에 걸쳐 안중근 순례에 나선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그는 굉장히 냉철하고 배짱이 있는 사람이다. 일본의 표현과 감각으로 이야기하면 그는 사무라이다.”(한겨레 10월 23일자) 호주가였던 안 의사가 독립할 때까지 금주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했던 것처럼, 그도 순례하는 동안 그렇게 하겠단다.

문화예술계도 역시 안중근 의사를 꺼내고 있다. 의거 100돌을 맞아, 안 의사를 다룬 초대형 창작 뮤지컬 <영웅>이 막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일본인 시각에서 안 의사를 바라본 연극<겨울꽃>도 내달에 막을 올리는 등 문화예술계에도 안중근 재조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아니랄 수 없다. 특히 무려 5년의 작업을 거쳐 50억 원을 투자해 우리 앞에 나타나는 <영웅>은 14년 전 시작돼 창작 뮤지컬의 신화를 이룬 <명성황후>에 이은 우리 뮤지컬의 기대작이다.

무엇보다 <영웅>은 같은 운명을 지녔으나 각기 처한 상황 앞에서 다른 길을 걸어야 했던 두 ‘영웅’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영웅과 테러리스트. 사실 일본 입장에서 보자면, 10월 26일은 ‘이토 히로부미 서거 100주기’일 터다. 이토는 조선인에겐 침략의 원흉이자 명성황후 시해에 개입한 작자지만, 일본에서는 근대 일본 정치의 기초 형성에 큰 기여를 한 영웅이다. 특히 메이지 헌법(1889)의 초안 작성과 양원제 의회의 확립(1890)에 크게 기여했다. 모르긴 해도, 안중근 의사는 많은 일본인들에겐 자국의 영웅을 암살한 테러리스트로 각인돼 있을 것이다.

<영웅>은 그 점을 놓지 않으면서, 새로운 볼거리와 들을 거리로 무장한 창작 뮤지컬이다. 역사에 짓눌리지 않고, 유려한 드라마투르기로 관객들을 재미와 감동으로 인도한다. 지난 21일 <명성황후>에 이어 <영웅>을 만든 윤호진(에이콤 인터내셔널 대표) 연출가를 공연장인 LG아트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다산대상에서 문화예술부문 수상을 축하드린다. <영웅>도 막을 올렸고 좋은 일이 겹쳤다. 연출가로서 뮤지컬 <영웅>이 담고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면.

올해가 안중근 의사 거사 100돌인데, 5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 타이틀을 ‘영웅’이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안중근 의사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도 일본에서도 보면 영웅이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영웅>은 그래서 두 영웅의 생애가 왜 비극적으로 끝나야 하는지, 각자가 아시아의 공영을 어떻게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 간에 동양 평화에 대한 생각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대서사극이라고 할 수 있다. 거사 100돌이라서 두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주변인물을 통해 그 시대 독립군들이 나라를 왜 사랑했으며, 우리나라를 왜 지켜야 하는지 등을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만들고자 했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돌에 맞춰 개막했다. 그 의미가 중요했을 것 같다.

100년, 한 세기다. 역사는 계속 진화하지 않나. 그 과정에서 100년 전의 모습이 현재에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어떤 과거보다 지난 100년의 흐름이 더 많은 것을 농축시켜주지 않느냐. 뮤지컬 <명성황후>도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에 맞춰서 했는데, ‘100주기 연출가’라는 별명도 생겼다. (웃음) 그런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중근 의사가 현대의 우리에게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고 의미를 붙이고 싶다.

5년 전에 <영웅>을 준비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5년 전 한 청년이 대뜸 찾아왔다. 안중근 의사 100주기 맞춰서 뮤지컬을 할 수 없겠느냐는 거다. 그때는 반대했다. 지쳤거든. 무거운 작품은 만들기 정말 힘들다. 그런데 그 친구가 또 찾아오는 거다. <명성황후> 후속인데, 왜 안 하려 하느냐고. 그 당시엔 나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쐈다는 정도만 알았지, 안중근 의사나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잘 몰랐다. 청년이 열다섯 가지 이유를 대는데, 첫째가 명성황후를 시해했다는 거다. 그래? 머리가 돌더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명성황후>)후속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근대사를 마무리하는 개념은 물론, 재조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청년도 함께 참여했나?) 그 친구는 나중에 연락이 없었는데, 지금 세상을 떠났다. 심장마비로. 나라를 사랑하는 열혈 청년이었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생각이나, 나라에 대한 뭔가를 기여하고 싶어했던.

안중근이라는 인물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의사로만 각인돼 있는 측면이 강하다. 그건 한계가 될 것 같은데, <영웅>을 보게 만드는 매력을 말한다면.

