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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꿈 바라기’와 ‘꿈 전도사’가 만난 ‘가을의 끝, 꿈의 시작’ - 『서른 살, 꿈에 미쳐라』의 명재신

토종 한국인 재키의 꿈을 향한 지독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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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것이 너무 싫었고, 자신에게 정직하고픈, 정말 하고 싶으면 될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꿈 전도사, 명재신은 그렇게 달렸다. 아니 여전히 달리고 있다.

그날따라 겨울삭풍이 살을 에고 있었다. 11월 18일. 하긴 예년 같으면 이미 겨울 신호가 오고도 남았을 시기였다. 이상한 가을이다. 초기엔 여름기운을 품고 있더니, 겨울마저 늦추고 있었던 터. 사실 때늦은 삭풍이 왔다손, 이상할 건 없었다. 이미 겨울을 맞을 채비를 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으니까.

어쨌든 『서른 살, 꿈에 미쳐라』(명재신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의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 이날 잡힌 것, 아마도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 이후 더 추워질 테지만, 이날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기상청의 얘기가 있었다. 말하자면,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그런데 왜 이런 날, 계시를 들먹이느냐고? 아마 명재신은 이런 날을 관통하며 꿈을 잘근잘근 씹었을 것이다. 혹독하게 추워진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버젓한 직장을 관두고 MBA를 준비하던 때. 뉴욕의 투자은행(IB)에 들어가기 위해 혹독한 시련을 겪던 때. 아무 시련 없이 꿈에 도달할 순 없다. ‘시련이 나를 달궈주리라’는 주술은, 꿈에 미친 사람들의 공식 표어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운 날은, 명재신을 만나기 딱 좋은 날? 하늘이 점지해 준 날? 18명의 ‘꿈 바라기’ 독자들이 갑작스런 추위를 뚫고 서울 동숭동 웅진지식하우스의 카페에 모였다. 서로의 꿈을 확인하기 위해 혹은 잠시 잊고 있던 꿈을 되살리기 위해. 따라서 이것은 이날 함께 꿈을 나눈 사람들의 어떤 소박한 기록이다.


자기소개로 처음 문을 열었다. 명재신의 제안이었다. 다른 사람들 고민과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에너지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부인과 함께 MBA 도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일로 부인 대신 나온 회사원 남편. 꿈에 미칠 수 있는 나이가 꼭 서른은 아니라며,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는 마흔 살의 회사원. 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대학생. 준비 없이 서른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십 대 말미의 회사원. 책 타이틀이 마음에 들어 꿈에 미치기 위해 나온 사람. 최근에 본 책 가운데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며 좀 더 의기충전을 원하는 사람. 섬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 회사를 운영하면서 MBA를 통해 좀 더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싶은 경영자. 서른이 코앞인데 하고 싶은 일이 뚜렷이 없어 고민 중인 사람. 현재 구직 중인데 꿈을 찾고픈 사람. 제2의 삶을 살고픈 욕망을 가진 사람 등등. 다양한 이력과 이유로 이번 만남에 나온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명재신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른 살, 꿈에 미쳐라』의 저자 명재신
졸지에 ‘꿈 전도사’가 된 명재신이었다. 그는 이른바 어학연수 한번 가지 않은 ‘토종’으로서 서른에 꿈을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세간의 기준으로 썩 괜찮은 직장 생활이었지만, 자신이 품은 꿈(개발도상국들이 좀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기로 했다. 꿈을 위해서는 MBA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가 경력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그를 휘감은 것이다. 5년 여의 분투, 그는 지금 세계적인 IB인 ‘JP 모건’의 투자은행가이지만, 여전히 꿈을 향해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서른 살, 꿈에 미쳐라』는 그 분투기가 담긴 어떤 여정의 중간정산이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그가 입을 열었다. “독자와의 만남은 처음이에요. 앞선 두 번은 일방적인 강연이었는데, 이번에는 편하게 하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만들었어요. 여러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자기 삶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걸음을 하신 것 같아요. 저도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찍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안개가 낀 것 같았고. 그럴 때, 저는 굉장히 많이 읽었어요. 무조건 닥치는 대로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다보면 눈에 들어오는 글이 있어요. 신문을 예로 들자면, 대충 제목만 보다가도 꼭 읽게 되는 기사가 있잖아요. 그게 오래 쌓이다 보면 일관성이 생기고 키워드가 생기더라고요.” 그도 처음부터 꿈이 명확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우선 많은 것을 접한다는 것. 읽고 만나고 부딪히는 것. 그것이 일상에서 꿈을 길어 올리기 위한 첫 단계.

