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X 파일로 방송을 그만둘 위기에 몰렸던 방송인 조영구는, 올해 초 두 가지 일로 좋은 의미에서 화제의 대상이 되었다. 하나는 다른 연예인 결혼식장에 취재를 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그가 평생의 반려를 만나 ‘취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한 기회에 ‘30억’이라는 그의 재산이 공개된 것이다.
서민적이고 털털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조영구라, ‘30억’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람들은 ‘조영구가 뭘 해서 그 큰 돈을 벌었는지’ 궁금해 했다. 방송 일을 한다고 해도, CF 같은 수입 좋은 일을 하지 않는 그가 어떻게 30억이라는 재산을 일구었을까? 그런 궁금증에 답이라도 하듯, 그가 책을 냈다. 제목인즉, 『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다.
재테크 비결이 없는 재테크 책, 『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
“재산이 30억이라고 해도, 무식하게 모아서 아파트 두 채 산 게 전부예요. 그게 올라서 30억이 됐어요. 사람들 제 재산이 30억이라니까 무슨 비결이 있을 거라고 궁금해 하는데, 저 재테크 못해요. 주식해서 날린 게 얼만데요. 쓴맛 단단히 봤죠.”
아파트 2채가 30억이라고 하자, 일부 사람들은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눈길에 조영구는 손을 내저었다.
“투기했으면 30억밖에 못 벌었겠어요. 저는 운 좋게 청약에 당첨이 됐어요. 시기가 좋았죠.”
CF 한 편에도 몇 억이 오고가는 연예계에서 우직하게 사회 보고, 리포터 나가고, 행사 진행을 하고 번 돈을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화려한 세계이다 보니 돈 쓸 유혹도 많았고,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쉽게 한 탕 할 수 있다’ 꼬임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책에도 썼는데, 그런 유혹에 빠져서 한때는 흥청망청 돈을 쓰기도 했고, 지방 가서 행사해서 몇 십만 원씩 벌어 모은 돈, 묻지 마 투자로 순식간에 날리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도 주식은 안 해요.”
재테크에서만 그런 씁쓸한 실패가 있었던 게 아니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면 성공보다는 좌절과 실패가 더 많았다. 좋았던 시절보다 인내로 견뎌야 했던 배고픈 시절이 더 길었다. ‘30억 부자’라는 언론의 호들갑에 그는 자신의 원점을 떠올렸다. 돈 번 이야기라면 책을 쓰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라면 어쩌면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
『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다.
돈, 제대로 벌고 제대로 써라
| 『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를 출간한 방송 리포터 조영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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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요? 돈 이야기 하면 할 이야기 많죠. 돈 때문에 눈물났던 이야기도 많아요.” 돈이 없어서 포기해야 했던 것들, 돈이 없어서 가져야 했던 열등감에 대해서라면 2박 3일 동안 이야기해도 밑천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연예인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그는 옆에서 겪었다. 그가 마음 편하게 돈을 쓴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돈이 없어서 친구를 못 만나고, 돈이 없어서 데이트를 못 하는 그 비참함, 말로 표현 못 해요.”
돈을 벌어도 지갑에서 돈 꺼내기가 무서웠다. 지금도 5000원이 넘는 점심 값을 지출하지 않는다.
“주변의 연예인 후배나 선배들 보면 생활이 어려워서 아직 자기 집 한 칸이 없는 사람이 많고, 끼니 걱정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돈 못 벌었냐 하면 아니거든요. 갑자기 돈을 버니까 엉뚱한 데 돈을 쓰고, 결국 빈털터리가 되는 거죠. 저는 그게 무서워서 돈을 안 썼어요.” 근검절약에 대한 철두철미한 습관은 주변의 타산지석들 덕분이었다.
요즘은 쓰는 즐거움을 새롭게 배웠다.
“돈을 쓰면서 제일 기분 좋을 때 형하고 동생한테 차를 사줄 ?였어요. 저희 형제 참 힘들게 컸거든요. 제가 열심히 번 돈으로 차를 사주니까 가족들이 무척 고마워하더라고요. 이게 행복이구나, 느꼈어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요. 저는 돈이 없어서 결혼도 계속 미뤘던 사람이에요. 돈 때문에 너무 힘들고 상처 받아서.”
동변상련이라고 할까, 조영구는 후배들에게 인심이 후하다.
“아주 어려웠을 때 일인데요. 어느 날, 대기실에서 태진아 선배님과 함께 일을 끝내고 있는데, 선배님이 지갑을 꺼내시더니 십만 원을 주시면서 ‘너 힘든 거 다 안다’ 그러셨어요. 그때 저 밥값이 없어 굶을 만큼 돈이 없었거든요. 정말 고마워서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아마 선배님은 까맣게 잊어버리셨겠지만. 그래서 후배에게 돈 쓰는 것은 아깝지 않아요.”
그는 자신만을 위해 돈을 쓰려 하지 않는다.
