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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 전미옥

칼국수를 먹으며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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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을 주고받고, 함께 밥 먹는 일을 편안히 느끼도록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사람 관계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최고의 노하우가 아닐까.

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는 지난 20일, ‘국내 최초의 20대 전용 커뮤니케이션 능력 계발서’라는 매혹적인 홍보 문구가 새겨진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의 저자 전미옥 씨를 삼청동길에 자리한 갤러리 온에서 만났다. 처음부터 ‘저자 강연회’라는 흔한 이름을 붙이기에는 뭔가 색다른 만남이었다. 만남의 매개가 된 책이 소위 자기계발서라고 하는 다소 건조한 책인데, 만남의 장소는 한창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였던 데다, 그곳에서의 짧은 전시 관람과 인사 후 정작 긴 이야기를 주고받은 곳은 칼국수로 유명한 밥집이었기 때문이다.

a day of coffee, 그리고 칼국수로 유명한 식당



 

김현정 작가의 <a day of coffee>전은 청각 장애를 지닌 젊은 사진가가 커피라는 일상 기호품, 그 속의 인간관계와 시간의 흐름을 포착해 마스킹테이프에 인화한 독특한 사진들을 선보였다. 저자는 커피가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아니겠느냐며, 갤러리 관장이나 김현정 작가와의 개인적 친분이 이유가 됐지만 커피라는 현대적 커뮤니케이션의 매개가 이번 책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 이곳에서의 만남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예기치 않았던 문화 향유를 하게 된 셈이다.

얼핏 보기에 독자들의 면면도 흥미로웠다. 20대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일러주는 책이라고 했지만 정작 찾아온 독자들은 20대 후반이거나 그보다 더 나이가 많았고, 결국 만남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일러주기보다는 20대와 소통하는 법, 20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주고받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20대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구나. 20대는 생각보다 기성세대와의 소통에 목말라하지 않는구나.’라는 자조적인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누가 먼저건 소통하면 되는 것이니까. 안타까운 건 소통할 줄 아는 20대가 더 높이 날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갤러리에 들어섰을 때 먼저 다가와 명함을 주며 인사를 건넸던 저자는, 식당에 가서도 스스럼없이 자리를 권하며 모두가 편안히 앉도록 배려했다. “결국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건 ‘밥 정(情)’이더군요.”라고 저자는 말했다. 밥 정, 말 속에 많은 의미가 들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었다. 저자가 내미는 명함을 저자 주변 사람들은 ‘식권’이라고 부른다. 언제든지 함께 식사할 용의가 있음을 그가 명함에 담아 내밀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하면서부터 명함을 대단한 무기로 여기지 않게 됐지만 서로 이름을 알고, 하는 일과 연락처를 알게 해주는 매개”로써 그녀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주고받고, 함께 밥 먹는 일을 편안히 느끼도록 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으로 사람 관계를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최고의 노하우가 아닐까.

참석한 독자 중 잠깐 쉬고 있거나 주부이기 때문에 명함이 없는 이들에게, 저자는 이름 석 자와 전화번호만 적힌 명함이라도 만들기를 권했다. 상대가 명함이든 혹은 무엇이든 내밀었을 때 나도 내밀 것이 있어야 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모두들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가다움 편안함’=성공


사실 저자의 인상은 생각 이상으로 편안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의 편안함은 쉽게 격식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었으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움이 바탕에 깔린 편안함이었다.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 웃는 표정을 연습하고, 온화한 표정을 연습했다는 말은 그녀의 전문가다운 편안함의 비결을 짐작케 한다. 그녀의 저서나 강의가 꾸준히 인기를 끄는 비결이 바로 ‘전문가다움과 편안함’의 조화가 아닐까.

글 쓰는 일이 꿈이었을 많은 이들처럼 그는 문예창작학과를 나왔고, 대기업 홍보실에서 사보를 만들었다. 이후 신문사로 옮겼고, 지금은 그런 경력을 바탕으로 강연과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강연이나 책을 쓰는 일이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니 자칭, 타칭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 딱이다.

특별히 20대와의 소통에 포커스를 두는 이유를(저자의 다음 책은 30대에 맞춘 것이라고 하지만 우선 이 책을 중심으로) 저자는 “뭔가 20대와 잘 통하는 왕언니의 느낌”이라는 말로 대변했다. 저자는 대학에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취업 경쟁력’ 강의를, 기업에서는 신입 사원들에게 ‘직장 초년생의 경쟁력’을 강의하는 유명 강사이므로 20대와 잘 통할 수밖에 없다. 인기 있는 강사들에게는 남들에게 없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고난과 좌절을 겪고 성공한 사람들만이 줄 수 있는 무엇이다.