그가 말을 잇는다. “그러다보니 제 키워드가 된 것이 ‘성장’이었어요. 그것도 개발도상국들의. 그렇게 제 미션은 ‘개발도상국들이 성장하는 것을 돕고 싶다’가 됐어요. 구체적이지 않고 뜬구름 잡는 것 같죠?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경제활동과 관련된 기사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국제대학원 가서 더 구체화됐어요. ‘개발도상국의 정보기술(IT)에 도움을 주는 일’.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 꾸준히 지켜보면 찾을 수 있더라고요. 또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내 눈에 띄는 주제를 계속 파고들고. 찾을 때까지 계속 파야죠. (웃음)”

그리고 꿈 바라기들의 자연스러운 질의와 꿈 전도사의 응답이 이어진다. 혹시 다시 시작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겠다 싶은 점이나 아쉬운 점에 대한 질문이 우선 나왔다. “하고 싶은 건 많았는데, 쉽게 된 적은 없어요. 저는 ‘세상엔 공짜는 없다’는 말을 믿어요. 또 하나, ‘헛된 노력도 없다‘는 말도요. 저는 회사에 다니면서 GMAT(MBA에 들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시험)를 봐야 했는데, 당시 굉장히 바빴어요. 오지랖도 넓어서 다른 일도 있고, 과부하가 된 상태였는데, (목표했던) 점수가 (원하는 시간까지) 안 나오더라고요. 저는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인데, 점수가 안 나오니까, ’MBA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시체놀이도 했어요. (웃음) 다시 할 수 있다면, 조금 꾀를 부려보고 싶어요. 학원도 다니면서 쉽게 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물론 성격상, 그게 힘들 것도 같지만요.”

그렇다면 MBA 이수 전후, 직장을 구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 책에도 나왔지만 IB에 들어가기 위한 그의 분투는 ‘맨땅에 헤딩하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꿈을 위해선 투자은행에 가야했어요. 선택권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뉴욕을 찍고 들이밀었어요. (웃음) 그런데 제 이력서는 ‘서울, 코리아, 이화여대, 한국IBM’이 다예요. 나만 열심히 산 것도 아니고 다들 (경력이) 으리으리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직접 찾아가는 것이었어요. 따로 만나 (직장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얻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 2개월 반은 수업이 없는 매주 금요일마다 뉴욕의 IB를 찾아갔어요. 사람들이 그래요. ‘걔 또 왔더라. 한번 봐봐. 되게 열심히 하더라.’ 되게 무식한 방법인데,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것 같지 않아요. 정성과 열정 말고는 없었어요. 그것밖에 없었어요.”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그는 매 단계 거치면서 꿈을 재정비하고 정리해 나간 경우다. 개발도상국의 IT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은,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로 필이 꽂혔고, 그곳을 가기 위해 필요한 코스인 MBA와 IB까지 현재 중간 기착을 했고. 꿈을 향한 정진. 그 속에 길이 보인 셈이다. IB에서 일하다보니, 그가 생각한 일을 IFC에서만 하는 건 아니었다. 다른 조직에서도 그 일을 할 수 있음도 발견했다. 그의 말은 한마디로 이렇다. “큰 그림을 그려라.” 괜히 멀리까지 걱정할 것은 없다. 내 삶의 주제와 토픽을 결정하면, 단기계획을 세우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면서 다음 단계를 밟으면 된다. 목적지를 정해놓은 발걸음은 이정표만 제대로 찾으면 되는 법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질문. 공부 비법(방법)과 회사를 다니면서 시간 확보를 어떻게 했을까 하는 것. 그는 말한다. “지름길은 없다고 믿어요. 특히, 언어는 그래요. 유학이나 연수를 안 간 건, 아버지가 쓸데없는 걸 지원해주지 않았어요. 저도 가고 싶긴 했는데, 친구들을 보니 세상을 보고 오는 건 많지만 영어 공부는 그리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도움이 많이 된 건 이익훈 어학원의 AP뉴스 5분 교재였어요. 그걸 5년만 매일 하면……, 그래도 안 된다 싶으면, 그럼 저한테 오세요.(웃음) 내 영어의 끝을 보겠다고 생각하고 매일 5분, 한 달에 2시간만 하세요. 그것 가지고 영어가 될까 싶지만, 하시면 돼요. 회사 다니면서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저 버티는 거죠. 우선은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에요. 두 번째 진로가 확실치 않은데 괜히 그만뒀다가 붕 뜨면 어떡해요. 내가 몸담고 있는 곳에 뼈를 묻을 것처럼 일해야 자리를 보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책 펴놓고 학생 때처럼 하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퇴근하고 학생 모드로 바뀌는 시간이 밤 11시, 목표한 양 하고, 풀릴 때까지 집에 안 가고 그러다 보니 몇 번 쓰러졌어요. 너무너무 아팠어요. 배가 뒤틀리고 내장이 입으로 나오는 것 같았어요. 이제는 그렇게 안 할 거예요. 20~30대 초반까지 그 정도로 날 소진시켜도 죽진 않는 거 같아요. 피부도 상하고 마음도 상하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내 인생에 후회 없을 만큼 해야죠.”

