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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의 대화] “<똥파리>는 가족에 대한 불편한 경험에서 비롯된 영화” - <똥파리> 양익준 감독

양익준, <똥파리>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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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명동의 인디스페이스에서 <똥파리>가 다시 스크린에 부활했다.‘개봉이 끝난 영화가 왜?’라고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재상영이 이뤄졌다고 하면 뻥이고, DVD 출시 기념으로 예스24가 양익준 감독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똥파리>를 봤다. 까까머리 중학 시절 한때가 생각났다. 뭐, 딴 건 아니고, 그 질펀한 육두문자의 향연(?) 때문이었다. 실토랄 것도 없지만, 나는 꽤나 ‘욕 잘하는’ 소년이었다. 까까머리 우리는 ‘누가 욕을 더 잘 만들어내나?’와 같은 일에 매달렸다. 알다시피, 원래 그 나잇대 소년들은, 소녀들과 달리, 대개 생각이라곤 없는 무뇌아에 가깝지 않은가.(물론 예외적인 소수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고, 아이들이 따라 하는, 즉 유행되는 ‘신상’ 육두문자를 조합할 것인가에 꽤 많은 공력(?)을 쏟아 붓곤 했다.

아마 들으면 기절초풍할 정도의 적나라하고 말도 되지 않는 육두문자가 꽤나 있었다. 뭐, 그렇다고 그건 허공에 날릴 우리들만의, 일종의 놀이였지, 어딜 가서 쉽게 써먹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욕, 그 자체만으로 우릴 나쁜 아해들로 치부해도 할 말은 없지만, 그건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소통하는 법을 습득하지 못한 아해들의 언어였다(고 나는 변명한다).

<똥파리>, 육두문자로 소통하는 이상한 영화

<똥파리>는 시종일관, 육두문자와 물리적 폭력이 횡행한다. 반듯하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우월하게 자란 분들은 분명 심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들에겐 이 영화는 그저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과 폭력을 다룬 것일 테니까. 하지만 알다시피, 김훈이 그랬듯, 세상의 근원은 폭력과 악이다. 가급적 피한다면 좋겠지만, 어디 세상사가 그런가. 우리는 일상에서, 나와 관계가 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폭력과 악을 언제나 목격한다. 더구나 요즘 우리는 국가권력이 행하는 폭력과 악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이야 더 교묘하게 그것을 악용하고. 물론 <똥파리>가 그것을 드러내기 위한 영화라는 말은 아니고.

무엇보다 <똥파리>의 육두문자는 조폭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것과 다르다. 가오를 잡고, 잔인함이 뚝뚝 묻어나는 조폭들의 욕지거리가 아니다. 보면 알게 된다.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육두문자에는 그의 응어리와 한 맺힘이 뚝뚝 묻어난다. 생과 분리되지 않는 무엇이다. 그러니까, 그의 언어다. 대개의 우리처럼 교육을 받지 못한 그가 몸으로 겪으면서 DNA에 박힌, 그가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이자 언어.

그 육두문자에는 그래서 슬픔까지 묻어난다. 간간히 드러나는 그의 프리퀄(前史)이 그의 욕과 폭력의 근원을 알게 한다. 분명 나쁜 놈임에도, 관객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몰입하고 그의 처지를 안타까이 여길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의 비참한 결말 앞에 흘러나온 관객들의 탄성이 그것을 증명한다.

한편 <똥파리>는, ‘가족’을 이야기한다. 가족 때문에 고통 받는, 그럼에도 가족을 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누가 보지 않으면 어딘가에 내다버리고 싶은 가족. 잘 지내고 싶고, 사랑하고 싶음에도 늘 쉽지 않은 가족이라는 관계.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싶고,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서 지탱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가족. 이 죽일 놈의 가족. 인생 막장, 상훈에게도 그 가족은 어찌할 수 없다. 패륜아나 다름없는 상훈의 언어적?물리적 폭력은 그가 가족과 소통하는, 그가 아는 유일한 방법이다.

