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쌍소 저/김주경 역
몇 해 전 여름 라오스 루앙프라방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책을 뒤적였다. 애초 루앙프라방에서 2박3일을 머문 후 태국 치앙마이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루앙프라방이 마음에 들어 모든 일정을 취소해버렸다. 그리고 일주일만 더, 하루만 더 하며 루앙프라방 떠나기를 미루던 나는 결국 50여 일을 머물고 말았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한없이 느린 시간을 보냈다. 낮잠을 자고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쏘다녔다. 종려나무 그늘에 앉아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읽으며 차가운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리고 이런 문장에 밑줄을 치곤 했다. “느림은 민첩성이 결여된 정신이나 둔감한 기질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들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며, 어떤 행동이든 단지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급하게 해치워 버려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셸 투르니에,헤르타 뮐러,아모스 오즈 등저/크빈트 부흐홀츠 그림/장희창 역
아주 아끼는 책이다. 46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과,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들이 어우러져 있다. 아주 고요한 책이다. 나무 아래에 혼자 앉아 있는 것만 같다. 여행을 가지 않을 때 자주 펼쳐본다.
헬렌 니어링 저
요즘 온 국민의 관심은 맛집과 먹는 것에 쏠려 있는 것만 같다. 나 역시 그러한 듯. 그러다 이 책을 지난해 다시 펼쳐 읽었다. 그리고 1년 간 채식을 결심했고 다음주면 딱 1년이 된다.
후지와라 신야 저,사진/김욱 역
이 책에서 후지와라 신야가 여행한 많은 장소들을 나도 다녀왔다. 하지만 똑같은 장소를 여행하고 쓴 그의 글과 나의 글, 똑같은 장소를 여행하고 찍은 그의 사진과 나의 사진은 너무나 달랐다. 나와 전혀 다른 시각, 나와는 전혀 다른 앵글을 가지고 있는 그의 책은 하나의 여행지였다. 그의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여행을 한다.
여희주 등역
여행작가이지만 여행에 관한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론리 플래닛』은 예외다. 이 시리즈를 소설책처럼 읽곤 한다. 낯선 지명과 호텔, 비행기 버스 기차 시간표, 레스토랑 전화번호, 그 나라 사람들의 습관과 생활양식 등으로 가득한 이 책은 세상 어느 모험기보다 흥미진진하다. 말레이시아에서 베트남 편을 읽고서는 이듬해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 베트남에서는 아일랜드 편을 읽고서는 아일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지금은 인도 편을 읽고 있다. 아마도 내년에는 인도 바라나시로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내 인생의 영화로는 크지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꼽고 싶다. <사랑과 관한 짧은 필름>은 한 우체국 직원이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독신녀를 망원경으로 훔쳐 보다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테이프가 다 감기고 스태프의 이름이 올라 갈 때 진공상태를 경험하고 있었다, 는 것을 기억한다. 그 영화를 보고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라는 제목의 시다. “아주 짧았던 순간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적이 있다/ 봄날이었다. 나는 창 밖을 지나는 한 여자를 보게 되었는데/ (…) // 그 짧았던 순간 동안 나는 그만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여자를 사랑해 왔던 것처럼// 햇빛이 개나리 여린 꽃망울을 살짝 뒤집어/ 개나리의 노란 속살을 엿보려는 순간, 그 여자를 그만 사랑하게 되어서”
최근 이탈리아 영화 &amp;lt;웰컴 투 사우스&amp;gt;를 보고 많이 웃었다. 작은 도시의 평범한 가장이 이탈리아 남부의 시골로 쫓겨나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몇 해 전 여행했던 시칠리아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여행작가 최갑수 “여행은 내가 사랑하려 한다는 증거” 시 쓰는 것과 여행, 다르지 않다 여행 중에 내리는 결론은 언제나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