그렇다면 주변 상황 때문에 주저앉은 적은 없었을까. 온전히 나를 1순위에 둬야 하는데, 주변 때문에 망설인 적 없었을까. “매번 매순간이 선택이에요. 예를 들어, 남자친구나 결혼 때문에 MBA에 망설이게 되는 그런 상황은 운 좋게도 없었다. 반은 운이 좋은 거고, 나머지는 그 꿈이 강렬해서 다른 건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아버지는 MBA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하셨어요. 다니던 회사가 조건도 다 좋은데, 거길 왜 가느냐는 입장이셨죠. IBM도 무척 좋아했던 곳이었지만 (MBA) 안 가면 너무너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본인의 선택이에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반드시 그 순간만 생각하지 말고,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를 체크, 체크 또 체크.”


물론 명재신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MBA나 IB로 모든 것이 끝난 것,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토종한국인인 그는 ‘고산준령(高山峻嶺)’을 넘어야 했다. 먼저 언어에서부터 극복해야 할 어떤 것들을 위해 그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첫 한 달은 수준을 대충 맞추려고 기본 과목을 가르치는 프리텀 기간인데, 이때는 한국에서 경영학 부전공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어요. 예전에 봤던 책을 보면서 이를 되살렸어요. 그 다음은 본게임인데, 수업이나 숙제가 장난이 아닌 거예요. 첫 한 달도 그랬듯이, 30~40%밖에 못 알아들었어요. 못 알아듣는 건 좋은데, 미국은 손 들고 말 안 하면 생각이 없다고 간주하는 문화고, 교육시스템이에요. 대충 알아들어도 말할 타이밍을 놓쳐 바보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다음 시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거죠. 다음 시간 준비물을 읽으면 토론 포인트가 보여요. 어떤 선생은 토론 포인트를 써주기도 하고요. 포인트를 다섯 개 잡아요. 예상 질문과 답안을 상상해서 적고 밤에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그걸 외워요. 수업 들어가면 그 순간만 기다려요. 어차피 안 들리는데. 손을 딱 들어요. 아무리 외워도 상황이 조금 달라서 바꿔서 말하기도 해요. 어쨌든 더듬더듬이라도 하고 나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되게 뿌듯해요. 제가 한때 살이 8kg이 쪘어요. 잠을 못 잤는데 살이 그렇게 찌는 거예요. 평생 없던 아토피도 생기고. 친구들은 내가 그렇게 준비한 것을 대충 알았어요. 그래도 그 성의를 사요. ‘저 애는 그만큼 우리 클래스에 공헌하고 싶은 애구나.’ 하고 생각해선 저를 적극 끼워줬어요.”

그가 워튼을 선택한 것은 금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MBA 가는 것보다 MBA를 이수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한 그이였기에, 워튼은 그에 맞춘 선택이었다. 그런 한편으로 IB에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문지식은 물론 실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IB를 가고자 하는 사람이 한국에서 따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금융계는 대단히 배타적이에요. 자기네는 인턴을 안 뽑으면서 인턴한 사람만 뽑아요. 그래서 더 어려워요. 이왕이면 그 경험이 구체적일수록 더 좋고, 그 분야에 대한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걸 하나하나 쌓아야 해요. CFA, CPA, 인턴십 등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는 춰이 좋아요. 금융계는 굉장히 냉정해요. 제일 중요한 건, 뱅커(투자은행가)를 알아야 해요. 무보수라도 인턴십을 시켜달라고, 사무실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해야 해요. 사실 들어가면 일이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무조건 들어가는 게 중요해요.”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이 있듯,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었다. 간절한 꿈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국을 그 과정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자가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법이다. 그는 그 우여곡절을 어떻게 넘어섰을까.

