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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가장 못생긴 작가가 쓰는 가장 못생긴 여자를 위한 선물”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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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홍대 라이브 클럽 ‘타’에서 평화방송과 예스24, 위즈덤하우스가 주관한 북콘서트가 있었다. … 박민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고, 환상적이며,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결코 ‘사랑’이란 단어는 사용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여자의 마음 따위는 더욱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라 짐작했던 작가였다. 기린이 된 아버지나 게임 밖으로 튀어나와 인간이 된 너구리 같은 환상적인 소설을 썼기에, 경쟁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이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바득바득 살아가는 남자들의 지난한 삶을 다룬 소설을 썼기에, 그가 남녀의 ‘사랑’을 다룬 글을 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모든 사랑이 ‘오해’이듯 어쩌면 나 역시 그의 작품 성향을 ‘오해’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썼다. 가슴 짠한 연애 소설을. 그리고 독자 앞에 나타났다. 동그란 테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것처럼 까만 선글라스를 쓰고. 무규칙이종소설가 박민규, 바로 그다.

다양한 음악과 박민규 작가, 그리고 사랑!

지난 25일 홍대 라이브 클럽 ‘타’에서 평화방송과 예스24, 위즈덤하우스가 주관한 북콘서트가 있었다. 지난봄에 가보고 여름 들어 처음 간 북콘서트인지라 간만에 본 박용환 아나운서가 친구처럼 반가웠다. 초대 가수인 크로스오버 여성 4인조 국악그룹 ‘놀이터’의 연주로 시작한 북 콘서트는 두 시간 남짓 진행되면서 그 열기가 뜨거웠다. 국악과 재즈, 웬만해선 들을 수 없었던 트로트까지 어울려 마치, 박민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고, 환상적이며, 사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첫 손님으로 여성 4인조 국악그룹 놀이터가 나왔다. 연주를 하고 낭독도 하며 박민규 작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라온제나>(순수한 우리의 한글로 ‘기쁜 우리’ 혹은 ‘즐거운 나’를 뜻한다)라는 독특한 이름으로 3집 앨범을 낸 놀이터는 여기저기 연주하러 다니느라 바빴단다. 북콘서트 오기 전에도 남산 국악당에서 3집 기념 연주회를 가졌다. 국악이라 어른들만 좋아할 것이라 믿었는데 어른들과 함께 온 꼬마들이 소리 지르며 춤추고 좋아해주어 앨범 제목처럼 기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온 박민규 작가.


이번에 펴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예스24 블로그(//blog.yes24.com/kirinshoof)에서 연재한 작품이었다. 온라인 연재는 처음이었고, 매일 밤마다 작은 공연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공연하는 동안 앞에 앉은 관객들이 박수도 쳐주고 환호도 해주는 것처럼 매일매일 블로그에 찾아와 올라온 글에 댓글을 달아준 많은 분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그 공연이 끝까지 잘 진행될 수 있었다. 더구나 보금자리가 바뀌어 외로웠는데 정성 어린 하나하나의 댓글들이 인간적으로 굉장한 힘이 되었다고 했다.

박민규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집필할 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생각하고 있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그 반대로 힘들어하는 여자들을 위해 써보자고 마음먹었던 거다. 허나 그는 남성인 데다 원래 가진 작품들의 성향으로 봐서도 연애 소설을 쓸 사람이 아니었기에 멜로나 로맨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쉽지 않은 소설이었고,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고 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예쁘지 않은, 한마디로 못생긴 여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작가는 왜 못생긴 여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을까? 그 동기는 십여 년 전 무심코 던진 아내의 질문 때문이었다. “제가 아주 못생긴 여자라면 그래도 절 사랑해주실 건가요?” 커피를 마시던 아내가 갑자기 물어본 질문이었다. 당시 작가는 못 들은 척하고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지난해 여름 새벽에 문득 지쳐 잠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십여 년 전의 그 질문이 생각났다. 그리고 대답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이젠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 소설은 가장 못생긴 작가가 쓰는 가장 못생긴 여자를 위한 선물일 것입니다.”

