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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인문학 공부의 시작은 겸손함! - 강유원 박사 강연회

인문학,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고? 이 엄혹한 시대를 관통할 지혜를 얻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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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혹하고 까칠한 공황의 시절.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리하여, 마음의 치유와 치료가 절실한 때다. 주변의 위로와 위안도 좋지만 마음치료를 위해서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말하자면, 마음의 튜닝. 인문학은 그 중심이다. 최근 일종의 트렌드처럼 흩뿌려지고 있는 인문학…

엄혹하고 까칠한 공황의 시절.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다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리하여, 마음의 치유와 치료가 절실한 때다. 주변의 위로와 위안도 좋지만 마음치료를 위해서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삶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말하자면, 마음의 튜닝. 인문학은 그 중심이다. 최근 일종의 트렌드처럼 흩뿌려지고 있는 인문학. 최고경영자부터 노숙자, 수감자들에게까지 파고들어가고 있는 인문학의 향기.

그런데, 과연 우리는 제대로 인문학과 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인문학이라 지칭되는 것을 무턱대고 흡수하면 될까. 편식도 안 되지만, 과식도 위험하다. 여기, 시민 가까이의 인문학을 위한 가이드가 나왔다. 『인문학 스터디: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 한국에서의 인문학 공부안내』(마크 C. 헨리 지음/강유원 외 편역|라티오 펴냄). 아마도, ‘인문학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지난 20일, 서울 신촌 토즈에서 책 출간 기념으로 강유원 박사를 위시한 편역자들이 “인문학 공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일반인들보다 ‘인문학’을 깊이 연구한 편역자들의 목소리를 엿들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질끈 동여맨 긴 머리가 허리 부근까지 내려와 ‘철학과’ 포스를 내뿜는 강유원 박사가 등장했다. 졸업하고 취직하지 않아도 욕을 먹지 않고, 취직을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 철학과를 갔다는 말로 청중의 긴장을 푼 강 박사는 인문학의 요체를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文(문학) 史(역사) 哲(철학). 그렇다면 인문학은, 무엇인가. “어떤 사태에 부딪혔을 때 그 사태를 해명하는 근본 원리에 대해 따져 묻는 학문”이란다. 방점은 ‘따.져. 묻.는.’이 되겠다.


몇몇 청중에게 요즘 가장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묻는다. “이명박.”이라는 답변 앞에, 강 박사는 그런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과 정치제도에 대해 되묻는다.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인가.” 숱한 희생을 거치고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행에 따라 그다지 의심한 바 없이 받아 들여왔던 제도.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그것을 되물어봐야 하는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정치공동체로 사는 게 행복한지, 부족사회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한지를 물어봐야 한다.”

그는 다른 일례도 들었다. 역사를 주로 다루는 한 블로그. 그 블로그는 이른바 ‘환빠’(『환단고기』에 열광하고 믿어 의심치 않는 마니아)의 허점도 지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역사적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환빠’들은 재차 공격한다. “한민족의 위대함을 깎아내리는 자기 비하 아니냐.” 그럼에도 해당 블로거는 다시 반박한다. “위대한지 아닌지 이전에, 사실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

강 박사가 강조하는 지점은 이것이었다. “인문학은 사실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한편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근본적으로 사실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뜻한다.” 그런 면에서 인문학은 우리가 세계를, 사물을, 현상을,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자세와 태도를 뜻하는 셈이다. 개념으로 무장하자는 말. 무개념, 탈개념이 활개 치는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인문학 스터디』에 대처하는 자세

편역된 이 책은 원서와 다른 면도 많다. 차례도 다르고 편역자들이 새로 쓴 부분도 있다. 한국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영역들은 따로 넣었다는 것이 강 박사의 설명이다. 6명의 편역자들이 전공과 관심 분야에 따라 카테고리를 맡고 의견을 보탰다. “이 책에는 최신 이론이 담겨져 있지 않다. 그러나 최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말라. 내가 1980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30여 년 동안 이 나라에서 2년 이상 뜨는 철학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유행에 민감한 풍토를 지적함과 동시에 고전이야말로 진정한 옥석임을 강조한 말이렷다. “이 책은 기껏해야 막스 베버와 카를 마르크스가 있다. 서양 현대철학사는 최신 이론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돈 낭비다. 번역의 오류도 많고 연구자가 없어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인문학 공부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박사는 우선 ‘꼼꼼하게 읽’을 것을 권한다. 한 리뷰어가 ‘다소 독단적인 저자의 선택’이라며 ‘bias(편견, 편향)’라는 단어로 이 책을 평했는데, 강 박사는 “‘논거를 갖춘 확신’을 편견이라고 일컫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논거를 가진 확신이다. 저자인 마크 C. 헨리는 어리숙하고 띨띨한 사람이 아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장난이 아니다. 이 책이 얼마나 잘 쓰여졌는지 봐야 한다. 본문 내용만 충실히 읽는 것이 인문학 공부의 가이드라인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문장 하나, 문단 하나에 핵심적 내용이 압축된 예.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서구 문학의 기원이 최고 지배자가 아닌 모범적인 개인의 이야기로 시작됨으로써, 서구 문명은 모범적인 황제들이나 신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고대 또는 초창기의 문학을 보유한 다른 문명과 구별된다.”(p.37) 우리나라의 주몽이나 박혁거세와 같은 왕이 아닌 장군의 이야기에서 시작함으로써 개인주의에 대한 역사적 전통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강 박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단어 하나부터 충실한 책 읽기가 이뤄진다면 160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인문학 전 영역을 포괄하고 궁리 끝에 압축적으로 진액만 뽑아낸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 이 책은 해당 영역마다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이 있다. 주요 저자의 핵심 저서를 다룬 ‘원전’부터 개괄입문서, 역사책, 세부주제 입문서와 연구소 등으로 층위가 나눠져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의 깊이와 방향에 따라 위에서부터 차례로 잡는 것이 좋겠다.