“누구나 다 힘든 때가 있잖아요. 실패라고 생각하는 일이 생기고. MBA 들어가기 전, 아버지 몰래 어머니가 뒤에서 밀어줬어요. 그랬던 엄마가, 제가 1년 넘게 고생하니까 ‘너의 길이 아닌가봐.’ 하는 말씀도 하시고, 몇 번 포기할 뻔, 아니 포기했어요. 접었다가 다시 도전하고. 또 팀 프로젝트 바쁜데도, 10주 동안 인턴십 자리 얻으려고 매주 뉴욕을 갔는데 여름방학 때 오퍼 하나도 못 받았잖아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어요. 눈물도 안 나고 그냥 멍해 있었어요. 12개 지원해서 7개에서 인터뷰 초청을 받았는데, 인터뷰를 갔더니 눈도 안 쳐다봐주는 거예요. 이력서 보니 다 ‘서울, 코리아’니, 보고 싶겠어요. 상처 엄청 받았죠. 얼마나 힘들게 작성했는데. 여름 인턴십이 없으면 낙오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만큼 성의를 보였는데 하나도 안 잡아주다니, 기가 찼어요. 저를 기억하는 뱅커들이 다 절 버린 거예요. 그래서 택한 것이 홍콩이었어요. 어떤 학생들은 홍콩을 타깃으로 길을 닦아놨지만 전 뉴욕에 올인했던 터라 쉽진 않았어요. 홍콩에서 맨 마지막 은행과 인터뷰할 때, 한이 맺힌 상태여서 다 쏟아 부었어요.(웃음) 결론적으로 겨우 인턴십을 잡았죠. 좌절이냐, 성공이냐는 자신에게 달렸어요. 그걸 어떻게든 지지고 볶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하면, 그 과거는 과거가 돼요. 추억이 되고, 술 안줏거리가 돼요. 고통이 크고 오래될수록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거죠.(웃음)”

후회하는 것이 너무 싫었고, 자신에게 정직하고픈, 정말 하고 싶으면 될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꿈 전도사, 명재신은 그렇게 달렸다. 아니 여전히 달리고 있다. 그런 그의 뜀박질을 잠깐 엿본 누군가는 자신의 발걸음을 뒤돌아본다. 결국 누구도 자신의 꿈을 위해 대신 달려줄 사람은 없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마에스트로, ‘강마에’도 ‘움직이지 않으면 그건 하늘에 떠 있는 별이지, 꿈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강마에는 “뭔가를 해야 될 것 아니냐”고 윽박질렀다. 조금이라도 부딪히고 애를 쓰고 하다못해 계획이라도 세워야, 꿈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꿈을 이루라는 소리가 아니라 꾸기라도 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이름 없이 살던 ‘똥덩어리’ 주부가 클래식연주자 ‘정희연’으로 변화하는 것도 목격했다. 꿈은 때론 우연처럼 찾아오기도 한다. 겨울을 알리는 때늦은 삭풍이 불던 날, 누군가의 마음에서 꿈이 다시 웅지를 폈을지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겐 그날이 또 다른 꿈의 시작이리라. 어느 해 가을의 끝, 겨울 아닌 꿈의 시작.


참, 나이 ‘서른’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꿈’도 반드시 미쳐야 할 대상은 아니다. 사실 그즈음의 나이에 뭘 하고 싶은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단 사람들, 철철 넘친다.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고 생을 어떻게 상대할지 궁리하는 거다. 무엇이 자신을 기쁘고 슬프게 하는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어떻게 구획되는지. 세상의 율법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구속받는지. 어떤 것에 감동받고 추하다고 생각하는지. 있는 그대로의, 생겨먹은 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인정하기 싫어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꿈’이라는 단어에 너무 현혹되진 마시라. 나는 당신의 꿈이 어떻든, 꿈에 미치건 아니건, 당신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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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꿈에 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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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꿈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 꿈꾸는 것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인생도 그 자리에 멈춘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월 스트리트의 커리어우먼이 되기까지, 서른 살에 비로소 시작된 명재신의 꿈을 향한 도전기. 특별한 배경도 없고, 어학연수도 다녀오지 않은 평범한 토종 한국인인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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