처음 화장을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취업시즌이 시작되고... 곧 사회로 나가야 할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선 메이크업 강좌를 열어 주었습니다. ‘언니’에 가까운 선생님 한 분이 교실을 도는 게 고작인 강좌였지만,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한껏 들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조금은...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 건 나와 어울리지 않아, 나와는 먼 세계야... 라 믿었던 화장을, 수업이란 이름을 빌미로 시도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또 떨리는 손으로 그려가던 아이라인이며 루즈의 감촉이 떠오릅니다. 서로의 화장을 고쳐주기도, 또 와아 하며 서로를 칭찬하던 아이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거울 속의... 역시나 이상해 보이던 제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쩔 수 없구나, 거울 속의 얼굴을 보며 마음은 다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놀이터의 한 멤버가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리도 여자의 마음을 잘 알까?’ 감탄을 했단다. 아무리 잘난 여자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부족한’ 여자라고 생각하며 ‘나 같은 여자를 누가 사랑해줄까?’ 고민하게 되는데 그런 여자들의 마음 속 고민을 잘 끄집어낸 것 같다고 했다. 작가는 노력한 거라고 했다. 남자이기에 결코 여자의 입장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단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듯이 여자들도 남자를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또 그는 많이 반성한다고 했다. 그 역시 시시한 남자들 중에 한 사람이었으며 가해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정의할 수 없다. 형상으로 느끼는 거다

다음 게스트는 국내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박민규 작가의 특별한 요청에 의해 모시게 된 게스트였다. 그들의 인연은 오래 전 박민규 작가가 잡지사 사진기자이던 시절로 되돌아간다. 초보 기자였던 그는 말로를 인터뷰하러 갔고, 말로는 식상하고 고답적인 기자들의 질문에 더 이상 내보일 것도 없던 상황에서 박민규를 만났다. 독특했다. 박민규 만의 독창적인 질문은 말로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잘 집어내주었다. 진정으로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기자를 만난 듯했다. 그 인터뷰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지 말로는 기사가 나오자 스크랩하여 보관까지 해두었다고 했다. 이후 말로는 박민규를 예의주시했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나왔을 때, ‘혹시 그 박민규?!’ 했단다. 그리고 책을 사서 읽은 후부터 말로는 그의 숨은 팬이 되었다.


말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지하철에서 읽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괴로울 정도로 웃느라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읽었다고 했다. 그런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그때의 괴로움을 반감시켜주는 책이란다. 내면의 재기발랄함이 조금 다른 관점으로 넘어가고 초반의 더딤이 중반에서부터는 속도를 내게 한 책이었다. 왠지 박민규의 깊은 곳을 조금씩 열어 보는 듯한 느낌을 준 작품인 것도 같단다.

사랑을 정의하자면 어떻게 정의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말로는 사랑은 형상으로만 느껴지는 거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으며, 말 한마디에 또 얼마나 머뭇거리고, 그 사람을 바라볼 때의 표정은 어땠는지? 같은 그런 감정들을 묘사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말로의 얘길 들어보니 감탄사가 나왔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열 마디 말과 생각보다는 감정과 표정이 먼저 알아채는 거였다.

박민규 작가는 이런 식의 감정을 느끼고 간직할 수 있는 나이는 스무 살 즈음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면 그 시절의 사랑만큼 본인의 기억에 각인되는 일은 없다. 글을 보면 실제의 그 또래들보다 어른스럽게 나오는데, 그건 중년의 입장에서 과거의 그 시절을 되돌아보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거란다. 만약 실제적이고 현실적이었다면 오히려 더 심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알았지, 인간의 영혼은 저 필라멘트와 같다는 사실을. 어떤 미인도 말이야... 그게 꺼지면 끝장이야.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 받는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커.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강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 빛에 묻혀버리지.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 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 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 아니,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極 )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 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연애 소설은 주인공 묘사를 많이 한다. 하지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등장하는 ‘그녀’는 묘사를 할 수 없었다.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법을 찾아야 했고 찾은 방법이 그녀의 주변을 묘사하는 거였다. 그들의 세계, 주인공들과 상관없이 아름답게 봐야할 것들을 말이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독자들의 이야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독특한 행 띄우기와 색 넣기 등등 기존의 작가들이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문장을 사용했다. 그건 시를 좋아하기에 산문시처럼 쓴 결과였다. 그는 글쓰기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 규칙을 정해서 쓰는 것 또한 아니다. 그냥 쓴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를 그냥 그의 식대로 풀어내는 거다.

또 주인공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와 ‘그녀’라고 한 것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이름을 잘 짓지 못해서이다. 연재하는 동안 이름 공모도 했으나 연재를 읽던 독자들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을 주어 이름 없이 가게 되었다.

