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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 “성공 강박에 걸린 젊은이들, 안타깝다”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저자 공지영

공지영이 우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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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가 사랑이나 삶에 대해 얘기하듯이 썼어요. 사랑에 있어서 성공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쓸 얘기가 많지 않았나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에베레스트를 한 번에 바로 올라간 사람보다는 이리저리 헤맨 내가 그 산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지 않을까 하는 거죠.”

“참 극악스럽게 책을 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 공지영의 첫 마디. 하지만, 그녀에게도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7년 동안의 공백기 동안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첫 책이 대표작이 되고 사라지는 많은 작가들을 이해할 것 같고, 또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인 작가가 ‘대가’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 공지영이 신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출간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나온 지 한 달도 안 돼 벌써 8만 부가 판매됐다. 지난 25일(금)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점에서 열린 강연회에 다녀왔다.

“그간 17권의 책을 냈으니, 이제 글 쓰는 일이 더 쉬워져야 하는데, 더 힘들어져요. 작가는 화가처럼 자기복제를 못하니까 더 힘들어요. 공백기를 겪으면서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작가도 쉬면 손이 굳어지거든요. 『즐거운 나의 집』이 나온 지 4개월밖에 안 됐는데, 누군가는 ‘또 나왔어?’ 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네요.” (웃음)

한참 글을 쓸 때는 하룻밤에 100매씩 쓰기도 했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고, 모든 게 준비되었을 때 글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를 돌리듯이’ 썼다. 그래서 그에게 작가는 체조선수처럼, 또 기술자처럼 자신을 단련하는 사람이지, 결코 ‘장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은 지하철 무가지에 연재한 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묶은 것이다. 그동안 잊고 지내다 한 대학생이 “인상 깊게 봤는데, 책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출간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인생 선배가 사랑이나 삶에 대해 얘기하듯이 썼어요. 사랑에 있어서 성공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쓸 얘기가 많지 않았나 생각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에베레스트를 한 번에 바로 올라간 사람보다는 이리저리 헤맨 내가 그 산에 대해 더 할 말이 많지 않을까 하는 거죠.”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펴낸 작가 공지영

그녀는 다른 자리에서,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없이 사랑했으므로. 그래서 세 번의 이혼이라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쓸 수 있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그녀가 이번 작품을 통해 딸에게 전하는 말은 무엇일까?

“이 책을 10자 이내로 요약하라면, ‘자신을 죽도록 사랑하라’는 것이에요. 이기적인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삶을 사는 건 이기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 보고 ‘이렇게 살아라’ 하는 게 이기적인 거죠.”

그녀가 이혼의 아픔을 겪은 것도 아마 자신을 죽도록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심리학자가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한 단어만 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라고 쓴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가 아니라 ‘나의 자존심’을 위해 살아요. 나를 위해 나의 자존심을 희생시킬 줄 아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자존심을 위해 나를 희생시키는 위선자의 삶을 살고 있어요.”

‘내 인생의 한 문장’을 꼽기도 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 나의 자존심을 위한 것인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요즘의 젊은 여성들이 명품을 선호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사치하는 것에 대한 얘기도 했다.

“나는 장신구가 모두 10만 원짜리 이상이 없어요. 옷 한 벌을 10년 동안 입기도 해요. 주위에 있는 성공한 여성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또래의 전업주부들 중에는 소위 명품이라는 걸 들고 다녀요. 일에 대해서 성취하면 동대문에서 산 물건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거 같아요.”

그녀는 딸에게 말한다. 성취해야 할 것이 많은 사람, 겨냥해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은 결코 명품을 탐내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가 명품이 되라고 조언한다. 그건 독서를 하고, 스포츠센터를 다니면서 정신과 몸을 가꾸라는 얘기이지, 성형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면서 체험 사례를 들었다.

한 출판사의 여사장이 정말 마주 보기 힘들 만큼 외모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몇 년 후 성공한 그녀의 모습에는 내면의 빛, 자신감으로 광채가 났다. 직원에게 차를 가져다 달라는 말도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참석자 중에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아선지 그녀는 대학 시절 문학상에 응모하던 때를 떠올렸다.

