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북살롱] 『류승완의 본색』의 저자 류승완
류승완의 ‘본색’을 알아보기 위한 만남의 현장으로 이제부터 레디! 액션!
‘작가’ 류승완이라며 인사를 한 그는, 책을 사주어서 고맙고 앞으로 인세로 벌어먹고 사는 류승완이 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로 만난 자리에는 적응이 되어 있지만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라 어떻게 진행을 할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많이 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며 딱 부러지지 못하고 뒤끝 있는 성격이라고 스스로 밝힌 남자, 폼 잡는 영화와 폼 나는 영화의 차이점만 알아도 자신의 영화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영화감독, 야식으로 끓인 라면의 냄비 받침대가 없을 때는 자신의 책이 긴급하게 사용되어도 좋겠다는 작가, 류승완. 그의 ‘본색’을 알아보기 위한 짧았지만 유쾌하고 즐거웠던 만남의 현장으로 이제부터 레디! 액션!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남자로서의 류승완
9월, ‘향긋한 북살롱’의 주인공은 영화감독이며 개성 넘치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최근엔 폼 안 잡고 감독의 색깔을 낼 줄 아는 노하우(!)를 밝힌 『류승완의 본색』을 출간한 작가 류승완이다. 그는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하여 6천5백만 원짜리 저예산 독립영화 한 편으로 한국영화계의 ‘루키’로 떠올랐다. ‘싸움은 건강에 해롭다’거나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를 만들지만 자신은 비폭력주의자라고 말하는 류승완 감독. 미소 짓는 모습이 꽤 매력적인 분이었다.
‘작가’ 류승완이라며 인사를 한 그는, 책을 사주어서 고맙고 앞으로 인세로 벌어먹고 사는 류승완이 되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로 만난 자리에는 적응이 되어 있지만 책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라 어떻게 진행을 할지 모르겠다며 질문을 많이 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젠 작가로서의 대열에도 합류했지만 어린 시절의 그는 극장을 오가며 성룡과 원표, 홍금보의 무술 영화에 빠졌으며 중2땐 배우가 되지 못하리라 미리 짐작하고 직접 영화를 만들 심산으로 카메라 살 돈을 모으기도 했다. 고2 때는 8mm 필름카메라로 첫 영화를 찍었고, 남들 대학 다닐 땐 일을 했으며, 남는 시간엔 영화를 찍고 살았다. 그러니 그에게 영화는 이미 평생 가져야 할 직업일 것이다. 그런 그가 요즘 들어 문득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다면 제빵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나 역시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류승완 감독에게 제빵사의 옷을 입혀도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류승완 감독에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이십 대 시절엔 삶의 이상형이고 꿈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영화는 영화인 것 같다. 오로지 직업의 대상이며 가족들을 먹고살게 해주는 생계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한정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쏟아내는 이미지와 소리가 영화인데 그걸 다르게 표현하기가 힘들단다. 아무튼 직업 감독으로 살다보니 본질이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런 그에게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영화 준비 전에 오는 절박함이라고 한다. 영화가 아니면 무슨 일을 하나 고민했을 때 선뜻 ‘이것이오!’ 하고 말할 수 있는 직업이 없다. 곰곰 생각해보면 영화 말고는 힘들게 일한 결과에 대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이 그에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결과에 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게도 하지만 그 절박함으로 그에게 힘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가끔은 무술감독인 정두홍과 태권도 도장을 차릴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한다. ^^
내 재능을 믿는 것이 중요해!
언젠가 박찬욱 감독과 길을 걸으며 이야길 나눈 적이 있었다. 그 시기는 박찬욱 감독도 그도 영화를 접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터라 박찬욱 감독에게 물었다. “제가 재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하니 ‘재능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재능이 있다고 믿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란다. 우유부단한 류승완 , 바로 믿어버렸단다.
