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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아담한 카페에서의 오붓한 낭독회 - 2008 서울, 젊은 작가전②

시인과 소설가, 낭송과 낭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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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낭독회의 작가는 시인 두 명과 소설가 두 명이었다. 한국 소설가 정이현과 시인 이원, 프랑스 소설가 로랑스 플라즈네, 독일의 시인 마티아스 괴리츠였다. ‘다원예술매개공간’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낭독회를 가졌고 작고 아담한 카페에서의 오붓한 분위기가 사뭇 정겨웠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이 기사는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5월 24일 행사 취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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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갔던 <2008 서울, 젊은 작가전>에는 한국 작가가 한 명뿐이었고 이미 그의 책을 읽었던 터라 그다지 어려운 점이 없었다. 그러나 네 번째 작가 낭독회에는 모르는 작가가 나왔다. 시인이었다. 부랴부랴 프로필을 읽어보고 에세이를 읽어보고 낭독하는 시를 훑어보았다. 그런 후에 비매품으로 나눠준 ‘참여 작가’의 프로필이 나온 책을 들추며 새삼 놀라고 말았다. 한국 문학이라면 나름대로 열심히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프로필 속의 작가들 중에 제대로 아는 작가는 몇 명 되지 않았다. 시인은 물론이거니와 어찌하여 소설 좋아한다는 내가 소설가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건지. 반성과 함께 한국 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이번 낭독회의 작가는 시인 두 명과 소설가 두 명이었다. 한국 소설가 정이현과 시인 이원, 프랑스 소설가 로랑스 플라즈네, 독일의 시인 마티아스 괴리츠였다. ‘다원예술매개공간’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낭독회를 가졌고 작고 아담한 카페에서의 오붓한 분위기가 사뭇 정겨웠다.


시인과 소설가, 낭송과 낭독!

이원

처음 낭독을 한 작가는 한국 시인 이원이었다. 1968년에 출생하여 1992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하였다. 1996년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 2001년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 2007년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시집을 펴냈으며 현대시학 작품상과 현대시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2004년 ASEF(ASIA-EUROPE FOUNDATION) Cultural Grant를 받고 35회 ‘Poetry International Festival’에 참가하였다.

그가 낭송한 시는 다섯 편으로 모두 시집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몸이 열리고 닫힌다」 「거울 속에서 낙타는 어디까지 갔을까」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전자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2050년/시인목록」이다. 그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를 어떻게 시로 상면하느냐 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시들이 세상에 나온 것은 십 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문화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이었기에 낯섦과 매혹을 동시에 느끼면서 쓴 시들이란다. 그의 시는 대부분 디지털화된 현시대를 표현하는 내용이 많다. 그것에 대해 그는 에세이에서 말한다. “내가 삶의 부분적인 조건으로서가 아닌, 이미 삶 자체가 되어 버린 전자문명의 현실을 ‘전자 사막’이라고 명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곳이 내 현실이기 때문이다.”

“몸속에 웹 브라우저가 내장되어 있다”거나 “이 세계가 아니라면 한밤에 거울이 대용량의 길을 장착했겠니”와 같은 표현과 제목에서부터 디지털을 느끼게 하는 「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인터넷상에서 수없이 클릭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로랑스 플라즈네(Laurence Plazenet)

다음으로 낭독한 작가는 프랑스에서 온 로랑스 플라즈네(Laurence Plazenet)이다. 1995년부터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17세기 프랑스 문학 및 비교 문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엄청난 장서들을 보고 품게 된 동경심이 언젠가는 작가가 되기를, 그것도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게 했다. 그러한 어린 시절의 동경심과 소설을 써 온 개인적인 창작활동이 문학 전공의 토대가 되었지만 『사랑만으로』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글을 출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탈고 후 바로 여러 출판사에서 발간 제의를 받은 이 소설은 2005년 발표되었고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가 낭독한 부분은 스승인 드 라몽이 제자인 소녀 까트린느가 지은 소네트를 암송하며 그녀를 놓아버린 이후의 무의미한 삶을 회상하는 부분이다. 그의 첫 소설 작품인 『사랑만으로』는 17세기를 배경으로 절대적인 사랑과 정신적인 고뇌에 관한 이야기이며 스승과 사랑에 빠졌으나 맺어질 수 없는 처지의 젊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간결하고 속도감이 있으며 구조면에서 완전히 현대에 속하지만, 이 작품은 프랑스 고전주의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정이현

세 번째로 낭독한 작가는 한국의 정이현이다. 1972년 출생했으며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제1회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왔다. 단편 「타인의 고독」으로 제5회 이효석문학상을, 단편 「삼풍백화점」으로 제5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펴낸 소설로는 『낭만적 사랑과 사회』(2003년), 『달콤한 나의 도시』(2006년), 『오늘의 거짓말』(2007년)이 있다.