숙명여대, 영남대, 계명대 등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에 모조리 응모했다. 신춘문예에도 장르를 불문하고 응모했다. 하지만, 단 한 군데도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재능을 한탄하며 한 때 글쓰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녀가 얻은 것은 문학에는 나이가 중요치 않다는 것. 오히려 젊을 때의 각광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비단 문학뿐만이 아니라 인생도 마찬가지인 듯해요. 젊어서도 늙어서도 쭉 승승장구하길 바라지만, 계속 그렇게 된다는 게 그리 쉽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젊어서 고생하더라도 나중에 승승장구 하는 것이 더 낫잖아요.”

‘88만원 세대’로 표현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 분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지금 젊은이들의 가치가 숫자로 명명되는 것 같아 가슴 아파요. 서점에서 20대를 대상으로 한 재테크 서적을 보면 소름이 끼쳐요. 20대에 몇 억을 번들 그게 그냥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20년 전에는 은행, 대기업 모두 철밥통 직장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철밥통인 직장이 10년 후에도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녀는 이 책이 출간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고 했다. 딸에 대한 위로의 말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준다는 건, 얼마나 성공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반증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패하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어떻게 진정한 인생을 알겠으며, 내 미래를 그들에게 의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말도 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사회가 쿨하다는 것에도 너무 강박적인 것 같다고도 했다. 쿨한 것은 안 그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에 자기를 실패하게 내버려두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살아보니 인생은 의외로 길어요.”

곧 어찌될 것 같이 조바심 치며 살지만, 길게 보면 별로 달라진 것도 없다. 방황하다 다시 섰을 때, 인생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그리고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은 지금의 20대 젊은이들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이번 책의 제목 그대로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건 자신의 자녀들에게 하는 격려이기도 하고, 20대 젊은이들에게 하는 지지이기도 하다.


다음은 참석자들과의 일문일답.

Q) 무인도에 단 3권의 책만 가지고 간다면 어떤 책을 가지고 가고 싶으세요?

“꼭 그래야 한다면, 성서,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파우스트』입니다.”

Q) 수필집을 보면 그간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궁금합니다.

“글은 고상함과 엄격함이 있어야 하고, 애잔하고 엄숙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아요. 앞으로는 숨겨져 있는 유머 실력을 발휘해볼 생각이에요. 저는 『더 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의 주인공처럼 꼼꼼하거나 성실하지 못해요.

『착한 여자』의 정임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이가 자전적 인물이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데, 소설 속 캐릭터를 만들 때 혈액형까지 감안해서 구상합니다. 1인칭 시점이라 작가의 색깔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죠. 다음 작품은 시점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입니다.”


Q) 그동안 많은 양의 소설을 쓴 힘은 무엇인가요?

“작가 이인화 씨와 취재여행을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나보고 참 부럽다고 해요. 왜냐면 ‘삶이 불안정하니까 글을 잘 쓰잖아요.’ 하더라구요. ‘그런 게 장점이 될 수도 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작가는 불행해야 글이 써져요. 불행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 듯해요. 그게 연료에요.

「동트는 새벽」은 어쩔 수 없는 데뷔작인데, 그 때는 신랄한 비판이 멋있는 줄 알았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멋있긴 한데, 자신한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따뜻함, 위로가 도움이 되죠. 다만, 무작위적 박애주의,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건 싫어해요.”
(웃음)

Q) 술을 좋아하십니까?

대학 다닐 때 술집이 나의 학교였어요. (웃음) 세미나 장소였구요. 문학 친구들이 강의를 많이 해주기도 했거든요. 루카치, 브레히트도 그 때 소개받았구요. 요즘은 주로 혼자 술을 마시는데, 술은 저에게 ‘휴식’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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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저12,960원(10% + 5%)

『즐거운 나의 집』의 주인공 위녕과 그녀의 엄마를 다시 만난다. 이번에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닌 진짜 가족의 모습으로. 공지영 작가가 하나뿐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 아니, 험난한 세월을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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