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원재훈 저
저는 주로 책을 고를 때 제목에 현혹됩니다. 원재훈의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라는 책인데, 불꽃처럼 살다간 선현들의 이야기를 짤막하지만 심도 있게 쓴 것이지요. 나중에 저런 사람들의 반열에 나도 끼려나 싶은 마음으로 당연히 충실하게 읽었습니다.
문인수 저
사실 시집을 좋아합니다. 시는 글로 된 그림이라고 여길 정도지요. 물론 시인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중, 문인수 시인의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라는 시집은 부실한 제본 탓에 거의 낱장이 되다시피 자주 읽습니다. 꼭 소개하고 싶군요. 저는 특히 이 시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달빛,그 노숙의 날개’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는 10년 전에 고향을 떠나와 여기 일산에 아직도 노숙 중입니다. 저의 진짜 집은 어디일까요? 하하하.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 저/김화영 역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하던 때는 좋은 글귀를 인용하고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달달 외운 적은 있습니다. 20대 때에 읽은 거지만 아직도 그 내용은 써먹을 만합니다(웃음). 50대인 지금도 일상의 술자리,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도 가끔, 그 책에 나오는 여우, 장미, 모자 등등의 예를 들며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전혀 진부하지도 않고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오히려 세련된 교훈 같은 말이 담긴 책이었지요.
구본형 저
얼마 전 갑자기 고인이 되신 구본형 님의 『세월이 젊음에게』라는 책이 있는데 제 그림으로 표지를 하게 계기로 저자님과도 차를 마시기도 했지요. 젊은이들에게 먼저 살아 본 어른이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입니다. 어른과 청춘은 사실 경계가 모호합니다. 저도 그 책에서 다짐을 하는 청춘이 되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당시 나이야 고 구본형 님과 엇비슷했지만요.
김훈 저
제 화실이 일산 호수공원 쪽인데 어느 날, 호수공원에 아침산책을 하다 김훈 선생도 거길 매일 나오시는 걸 알았지요. 화가인 나를 알 턱은 없고 하여 아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 그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칼의 노래』 정도로는 식상한 접근 같아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 책을 다 읽고 자신 있게 아는 척하려 했으나 김훈 선생은 이미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 뒤였습니다. 제가 책을 빨리 읽지는 못하거든요.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양귀자 저
이 책 역시 제목이 나를 유혹한 책이지요. 한참 전에 읽었는데, 이럴 수가? 다시 재발간이 되면서 출판사에서 제게 표지 의뢰가 온 겁니다. 앞 뒤 잴 것 없이 오케이 한 건 두말할 것도 없었지요.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명 깊게 본 영화는 아주 예전에 본 <시네마천국>인데, 작은 동네 영화관에서 영사기 돌리는 아저씨를 따라 다니던 꼬마가, 나중에 거장이 되어 옛 동네를 다시 찾아와 과거를 회상하는 줄거리인데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한 영화이지요. 저 역시 그저 그림 좋아하던 아이가 어느덧 소위, 인기화가가 된 경우라 그 영화의 분위기와 남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영화를 볼 당시는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화가에 불과 했습니다만. 회상은 어찌 보면 성공한 연후에 더 사연이 짙어지는 것 아닐까요?
최근에 본 영화는 <관상>입니다. 이런 걸 좋아합니다. 그 사람의 운명은 얼굴이라는 지도에 다 나와 있다는 이런 설정 좋습니다. 저도 사람을 볼 때 관상까지는 아니지만 인상을 좀 보는 편이거든요. 일종의 통계이니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혈액형에 의한 성격차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피하는 사람과 가까이 하는 사람도 좀 참고하지요. 저도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은근 노력합니다. 어떨 땐 속이 터지지만 그것 역시 수양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진짜 점점 좋은 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속도 안 터지는 진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