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주로 책을 읽느냐”라는 질문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언제나 책을 곁에 두고 읽는 편입니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라는 질문이 제 생활과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건강상의 이유로 공부시간을 쪼개어 가며 그때그때의 공부량을 철저히 지키곤 했는데, 그게 습관이 된 탓인지 지금도 오전과 오후 시간에는 시간을 내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연구시간을 제외하면, 특별한 약속이나 외출이 없는 시간에는 늘 책을 읽는데요.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책에서 발견하는 일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 알고 나니, 청소년들이 꼭 이런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최근에 번역작업을 하고 있는 <교회법률용어사전>에 관한 서적을 자주 찾는 편입니다. A4로 1,000페이지가넘는 분량이라서 방대한 자료들을 둘러보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금은 초역을 마치고 윤문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 작업을 마치고 나면 향후 라틴어 사전이나 이탈이아어 관용어 사전 등의 작업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라틴어는 실생활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언어라, 한국의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유럽어권 학생들도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사전을 완성해내는 것이 저의 또 다른 꿈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법률, 문화, 인류사 등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골고루 만나야겠지요? 서재명은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제 서재에 와보신 분들은 주로 서서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더군요. 나쁜 자세로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에 무리가 오고 디스크가 오기 쉬워서 생각해낸 방법입니다. 그 외에는 특별하달 것은 없어요. 책에서도 밝혔듯 저는 제가 ‘공부를 직업 삼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명명하자면 ‘공부하는 노동자의 작업실’ 정도라고 할까요?
사실 이번에 『그래도 꿈꿀 권리』를 쓰면서 미완성인 채 살아가고 있는 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다는 것이 불편해서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되었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출간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제게 처음 이 책의 기획을 제안해오신 어느 편집자 분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아직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며, 환경 탓에 하고 싶은 일들을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신부님의 이야기가 등불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펴낸 이유는 오직 그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아이들이 ‘실패’와 ‘좌절’을 끝없이 만나야 했던,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제 인생 전반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래도 꿈꿀 권리’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건네 받은 어른들 대다수가 “저야말로 아직 방황 중입니다.” 하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웃음)
각자의 문제를 이겨내는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저 역시 지금은 또 다른 산을 힘겹게 오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정상에 올라 산 전체를 조망하면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희망하고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각자 선택한 그 산이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정상에 올라 눈앞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는 날 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래도 꿈꿀 권리』가 산 중턱에서 만난 시원한 물 한 모금의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원규 저
이 책은 루게릭 병을 앓다 작년에 타계하신 이원규 선생님이 생전에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 쓰신 글입니다. 진정한 인간승리가 무엇인지, 또 인간의 정신세계와 의지는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책입니다.
로랑 고데 저/이현희 역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들을 찾아 지옥의 문을 두드리는 젊은 아빠의 절절한 부성이 가슴 깊이 와닿은 작품이었습니다. 죽은 아내를 찾아 지옥으로 떠난 오르페우스 신화가 모티프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탈리아 나폴리라는 공간이 저에게 낯설지 않을 뿐 아니라, 애절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원작의 문체를 잘 살린, 번역자의 공이 돋보이는 수작이어서 늘 곁에 두고 읽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 저
로타 로마나 사법 연수원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본 책입니다. 유럽에서 법학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법리적 접근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추구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심리학도를 위한 책만이 아니라 법학도들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카렌 암스트롱 저/배국원,유지황 공역
오늘날 우리는 다문화사회의 한 요소인 다양한 종교로 구성된 ‘종교백화점’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기보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참되고 옳다고 주장하는 종교적 배타주의를 더 많이 목격하게 됩니다. 나아가 다른 종교적 신념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조각물들을 파괴하거나 모독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종교적으로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이나, 종교적 신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극도의 종교적 피로감이나 모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는 종교가 사회에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올바른 신앙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저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덕
2004년 김기덕 감독의 <빈집>이라는 영화가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과 작품상을 받자, 로마 전역에는 이탈리아어 <Ferro 3 - La casa vuota>라는 제목으로 영화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그때 한국인으로서 뿌듯했고 자부심이 들었죠. 그런데 김기덕 감독과 관련된 또 다른 추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 신호정지 상태에서 뒤에 있던 차가 내 차를 들이박는 경미한 추돌이 있었는데요. 내려서 사실관계 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상대편 차량의 이탈리아 청년 두 사람이 내게 한국인이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자 내게 ‘김기둑’을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김기둑?”, “아, 김기덕!” 잘 안다고 대답하자 그 청년들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김기둑,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겨울>!” 하고 외쳤죠.
로베르토 베니니(귀도), 니콜레타 브라스치(도라)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상상을 초월한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그것을 하나의 놀이라는 상황극처럼 풀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학시절에 이 작품을 만났는데, 외로움과 스트레스와 고통을 견디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나를 둘러싼 어려움의 현실을 또 다른 놀이라고 생각하게 해준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한동일 『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저자 인터뷰 시간만 12시간, 문제만 200쪽 변호사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