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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율이네 집』 저자 조수정

“여러분도 언젠가 한옥에 사는 주인공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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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집을 꿈꾼다. 수영장 딸린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 2층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 또는 교통이 편한 곳에 있는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 그리고 한옥에 사는 사람, 율이네 가족.

봄이 오면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무들은 짙은 푸른색을 띤다. 푸른 나무를 볼 때마다 어릴 적 읽은 초록색 지붕 집에 사는 『빨간 머리 앤』이 떠오른다. 아마 그때부터 초록색 지붕의 집에 살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자신만의 집을 꿈꾼다. 수영장 딸린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 2층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 또는 교통이 편한 곳에 있는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 그리고 한옥에 사는 사람, 율이네 가족. 3월 12일 늦은 오후 통의동에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 스프링컴 레인폴(spring come, rain fall)에서 『율이네 집』의 저자 조수정과의 만남이 있었다. 만남의 장소로 향하는 길에 비가 조금씩 내린 것은 스프링컴 레인폴에서 만남을 가져서일까?

오래된 느낌의 나무문을 여니 먼저 은은한 커피향이 나를 반겼다. 매장 안은 다섯 개 남짓한 테이블과 오목조목한 가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소박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아늑한 거실처럼 느껴졌다. 미리 도착한 독자들은 한곳에 꽂혀 있는 책들을 구경하고 읽고 있었다. 책 속에는 저자 조수정님의 사진만 빠져 있어서 어떤 모습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잠시 후 직접 뜬 하얀 치마를 두른 앳된 얼굴의 그녀가 나왔다. 밝은 표정으로 수줍게 말을 건네었다. “말주변도 없고 사교성도 없어서 오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드리지 못할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블로그에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 보면서 저와 삶에 대한 방향과 고민이 비슷하다고 느껴서 좋아요. 만나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첫 인사가 끝나자마자 한 독자께서는 학생 같다고 하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아침 일찍 목욕탕에 다녀왔다고 했다. 잠시 후 따뜻한 차와 커피 그리고 달콤한 케이크가 나왔다. “식사 안 하고 오셨을 텐데, 간소한 거 아닌가요?”

음식을 보자 잠시 말이 없어진 우리들.

뒤늦게 유일한 남자 손님인 사유리와 히로키님이 오셨다.

“댓글이 감성적이기도 했고 아이디를 보고 여성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성분이시네요.”
“태어나 보니 남자더라고요. 죄송합니다, 여자가 아니라서.”
“감사합니다. 남자분이라서.”

우리는 함께 크게 웃었고,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속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 한옥 이야기

- 솔직히 아파트는 투자 공간이죠. 저도 원래 시골에서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 갔어요. 아파트가 편하긴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 정말 괜찮은 곳에 사신다는 게 부러워요. 그리고 왠지 한옥은 비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 많이 오해하는 것이 돈이 많아서 한옥에 사는 게 아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옥은 아파트보다는 싸야 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한옥은 낡고 오래된 것이니까 당연히 싸야 한다고. 낡은 한옥 같은 경우는 아파트보다 훨씬 싼데도 잘 모르시고 생각을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시면 되셔요. 그리고 주변의 환경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책에 보면 인테리어 소품들은 현대적이잖아요. 하지만 한옥에 살면서부터 조금씩 더 자연에 가깝게 살고 싶어지더라고요.

- 한옥에 사는 불편함은 없으신지요?

- 지금은 사실 불편함은 없어요. 겨울에 약간 쌀쌀한 거? 신발 신고 나가야 하는 게 불편했어요. 아파트에 살 때는 보일러는 세게 틀고 반팔을 입었는데 여기서는 ?일러를 세게 틀어도 반팔을 못 입어요. 겨울엔 카디건을 입어요. 약간의 찬 기운을 느껴서일까, 계절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율이는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오히려 춥게 자라나니까 감기에 덜 걸리더라고요.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지죠. 솔직히 책에서는 좋은 점을 많이 보여드려야 하지만, 사실 불편한 점도 있죠. 불편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불편함이 재미난 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 페인트칠도 다 하셨나요?

- 네. 전부 우리가 했어요. 사실 지금의 집은 아는 분이 사는 낡은 주택이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짠 하고 되는 건 없어요. 처음에는 서투르게 손질해서 못 쓰는 것도 많았어요.


- 계속 집을 고치고 계세요?

- 네. 요즘에는 봄이니까 마당에 꽃을 심고 꾸준히 벽을 손질하고 있어요. 제가 게으른 사람인데 한옥에 온 뒤로 부지런해졌어요. 치워도 치운 티가 나지 않아서 늘 움직여요. 움직이는 게 좋더라고요. 꽃을 가꿔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 다시 이사를 가게 되도 한옥에 가실 건가요?

- 네. 대문이 삐걱하고 열리는 게 너무 좋아요.

아파트만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옥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한옥을 보면 평소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소하고 신기하게 본다. 언젠가는 한옥에 사는 게 로망이라는 한 독자는 책 속에 사람 사는 이야기, 작은 소품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고 하셨다. 현실적으로 한옥에 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보기만 해도 좋다고. 그러자 그녀는 “사진이 잘 나왔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 율이 이야기

- 아이에게 묻고 이사를 했어요?

- 네.(웃음) 아이랑 같이 하는 생활이 많고, 노력하려고 하죠. 특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더라고요. 엄마랑은 자연스럽게 유대관계가 있지만 아빠는 바쁘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아이와 놀아주지 못하게 되니까.