학문은 정통적으로, 자세는 겸손하게

아직은 ‘인문학자’라는 타이틀이 ‘쪽’팔린다는 강 박사는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15년에 걸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 한 권을 외우면 5년 동안 술자리에서 화제가 마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자 소리를 들으려면 공부를 20년은 해야 한다. 문학, 역사, 철학에서 제1영역을 어디로 잡든 10년을 하고 나머지 두 영역을 5년씩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는 학문은 유행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절대 유행 따라 읽으면 안 된다. 정통적인 것에 대한 까닭 없는 반항이 있는데, 학문은 정통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통적이라는 것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다. 대학원 등에 가서 철학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커다란 주제를 잡아라. ‘자유’ ‘존재’ ‘필연성’과 같은 무시무시한 주제를 다루고 그런 주제를 다룬 가장 잘된 책들을 만나라. 피카소는 세밀화의 왕이었다. 그것이 있어서 추상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즉, 정통에 대한 추구가 있었기 때문에 창조가 가능했다.” 마크 C. 헨리도 말했다. “뉴만의 가르침을 상기하자. 시간의 편협함을 피하라. 다시 말해 최신 사유라고 해서 최선인 것은 아니다.”(p.123)

이런 공부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강 박사는 선생과 태도를 들었다.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고자 하면 하루 1시간씩 빡세게 공부하고 매주 2매씩 글을 써봐야 한다. 그러려면 선생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선생이 꼭 필요하다.” 이는 책에 나온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학 교육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두고자 한다면 두 가지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바로 스승과 친구다.”(p.27)

강 박사는 선생의 ‘야단’이 곧, ‘절호의 찬스’임을 강조한다. 선생의 말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춰도 공부의 기본이다. “좀 더 도전적인 책을 골라서 써 보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무슨 책을 쓸까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선생이) 아끼고 사랑하면 야단을 치게 돼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대가리를 밀고 들어가야 한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간극을 채우려면 혼자서는 안 된다. 선생에게 배워라. 선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통적인 학자(교과서)를 찾아라. 간극 때문에 인생이 망가질 수도 있다. 독학은 안 된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드는 것이 인문학 공부다.”

그리고 겸손함. 배움에 있어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 박사는 강조, 또 강조한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정리하면서 읽는 자세 또한 겸손함에서 나온다. 아무리 날고뛰어도 대가들 앞에서는 ‘삽질’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 법. “자기 자신을 겸손하고 냉정하게 파악하고 지적인 겸손함에서 인문학 공부는 시작된다. 인문학의 출발점은 곧, 아주 겸손한 마음이다.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모르면 ‘잘 모르겠다’는 소리를 해야 한다.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하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인문학은 그리하여, 개념교육이다. 무개념이 양산된 것은 인문학을 소홀한 결과다. 교양 없는 인간의 잉태. 지금 우리가 처한 공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제정책의 실기와 고민의 부족. “어떠한 경제정책이나 경제체제가 적합한가라는 문제에 대한 접근은 단순히 경제적 생산과 분배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특성에 대한 깊은 인문학적 이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p.91)


강연 후기

강연은 즐거웠다. 어쩌면 그것은 인문학의 즐거움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다시 인문학을 고민한다. 지금-여기에서 인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 나는,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어쩌면, 일반 시민들이 공부하고 향유해야 할 인문학에 대한 접근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 “지적 균형감각은 교양교육을 받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위대한 열매다.”(p.123)

그리고 이 말, 명심해야 할 것. “인문학 공부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바를 글로 써서 정리할 때에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p.18, 편역자 서문 중에서) 공부를 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그렇다면, 또 이 말. “마음을 어지럽히는 텍스트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어 방법이 있다. 바로 여러 번 읽고 비판적으로 읽는 일이다.”(p.123)


“스타가 되고 싶어?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라던 한민관 대표(<개그콘서트>)의 말을 빌리자면, “인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인문학을 알고 싶으면 책을 사~” 인문학,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고? 이 엄혹한 시대를 관통할 지혜를 얻고 싶다고? 16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이 책 하나로, 당신은 세상을 향한 또 하나의 문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그랬다. 자신의 무지를 자각할 때에만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책을 펴라. 눈과 귀를 열어라. 마음치료의 의사는 바로, 당신이다.

p.s. 이날 강연을 제대로 듣고 음미하고 싶다면, 강유원 박사의 블로그(//allestelle.net/)에 들어가면 된다. 좀 더 자세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을 읽기 전에 이를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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