가끔은 주연보다 조연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듯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연재할 때 주인공인 ‘그’보다는 ‘요한’에게 더 많은 관심을 독자들이 보여주었다며 웃었다. 또한 ‘그녀’의 소리가 그다지 나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고민했다. 그리고 편지 형식으로 그녀의 소리를 내게 되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다른 작가와는 다르다. 매일 다음 날 올릴 글을 집필한 그는 다른 작가들도 매일 글을 창작하는 줄 알았다며 허탈해했다. 어쨌거나 매일 밤 강원도 작업실에서 혼자 외로이 글을 쓰며 올린 덕분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들이다.

박민규 작가는 글을 연재하는 동안 음악을 블로그에 걸어두었다. 그 음악들은 책 출간과 동시에 OST 형식으로 같이 배포되었다. 「눈물」「그런, 그녀」「눈물: 어쿠스틱 버전」 그리고 엔딩곡 「슈크림」이다. 책을 읽을 때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이 책만은 받은 시디를 걸어놓고 책을 읽었다. 장마다 음악과 글이 잘 어울려 책을 읽는 맛을 더해줬다.

또 연재를 끝낸 후 아쉬운 점을 다듬어 「writer's cut」이란 에피소드를 곁들어 책에 넣었다. 「writer's cut」을 넣은 것은 여러 결말, 그리고 삶이란 게 전적으로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여러 가능성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자의 마음에 드는 엔딩으로 선택하면 되는 거다.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독자들의 이야기라는 거다. 독자들의 삶. 그리고 에피소드 없는 결말이 마음에 들면 에피소드는 없다고 생각하란다.

갑자기 한순간 축포(祝砲) 같은 흰 눈이 쏟아져 내리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게 뭐지? 내가 물었다. 아마 봉우리의 눈이 바람에 흩어진 걸 거예요, 그녀가 속삭였다. 오늘이 7일... 그녀의 휴가가 끝나기까지는 아직 5일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산을 내려가면 스페인으로, 또 마드리드를 찾아 프라도 미술관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 점의 그림을 오랜만에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벨라스케스의 그 그림은 아직도 내 가슴에 그날 밤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느리고 장엄한 음악처럼, 협곡의 바람소리가 알레치 빙하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두 손을 곡 잡은 채 눈길을 걸어가다 슈크림이 좀 남았을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글쎄요... 절반 정도는 남았을 거예요. 그녀가 대답한다.(…)



박민규 작가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이미지로만 보았던 그는 매번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이상하게 생긴 고글들. 혹은 헤어스타일이 남달랐다. 궁금했다. 왜 그런 독특한 차림을 하는 걸까? 작가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코스튬 플레이라고 했다. 그는 글을 쓰기 전엔 잡지사의 사진기자였다. 매체와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그쪽의 습성을 알았고 매체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두려움과 같은. 그래서 그는 등단을 하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사진을 찍자고 결심했고 그래서 나온 사진들이 평상시와는 전혀 다른, 하나같이 재미있고 독특한 모습의 사진들이다. 그렇게 사진을 올리고 그는 숨어살자고 다짐을 했단다. 그러고 보니 박민규 작가의 맨(!) 얼굴을 모르니 그가 만약 짙은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 나타났다면 절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다음에 책을 내고 나타날 때는 그동안 고집했던 고글에서 탈피하여 복면을 쓸 생각이니 그러고 나타나더라도 원래 그러려니 알아달라며 웃었다.

늘 그렇듯이 음악을 듣고 낭독을 하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내는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몇 마디 듣지도 않았는데 끝낼 시간이라 해서 많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박민규 작가는 하던 대로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계획을 말했고, 우리의 아나운서 박용환은 너무나 간단한 그 말을 멋지게 재편집하여 말해주었으며, 재즈의 선율 속으로 쏙 빠져들게 했던 말로는 아름다운 노래에 앙코르까지 받으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박민규 작가는 책을 쓸 때마다 일부러 문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시간적 차이로 인해 달라지는 것뿐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앞으로 나올 그의 소설이 어떤 주제로 나올지 그의 달라질 외모만큼이나 사뭇 기대가 된다.

사랑은 상상력이야. 사랑이 당대의 현실이라고 생각해? 천만의 말씀이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그게 현실이라면 이곳은 천국이야. 개나 소나 수첩에 적어다니는 고린도 전서를 봐. 오래 참고 온유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 그 짧은 문장에는 인간이 감내해야 할 모든 <손해>가 들어 있어. 애당초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그래서 실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도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 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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