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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평화의 올레, 치유의 올레, 여성의 올레, 제주올레를 걷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치이고, 지치고 상처 받은 당신에게 바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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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YES24 제주걷기여행은 특별히 여성 회원들과 동행했다. 100: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레꾼’이 된 14명의 여성 회원과 함께한 1박 2일 제주올레 여정. 놀멍 쉬멍 걸으멍 느끼고 온 제주올레를 조금이나마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 올레: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도 말.

“오래 전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설문대라는 이름의 할망(할머니)이 망망대해 가운데 섬을 만들기로 하였다. 이 할망은 엄청난 거인이라 치마폭에다 흙을 가득 담고 지금의 한라산이 있는 자리로 운반해 갔다. 치마는 헌것이어서 치마폭이 터진 구멍으로 흙이 조금씩 세어 흐르니, 그것이 도내의 많은 오름이 되고 마지막으로 날라 간 흙을 부으니, 바로 한라산이 되었다 한다.”

제주도 탄생 설화에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흔히 제주도는 여성의 섬이라고 한다. 설문대할망이 만들었다는 신화도 그렇고, 삼다도의 구성 요소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겠다.

그래서 이번 YES24 제주걷기여행은 특별히 여성 회원들과 동행했다. 100: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올레꾼’이 된 14명의 여성 회원과 함께한 1박 2일 제주올레 여정. 놀멍 쉬멍 걸으멍 느끼고 온 제주올레를 조금이나마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첫째 날 - 제주올레 제1코스 ‘하늘올레’


‘제주올레’의 대표이자 『제주걷기여행』의 저자인 서명숙 작가와 회원들과의 첫 만남은 제주올레 제1코스의 시점인 시흥초등학교에서였다. 제주올레에 온 걸 환영한다며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한 서명숙 작가.

“제주올레는 책에 있는 말처럼 ‘놀멍 쉬멍’ 걷는 길이에요. 쉬엄쉬엄 천천히 걸으면서 보고 느끼세요. 선두보다 빨리 가면 벌금 만 원!”


첫째 날 우리가 걷게 된 길은 일명 ‘하늘올레’라 불리는 제1코스. 두 개의 오름(제주도의 기생화산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 있어 걷다 보면 하늘 가까이 가게 된다 하여 ‘하늘올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을 안고 하늘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름을 즐기기에 좋은 바람과 함께.





오름을 따라 걷다 숨이 살짝 거칠어지고 땀이 맺힐 즈음 고개를 돌려보니 눈앞에 펼쳐진 경관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었다. 녹색(밭)과 검정(돌담)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파란색 바다 벨트가 쭉 길게 펼쳐져 있었다. 아쉽게도 안개가 많은 날씨였던 터라 가시거리가 짧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는 작은 모습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말미오름을 걸으며 유난히도 눈에 많이 띄던 보라색 꽃들. 엉겅퀴부터 이름모를 꽃까지 오름을 뒤덮고 있던 보랏빛 물결은 하나같이 다 키가 작고 가는 모습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바람의 섬’ 제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한 오름길의 꽃들은 바람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그렇게 자신들의 모습을 맞추어간 것이 아닐까.


길을 걷던 중 우리는 TV에서만 보던 ‘노루’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십여 마리의 말들이 모여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말들은 사람의 손길이 익숙한지 가까이 다가서도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우리 일행을 향해 돌진해오는 바람에 순간 다들 놀라 비키느라 정신없게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갈등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어촌이며, 오름이며 행정구역상 다 나뉘어 있기 때문에 두 지역은 자연스럽게 대립의 구도를 지니게 되었다고 하는데, 제주올레만큼은 갈등에서 벗어난 길인 듯했다. 제주올레의 1코스는 바로 두 마을을 가로지르는 ‘평귈의 올레’이기 때문이다.


올레에는 곳곳에 제주올레 길이라는 것이 표시되어 있다. 나무에 올레를 상징하는 파란 끈과 노란 끈이 걸려 있으며 바위, 담, 길바닥에 파란 화살표가 올레 길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잘 정비된 도로의 표지판을 따라 길을 걷는 것이 아닌 만큼, 혼자서 올레길에 임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올레꾼들을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듯했다.

“종종 길을 잃었다고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디냐고 물어보면 ‘앞에는 나무가 있고요. 뒤에는 돌담이 있어요.’라고 말을 하죠.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웃음) 길을 잃었다고 당황하지 마세요. 걷다가 5분 이상 아무런 표시가 없으면 의심해보고, 오던 길로 돌아가 마지막 표지판을 찾으면 돼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즈음, 우리는 하늘올레를 뒤로한 채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이어진 제주올레 이야기.

회원들은 모두 서명숙 작가의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제주올레의 탄생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다.


“올레꾼 중에 유방암 수술을 하고 우울증을 앓던 여자가 있었어요. 여자로서 얼마나 상심이 컸겠어. 그런데 그 사람이 제주올레를 걸은 후 아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두 다리로 걷고 아름다움을 느끼니 우울하던 기분이 다 사라졌다며, 이제야 살아있는 것 같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난 이것이 바로 ‘올레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주올레를 ‘치유의 올레’라고 부르는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올레 간증들이 많아요.(웃음)”

올 겨울부터 올레 가이드를 양성할 계획이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제주올레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져서, 제대로 올레를 느끼고 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는 올레 가이드가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지금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있긴 한데 좀 부족하지 싶어서요. 올레 아카데미에 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따로 없어요. 숙식은 제공되고. 아, 시간과 개인기 정도?!”

