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강연회] 몰입, 무아지경의 행복감 - 『몰입의 경영』 저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
지속적인 목표와 피드백, 능력에 맞는 목표 설정이 ‘몰입’ 가져온다
『몰입의 즐거움』『몰입의 경영』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달 25일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진행된 강연회에 참석해 그가 말하는 ‘몰입’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모색해 봤다.
행복에 이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답은 이렇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감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에 몰입(沒入, Flow) 이론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명쾌한 답을 던진다.
“행복은 돈이나 권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의식적으로 찾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 밀은 ‘네 스스로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순간, 행복은 달아난다.’라고 말했다. 행복은 직접적으로 찾을 때가 아니라 좋든 싫든 간에 우리 인생의 순간순간에 충분히 몰입하고 있을 때 온다.”
그의 대표작 『몰입,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든다』에 나오는 주요 대목이다.
『몰입의 즐거움』『몰입의 경영』의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달 25일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진행된 강연회에 참석해 그가 말하는 ‘몰입’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모색해 봤다.
“1945년, 내 나이 10살 때는 시대가 혼란기였다. 그때의 경험은 어른들 중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삶의 목표를 상실하고 절망하는 것을 본 것이다. 왜 어른이 돼서도 삶에 대해 약한 모습을 보일까 너무 의아했다.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를 상실하면 바로 절망하는 모습을 봤다. 어른들은 삶의 의미에 대해 잘 알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박사는 자신의 유년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반면에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고도 행복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가난하고 교육도 못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때 생각한 것이 ‘물질적인 것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였다.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도 그것이었다.”
강연에 따르면 그는 처음에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실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쥐 실험이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연구 못지않게, 정신병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
이후 연구방향은 돈이 없어도, 보상이 없어도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에서 인정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보람을 찾는 사람들로 옮아갔다.
그림이나 음악,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주위의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영국해협을 건너거나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수영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보상이 없는데도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40년 동안 ‘몰입(Flow)’에 대해 공부하면서 스포츠,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모든 것들이 몰입 경험의 기회라는 것을 발견했다. 전 세계의 8천여 명에 달하는 인터뷰를 통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보람인 사람들을 지켜봤다. 승려는 물론 폭주족까지 인터뷰했다. 이런 몰입의 경험은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의미에서 ‘Flow’란 단어가 몰입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마음은 온갖 잡념으로 원숭이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닙니다. 어떤 것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내가 스스로 나의 의지에 따라 집중하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어떤 대상이든 푹 빠져 있는 상태가 몰입입니다.”
그가 인터뷰한 다양한 사람들 중에는 외과의사도 있었다. 그 의사는 수술 중에 천장에서 뭐가 떨어졌는데도 수술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까맣게 몰랐다는 사례도 들었다. 또 어떤 사람은 체스 경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지붕이 무너져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암벽 등반가의 경우는 자신을 암벽의 일부분처럼 조화를 느낀다고 하고, 연극이나 노래하는 사람의 경우, 우주의 움직임과 하나가 됐다고도 한다. 이런 몰입은 황홀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또 잘못될 가능성에 더 신경을 쓴다. 인생을 즐기고 몰입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이 보여지는 모습에 대해 더 집착한다. 그러면, 기분이 나빠지고 우울해진다. 하지만, 몰입을 하게 되면 자신에 대해 고민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것이 몰입 경험의 특성이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기준으로 보니까 해방감과 함께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
“몰입은 시간의 개념도 바꾸게 됩니다. 몰입 정도에 따라 시간을 짧게 느끼기도, 길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몰입은 그에 따른 외부적인 보상도 필요없습니다.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좋기 때문입니다.”
다림질이나 잔디를 깎는 것처럼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일, 아무리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이라도 어떤 사람은 아주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그 일 자체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이란 TV 프로그램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박스를 남들보다 2배는 빨리 포장하는 사람, 수많은 쇼핑 카트를 귀신처럼 옮기는 사람, 몰입은 그런 생활의 달인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때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하는데, 그렇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몇 등을 하면 어떤 물건을 사주겠다.’ 하는 식의 성과보상은 당장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지속적인 동기유발 요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것을 아이들 교육에 적용해 보면, 아이들에게 피아노나 음악, 미술을 가르칠 때도 그 경험 자체를 좋아하도록 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일 자체에 대해서는 몰입이 생기기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이런 일들에 몰입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친구나 친척 등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적인 목표와 피드백, 능력에 맞는 목표 설정이 ‘몰입’ 가져온다
그러면 몰입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하이 박사는 다음의 세 가지 단계의 방법을 소개했다.
먼저 지속적으로 목표가 이어져야 한다. 암벽 등반의 경우, 계속 다음 단계로 진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처럼 스스로 촉매 작용을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좋다. 즉, 피드백이 중요하다. 암벽 등반이나 테스트처럼 어떤 행위를 하지 않으면 바로 결과가 나타나는 긴장의 상황이다. 즉, 목표와 피드백이 있어야 집중하게 된다는 것. 그렇다면 피드백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스스로 피드백이 오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skill)에 맞게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즉, 도전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일들이 재미없는 것이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제일 좋지 않은 상태는 무관심(apathy)의 상태이다. TV를 시청하거나 화장실에 있는 경우가 이런 시간들이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이 도표에서처럼 실력(skill)과 과제(challege)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위치시키고, 처음에는 조금 낮은 단계에서 만족하다가 점점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자신의 실력에 비해 너무 과도한 과제를 부여하거나, 자신의 실력에 비해 너무 쉬운 과제인 경우에는 각각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거나, 지루하고 권태로운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음악을 만드는 것은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쾌락과 황홀감에 빠져 든다. 주로 음악인들이 대마초나 마약에 쉽게 빠져드는 것도 이런 몰입감을 느끼려는 데 있다. 위 표에서 각성(arousal) 상태다. 과제는 높지만 실력은 미치지 못할 때 환각제 같은 것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 등이 작용한 결과다.
이런 사람들에게 음?은 평소의 내가 아니라, 내가 있다는 것 자체마저도 잊어버리는 ‘무아지경’의 상태다. 시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단어 자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몰입의 경험은 어떤 인정이나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부분이 생활인인 많은 사람들에게 일에서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그의 책 『몰입의 경영』에서 지적하는 말을 살펴보자.
“현대의 고용주는 직원에게 최대한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노동력을 뽑아낼 것인지 궁리한다. 그러나 오래가는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경영인이라면 직원이 업무를 즐겁게 처리하면서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은 경영자에게 하는 조언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은 자신의 삶을 고양시키기 위해 어떤 직장, 어떤 일을 찾아야 할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돈과 안전, 편안함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데 필요할지 모르지만 절대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고 잠재 능력을 계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며, 일상적인 삶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따분해하지 않아야 한다.”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말이다. 결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너무 과도한 목표를 정하지 않고 즐기는 것이다. 몰입의 경험, 즉 어떤 일에 집중하여 내가 나임을 잊어버릴 수 있는 심리적 상태로 그것이 ‘행복’이다.
관련태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몰입의 경영,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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