그 매력을 만들었다. 사실 안중근 의사는 오소독스(정통)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여자관계도 없다. 드라마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중국의 한 여성 레지스탕스가 안 의사의 항일투쟁을 도우면서 안 의사의 나라 사랑하는 모습에 반하다든지, 이토 쪽에선 조선의 한 여성 밀사가 붙어서 정보를 캐내는 장치 같은 것을 만들었다. 현대의 관객들도 안중근 의사가 멋있다고 할 것이다. 인간적인 고뇌가 많이 나오거든. 단순히 거사를 했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불안해하고 용기 내서 일어나기도 하고……. 보통 인간과 똑같은 인간임을 보여준다.

안 의사가 거사를 결행하는 순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 같은 것을 느끼면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큰 귀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을 교훈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마음에 와 닿게끔 만들었다. 아, 태어나서 저렇게 멋있게 살 수도 있구나. 안 의사가 정말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면서 나라를 위해 엄청 큰일을 하고, 또 동양 평화를 통해서 동양을 블록화하는 사상도 만들었지 않나. 100년 만에 재조명해서 (기존과) 다른 이미지의 안중근 의사를 만들었다. 일단 와서 보면, 당사자가 말하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의도대로 된다면 한국 공연사에 가장 획기적인 공연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감동수치도 엄청나게 높고 보고 나서 쉽게 일어나게 어려울 정도의 공연이다.

그렇다면, 드라마투르기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작품을 구상해서 극의 구조를 작가와 함께 다듬은 게 2년 반이 걸렸다. 사십 수 회분의 드래프트가 나왔고, 사십몇 분을 고쳐 썼을 정도다. 구조 면에서는 <명성황후>를 해봐서 노하우가 쌓여서 가능했던 부분도 있다. 좋은 작품은 한 등장인물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주변인물의 개성이 잘 살아있어야 한다. <영웅>은 그런 면에서 주변 모든 사람이 잘 살아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영웅’이라는 타이틀은 어떻게 나왔나.

처음부터 그렇게 딱 정했다. 다른 몇 개를 검토했는데, ‘영웅’만큼 좋은 게 없더라.

“모든 영웅은 누군가에겐 악당이며 영웅스러움과 극악함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도 있다.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영웅은 각기 다른 사람이었다. 어떤 영웅상을 그려내고 싶었나.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에선 영웅이고, 일본에선 악인으로 그려질 수도 있다. 이토도 일본에선 영웅이지만 당시 일본의 팽창주의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가 희생당한 것을 보면 악인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순히 그런 측면뿐 아니라 내면의 인간적인 정서를 나타내고자 했다.

이근안이라는 사람을 보자. 고문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상에서는 교회 집사 등을 하면서 온순한 사람이다. 즉,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거다. 극 중에서 이토도 황혼을 비유해서 쓸쓸함을 이야기할 때 인간적인 측면이 드러난다. 또 명성황후가 가장 총애하는 궁녀로 설정된 설희를 좋아하게 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인다. 관객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되게끔 만들었다.

설희?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 같다.

어린 궁녀 시절에 명성황후의 시해를 목격한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뭔가를 고민한다. 그래서 항일운동을 위한 첩보요원으로 자원하게 되고, 이토가 가장 총애하는 게이샤가 된다. 그러면서 고급정보를 안중근에게 넘어주는 역할을 한다.

피날레가 인상적이다.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듀엣곡을 부르는데, 이런 피날레를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나.

극이니까 가능한 거다. 죽은 이토 히로부미가 안중근 의사가 갇힌 감옥에 나타난다. ‘왜 쐈느냐’고 묻는다. 대동아 공영을 위해서였는데, 너 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안 의사가 답한다. ‘네가 생각하는 대동아 공영은 피 흘리고 약소국가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안 의사는 자연의 이치대로 순리대로 함께 모여 아시아가 블록화돼 서구에 맞서는 그런 것을 꿈꾼 거다. 마지막 노래는 두 사람이 목표는 각자 다르지만 운명은 같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운명임을. 상당히 인상적인 부분일 수 있다.

<영웅>의 관람 포인트를 말한다면.

스펙터클이 엄청나다. 음악과 볼거리가 가장 중요하고, 감동 포인트들이 잘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괜한 말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거다. <명성황후>보다 좀 더 진화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50여억 원이 투자됐다고 들었다. 국내 창작 뮤지컬로서는 상당한 규모인데, 방금 말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둔 건가. 공연을 앞두고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선보인 것도 새로운 시도였다.

그렇다. 스펙터클을 연출하기 위해 돈이 많이 들어갔다. 음악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관객 서비스는 물론 뮤지컬을 알리는 차원이었다. 보기 전에 관객들이 가슴을 열 수 있는 방법으로 뮤직비디오, 음원을 선보인 거다.