<똥파리>는 불편한 영화다. 양익준 감독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즐기진 않았겠으나, 그 불편함이 마냥 불쾌함은 아니다. 불편하다는 것은 뭔가 새로운 가치관이나 세계를 접할 수 있는 문이 열리는 기회가 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니까.


지난 18일 서울 명동의 인디스페이스에서 <똥파리>가 다시 스크린에 부활했다. ‘개봉이 끝난 영화가 왜?’라고 의문을 가질지 모르겠다.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재상영이 이뤄졌다고 하면 뻥이고, DVD 출시 기념으로 예스24가 양익준 감독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여섯 번을 봤다는 사람부터, 보고 싶었으나 이제야 보게 된 사람까지, 많은 이들이 <똥파리>와 양익준 감독을 만나기 위해 모였다. 양 감독은 이를 위해 전주에서 촬영하다가 올라왔다.

상훈의 캐릭터와 달리, 그는 명랑하고 간혹 능글맞은 귀여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2달 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했는데, DVD를 팔려고 다시 관객과의 대화를 하게 됐다. (웃음) 영화 개봉한 뒤 잘생겼다는 말 많이 들었다. 엄마에게 들은 이후 처음인데, 내가 잘생겼다는 걸 알게 됐다.” 깜짝쇼로 연희로 분한 김꽃비도 이 자리에 동참했다. 웬일이니 파리똥~ 아는 분들의 장례식 때문에 두 사람, 마음이 마냥 가볍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최선을 다해 관객과 이야기하고 소통했다. 물론 육두문자는 없었다. 그래서 아쉬웠달까. 자, 당신도 한번 들어가 보라. 참, 고귀하고 반듯한 분들은 그냥 패스. 띠바.

양익준, <똥파리>를 말하다

영화를 보고 꼭 만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떨린다. 모르겠지만, 우리 (미니홈피에서) 일촌 사이다. (웃음) 영화를 만들기까지 영감을 주거나 영향을 받은, 혹은 어떤 경험이 있다면.

(영화를 개봉한 이후) 일촌이 갑자기 500명이 됐다. (웃음) 싸이는 이제 내 것이 아닌 게 됐다. 너무 많은 이들이 알게 돼서 대화를 요청하면 바로 X를 누른다. 예전에 단편영화할 때는 (일촌끼리) 술도 함께 마시고 그랬는데, <똥파리> 이후로 그게 힘들게 됐다. 얼마 전에는 술 마시고 클럽을 탈퇴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 알고 보니, 내가 만든 클럽이라 회원 모두를 탈퇴시켜야 그게 가능한 거더라. (웃음)

질문에 답하자면, <똥파리>는 가족 안에서의 답답함과 화남이 작용한 결과다. 한국에 살다 보면 여러분도 수위는 다르겠지만, (가족 간에) 불편한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초의 계기는, 가족 관계에서 답답하고 숨쉬기 힘든 과정을 30대까지 끌고 오면서다. 간지러우면 긁게 되잖나. 답답한 게 시나리오로 써졌다.

당시 KBS1의 <독립영화관>에서 보조진행자를 하면서 연기 지도 아르바이트도 겸하고 있었는데, 6개월이 지나 이를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다이어리를 보니 가족에 대해 두 줄로 된 지독한 얘기가 써있더라. 영화에 영향을 미쳤다.



배우로 출연한 경우를 더 많이 봤다. 시나리오, 주연, 감독 등을 겸하고 있는데, 어떤 일이 가장 힘들었나?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 되게 즐거웠다. 이화여대 안에서 시나리오를 썼거든. (웃음) 캔 맥주 사서 마시면서 아주 편하고 즐거웠다. 그게 2006년 5월에서 8월까지였다. 어려웠던 것은 투자?제작사를 구하는 것이 잘 안 됐다. 4개월 동안 술만 마셨다.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그렇게 답답해 하다가, 어느 날 2007년 가을에 찍겠다고 생각을 먹으니 마음이 편했고, 프리프로덕션과 촬영 과정에서도 즐거웠다.