낭독한 작품은 유일무이한 자전소설로 평가하는 「삼풍백화점」으로 마지막 부분 화자가 삼풍백화점에서 집에 돌아와 붕괴 소식을 듣는 장면에서부터이다. “지하 4층, 지상 5층의 콘크리트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때의 굉음을 온전히 재연할 의성어는,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시를 낭송한 작가는 독일 시인 마티아스 괴리츠(Matthias Goritz)이다. 1969년 출생하고 대학에서 철학과 문예학을 전공했다. 함부르크 문학장려상을 수상하고, 뉴욕 바드 대학의 작가 레지던스, 베를린 문학 콜로키움, 마로코 괴테 인스티튜트 등에 초청받기도 했다. 2006년 데뷔작 『야곱 포스의 짧은 꿈』으로 마라-카센스 상과 바이에른 제2라디오 상을 수상했다. 2년 전부터 우리 시인의 작품을 많이 번역하고 있다.

마티아스 괴리츠 (Matthias Goritz)

그는 「독백」을 비롯하여 모두 다섯 편의 시를 낭송하였다.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듯 시들이 슬프고 긴장감이 넘친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가 시를 낭송할 때 보여준 모습이었다. 투박한 독일어로 낭송을 하지만 시의 운율에 따라 경쾌한 목소리로 낭송하며 음악에 박자를 맞추듯이 발을 까닥거린 것이다. 시를 읊으면서 발을 까닥거리는 그를 보며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그가 속은 ‘정말(!) 감성적인 시인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의 시는 앞에 이야기 했듯이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꽤 감성적이다.


몇 가지 궁금한 질문들

독일 시인 마티아스 괴리츠의 시 「비닐봉지, 바람에 흩날리다」에 보면 ‘“여기”라는 치명적인 어휘’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 시에서 말하는 “여기”가 어떤 의미인지 독자가 물었다. 그는 “여기”라는 단어가 독일어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뭔가를 포착한다는 의미이며 이 시에서 “여기”라는 것은 여러 의미를 포괄적으로 포함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시는 슬프고 시적 긴장감이 넘친다.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제대로 본 것이라고 답변했다. 세계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연상하는데 그런 슬픔이나 갈망을 시적 긴장감으로 다룬 것에 독일 낭만주의가 큰 차지를 하였다. 또한 슈베르트의 겨울이 주는 모순, 사라졌으나 사라지지 않는 그 영원한 내적 갈등 같은 것을 표현함에 있어 영원한 주제이지만 만족할 수 없고 항상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고민한다고 한다.


로랑스 플라즈네에겐 여성작가로서 소설에서는 남성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며 어떤 방법으로 남성에 대해 풀어내는지 묻자 그는 가능하면 남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열심히 남자의 말을 듣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괴리츠가 그렇다면 이번 <2008 서울, 젊은 작가전>에서 만난 남자들에 대해서도 작품에 반영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보통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성격을 섞어 한 사람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본인은 눈치 채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삼풍백화점이 붕괴하는 소리를 직접 들었던 정이현 작가에게 그걸 소재로 작품을 쓸 때 어려운 점이 없었느냐고 물었다. 정이현 작가는 언제나 경험한 일을 작품으로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겪었던 일들이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어 작품으로 반영될 때는 그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아픈 것이 아픈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내 안에 묻어날 수 있는 그 무엇을 꾹꾹 참아낼 수 있을 때 글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미래파로 불리며 독특하고 새로운 시작(詩作)을 펼친 이원 시인에게는 비판과 옹호가 유달리 많았을 거라며 그런 시선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미래파로 명명되어 찬반 논제에 지명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신인들에게 미래파라고 명명하여 관심을 주는 것은 축복이며 건강하게 열정적으로 한국의 시는 운동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외에 몇 가지 질문들이 더 이어지고 낭독회는 끝이 났다. 첫 번째엔 잘 몰랐는데 네 번째 낭독회를 보니 다른 작가들도 많이 참석하여 같이 듣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세계의 모든 작가들의 낭독회를 들었다면 정말(!) 좋았었겠으나 두 번이나 참석한 것만 해도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아주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낭독회였다.


☞ <2008 서울, 젊은 작가들> 5월 17일 행사 취재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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