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 실로로 등저/전지나 역
이 책도 정말 독특해요. ‘몰바니아’라는, 지구상에 없는 가상의 나라에 대한 여행안내서예요. 그 나라의 역사와 기후, 풍습, 지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여행 팁에 이르기까지 정말 방대한 양의 거짓말이 마치 진짜처럼 늘어져 있어요. 전 이 책도 아주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마르탱 파주 저/이승재 역/정택영 드로잉
마르탱 파주를 만나게 된 첫 소설인데, 정말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이야기예요.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죠.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정희경 역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두 사람 사이를 오가던 ‘사랑’ 이란 감정, 그 자체예요. 제게는 최고의 연애소설로 남아있어요.
코맥 매카시 저/정영목 역
아버지와 어린 아들은 세상이 이미 잿빛으로 변해 생지옥이 된 상태에서 막연히 남쪽을 향해 걸어요. 행간마다 스며들어있던 막막한 어둠과 그 안에서 빛나는 따뜻한 체온이 인상적인 이야기예요.
앨런 라이트맨 저/권루시안 역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면서 숨바꼭질하듯, 몇 번을 샀던 책이에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이 마음에 들었어요.
데이비드 리스 저/정은주 역
서점에서 충동 구매한 책이에요. 노란 표지에 정직한 글씨체로 연필 깎기의 정석이라고 적혀 있고, ‘문필가,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목수, 기술자, 공무원, 교사를 위한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 라고 부연설명이 되어 있었죠. 책 내용은 이미 표지에 다 나와 있는 셈인데, 정말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독특해요.
에단 호크 / 줄리 델피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요. 영화 자체도 좋지만, 영화 속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똑같이 흘러가는, 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절 매료시킬 수밖에 없었어요. 9년 단위로 기다릴 수 있는 그 여유랄까요.
장 피에르 주네, 마르크 카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해요. <아멜리에> <믹막> 같은 작품도요. 이 사람이 공동작업을 자주 하는 영화감독들의 작품도 좋아요. 저에겐 기괴하면서도 무척 매력적인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작품이었어요.
이상하게 극장에서 안 보고 미뤄두다가, 비행기 안에서 본 작품인데요. 보다가 울었거든요. 영화 보다가 잘 안 우는 편인데, 운 영화는 그래서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고, 뮤지컬 영화에 대한 편견도 깰 만큼 강렬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