“제가 행복하니까 다른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김장훈 씨를 존경해요. 그만큼은 못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계속 기부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그는 매달 100만 원 이상 어머니를 통해 어려운 이들을 후원하고 있고, 사랑의 밥차 운동도 계속 하고 있다.
오직 열정으로 방송계에서 인정받다
조영구는 1등이었던 적,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 현실은 그의 꿈을 이뤄주는 쪽보다 무너뜨리는 쪽을 택했다. 현실은 그에게 꿈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곧바로 매서운 벼랑으로 떨어뜨렸다. 조용필의 노래를 듣고 가수를 꿈꿨지만 결국 좌절했고, 김병찬 아나운서를 만나 아나운서를 꿈꾸었지만 그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아나운서 대신 MC가 되지만 그에게 주어진 일거리는 MC가 아니라 아침방송 리포터였다.
조영구 씨는 말로 밥을 먹고 사는 방송인이지만 그의 말은 어눌하고 조리가 없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보다 열정이 먼저 분출되고, 논리적이기보단 감정적이다. 그는 평균 정도의 외모다. 키가 큰 것도 아니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도 아니다. 학벌이 좋은 것도 아니며, 조용필 노래를 잘 부르는 것 말고 별다른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가 일류 MC가 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잊곤 하지만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노력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는다.
“문전박대 많이 당했고, 돈이 없어서 서러웠고, 머리가 나빠서 고생할 때가 많았어요. 한번에 성공한 일이 지금껏 한 번도 없어요. 기회가 주어져도 어처구니없이 실수를 해 기회를 놓치고, 다시 사정사정하러 다니고 그래서 얻는 일감은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해도 별로 빛이 안 나는 일들이죠. 하지만 그것도 감지덕지했어요. 노력하면 할수록 더 안 될 때도 있었죠. 그런데 할 수 있는 게 노력밖에 없으니까.”
신기한 건, 실패가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 실패를 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고 좋은 인간관계를 쌓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일도,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제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한밤의 TV연예>에서 연예인들 사건사고 취재, 스캔들 담당 리포터를 맡으면서부터였어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그런 일을 맡으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저한테 떨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는 말 그대로 그 일에 목숨을 걸었다. 인터뷰를 따기 위해 7시간, 8시간 잠복해 기다리는 것은 기본. 현장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덤벼들었다. 목소리가 크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도 사건 현장에서 취재를 하면서부터다.
“그전까지 제 목소리는 너무 커서 점잖은 방송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을 받았는데, 사건 현장에서는 목소리가 일단 커야 취재를 할 수 있으니까, 덕을 봤죠.” 일단 맡은 일은 만신창이가 되도록 지독하게 덤벼들었다.
“그때는 정말 신났어요. 노력을 한 만큼 인정을 받았으니까요.”
조영구도 했는데,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조영구의 맨발의 재테크』를 젊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낡젊은 사람들 자기 실패에 대해 부모 탓, 사회 탓 많이 하잖아요. 그리고 나이가 먹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젊은이들이 많죠. 저는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싫더라고요. 설사, 가진 게 몸뚱이 하나밖에 없더라도 이만큼 살 수 있었다는 걸 보고, 그 친구들이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 이 책 보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저보다 조건이 나을 거예요. 저도 힘들었지만 여전히 꿈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조영구도 했는데 왜 내가 못 해?’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저자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20대가 재테크가 열광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쓴소리를 했다.
“돈을 모으는 재테크가 아니라 나를 제대로 된 사람으로 만드는 인테크가 더 필요해요. 돈이요? 아무리 벌어도 헛되게 쓰면 순식간에 사라져요. 벌어도 제대로 쓰지도 않고 쌓아만 두면 그것도 낭비입니다.” 제대로 벌고 제대로 쓰기 위해선 자기 자신부터 제대로 수양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생각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수없이 새로운 얼굴이 뜨고 지는 연예계에서 조영구는 ‘실력이 행복’이라는 법칙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현실에서 통하는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목표가 단순해야 합니다. 이것저것 곁눈질하다가는 아무것도 안 돼요.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미련하리만큼 정면 돌파를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열심히, 죽도록 노력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길이 나타나니까요.”
이제는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다
그는 지금까지 숨 가쁘게 뛰어왔다. 지금 그는 휴식기를 가지려 한다.
“몸이 많이 아파요. 방송일이 워낙 스트레스가 많고, 나는 무식하게 체력으로 덤비는 타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몸의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에요. 뭔가를 하고 싶어도 몸이 아파요. 이건, 몸이 나보고 쉬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지라는 소리예요. 그러니까 건강을 추스르면서 인생에 쓸모없는 가지들을 쳐내면서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살고 싶어요. 지금까지 내 삶은 행복이나 안정하고는 거리가 멀었어요. 그저 열심히 노력하고 노력해서 꿈을 이루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직업적인 욕심보다는 곁에 있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이젠 가족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