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벚꽃 산
할아버지의 벚꽃 산
누군가와 나눈 진심어린 마음은 정말 영원히 남는 걸까요? 전작『잃어버린 도토리』를 통해 한 소년과 도토리와의 말없는 교감을 흡입력 있게 전달했던 '마쓰나리 마리코'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간의 '교감'에 관해 작가 특유의 안테나를 높이 세웠습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산에 벚나무를 심으셨다는 할아버지. 주인공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매일 벚꽃 산을 오르내리는 게 소일거리지요. "안녕, 어디 아픈 덴 없니?" 나무와 대화도 하고, 달리기 내기도 하고, 또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작은 풀숲에 앉아 비를 피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할아버지는 몸져 눕게 되구요. 조금씩 이불 속에서 작아지는 할아버지를 바라 보며 소년은 혼자 산에 올라 벚나무에게 소원을 빕니다. '할아버지 병이 낫게 해주세요' 그리고 긴 겨울 끝 봄이 찾아든 어느 날, 겨우 이불을 걷어차고 나온 할아버지와 함께 마지막으로 흐드러진 벚꽃 산을 오르지요.
"우리 강아지, 고맙구나." 눈송이처럼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뜬금없이 내뱉는 할아버지의 말. 그리고, 그날 저녁 할아버지는 스르르 잠이 든 채 영영 일어나지 못합니다.
흐드러지는 벚꽃을 배경으로 일본그림책만의 독특한 미학이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진심어린 마음을 갖는다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는 소중한 ‘무엇’을 간직하게 된다는 것을 자상한 할아버지와 귀여운 아이의 모습으로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