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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재
“지금도 기억하는 게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만화로 된 한국사 전집을 사오셨어요. 충남 대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책을 많이 접하지 못했거든요. 동네 책방이라고 해봐야 동아전과, 참고서 밖에 없었고요. 아버지께서 오토바이에 실어서 책을 가져다 주셨는데 너무 신기했어요. 이렇게 책이 많을 수가! 놀랐죠. 그 때 참 열심히 읽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 후엔 책을 또 멀리했어요(웃음).”

“다시 한 번 책에 몰두했던 때는 군대 상병 시기인데, 당시 수도방위사령부 수발실에서 근무했어요. 오전 10시면 아침에 해야 할 일 다 끝내고 할 일이 너무 없는 거에요. 그런데 도서관 방위병이 책을 몇 권 가져다 주더라고요. 그 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해서 추리소설도 많이 보고 소설, 에세이 류를 많이 읽었어요. 고 이규태 기자님의 『한국인의 의식구조』는 군대에서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에요.”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역시나 책을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바쁘기도 했고 흥미도 떨어졌고요. 그렇게 몇 년을 보냈는데, 1997년도 어느 날 전유성 선배님이 책 30권을 들고 집으로 찾아오셔서 ‘이것만 읽으면 넌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게 뭔가, 했지만 한 권도 읽지 않았죠. 한 주가 지났을 무렵, 전유성 선배님이 전화를 하시더니 ‘성석제란 작가 어때?’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알 턱이 있겠어요? 한 권도 안 읽었는데. 그리고 선배님이 말씀하셨어요. ‘원래 책 읽기가 싫지. 그런데 시간 내서 읽어.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지만 겨울도 책 읽기 좋고 여름에도 읽기 좋다’고. 그 때 전유성 선배님으로부터 ‘책 전도’를 받고 독서가가 됐어요. 어려서는 초코파이 때문에 전도를 받았는데 커서는 책 전도를 받은 거죠.”

선배 전유성 덕분에 독서가가 된 개그맨 남희석은 요즘, 전자책에 푹 빠졌다. 녹화 시간 틈틈이 책 읽는 버릇을 들였는데 매번 책을 가지고 다니기가 번거로웠던 찰나,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터치’를 알게 된 것. 시집 한 권보다 가벼운 초경량에 최대 3천 여권의 책이 들어가니 이제 일일이 책을 챙겨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남희석은 “무엇보다 e잉크를 사용해 눈의 피로도가 줄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주변에서 요즘 내 단말기를 모두 탐하고 있다”며 크레마 터치에 대한 만족감을 전했다. 남희석은 트위터를 통해 각종 벙개 모임을 벌이고 있는데, 올해 초 ‘작가납치프로젝트’를 열어 김탁환 작가와 트위트리안들의 만남을 주최했다. 김 작가로부터 “왜 너는 허락도 안 받고 일을 벌이냐”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들었지만, 행사는 성황리에 끝났고 이 행사를 지켜본 한차현 방송작가는 KBS <남희석의 야외수업>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23일에 방송된 첫 회에는 소설가 박범신이 출연했고, 정식으로 편성을 받은 후에는 다양한 작가와의 야외수업이 펼쳐질 예정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유연한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인 것 같아요. 꼭 어디서 써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읽기 보다는 언젠가 적재적소에 쓸 수 있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젊은 사람들이 너무 스펙에만 빠져 있어서 아쉬워요. 서점보다는 미용실, 피부과를 더 많이 가잖아요. 외모를 너무 중시하다 보면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을 맹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혈액형 성격을 믿는 우를 범하는 거죠. 친한 SBS기자가 한동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최종 면접 때 면접관이 물었대요. ‘당신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나?” 그 친구는 ‘저희 학교는 시험 볼 때 감독관이 없습니다. 저는 4년동안 단 한 번도 컨닝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을 했고, 그 친구는 합격했어요. 만약 그 친구가 면접 예상 질문집만 달달달 외웠으면,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다양한 책을 통해서 유연한 사고를 얻는 게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MC는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질문해주는 사람이다. 자신이 상대에 대해 완벽하게 안다면 궁금한 것이 없을 것이고, 아무것도 모른다면 무엇을 질문해야 할 지 모를 것이다. 남희석은 책을 통해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대중들의 심리를 이해했고 트렌드를 읽었고 방송 생활 21년 동안 한 번의 정체기 없이 꾸준하게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봄에 문득 느꼈어요. 이제야 진행이라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신호등이 고장난 교차로에 수신호를 보내는 역할, 그게 MC의 역할인 것 같아요. 요즘 교양 프로그램 섭외가 많이 들어오는데, 제가 똑똑해서 그런 게 아니거든요. 어떤 유명인들에게 질문을 해도 쫄지 않는 것, 질문하는 걸 쪽팔려하지 않기 때문이에요(웃음). 2013년도 개그맨 남희석의 목표는 책에 더욱 가깝게 접근하는 거예요. 여러분들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명사의 추천

한국인의 의식구조 1

이규태 저

군대에서 읽은 책인데, 방송활동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MC들의 시대가 오겠다는 생각도 했고 실제 MC를 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감성사전

이외수 등저

방송 활동하면서 도움을 받은 책이 몇 권 있는데, 이외수 작가의 『감성사전』은 그 중 가장 독보적인 책이에요.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죠. 제가 MC로서 최고를 달릴 때 읽은 책인데, 아마 『감성사전』은 막 출판시장에서 들어가는 추세였어요.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여기저기 참 많이 추천했거든요. 그랬더니 어느 날 이외수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고맙다고.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고 “너 누구냐? 난 전유성이다”라고 농담을 건넸는데 진짜 이외수 선생님이었어요. 이 책을 통해 구름을 단순히 구름으로만 안 보고, 돌을 보면 모양을 재밌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면서 사고의 전환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그 때 일반인들이 데이트하는 프로그램 <멋진 만남>을 진행했는데, “여자 앞에서 남자가 왜 비틀거리는 줄 아세요? 당신에게 취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말도 했던 기억이 나요. “자연보호란, 인간이 집단 자살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 이런 말도 있었죠.

풀잎처럼 눕다 1

박범신 저

박범신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1979년쯤인가 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인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제일 먼저 읽었던 책이에요. 한국사회와 도시, 가부장제 이런 것들을 다룬 소설인데 지금 젊은 사람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저

성석제 작가의 소설도 많이 읽었어요. 전유성 선배님이 언젠가 책을 한 뭉치 가지고 오시더니, 며칠 뒤 “성석제 어때?”라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사실 주신 책을 한 권도 안 읽었었는데, 그 말 들은 후엔 열심히 읽었어요. 이 책도 그 중 하나인데, 성석제 작가 글이 참 재밌잖아요. 금방 읽었던 기억이 나요.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

기타노 다케시 저/권남희 역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책인데, 이 분을 실제로 뵌 적이 있거든요. 굉장히 감각적인 감독님이신데 그 분의 독창적인 사고를 알 수 있는 책이었어요. 문화예술인들이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에요.

프로메테우스(1Disc)

누미 라파스(엘리자베스 쇼), 마이클 패스벤더(데이빗)외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인데,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해요. <에일리언>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에요. 그런데 왜 이렇게 비판을 많이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많이 등장하는 영화라서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납니다.

스시장인:지로의꿈

데이빗 겔브,오노 지로,수키야바시 오노

85세 노장 할아버지의 요리 다큐멘터리인데,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었어요. 미슐랭가이드가 인정한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요리사가 주인공인데 평생, 마지막 날까지 최고의 스시를 만들겠다는 마음이 정말 대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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