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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동안 봉사활동 해 온 나눔 실천가, 정애리

눈물이 많은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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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정애리 역시 왠지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그녀는 눈물이 참 많다.(인터뷰 중에도 버려진 아이들 얘기를 하면서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자기 연민이 아니라 다른 이의 상처에 같이 아파해서 흘리는 그의 눈물은 뜨겁다.

정애리는 탤런트다. 그것도 잘 나가는…. 어머니 세대들은 <사랑과 진실>이나 <배반의 장미>같은 연속극에서의 도도했던 그를 기억할 것이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작년 여름을 한껏 달구었던 <파리의 연인> ‘한기혜’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여조정위원을 맡고 있는 여성학자의 모습은 어떠한가? 나는 가끔 “그건 사랑이 아니라 구속이고 집착이예요. 정말 그렇게 모르시겠어요?"라고 파경에 이른 부부를 힐난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저건 아마 연기가 아닐 거야…”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모두 한결같이 차갑고 똑똑한 역할. 그래서 그런지 탤런트 정애리 역시 왠지 차가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그녀는 눈물이 참 많다.(인터뷰 중에도 버려진 아이들 얘기를 하면서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자기 연민이 아니라 다른 이의 상처에 같이 아파해서 흘리는 그의 눈물은 뜨겁다. 그리고 그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의 마음은 더욱 뜨거우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러한 마음으로 봉사를 했던 17년간의 삶. 그 삶이 기록된 그의 책 『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자신의 마음을 담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연기와 글쓰기는 공통점이 있으나, 그 낯설음으로 결코 익숙하지 않았고 ‘탤런트 정애리’가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라 두려움도 있었던 이번 책 출간 작업. 삼고까지 마치고 원고를 출판사에게 넘겼을 때 “이제 끝냈으니 후련하다”가 아니라 그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었다고 한다. 엄마가 없는 이제 겨우 뒤집기를 하는 아기들, 코흘리개, 독거 노인…. 누군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그들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이 왜곡됨이 없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책을 준비하는 그의 눈은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사진의 순서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이미 유명할 만큼 유명한 저자를 보며 출판사에서조차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그만큼 공력을 다한 이번 책의 수익금 전액을 그는 기부하기로 했다.

“전 느긋할 땐 굉장히 느긋한데 찝어서 해야겠다 싶은 것은 딱 찝어서 하거든요. 써 놓고 나니까 알리는 작업도 해야 하고…. 이거 애기 낳는 줄 알았더니 키우는 게 더 어렵구나 싶더라구요. 그러면서 수익금을 다 내놓겠다고 했어요. 사람들이 정말? 그러더라구요.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인세 받겠다고 이 짓은 못하겠더라구요. 너무 어려워요. 이렇게 했으니까 새로운 분들이 도움 받았으면 좋겠고…, 정말 보통 일이 아니더라구요.”

탤런트 정애리의 봉사하는 삶은 1989년 어느 날 성로원 방문에서부터 시작된다. “감사하게도” 그날 촬영장소가 성로원이었단다. 창문에 한 줄로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달려나와 인사하는 아이들, 느닷없이 품에 안기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떼어놓고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단다, "다시 올게요."…. 마치 ‘다시 연락할게’, ‘밥 한번 같이 먹자’라는 말처럼 흔해 빠진 말. 그런데 혼자서는 백화점도 잘 가지 않는 그가 오로지 그 아이들을 보기 위해 다시 성로원엘 갔다. 성로원 가족들이 정말 다시 온 그를 보며 놀란 것은 당연하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흘러왔다. 성로원 아기들뿐만 아니라 그룹홈인 ‘하래의 집’을 꾸미고, ‘연탄 은행’ 홍보 대사가 되어 추워서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탄을 배달해주고, 국제구호기관 ‘월드비전’ 홍보 대사가 되어 그의 손길은 굶고 있는 북한 동포 아울러 세계 각국의 난민들에게까지 옮겨 갔다. 말 그대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는 자신의 노는 물이 그 쪽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저는 노는 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는 물이 그 쪽이다 보니까 자주 그 쪽 사람들을 만났죠. 그렇게 이곳 저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내가 잘못하면 너무나 편협 되게 인간의 한 모습만 볼 수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기들만이 아니고 장애인, 노인들까지 포함해서 인간의 한 모습인 거잖아요. 인간의 한 모습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더불어 인간의 다양한 모습까지 볼 수 있어서 저는 참 감사해요. 지금은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는데 저도 제가 다 하려고 생각 안 해요. 저 혼자 못해요. 절대로 못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버거워서 못할 거 같아요.”