그런데 포스트프로덕션이 너무 힘들었다.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편집기사가 많이 도와줬다. 개봉과정을 겪으면서 보니 ‘포스트프로덕션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제작자까지 하다 보니, 시나리오에서 DVD가 나오는 순간까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모르는 부분 때문에 힘들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든, 영화 완성 과정은 너무너무 힘들다. 하지만 하다보면 그것까지도 즐기는 순간도 생긴다.


가족에 대한 의미를 말한다면. 그리고 아버지와 만나는 첫 장면에서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망설이다가 들어가더라. 어떤 생각을 했나? 해외에서 또 영화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던가.

상훈이 들어갈 때, 원래 그 길이가 아니었다. 나도 그 길이(시간)이 길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시간?) 3분의 2, 혹은 반 정도로 있다가 들어가는 설정으로 했는데, 수정을 못 해서 지금 그렇게… (웃음) 그때 기분이나 감정은 생각이 안 난다. 찍은 지가 꽤 오래돼서.

사실 그 장면은 (상훈이 아버지를) 때리러 간 것이 아니고 대화하러 간 거다. 대개 우리가 받은 교육을 못 받다 보니, 상훈이의 대화법은 폭력과 폭언인 거다. ‘왜 우릴 그렇게 힘들게 했나요?’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자신의 언어가 그렇게 (폭력으로) 표현된 거다. 상훈은 대화를 하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뿐만 아니고 형인이(조카), 누나, 연희에게도. 그러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언어를 배우지 못해서 그렇게 하는 거다.

가족의 의미는, 찾아가는 중이다. <똥파리>를 끝내고 내외부적으로 변화가 많이 생겼다. 이전에는 어머니가 하루에 두 번 전화를 하셨는데, 요즘은 아버지가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한다. 또 아버지가 요즘 머리카락을 기르고 계신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웃음)

영화를 들고 해외에 나갔을 때, 어떤 외국인은 가족이라는 건,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인 얘기라고 하더라. 동양인이 (영화에서) 나온다고 다른 게 아니고. 서양이라고 다르진 않더라. 똑같이 바라보고, 유쾌한 부분에서는 더 크게 반응하기로 했다. 특히 캐나다에선 내가 코미디 영화를 만든 줄 알았다.



고등학교 교사다. 영화처럼 욕을 달고 다니는 애들을 많이 본다. 영화는 어딜 보니 자전적 얘기라더라. 진짜 영화에서처럼 생활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연기였다. (웃음) 어떻게 지금처럼 단정하고 단아해질 수 있었는지.

사실, 폭력적이진 않았다. 중2 때였나, 지나가는 사람한테 술에 취해서 시비는 많이 걸어봤다. 심하지는 않게, 치마를 들추기도 하고. 그래도 누군가를 때리지는 못하고 맞았다. 누군가에게 맞을 때 희열을 느끼는. 누구를 먼저 때린 적은 없다. 방어 차원에서는 있어도. 자전적이라는 얘기는, 한 평론가가 ‘자전적 성찰이 가미된 영화’라고 했는데, 언론에서 ‘성찰’을 빼고 써서 그렇게 알려진 거다. (웃음)

영화는 원래 상훈이 죽지도 않고, 악인으로 끝나는 거였다. 굉장히 순화된 거지. (웃음) 시나리오를 고민하면서 가족에 대한 압박, 답답함 같은 것을 달고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상훈의 죽음은 내 안에 쌓여 있는 것을 산화시키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 보는 내내 감정 기복이 심했다. 잘 본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를 보면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식이가 그렇게 할 줄 알았다. 왜 영재가 끝냈는지 궁금하다.

만식이(정만식)가 (사무실에서) 화분을 닦다가 (상훈이를) 째려보잖나. 그건, 정만식이라는 배우가 잘못한 거지. (웃음) 그 배우의 눈빛이 센 부분이 있다. 클로즈업을 들어가니까 그렇게. 그래서 오인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 이 시나리오가 어떻게 나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다음 쓸 때는 도저히 이렇게 나오지 않을 거다. 이야기가 막 흘러나온 것 같다. 누가 천재 아니냐고 하던데, 나 천재인가 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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