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저/유유정 역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저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탐닉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막 서른 살이 되던 즈음에 처음 『상실의 시대』를 읽고는 곧 ‘와타나베’ 씨에 격하게 매료되면서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장단편소설, 산문 가리지 않고 몽땅 사서 출퇴근하는 지하철에서, 혼자 살던 집에서 읽었죠. 결혼을 하고 더 나이를 먹고는 이제 그의 책은 띄엄띄엄 읽습니다.
고우영 저
엄희자, 고우영 화백의 『사랑의 집』『푸른 지대』 『임꺽정』『일지매』『수호지』등의 만화에 매일 열광하며 살았습니다. 완벽한 인체 묘사와 이야기 솜씨에 혀를 내두르며.
샬럿 브론테 저/유종호 역
여고생이 되어서는 브론테 자매에 빠졌습니다. 『제인 에어』를 학교 시험지를 받아 드는 그 시간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던 그날이 기억나네요. 뜨거운 열정과 또렷한 자의식을 가진 여자에 매혹당한 시간이었지요.
리영희 저/임헌영 대담
오십이 다 되어 뒤늦게 리영희 선생의 대담집 『대화』를 읽으며 한 지식인의 실천하는 삶, 오직 진실을 추구하는 모습에 늦은 각성과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입체적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E.H.곰브리치 저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는 읽고 또 읽었습니다. 미술서로는 가장 유명한 책 중의 하나일 텐데요, 미술의 역사에 관한 공부를 한다는 심정뿐만 아니라 그 책 속의 그림과 사조를 집어삼킬 듯 보고 읽었습니다.
안네 프랑크 저/홍경호 역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를 읽은 열네 살부터 저 역시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은신처에서 숨어 사는 사춘기 소녀의 내면과 마주하면서 그녀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루이스 자네티 저/박만준,진기행 공역
대학 때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도 그런 책이었습니다. 영화에 관한 보편적인 개론서이면서 실용적 이해를 돕는 책이면서 저에겐 아주 구체적으로 영화 이론과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더욱 영화 일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영화는 여러 편이지만, 가장 최근의 내 인생의 영화 중 한 편은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입니다. 자연과 신에 대한 겸허한 질문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이 위대한 장인의 장르 영화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상 깊게 본 영화 중에 한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