지금 그는 단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어디를 찾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스스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을 또 다른 가족으로 맞아들인 그룹 홈 ‘하래(下來)의 집(‘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그래서 하래의 집이란다)을 일구기도 했다.

“보통 시설들하면 그들만의 공간이 되잖아요. 노인이면 노인, 장애인은 장애인, 아이면 아이…. 하지만 가족의 모습은 그렇지 않잖아요. 노인도 있고, 아이도 있고… 그렇게 부대끼며 사는 것이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세상이고… 그걸 누리게 했음 했어요. 지금은 정민이도 입양되고, 김할머니도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었고… . 정민이가 입양된 것 자체가 충분한 축복 같아요.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렇게 큰 아이가 입양되는 것은 정말 힘들거든요. 원래의 자리로 잘 가는 모습… 그룹홈이 그런 역할을 해주는 곳이기도 하구요.”

‘하래의 집’까지 일궈가면서 봉사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한다. 가까운 사람마저도 ‘너, 정치하려고 그러니?’, ‘이미지를 가꾸려고 그러는거야?’라는 얘기를 전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개의치 않게 된지 이미 오래다. 그에겐 사람들의 얘기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절실함이 먼저다. 그것은 이미 봉사가 삶의 일부를 넘어서 그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원천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누면서 채워진다고 모든 봉사자들이 똑같이 하는 고백인데, 저도 그렇게 느껴요. 사람이 무엇을 성취하면서 그것으로 만족감을 채우려면 항상 빌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미’를 추구한다면 그 ‘미’가 어느 순간 만족되겠어요? 또 다른 것이 계속 보이겠죠. 끊임없이 부족함 속에서 허덕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 가진 속성인데, 내가 채울 수 밖에 없으면 남을 통해 채울 수 밖에 없잖아요. 남을 도우면서 오히려 내가 채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는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이 채워진다는 것이 본봉이라고 한다면 봉사를 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은 보너스라고 한다.

“굉장히 여유로워졌어요. 많이 봐주게 되는 것 같아요. 봉사 현장에서도 분명히 내가 주고있는데 오히려 내가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경우가 있거든요. 연락이 왔는데 ‘네 거 다 줘…’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왜 그럴 수 밖에 없을까…. 당연히가 아니라 오히려 더 화를 내면서 더 달라고 할까…. 때로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그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왜 그럴까’에서 ‘왜 그렇게 됐을까’를 보게 되더라구요. 그러면 결국 그 사람의 입장을 보게 되잖아요. 여러 가지 상황들을 통해서.. 그래, 그럴 수 밖에 없었겠다, 그 사람 같으면 그럴 수 있었겠다…. 이렇게 사람을 더 이해하게 되죠. 사람을 많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내가 여유로워진다는 거고….”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복지 정책에 대한 예산이 너무 적어.”, “독거 노인 정책을 세우고 있긴 있는 거야?” “보육원에서 버려진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고 있긴 있는거야?”…. 정애리 씨는 한 번 스퀸십을 받아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와의 차이점에 대해 말한다. 그에게 그런 말들은 의미 없다. 반나절 동안은 한 사람의 허기진 배를 부르게 할 수 있는 밥 한 그릇이 더 급하고, 쪽방을 그나마 덥힐 수 있는 연탄 하나가 더 절실하다. 그리고 그는 실천한다. 이런 점에서 어쩌면 그는 리얼리스트일지도 모르겠다.

“현실 때문에 사람이 행복하다, 불행하다라고 느끼는 것은 사실 아니잖아요.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지 않을까…. 현재 돈은 없지만, 먹을 것은 없지만 나를 사랑해 주고 봐주고 있다. ‘봐주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힘이 되는 것 같더라구요. 누가 나를 봐주고 있구나, 울타리가 되어 주는구나,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하늘이 되기도 할 텐데…… 그런 것이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살아가는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래서 자원봉사의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는 게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힘이거든요. 정책적으로 돈이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을 믿어준다고 느끼는 것, 그것 때문에 사람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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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정애리 저8,8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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