그에게 박찬욱 감독은 스승이나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영화와 영화 관련 서적을 보며 중구난방으로 공부를 하다가 <스크린> <로드쇼>와 같은 영화 잡지에 글을 쓰던 박찬욱 감독을 만났다. 그때의 글이 마음산책에서 나온 『박찬욱의 오마주』에 실린 글이다. 그는 그 글을 통해서 좌표를 설정하고, 영화에 대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 시절 박찬욱 감독은 영화로는 흥행에 참패했지만 충무로에선 박찬욱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었다. 또 비평가로 활약하는 그의 세계관이 젊은 제작자 사이에선 아주 유명했기에 류승완은 워크숍을 수료하고 박찬욱 감독의 밑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박찬욱 감독은 작가로서의 류승완을 있게 한 글쓰기의 스승인 셈이다. 그의 글 쓰는 습관과 태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많이 준 분이 바로 박찬욱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스스럼없이 스승이라 말하고, 존경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그 이유 말고도 박찬욱 감독이 얼마나 악전고투하면서 그 시기를 버티었는지 곁에서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즐기는 그 여유는 충분히 보상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박찬욱 감독이 한국에서 영화와 책, 공연을 가장 많이 보는 감독들 중에 한 명일 것이라고 한다.
『류승완의 본색』의 저자 ‘작가’ 류승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인 시기가 그에게도 있었기에 영화감독의 꿈을 가진 이들에게 그는 말한다. “감독이 되겠다고 했을 때 근본적인 것은 제쳐두고 방법만 알려고 하지 마라. ‘내가 왜 영화감독이 되려고 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하는 의문점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방법은 그다음에 있다. 요즘 같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선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것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면 ‘내가 원하는 영화를 스스로 만들어보겠다. 내가 원하는 영화를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으니 내가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하는 거다. 물론 그 이전에 시네마테크나 영상자료원에서 고전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도 좋고, 문학, 연극,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문화 매체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를 접했을 때 영화적으로 해석할 수 있고, 그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감독은 물론이거니와 배우로서의 활동도 했다. 외국에선 배우가 감독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없다. 그건 환경과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 홍콩은 그런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감독으로서 책임질 일이 너무 많아 연기까지 한다는 것은 굉장한 정신적 소모를 일으키는 것이다.
유지태처럼 독립영화를 찍는 배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가 감독으로 데뷔하여 큰 이득을 못 보았다. 배우가 영화를 연출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없으므로 그걸 저급하게 바라보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 것이 어쩌면 배우가 연출가로서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배우 출신의 감독을 좋아한다. 그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포착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측면에서 출발한 연출가와 다른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배우 출신의 감독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단다.
한 독자가 그에게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류승완 감독은 컴퓨터를 다룰 줄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메일 확인하기, 한글 열어 작업하기, DVD 넣어 영화보기 정도란다. 가끔 급하게 필요한 영화가 절판되거나 번역되지 않아 구할 수 없을 때는 조감독에게 지시한다. 그들이 구해 놓은 영화를 보면서 자막을 만들어 배포하는 사람이 써 놓은 문구를 가끔 보게 되는데 출처를 밝히라는 둥의 글을 보면 ‘저 사람들은 영화의 저작권은 해결하고 저런 글을 올리는가.’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문화가 재미있기도 하단다.
폼 잡는 혹은 폼 나는 영화감독으로서의 류승완
해외시장에 나가면 이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을 만큼 그도 유명한 감독에 속한다. 그는 한 나라의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미국의 갱 영화나 일본 호러 영화를 그 나라의 특성으로 보는 것처럼 해외에 있는 관객도 그의 작품을 그가 만들었던 의도대로 반응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반응을 얻기가 어렵다. 류승완이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면 만들기도 전에 수많은 예측을 한다. 하지만 외국 관객은 류승완이 누구인지 모르기에 가능하다. 그 예로 스위스의 영화제에서 상영한 <피도 눈물도 없이>를 들 수 있다. 그때의 관객이 류승완 감독이 원했던 그 반응므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도 대본만 좋다고 하면 채택할 생각이 있다. 시나리오는 다른 글쓰기와는 다르다. 글 자체의 완성이 아니라 설계도에 가까운 것인데 그가 만나본 많은 작가 중 설계도에 충실한 작가를 만나기 힘들었다. 시나리오는 문장을 잘 형성하고, 대상을 잘 설정하여 심리묘사 잘하는 걸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는 자기 취향에 따라 쓰는 거다. 