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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김창완, 책과 음악으로 주단을 깔다 - 『사일런트 머신 길자』 김창완

‘환상스토리, 노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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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뭔가 뭉클했다. 동생을, 형제를 구름의 저편으로 보낸 슬픔에도 ‘해피스트’를 얘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허허.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행한 말들이 떠올랐다. “지금을 완성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을 완결 짓는 순간은 지금이다.” 말하자면, 김창완은 ‘지금주의자’. 카르페 디엠.

김창완. ‘산울림’으로 우리 귀를 살살 간질이며 가슴에 방망이질 치고 방방 뛰게 만들더니, 어느 순간 배우로 우리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의 주단을 깔았다. 뭔 소리냐고? 작가다. 그것도 환상 스토리를 풀어놓는다. “슬픈 목숨을 이어가는 모든 동물들과 악의 없는 몽상가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작가의 말을 담은 책 『사일런트 머신 길자』(김창완 지음 / 마음산책 펴냄).

“글쓰기만큼 재미있는 놀이도 없다./ 연필 끝에서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고/ 볼펜 끝에서 ‘길자’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여러분을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죠죠’가 살고 있는/ 글 동산에 초대합니다.” 이런 그의 초대를 받았다면, 마땅히 발을 디뎌야 하는 법. 지난달 24일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 그가 마련한 주단이 깔렸다. ‘환상스토리, 노래를 만나다’. 책과 음악이 함께하는 북 콘서트다. 『사일런트 머신 길자』의 출간기념으로 ‘김창완 밴드’와 함께하는 자리.

김창완 밴드의 등장

내 마음에 주단을 깔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로 김창완 밴드가 모습을 드러내자, 록스타의 등장을 방불케 하는 환호성이 터진다. 한 마디로, 멋지다. 5인조 김창완 밴드.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로 등장을 알린다. 지난해 EP로 발매된 <The Happiest> 수록곡. “열두 살은 열두 살을 살고/ 열여섯은 열여섯을 살지/ 예순둘은 예순둘을 살고/ 일곱 살은 일곱 살을 살지/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 일천구백칠십 년 무렵/ 그날은 그날이었고 오늘은 오늘 일뿐이야.”

“막내가 세상을 뜨고 만들어진 노래다. 그 경험을 하기 전에 모든 것은 순간에 이뤄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일을 겪고 나서 더 절실해졌다. 인생은 이 순간, 다 완성된다. 예순이 되기 위해 스물, 마흔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이 순간을 완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뭐랄까. 뭔가 뭉클했다. 동생을, 형제를 구름의 저편으로 보낸 슬픔에도 ‘해피스트’를 얘기하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허허.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행한 말들이 떠올랐다. “지금을 완성하며 살아야 한다.” “인생을 완결 짓는 순간은 지금이다.” 말하자면, 김창완은 ‘지금주의자’. 카르페 디엠.

이어지는 노래는 김창완 밴드의 첫 번째 정규앨범인 <버스>의 타이틀곡인 「Good Morning」. “지하철에 버려진 아침 신문을 주워 구직광고를 다 읽네/ 어디 갈 곳도 없이 정해진 일도 없이 차가운 도시를 걷네/ 내게도 희망은 있는 걸까 내일은 내게도 기회를 줄까 이 세상이/ 쓰디쓴 커피 한 잔 빈속에 마시면서 구인포스터를 보네” 아, 이 시대의 어떤 자화상.

김창완, 책을 이야기하다

산문집, 동화를 냈고, 이번에는 소설이다.

출판사 사장님께서 하도 꼬집고 그래서. (웃음) 어릴 때, 거짓말을 해서라도 세상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3 때 딴 짓을 하고 있으니, 소설가가 되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말을 접어놨다가 수필집도 냈는데, 늘 한편에는 소설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동네에 고양이가 많은데, 어느 날 어이 없이 아기고양이가 죽었다. 불쌍했다. 그리고 ‘죠죠’라는 이야기를 생각했다.(「숲으로 간 죠죠」) 달래주고 싶어서 혹은 죄책감에. 사나흘을 썼다. 지독히 슬픈 풍경으로 끝난다. 그게 원통해서 걔네 아빠를 떠올렸고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고양이 아빠와 내가 그리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뒤를 이었다.(「죠죠 그 이후」) 그 뒤 접고 있었는데, 들들 볶아서. (웃음) 죠죠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숲은 이상향이다. 동네에서 불쌍하게 죽어간 고양이 때문에 (소설을) 쓴 셈이다.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

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 경험에서 나온 거겠지만, 경험을 뛰어넘고픈 욕망도 있다. 학창 시절 국어 시간 재미없잖나. 달아나고픈 생각을 했다. 그 틈새로부터 글이 나온 것 같다.