저자가 대기업 재직 시절, “‘술 잘 마시는 전미옥’에서 ‘술도 잘 마시는 전미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들을 대목이 아니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말끔한 얼굴로 일찍 출근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인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회식도 일의 연장이라며 회식 다음날, 컨디션 난조를 극도로 드러내 보이기 십상인 요즘의 직장 초년생들이 깊이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다.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고, 취직해서도 좌충우돌 불안하고 막연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20대들에게 그녀는 ‘세상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직장 상사들도 외롭고, 칭찬에 목마른 사람들일 뿐”이니,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으면 직장에서의 대인 관계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소통하려고 마음을 여는 일, 작은 배려에서 시작하는 일이 결국 20대가 세상 속에 잘 어울리고, 성공하는 길이라고.

“아침에는 뚱하고 부은 얼굴로 출근해 나른해하다가, 저녁 무렵에야 곱게 화장을 하고 약속 있다며 나가지 마세요.”라고 저자는 덧붙였는데, 더할 나위 없는 예가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직장 여성들이 쉽게 저지르는 잘못이기 때문이다(남성들은 종일 외모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면에서 제외함). 출근 시간 엄수, 밝고 활기찬 근무 태도, 타인의 시선을 배려한 단정함, 특히 예의 바른 말투 등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예쁨을 받는 후배의 기본 조건이다. 제아무리 다른 장점이 있다 해도 기본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예뻐할 수 없음을 필자 본인도 자주 느꼈다.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가고 싶은 길, 남겨 둔 길’


저자의 꿈은 일하고 싶어 하는 여성을 위한 비영리 기관을 세우는 것이다. 진정한 ‘4학년’(이제 그는 마흔을 넘어섰다.)이 되니 “놀기 좋아했던 내가 공익적 인간이 되어 있더라.”고 그는 표현했다. ‘곧 그 일이 이루어지겠구나.’ 저자와 만난 지 두 시간이 넘자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뜻한 바를 이룰 사람이었다. 첫인상이기는 했지만. 식사가 끝나갈 무렵, 저자가 진로 상담을 해준 뒤 인생의 방향을 바꾸어 현재 잘나가고 있는 어린 후배가 찾아온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저자의 배경은 번쩍거리지 않았다. 그는 전문대학을 나왔고, 대단한 유학파도 아니다. 신문방송학과 출신이 우대받는 자신의 분야에서 그는 학벌, 전공 콤플렉스와 맞서 부단히 싸우며 20대를 넘겨야 했다. 넘쳐나는 호기심에 비해 끈기가 없고, 다혈질인 성격을 갈고 또 갈아서 세상과 부드럽게 어울리기 위해 자신의 내면과도 부단히 갈등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첫 직장이었던 열화당 출판사의 대표를 비롯해, 고뇌하는 스물아홉 살의 저자에게 “당신은 전문가로 살 사람이야.”라는 한마디를 해주었던 직장 선배 등 자신의 커리어와 삶에서 멘토가 되어주었던 분들의 기념일이나 생신을 20년 가까이 알뜰히 챙기는 정성을 지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 대접하거나 밥을 함께 먹는 다정함이 빛났다.

20대이건 혹은 어느 나이건 성공의 비결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저자가 존경하는 한경아카데미 권영설 원장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은 길, 남겨 둔 길’로 바꾸자고 저자에게 이야기해주었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독자 만남이 있던 날도 저자는 권 원장에게 10분의 시간을 부탁해 독자 만남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핵심 질문만 하면 10분도 충분해요. 바쁘신 분들에게는. 바쁘다고 안 만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없죠. 누구나 10분은 내줄 수 있어요. 조언을 듣고 싶으면 멘토에게 손을 내미세요.” 그가 지금 성공했다면, 그 비결은 바로 상대를 배려하는 인간적 관계, 그러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업무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와의 만남은 얼핏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지만 칼국수의 맛이 오래 남았다. 그래서 저자도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칼국수를 함께 먹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아닌가. 20대를 위한 매우 실제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 팁은 책에 있으니 생략한다. 다만, 책은 저자와의 만남에 비해 매우, 매우 실제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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