<명성황후>에 이어 역사 속 인물을 불러내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인물을 거듭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

예전에 일본 기자들이 <명성황후>를 취재하기 위해 와서, 다음 작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더라. 안중근 의사 의거 100돌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니까, 말을 잇지 못하더라. 일제강점기의 고통이나 과거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지금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동시대를 살면서 우리 정체성을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고, 나라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고. 그런 등등으로 나라도 (이런 작품들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사명감 비슷한 것을 느낀다. 이런 것들이 어쩌면 더 오래갈 수 있는 작품으로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웃고 즐기는 것보다 생각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이번 작품도 <명성황후>의 길을 밟아 생명력이 긴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실제 사건을 다루는 만큼 고증에도 상당한 노력을 들였다고 알고 있다. 고증에 있어서나 연출하는데 어려웠던 점이나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기록 면에서 보면, 거사를 치르고 감옥에서 순국하실 때까지는 정확하게 있다. 그러나 그전의 기록이 없어서 그걸 픽션으로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아야 하니까. 딱딱하고 교훈적이기만 하면 비싼 돈 주고 보겠나. (웃음) 야마카시라고 있잖나. 건물을 타거나 건물과 건물을 건너뛰는. 무대에서 이것을 안무화시켜서 보여준다. 7미터 구조물에서 날아다닌다. 관객들이 그런 것을 보고, ‘헉!’ 소리를 낼 정도로 트레이닝이 된 상태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차신도 나온다. 브로드웨이에서도 볼 수 없는 그런 장면이 될 것이다. 설희가 이토와 함께 기차 타고 가다가 암살에 실패하자,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다.

실제로 이런 것을 구현할 때, 스탭들이 못 따라올 수도 있는데.

무대미술가인 박동우 교수와 오랫동안 준비 작업을 했다.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가진다.

일본인 시각으로 바라본 안중근 의사를 다룬 연극 <겨울꽃>도 곧 막을 올리는 등 의거 100돌을 맞아 문화예술계에서도 안중근 의사를 적극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어떻게 보나.

바람직하다. <명성황후>도 뮤지컬이 나오기 전에는 민비였다. 뮤지컬이 성공하자, 명성황후를 재조명하고, 기념관이 생기고 생가가 복원되는 등 연쇄적으로 여러 현상이 생겼다. 일본에도 하이라이트 공연을 갔다 왔지만, (명성황후를 시해한 무사들의) 후손들이 참회하기도 했다. 묻혀 있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건데, 뮤지컬 <명성황후>가 그렇게 했다면, 안중근 의사는 진폭이 더 클 것이다. 100돌에 맞춰 터져 나오는 에너지가 더 크지 않겠느냐. 우리 작품도 일본과 중국 시장을 가게끔 구성돼 있다. 안 의사가 훌륭한 인물이고, 아시아적인 보편성 갖도록 만들었다.

향후 해외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해외 관계자들이 많이 올 것이다. 일본에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중국은 아직 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시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서, 한일합작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일본인은 일본배우가 나오고, 롱런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문화예술작품을 통해 양국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명성황후> 얘기도 안 할 수 없다. 초연된 지 14년,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거쳐 최근 일본에서 특별 공연돼 박수와 흐느낌이 있는 공연이었다. 연출가로서 어떤 감회를 느꼈나.

짧은 공연하는 데도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래도 물꼬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공연을 통해서 우리 뮤지컬의 질적 수준이 상당한 수준이 됐다는 걸 알려줄 수도 있고, 그게 계기가 돼서 한일 합작을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본다. 한국 시장에만 있지 말고 아시아적 소재를 갖고 공동작업을 해서 브로드웨이 진출하자는 거다. 아시아 시장을 확보하고 유럽과 미국 브로드웨이를 확보하면 따로따로 할 거 뭐 있느냐. 이게 바로 대동아 공영 아닌가. (역사와 과거를) 잊어버리자는 게 아니고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과거의 잘못은 뉘우치고 이를 받아들여서 협심 협동하고 아시아를 블록화하면서 만들어보자는 거다.

안중근 의사 역할로 정성화와 류정한, 두 명의 주연배우를 캐스팅했는데.

두 명의 안중근을 만들겠다고 애초 작심을 하고 두 명을 캐스팅했다. 한 명은 카리스마를 가진 날카롭고 이지적인 안 의사를, 다른 한 명은 인간적인 모습의 안 의사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런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관객들은 두 명의 안중근 의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그럼 두 번을 봐야겠다.) 그럼 더 좋고. (웃음)

한국뮤지컬협회장도 맡고 있다. 뮤지컬을 보는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러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한국의 뮤지컬이 여기까지 성장한 것은 관객들의 사랑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관객들도 어떤 뮤지컬을 봐야 할지 헷갈릴 것이다. 사람은 답은 없고 자신의 기호에 맞게 찾아다니며 보는 것이 맞다.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은 과감히 밀어주고 나쁜 작품에는 등을 돌리면 자연스럽게 좋은 뮤지컬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관객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관련태그: 윤호진, 영웅, 뮤지컬 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