「사일런트 머신, 길자」는 소리가 없다. 소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건데, 어떤 배경에서?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얼핏 도시소음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실제는 이런 판타지를 통해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가, 글쓰기의 자유로움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길자를 통해 나는 자유로워졌다. 글쓰기가 얼마나 자유로운지가 요체다. 참, 책 표지에 그려진 줄자가 무척 마음에 든다. 줄자는 사일런트 머신이 어디까지 작동하느냐 하는 가능성의 잣대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법의 잣대, 보이지 않지만 우리 내면에 잠재된 보이지 않는 잣대를 뜻하기도 한다. 나는 중국집 아이가 신호위반을 하고 달아나는 장면에서 쾌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형상화해 준 표지를 그려준 분께 고맙다. 여러분도 길자의 모습을 보며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이어, 「사일런드 머신, 길자」의 김창완스러운(!) 낭독(p.18~23)이 있었고, 김창완 밴드의 1집 수록곡인 「아이쿠」와 「29-1」이 연주됐다. 신난다. 누구나 가질 법한, 버스안의 그녀에 대한 기억도 난다. 29-1번 버스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참 산울림스러운 음악이고, 참 좋다.

죠죠 얘기를 더 해보자. 「죠죠 그 이후」의 성장하는 모습이 애틋했다. 어떻게 구상했나?

아주 오래전 30~40년 전, 루미라는 이름의 외계인을 소재로 소설을 쓴 적이 있다. 숫자로 된 SF단편이 원형이다. 소설 세계를 꿈꾼 건 아주 오래전 중학교 때부터고.


낭독이 다시 이어졌다. 「숲으로 간 죠죠」에서 50~53페이지까지. 「M.C. 에셔(1898~1971)」에서 89~94페이지까지. “궁금하다고? 반전이 굉장하니 책을 사보라.”라는 김창완은 음악이 맺어준 동생, 형제들로 모인 김창완 밴드를 소개했다. 역시 1집 곡인 「내가 갖고 싶은 건」과 「너를 업던 기억」이 연주됐다. 좋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멋진 일이다. 김창완처럼 나이를 짓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다음은, 객석의 관객들과 나눈 교감.

고양이를 좋아하나? 키워본 적은 있나?

전혀 없다. 어렸을 때, 동네에 집집마다 개가 있었고, 우리 집도 있었다. 그런데 헤어질 때, 너무 가슴이 아파서 머리가 커서는 개를 못 키웠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겼는데, 제일 망나니로 알려진 코카스파니엘을 키웠다. 문제는, 진짜 돌대가리인 거라. (웃음) 뒷산에 풀어놓고 키웠는데, 동네에서 항의가 들어오고, 할아버지를 물어서 결국 퇴출시켰다. 고양이는 그냥 동네에 있던 고양이를 보고 좋아했는데, 갑자기 죽어서 충격받았다. 키워보진 않았다.

살면서 읽은 책 가운데 좋아하거나 영향을 미친 책이 있다면?

권컨대, 책에서 영향을 안 받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있기엔 삶이 너무 거대하다. 그 위대한 발견을 한 아인슈타인이 고작 바닷가에서 조개 하나 주웠다고 했겠나. 기본적으로 책으로부터 은혜를 입었지만, 자기 안에 있는 어마어마한 세상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한글을 깨우친 것은 참 자랑스럽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학업을 포기했는데, 쓰고 읽을 줄 아는데 뭘 더 배워. (웃음) 그래도, 책을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교과서를 충실히 해라. 내가 소설가라서가 아니라 소설이 참 좋다. 개인적으로 나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웃음) 일단 쓰라고 말해주고 싶다. 백 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 쓰는 게 낫다. 아무거나 읽어라. 흥미 있는 거라면.


앞으로의 계획은.

<버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 홍보도 해야 하고. 곧 하늘공원과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 공연도 있고,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콘서트도 있다. 김창완 밴드 잊지 말고 찾아주시라.


마지막 곡으로 「결혼하자」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진솔한 프로포즈라면, 누군들 홀딱 넘어가지 않으리오. 그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결혼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이 노래를 신부에게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리 얼른 결혼 하자 성당 갈까 절에 갈까/ 누구라도 축복하면 우리끼리 결혼하자/ 꽃반지를 하나 끼고 면사포는 뭐로 할까/ 아무 거면 우린 어때 넌 내 행복 난 네 기쁨/ … 우리 얼른 결혼하자 만났을 때 해버리자/ 친구들도 있으니까 우리 그냥 결혼하자/ 문방구에 색종이들 슈퍼에는 먹을 것들/ 아스팔트 거리에서 딴따라라 따라라라”

물론 당연히, 끝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제도, 앵콜. 우리가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너의 의미」가 진짜 피날레를 장식한다. “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 스쳐 불어온 넌 향긋한 바람…” 나도 그랬다. 그는 도대체 못하는 게 뭘까. 그가 다음에는 어떤 주단을 깔까. 김창완, 여전히 그가 궁금한 이유다. 매 순간을 완성하고자 하는 남자. 나는 그 남자에게서 때론 감동을 받는다. 김창완이라는 감동, 당신도 함께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이란 도달해야 할 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이 출발선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지금 나를 있게 했고 심장을 뛰게 하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감동을 놓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거다.”(김창완이 했던 어느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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