- 아이의 친구들 반응은 어때요?

- 좋아해요. 특히 우리 아이는 한옥에 사는 걸 자랑스러워해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첫날, 부모 참관 수업을 갔을 때 율이가 자기소개를 했어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율이는 “나는 한옥에 살고,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워. 닭고기 모양을 좋아해.”라고 하더라고요. 닭고기 모양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소개가 끝나자 부모님들이 일제히 저를 쳐다봐서 창피했어요.(웃음) 율이가 한옥에 산다고 하자 친구들이 “너희 집 기와집이야? 옛날 집이야?” 이런 식으로 물어보더라고요. 아이들은 한옥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막상 와서 놀면 좋아하더라고요.


- 책 속에서 아이에게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을 줬다는 부분이 좋았어요.

- 아파트에 살 때, 늘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율이가 잘 뛰지 않았는데도 늘 뛰지 마라 했어요. 어느 날,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는 아이에게 뛰지 마라 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어려움이 있었죠.

- 아, 오늘 율이는 나오지 않았네요. 보고 싶었는데.

- 오늘 제가 율이랑 남편에게 함께 인사하자고 했는데, 저의 가식적인 모습을 볼 수 없다며 먼저 들어갔어요. 분명히 가식적일 것이라며. 하하하.

아파트에 살면 어쩔 수 없이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지 못한다는 부분은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다. 집이란 우리가 마음 편하게 있어야 하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아파트에서는 많은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책 이야기

- 책 이야기 좀 해주세요.

- 처음에는 가벼운 생각으로 예쁜 인테리어 책을 만들려고 했는데, 한옥으로 가면서 책의 방향이 바뀌었죠. 사진을 찍고 책을 쓰면서 한옥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책이 나왔어요. 인테리어 책도 아니고, 에세이도 아니란 악플이 올라오더라고요. 저는 많은 이야기를 담지 않으려고 했어요. 보시는 분들이 더 자신만의 생각을 하길 바랐거든요. 인테리어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책을 냈는데, 책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 책 쓰실 때 가장 힘든 점은 뭐에요?

- 음, 글을 쓰는 거? 하하하. 작가들의 뼈를 깎는 고통을 이해할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책에 대해 잘 모르고 너무 무지하고 지식 없이 예쁘게 만들면 되는구나 생각했어요.


- 좋은 마음으로 썼는데 다른 마음이 돌아올 때, 후회하세요?

- 제가 사실 소심해서 상처를 많이 받아요. 초반에 좋아하시는 분들이 구입하셨는지 몰랐어요. 가슴이 철렁했어요. ‘연예인들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생각했죠. 반면 제 남편은 일일이 찾아보고 추적해서 저에게 알려줘요. 하하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런 글을 보면서 이런 점도 있었고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구나 하며 넘기다 보니 괜찮아졌어요. 이상한 댓글 남기지 마세요. 제 남편이 추적해요. 하하하.

전공이 일본어라는 독자는 일본에 자주 가는데 일본에는 일반인들이 소소한 이야기를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서 책을 많이 내고, 이 책이 그런 책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자신이 원하는 부분이 많이 담겨있고, 다른 명확한 책보다 저에게 많은 메시지를 줬다며 저자에게 힘을 주는 말을 건네었다.


#. 그녀 이야기

- 평소에 책을 좋아하세요?

- 좋아하려고 노력해요. 요즘에 재미있게 보고 있는 책은 일본 건축가가 쓴 『집을 생각한다 : 집이 갖추어야 할 열두 가지 풍경』(나카무라 요시후미 저/다빈치)이에요. 너무 제 생각이랑 똑같아서 깜짝깜짝 놀라요. 제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또한 좋아하실 것 같아요.

- 정리하는 기준이 있나요?

- 저는 사실 정리를 잘하는 편이에요. 제 자랑?(웃음) 청소를 좋아해요. 비슷한 것끼리, 책은 분야끼리. 피곤하게 사는 편이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뭔가 산뜻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요.

- 늘 깨끗하고 정리되어 있나요?

- 아니죠. 사진 찍으려고 치웠어요. 하하하.

- 일을 하다가 가끔 딜레마에 빠지나요?

- 일은 자신이 좋아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도 그렇고, 책을 쓰는 일도 그렇고 디자인하는 것도 그렇고요. 제가 정말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거죠. 책을 재미나게 썼어요. 출판사 쪽에서 저를 독촉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8월까지 끝내야 했던 일인데 기다려주셨어요. 아주 고마웠어요.


질문의 시간이 끝나자 한 독자는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막연한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손수 준비한 선물 교환식이 있었다. 율이네 집에 있던 살림살이와 소품을 각각 포장해서 가져왔다. 한 분 한 분 아이디를 부르고 선물을 줬다. 한 독자는 오늘 오지 못한 율이를 위한 책 두 권을 선물로 주셨다. 선물을 받고 모두 기뻐했고 끝 인사로 마무리 지었다.

“언젠가 한옥에 사는 주인공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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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네 집

<조수정> 저10,800원(10% + 5%)

저자의 한옥 생활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율이네는 효자동의 아기자기한 골목에 자리 잡은 30평 남짓한 작은 한옥에서 느리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간다. 손맛이 제대로 살아 있는 슬로 디자인을 지향하는 디자이너 부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집을 만들어 나간다. 한옥에 배어 있는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사를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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