그칠 줄 모르는 제주올레의 이야기와 함께 제주도의 푸른 밤은 깊어갔다. (후에 들은 이야기인데, 서명숙 작가가 자리를 뜬 이후에도 회원들끼리 남아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다고 한다.)


둘째 날 - 제주올레 제3코스 ‘바당올레’


둘째 날의 시작은 천지연 길 산책부터였다. 하늘과 땅이 만나서 이룬 연못이라는 뜻을 지닌 천지연 길은 아쉽게도 제주올레 코스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역시 아름다운 길이라며 서명숙 작가가 아침 식사 전 산책 코스로서 우리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주차장이 생긴 후에는 주차장 길로 다니게 되었지만, 원래는 천지연 생수궤 길로 다녔어요. 어렸을 때 오며 가며 자주 놀던 길이에요. 주차장 길보다야 훨씬 더 아름다운 길이죠.”

차는 들어갈 수 없는, 울창한 난대림 숲길인 천지연 생수궤 길을 따라 가다 보니 어느덧 눈앞에는 진짜 ‘천지연’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들이 천지연 폭포를 찾고 이곳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단지 ‘폭포’ 때문만은 아닐 거예요. 이렇게 멋진 주변 환경과 잘 어울려 그 멋을 발하기 때문이겠지.”


금강산도, 아니 제주올레도 식후경!

흔히들 필수 관광코스라고 말하는 천지연 폭포 대신 그 주변 길을 가볍게 산책한 우리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인 제3코스 ‘바당올레’ 길에 올랐다.


첫째 날 하늘로 가까이 가는 ‘하늘올레’를 걸었다면 둘째 날에는 바다 가까이의 길 ‘바당올레’를 걸었다. (참고로 우리들은 일정상 외돌개 찻집 ‘솔빛바다’에서 법환포구까지만 걸어야 했다.)

안개가 낀 약간 흐린 날씨였던 첫째 날과 달리 둘째 날에는 아주 화창하여 따뜻한 봄 날씨를 연상케 했다. 반팔을 입어도 전혀 춥지 않을. 실제로 덥다며 반팔을 입고 올레 길에 오른 회원들도 있었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계속 같이 하는 바당올레.



이곳은 바로 ‘폭풍의 언덕’이다. 서명숙 작가가 어렸을 때 와서 많이 놀다 갔다던 곳으로 제주올레 길 중 손꼽히게 좋아하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참고로 ‘폭풍의 언덕’이란 이름은 작가가 직접 붙여 준 이름.

“여기는 샌드위치를 싸 와서 한나절 즐기다 갈 수 있는 곳이에요.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곳.”

아마도 우리들이 올레 길을 걸으며 가장 오래 머문 곳인 듯하다. 억새 사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바위에 앉아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보며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두가 한참을 빠져있던 곳이다.

덕분에 우리들은 페이스 조절에 살짝 실패, 오후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왼쪽으로는 바다를, 위로는 맑은 하늘을 품고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법환포구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긴 코스였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던 건 아마도 제주올레 ‘길’의, 그 아름다움의 감동이 더 컸기 때문이 아닐까.

걷기 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점심 식사를 할 식당에 다다르자, 한편에 마련된 돗자리에 접시와 찻잔이 놓여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사단법인 탐라차문화원에서 우리들을 위해 특별히 차와 간단한 요깃거리를 마련해주신 것이었다. 잠시 숨을 고를 겸 모여 앉아 차를 마신 후 본격적인 점심 식사에 임했다. 메뉴는 갈치조림. 제주에서의 갈치조림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 맛에 대해 결코 논하지 말라.


점심 식사를 끝으로 제주올레에서의 일정은 모두 끝이 났다.


“제주올레를 느끼기에 1박 2일은 너무 짧아요. 이번 것은 예고편, 즉 맛보기라고 생각하고 꼭 다음에 시간 내서 다시 오세요. 버스 타고 이동하는 거 말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걸어보세요. 길 값은 공짜잖아~ 숙박비나 식비는 올레회원이라고 하면 특별할인도 해주고. 꼭 다시 와서 천천히 길을 걸으며 자연하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래야 진짜 ‘제주올레’의 매력을 알 수 있을 거예요.”

짧아서 더 아쉬웠던 제주올레. 우리는 모두 떨어지지 않는 발검을 힘겹게 옮기고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가 아름답다고, 세계의 그 어느 곳보다 더 좋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분명 제주도의 편안함 때문일 것이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자연의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다른 곳들과는 달리 제주도는, 특히 제주올레는 자연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명숙 작가는 길은 자연 풍경만을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모든 것이 소통하는 곳이라고 했다. 길을 걷기 위해 길에서 만나 1박 2일을 함께한 우리들은 마치 십년지기 친구인 것처럼 가까워지고 편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주올레의 힘 아닐까.

모두 자신만의 '올레'를 만들어 보길 바란다. 올레와 올레를 이어가다 보면 결국엔 하나의 올레가 되지 않을까.


참! 중요한 이야기 하나. 행사를 마치고 며칠 뒤 회사로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다. 제주걷기여행에 참가하게 되어 즐거웠다며 한 회원이 보내주신 뜻밖의 선물.^^ 레모* 먹고 힘내서 일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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