영화가 다른 매체와 다른 점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그 시간 안에 어떻게 담는가?’ 하는 건데 그는 그 훈련을 텍스트로 삼은 영화를 보면서 했다. 한 영화를 모델로 삼아 그의 지문방식 그대로 행동 묘사와 대사를 옮기는 것이다. 그런 역할은 조감독이 그에게 와서 제일 처음 하는 일이기도 하다. 해서 만들 영화가 있으면 그 장르에 속하는 영화를 골라 텍스트를 그대로 묘사하는 훈련을 시킨다. 그게 끝나면 그 팀과 함께 그가 쓰고 있는 대본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갈 방향을 모니터 받는다. 일종의 묘사를 통한 훈련인데 그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엔 소설이나 만화 같은 원작을 각색하여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면 작가고 아니면 아니다. 지망생이란 도망칠 빈틈을 마련해주는 거다. 스스로 작가라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빈틈이 막히고 치고 나가야 하는 절체절명의 임무가 맡겨진다. 글 쓰는 데는 돈이 안 든다. 낮엔 일하고 밤에 글 쓰면 된다. 그러나 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돈이 없다? 사실, 머리만 잘 쓰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민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핑계가 많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깨지는 것이 싫으니까.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인정받지 못하니까 두려운 것인데 그걸 깨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세상의 그 어떤 거장도 백이면 백 사람 모두를 만족하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이 소중하다면 그것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주위 사람 이용하여 비판받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라면 받침대로 쓰여도 좋다?! 책을 펴낸 작가로서의 류승완
어렸을 때부터 글이 쓰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셜록 홈즈』나 『루팡』 시리즈를 읽으면서 혹은 다른 책이라도 빈 공책에 글을 긁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역시 어렸을 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영화로 만들기엔 좀 불편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을 때 소설이라는 장르를 생각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면 아마도 만화를 그렸을 것이다. 예전에 단편영화 만들려고 했던 아이디어, 돈이 많이 들 것 같아 영화로 만들기 어려운 것들을 소설 형식으로 써 볼까 생각 중이다. 아마도 시체를 사지절단하고 피와 살이 난무하는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아직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는 장르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다. 예전엔 인물평전이나 영화 관련 서적을 많이 보았으나 지금은 기초지식을 다시 쌓는다는 의미에서 문학작품을 읽는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읽고 있고, 며칠 전엔 영국의 뮤지션이자 작가가 쓴 책을 읽었다. 『미스틱 리버』를 쓴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을 많이 읽었으며, 레이먼드 챈들러 소설은 매력적이다. 그런 하드보일드한 추리소설 작품을 좋아한다.
이 책을 기획할 때 그는 100문 100답 형식의 구성을 제안했다. 이유를 말하자면 매번 똑같은 질문 받는 게 지겹고, 성의 없는 인터뷰어를 만나면 돌아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터뷰집’을 만들어 두고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내 ‘인터뷰집’ 97쪽을 보시오.”라고 말하고 싶었다. ‘인터뷰집’을 통해 네이버 지식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넣어보자는 거창한 기획이었다. 그리하여 마음산책에 질문을 부탁하고 받아보니 맘에 드는 질문도 있었으나 맘에 안 드는 질문도 많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까칠 인터뷰’ 형식으로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은 다른 사람에게서도 많이 받는데 그 사람 앞에선 까칠하기 힘들다(역시 소심한 류승완!). 그래서 이런 질문에 대한 류승완의 진짜 ‘본색’을 드러내보고 싶었다. 해서 마음에 안 드는 질문에 대해 “까칠하게 복수할 거야!”하고 딴엔 즐겁게 답변을 보냈는데 마음산책 대표가 당황하여 메일을 보내왔단다. 그 즐거움을 모르고 그의 짧고 까칠한 답변에 놀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답변을 쓰면서 그는 무척 통쾌했단다. 앞으로는 류승완이란 사람이 어떤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이 책에 실린 문답을 보면 알 수 있을 테니 그런 점에서 100문 100답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인터뷰에선 절대로 까칠한 대답을 못할 테니 말이다.
그에게 질문에 대한 답변이란 재미없고 지루하고 시시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 내내 그는 즐거운 표정으로 꽤 진지하게 답변에 응해주었다. 그건 영화감독으로서의 류승완이 아니라 작가로서의 류승완을 만나서일지도 모른다. 그는 마지막에 그 어떤 인터뷰에서도 만나지 못한 질문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는데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영화감독으로서도 개성이 넘치지만 작가로서의 매력이 물씬 넘치는, 자기 색깔이 분명한 남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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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잡지 않고 자기 색깔 내는 영화감독 류승완 작살 웃음과 호쾌한 액션 뒤에 숨은 그의 모든 것!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뒤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를 거쳐 2008년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